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인 것 사계절 아동문고 48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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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날들은 다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오래 산 것도 아니면서, 내가 아이 때는 정말 행복했었고, 아무 근심걱정없었고, 지금과 그 때는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나인 것,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의 삶도 어른의 삶과 다를 바 없이 격렬한 것이다. 다만, 매번 지나간 일들을 좋았던 것으로 되돌리는 기억 때문에 내 지나간 날들의 격렬함도, 다 산 사람처럼 굴던 조숙함도 또 그렇게 잊은 것이다.

읽는 내내 마음은 온통 히데카즈를 따라다녔다. 이름만 멋지다고 자신을 빈정대던 이 소년이 자라는 한 순간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집어든 순간 놓을 수가 없었고, 히데카즈처럼 화가 났고 히데카즈처럼 마음 졸였다.
정작 가출하고 한 동안 '집에서는 정말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는데'를 몇 번이나 되뇌이고, 돌아와서 또 한동안 '가출까지 했는데, 이전과 같으면 안 되지'라고 마음을 다잡는 히데카즈가 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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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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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을 만나는 데에도 인연이 필요하다. 나에게 가장 좋은 때 그 때 만나야 가장 좋은 책이 될 수 있다. 미리 만나면 읽을 수 없었을 책이, 좋은 순간 만나면 최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이 나와 만난 순간은 이르거나 늦었다.  예전에 했던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청소년 드라마라는 한정을 통해 들여다 보면, 흠잡을 데 없지만, 어른을 위한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면, 이것 저것 만족스럽지 못한 구석이 드러났다.

어쩌면 순전히 나의 오해때문이지만, 한계를 인식하고 읽는 것이 나처럼 불필요한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네 명의 열 네살 소년들이 등장하지만, 각각은 드라마의 하루치만큼 끊어지고-누구나의 하루가 그렇지만- 소년들의 관심은 나의 관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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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황기 17
카와하라 마사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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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다.

해황기의 판,이 그런 사람이다. 싸움도 최강, 항해도 최강, 술수도 최강, 사람보는 눈도 탁월한데다, 관대하고. 그런데다가 게으르다. 나기를 그렇게 타고 난 인물이란 말씀.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면서 만화를 본단 말인가.

나는 읽는 내내 투덜거린다. 왜 맨날 웃냔 말여? 눈도 안 뵈고, 실실 쪼개기나 하고.

내가 빌려준 자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보지 마! 안 보면 되잖어.

그래도 본다. 다~ 본다.

너무 완벽한 주인공에, 소년취향의 모험물이라, 여자가 공감할 부분은 거의 없는 만화다.

그림이 많고, 줄거리는 성기다, 싶다. 왕위 쟁탈전이나, 미지의 세계 모험이나, 거짓된 신 놀음이나, 여러가지가 섞였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몰두해 흥미진진해지지 않는다.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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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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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재미있고 글은 쉽게 읽힌다. 교훈적이지만, 참신하지는 않다.

장점 : 내가 한 일에 얼마를 받게될 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볼 수 있다.

- 나는 가난하였지만, 돈에 대하여 초연할 것을 요구하는 아버지를 가졌고, 그래서, 늘 필요했지만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필요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돈에 나를 맞춘다. 물론 나의 능력 밖의 구매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또 어떤 태도가 되냐면 자기가 받을 돈을 달라고 말하지 못하거나, 즐거울 일에 쓰는 돈을 필요없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돈이 없을 때 없다고 말을 못해서 기꺼이 차값을 지불했을 친구들을 잃는다.

- 책을 통해 강연비용을 협상하는 자신을 묘사하는데, 나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거침없다,는 인상을 주는 이 아줌마도 이런 소심한 태도를 지녔던 적이 있구나, 와 함께 역시 좀 더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린다. 그리고는, 엊그제 한 번역의 고료가 얼마인지 메일로 묻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많지 않다'는 언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 일에 구체적인 액수를 듣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이 생각보다 무례하거나,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게 되고.

단점 : 빌려달라는데 거절할 수가 없다.

- 나는 돈을 빌리자고 아직까지 말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친구를 잃을지언정 차값을 빚지지 않는 태도로, 돈이 없다면 필요를 줄이는 태도로,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버티는 태도로, 나는 아직 빌려보지 않았다.

- 오한숙희님은 오고가는 돈 속에 깊어지는 우정,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큰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준 지인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여러 글을 건너 보면 역시 보통 생활인의 태도로 돈 떼인 이웃의 아주머니를 묘사한다. 게다가, 자신의 돈을 쓰기만 하는 가족들을 묘사할 때는 원망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한다. 물론 반성하고 있지만, 역시 사람은 그렇기 마련.  

- 그런데도 역시, '그 돈 때문에 나는 그 사람과 우정을 쌓았노라'라는 대목을 보고 나면, 내가 이 친구를 믿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역시 '돈을 빌려주는 것 뿐'이 아닌가 근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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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묵시록 카이지 23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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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하여 불평할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세상은 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이 너희들한테 기대하는 것은 네가 스스로 만족하다고 느끼기 전에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보여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는 승자나 패자를 뚜렷이 가리지 않을지 모른다. 어떤 학교에서는 낙제제도를 아예 없애고 쉽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사회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라. "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마운틴 휘트니 고등학교(Mt.Whitney)를 방문하여 사회의 문을 밟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준 인생 충고 중 일부다. 물론, 나는 이 충고의 유용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충고가 카이지를 연상시켰다. 카이지를 쓰레기라고 칭하는 '주최측'과 '주최측'의 말들이 빌 게이츠의 충고와 닮았다. 주최측의 말들에 눈물을 흘리는 '쓰레기들'을 보는 것은 참 입맛 쓴 노릇이다. 빌 게이츠의 충고를 메일로 받아든 나는 그래서 선선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빌 게이츠라니.

카이지는 미화하지 않은 날것의 자본주의를 가장 잘 묘사한 책이다. 이런 표현이 가슴이 조마조마하게 다음을 기다리는 이 만화의 매력을 잘못 전달할까 걱정이지만, 더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림은 거칠고 누군가 줄거리를 묻는다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지옥도와 다름없지만,  카이지에게 나름대로 영웅적인 면모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카이지를 쓰레기라 부르면서 사기나 다름없는 도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주최측'의 입에서도, 또는 카이지의 입에서도 가끔은 귀한 인생의 충고가 튀어나와 깜짝 놀란다. 사실, 주최측의 말들이란 악착스레 거부하게 되지만, 카이지가 이런 말을 할 때는 잘 깍아놓은 성공지침서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모든 규칙을 말해주지는 않았어. 규칙을 오해한 사람과 이해한 사람이 같을 수는 없어." 같은.

이 놀라운 카이지가 나를 대신하여 이 교활한 '주최측'에 한 방 먹이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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