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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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회사의 도서구매 첫 책이다. 내 돈 주고 사려면 공연히 넣었다 뺐다 할, 순전한 오락들을 덥석덥석 집어넣은 첫 구매에 들어있었다.

재미있다. 얄팍하지만, 치밀하고, 선명하다. 그 때의 유럽이 아마도, 지금의 한국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의 선택지들, 힐데가르트의 태도, 그리고 그 결말까지도 위화감이 없다.

1부의 힐데가르트는, 보통사람이 바라는 평온함을 '가난한 자의 행복'이라고 부르며 조소한다. 내가 조롱당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며, 인생에서 모험을 택하는 그녀의 태도를 구경한다.

많은 서평이 악이 승리하는 구도나, 스무살에 써낸 위악스런 책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힐데가르트가 선이었나,라고 질문한다.

힐데가르트의 악함,은 그 남자의 악함보다 덜한가.

살해당한 부자의 악함,은 그 남자의 악함보다 덜한가.

힐데가르트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힐데가르트가 재산을 보고 결혼한 늙은 부자는 또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만? 그 남자는 어리석은 여자를 속였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씌웠고, 결국 죽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계속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조종당하는가, 내가 힐데가르트와 같은 처지라면, 나는 속을까.

아무 댓가없이 찾아오는 행운이 있다고 나는 믿는 사람인가.

그런 행운을 나는 환영하는 사람인가.

그래도, 상관없을 젊음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 삶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나는 그런 행운이 닥친다고 해도 마다할까.

언제나 모험없는 삶을 환영하는 나는, 모험없이도 삶은 쉽지 않다고 하루 하루 죽지 않고 다시 만난 것이 감사한 나는, 그래, 나는 언제나 '가난한 자의 행복'을 바란다. 힐데가르트같은 누군가는 여전히 나를 조롱할 테고-'당신의 집이나 차나 옷이 당신을 말한다'는- , 그런 조롱 속에서 나는 버티며 조종당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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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웜 2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2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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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한 조지 오웰의 '왜 쓰는가'에서 내가 동의한 부분은 '허영심'이다. 

글을 쓰는 허영심. 발언하고 싶은 욕구, 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그 허영심,이 글을 쓰게한다는 말이었다. 

이 책 속의 작가들, 그리고 금세 본명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롤링조차, 그런 허영 덩어리다. 

이야기는 책판에서 한 발만 떨어져도, 아무도 관심없을 이야기들을 모아, 판타지소설을 썼다는 실종작가를 추적하는 이야기다.소설을 한 권 완성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니, 장하다고 해야 할까, 왜 이렇게 쓸데없이 장황할까 욕해줘야 하는 걸까. 심난하게 읽었다. 

처음 실종이던 사건이 살인사건임이 드러나고, 실종작가의 소설대로 이루어진 범행에 미출간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올라 차례차례 조사된다.그러고도 고전적 방식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범인을 모욕함으로써 실토하게 하는 식으로 사건을 정리한다. 

결말조차 동의가 안 되어 다시 되돌려 읽었다. 되돌려 읽고도, 나의 오해나 착각이, 쉬이 인정되지 않았다. 남편조차 그런 착각을 했다는데 안도하면서, 작가 잘못으로 결론지었다. 

그건 장황한 우회로 때문이거나, 한심한 편견 때문이거나, 내가 작가만큼 그런 식의 편견이 없어서 범인의 열등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설정의 자극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연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데다가, 계속 물음표가 남는다. 


도대체, 허영덩어리 작가는 왜 이런 식의 편견을 가지고, 이런 설정의 범인을 심지어 '설득력도 없이' 만들어 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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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기 세트 - 전3권
진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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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적이고, 그걸 결국 뛰어넘을 수 있다는 환상,인 건가. 싶다.

 

회사에서 북러닝이라고 교봉과 연계해서 책을 판다. 조건은 200자 이상의 서평.

회사에서 하라는 일에 언제나 삐딱한 나는, 책을 고르는 조건으로, 순전한 오락일 것-업무적용성? 흥,칫,뿡이다-, 여러권을 읽고도 딱 한번 서평을 쓸 수 있을 것(세트도서).

처음 주문에 박하익의 '선암여고탐정단'을 받아읽고는, 와 재미있군, 한 다음. 내가 좀, 우리나라 장르물을 박하게 평하는 게 아닌가 싶어, 두번째 주문에 장르물로 우리나라 작가의 세트책을 검색했다. 그래서, 받아 읽은 게 이 책이다. 진산이라는 작가의 다른 책을 알고-그게 무협이었다- 당연 무협일 거라고, 책소개도 안 보고는 냉큼 받았는데!!!! 로!맨!스!!!! 나는 로맨스를 잘 못 읽는데-_-;;; 별다섯개 주시는 로맨스 팬분들,께는 죄송합니다-_-;;;

 

그래, 내가 만화로, 원피스도 읽고, 바람의 나라도 읽고, 판타지나 SF도 잘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우주적으로 팽창하는 종교적 이야기도 잘 듣는데, 소설로는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 시작했다. 마법사도 '윈터킹'의 멀린같은 마법사-남들은 모르는 과학적 지식으로 다른 이들의 믿음을 사는- 설정을 선호하는 그렇다, 나는 이공계ㅋㅋ

그래도 이야기의 힘이 있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 인물들이 딱 그 위치에 필요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설정과 정사씬에 익숙해지고 나면, 인간-신선(도사-신선-진선-천선)-천선?이런 식의 층위를 갖는 동양적 판타지의 공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와 다 설명되었어. 라며 공감. 수직적 층위이기도 하고, 가스라기처럼 결국에는 원처럼 둥글게 말린 층위이기도 한 이야기의 구조가 좋다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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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기 세트 - 전3권
진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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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니, 계급적 차이, 정사의 묘사도 불가피,그걸 수용하고 나면 신선과 선녀와 천계와 명계가 등장하는 꽤 잘 맞는 동양 판타지를 만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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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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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서 나오는 '여기는 지옥이야'라는 자영업자의 말이 인구에 회자될 때마다, 나는 무섭다.

직장인인 나는, 지옥이 무서워 전쟁터에서 발을 못 빼게 되서 무섭다. 

드라마를 보고는 '(비정규직 안 되려면)공부 열심히 해야겠네'라고 말한다는 학생이야기를 들어도 무섭다. 


저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소리지르고 싶다.

펼쳐진 전쟁터의 묘사가 애틋할 수는 있어도, 평화를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완생을 말하는 걸 듣노라면, 그게 직장생활에 대한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완생,은 죽는 거 아닌가,하고 뚱하다. 

 

눈이 벌개지도록 일하는 오과장이,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종종거리는 선차장이, 그대로 무고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심한다. 나는, 우리는 이런 지옥에 책임이 없을까. 회사가 그렇게 되는 것에,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장그래처럼 일하고, 안영이처럼 빠릿빠릿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게 그저 당연하니, '법을 지키는 수준'의 회사는 '천국'이라고 빈정거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 모두 지옥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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