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빨간 띠지에 'KBS 드라마 마왕의 주인공이 읽던 그 책'이라고 찍혀 있었다.

그렇다. 그 드라마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무척 치밀한 복수극을 연출한 그 주인공이 이 책을 골라 들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고민은 '승하는 왜 이 책을 읽은 것일까?'였다.

그리고, 이걸 쓰면서 깨닫는 것이다. 누군가 알아차려주길 바랐던 것이로구나. 저자가 예로 든 사람들처럼 뼛속까지 악에 물든 것은 아니라서.  

종교가 없는 나에게 이 책은 기독교 서적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작가의 이전 작품도 '기독교적'으로 읽힐 여지가 많았다던 평을 기억해냈다.  '비전과 리더십'이라는 출판사나, 사탄이니 축사니, 악에 대한 정의도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심스럽지만 고통스러웠을 고민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진보와 야만'이나,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하게 되는 인간에 대한 고민, 해답없는 야만성에 대한 고민을 이 사람도 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에 따라 '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주장은 재미있었다. 어찌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는 주장이고 논리지만, 어떤 고민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겠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알겠다.

추가로, 어떤 종교서적을 읽었을 때보다 '하느님'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왜 굶주리는지 알더라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낙관적인 전망들을 내어놓을 수밖에 없는 국제기구, 진실을 외면하려고 하는 일세계의 사람들, 오래되고 개선의 여지없는 체제의 문제.

굶주림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혁명'인데도, 굴러떨어질 돌을 밀어올리는 아니, 이 묘사는  행위자체의 미미함이 드러나지 않아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책소개에 있는 데로 저자는 유엔의 담당자이고, 형식은 아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리석게도 내가 기대한 것은 명쾌하고 바른 것이었는데, 혁명을 수행할 마음이 모자라서 그저 슬프고 화나고 안타깝기만 하다. 좀 더 열정적인 아이들에게 그래서 이 사람도 들려주는 것이지, 싶다. 혁명이 필요한 병든 구조 안에서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선의로 존재하는 자신에게 이 이야기는 가장 필요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3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돈키호테 - 구스타브 도레의 그림과 함께 읽는, 명화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 0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김근주 옮김 / 예원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삽화가의 이름이 나란히 찍힌, 이 책은 그 당시 가장 큰 오락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만화와 영화와 사진 팍팍 박힌 잡지책들을 집어드는 나에게는 살짝 시큰둥한 오락이다. 커다란 판형에 한면에는 그림이 다른 면에는 글이 박힌 이 책은, 만화로만 기억하는 혹은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이미지로만 기억하는-나는 아마 돈키호테를 읽은 적이 없을 것이다!- 엽기 노친네 돈키호테의 이야기다. 자신의 환상 속에서 그 자신에게는 모험이고, 그를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치 조롱일 이야기는 호탕한 웃음 대신 등 뒤에서 낄낄거리기에 알맞다.

그림은 그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었을 흑백의 그림이다. 어렸을 적 겉장이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했던 앨리스에서 보았을 법한 익숙한 듯한 그림. 어둡다 싶을만큼 꽉 찬 펜선들이 만화로 기억하는 돈키호테의 말랑말랑하고 반들반들한 이미지들을 다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래, 미친 영감탱이지. 유럽의 숲들은 이렇게 어둡고 빽빽하겠지. 미쳤다는 것은 실제로는 이런 것이지, 사람들이 조롱한다는 건 또 이런 것이지.

이 책을 통해 내 기억 속의 돈 키호테가 많이 늙었다. 글 뿐이라면, 내 멋대로 상상해버렸을 텐데, 그림은 그런 여지를 없앤다. 동적이지는 않지만, 그 당시 유럽사람들이 상상했을 법한 모습으로 돈키호테와 그 모험을 내게 보여주었다. 무모한 도전의 이미지여서 나름 씩씩하고 용감하게 내 안에서 윤색되었던 이미지는 책과 그림을 거쳐 '무모할 수밖에 없는' 그의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슬프고 쓸쓸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보와 야만 - 20세기의 역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김현구 옮김 / 돌베개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허리가 아파 입원한 중에, 동료가 골라다 준 책이다. 티비가 보이지 않는 다인실에서 앉지도 못한 채로 읽었다. 그러다가, '너 그런 무거운 책을 그런 자세로 읽고 있다니 허리가 낫겠어?'라는 핀잔도 들었다.

그렇다! 이책은 두껍고 무겁다.

그러나, 두께의 압박에 비하여 쉽게 읽힌다. 전체가 결국은 인류의 20세기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각각의 주제별-그건 식민지, 제노사이드, 환경 등등-로 20세기의 사건들을 서술하는데, 특정한 국가나 민족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자라면,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는 현상을 언제나 자연 안에서 찾을 수 있다'라는 말을 알고 있다. 정반대의 가설을 가진 학자라도 자신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그건 여성학을 학습하던 어느 순간에 무척 인상적으로 내게 다가온 말이었다. 이 말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어떤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건,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건, 지나간 20세기의 역사를 통해 자신의 확신을 강화시킬 수 있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데 읽는 내내 무서웠고, 그래도 미래는 낙관적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가난한 나라를 여행한 여행기에 '물가가 정말 싸다'라는 말을 읽게 되면 화딱지가 난다. 이 책에도 그런 말이 있다.

동경하는-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고 하는- 나라에 남의 돈으로 갔다 온 것도 배가 아픈데, 자동차와 비행기만으로 슥 훑은 것도 아니고 자전거로 갔다는 것도 부러워 죽을 지경인데, 그런 주제에 '물가가 싸다'는 식의 너무 당연한 아니 당연하다기 보다 그저 상대적인 '사실'을 전하는 데 한 마디라도 낭비한 게 화가 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있을 것들이 두려워, 실제로는 아무데도 못 가는 나같은 위인이- 여행에서 좋은 것은 자연 뿐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 잠깐의 만남에도 큰 교감을 나눈 듯 이야기하는 것을 듣자면 것도 심술이 난다.  

살지 않는 사람의 감상이란 어떤 식으로든 윤색되는 법이라서, '아이스크림 먹는 할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좀 오버다 싶다.

나의 이런 화딱지, 심술 들은 책장을 모두 다 넘긴 뒤에 닥쳤다. '물가가 정말 싸다'고 열번쯤 말할 때는 정말 싸구나,라고 읽다가 책장을 다 덮고는 '그 나라 사람들 월급이 이만원인데, 그게 뭐가 싸. 자기는 외국인이니까 그런 거잖아!'라고. 그 사람들 월급과 비교해서 트집을 잡을 만큼 이야기가 거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다른 이야기들로 -그러니까 이작가라는 사람의 삶, 책, 영화취향, 성격 등등- 연결되어 풀려나가는 여정은 재미있다.

쿠바라는 나라를 알기 위해서 읽은 것도 아니고, '정말 재미있다'는 말에 혹해 읽은 것이므로 유감은 없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고, 일기란 더더욱 그런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