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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재발견 - 한국 자본주의와 기업이 빠진 조직의 덫, 개정판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2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평점 :
눈꼽만큼이나마 알게 되었다. 88만원 세대가 표지나 각종 서평이나 지나치게 우울하여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 책부터 집은 건데, 회사에서 느끼는 답답함, 우울함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회사에 속한 누구라도 붙들고 얘기하고 싶다. 정말 재밌다고, 정말 읽어보라고.
이런 말,
'갈등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조직에서, 경영자나 종사자는 차라리 바보가 되기를 선택한다'라던지.
'4,50대 남성에게 맞춰진 지금의 조직은~'이라는 묘사는, 회사에서 느끼는 나의 죄책감-아,나도 저렇게 오래도록 일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의 불편함-왜 자꾸, 골프를 치래!-, 나의 거부감-나를 무성의 존재로 대하는 것만큼 '레이디 퍼스트'운운도 고맙지 않다-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죄책감, 불편함,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는 것이 조직에게는 오히려 좋은 것-응??-이라는 이상한 결론까지.
혁신을 말하면서, 혁신을 원하지 않는 조직.
조직 내에서 동기부여에 실패한 조직. 내가 속한 조직은 내가 더 위로 올라가 조직에 기여해야겠다는 동기를 내게 부여하지 못했다. '그게 싫다면 나가라'라고 내게 대놓고 말한다면-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나는 아주 오래 고심할 것이다.
아침, 상사와 면담이 있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진급하라고 안 하지, 조직을 위해서 능력있는 사람들이 진급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좀 더 쉽게 아, 나는 조직에 무용한 사람이구나, 라고 나의 가정과 조직생활에서의 양립 불가,에 대해 자책하겠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그건 조직이 달라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야근도, 이른 출근도, 빼 줄 수 있다면, 이게 그만큼 조직이 변한 거라고 수용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 야근도 이른 출근도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한다는 건 입맛이 쓰다. 조직은 달라지지 않고, '여성이고 아직 어린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만 특별히 주어진 혜택, 나는 차라리 속하기를 그만두어야 하는가 고민한다.
그래서, 참, 우리나라 조직들 큰일이구나.
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이면서, 그 개개인과는 또 다른 어떤 존재다. 지금 조직은 무엇을 배워야 조직의 소망인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