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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가난한 나라를 여행한 여행기에 '물가가 정말 싸다'라는 말을 읽게 되면 화딱지가 난다. 이 책에도 그런 말이 있다.
동경하는-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고 하는- 나라에 남의 돈으로 갔다 온 것도 배가 아픈데, 자동차와 비행기만으로 슥 훑은 것도 아니고 자전거로 갔다는 것도 부러워 죽을 지경인데, 그런 주제에 '물가가 싸다'는 식의 너무 당연한 아니 당연하다기 보다 그저 상대적인 '사실'을 전하는 데 한 마디라도 낭비한 게 화가 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있을 것들이 두려워, 실제로는 아무데도 못 가는 나같은 위인이- 여행에서 좋은 것은 자연 뿐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 잠깐의 만남에도 큰 교감을 나눈 듯 이야기하는 것을 듣자면 것도 심술이 난다.
살지 않는 사람의 감상이란 어떤 식으로든 윤색되는 법이라서, '아이스크림 먹는 할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좀 오버다 싶다.
나의 이런 화딱지, 심술 들은 책장을 모두 다 넘긴 뒤에 닥쳤다. '물가가 정말 싸다'고 열번쯤 말할 때는 정말 싸구나,라고 읽다가 책장을 다 덮고는 '그 나라 사람들 월급이 이만원인데, 그게 뭐가 싸. 자기는 외국인이니까 그런 거잖아!'라고. 그 사람들 월급과 비교해서 트집을 잡을 만큼 이야기가 거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다른 이야기들로 -그러니까 이작가라는 사람의 삶, 책, 영화취향, 성격 등등- 연결되어 풀려나가는 여정은 재미있다.
쿠바라는 나라를 알기 위해서 읽은 것도 아니고, '정말 재미있다'는 말에 혹해 읽은 것이므로 유감은 없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고, 일기란 더더욱 그런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