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에 죽은 여인과 85년 전에 죽은 남자가 만났다. 그들 사이의 시간적 거리감은 영혼이라는 설정으로 간단히 없애 버리고 시간을 초월한 두 연인(?) 혹은 두 영혼의 사랑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속에 담긴 진정한 화해와 구원의 메세지. 첫사랑에 대한 상실의 아픔. 섬뜩하고 무섭게만 느껴지는 귀신 혹은 영혼이라는 존재를 가지고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헬렌은 130년 전에 이미 죽은 영혼이다. 스스로를 '라이트'라고 부르며 인간들을 '퀵'이라고 부른다. 죽음 너머의 세계로 건너가지 못하고 인간을 '호스트(숙주)'로 삼아 기생하며 살아가는 헬렌. 자신의 호스트에게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지만 직접 그들을 만지지는 못하는 영혼. 130년 이라는 긴 세월을 누구하나 알아보지 못하는 외로움에 지쳐가는 그녀. 죽음 이전의 기억을 가지지 못해 왜 자신이 구원받지 못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그러던 어느날, 무려 130년 만에 자신을 알아보는 '퀵'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그 역시 85년 전에 이미 죽은 '라이트'였으나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 소년의 육신을 빌어 '퀵'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 것이고 그런 그가 그녀를 알아 본 것이다. 130년 만에 느쪄니는 누군가의 시선이 무서워 당황하던 그녀는 긴 세월 지독한 외로움으로 두려움을 떨쳐내고 그에게 다가가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퀵'인 제임스와 '라이트'인 헬렌은 서로 만질 수도 없는 현실. 결국 헬렌은 제임스의 제안대로 영혼이 비어있는 소녀의 몸속으로 들어가는데.... 사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신선하고 기발하다. 세상에 남은 귀신이 흔히 알고 있는 원한에 의한 귀신이 아니라 세상의 마지막 순간에 미쳐 버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구원받지 못한 가여운 존재로 그려진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 중에도 영혼은 이미 육신을 버린 존재들이 있으며 그들의 속에는 다른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다. 그런 영혼들 중에는 '라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악한 존재'도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그 '사악한 존재'라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원한이 있는 귀신 일지도 모르겠지만... 산자와 죽은자의 이야기. 사춘기 소년 소녀의 몸속에 들어간 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 19세기를 살았던 이들의 21세기 이야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인한 영혼의 상실과 화해와 용서를 통한 영혼의 회복. 스스로의 죄책감에 빠져 구원받지 못한 영혼이 진정한 용서를 통해 구원받는 이야기. 기발하고 독창적인 사후세계를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21세기에 적응하는 19세기 영혼의 모습이 가끔 웃음을 짓게하고 사춘기 청소년의 몸을 빌은 어른들의 육체적 사랑이 묘한 관능미를 그려내며 눈물이 한 방울 맺히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은 스스로에 대한 용서를 하게 해준다. 귀신을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다니...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기대가 된다. 무섭고 꺼리는 존재인 영혼을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린 이 소설은 여름이 끝나가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여름이 지나면 조금 섬뜩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안 것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분명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나게 만드는 이야기와 허를 찌르는 반전. 민족적 감정으로 일본 소설마저 거부하던 나의 편견을 멋지게 깨버렸던 작품이다. 그 작품에서 사건을 파헤쳐 나가고 마지막 반전을 이끌어내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물리학자의 추리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때 유가와라는 인물에 호감이 갔다. 그런 유가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고 해서 선택한 작품이 [탐정 갈릴레오]이다. 1. 타오르다 - 도시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빨간실의 정체와 도깨비 불과 함께 일어난 살인사건의 전말은? 2. 옮겨붙다 - 도심의 더러운 연못에서 중학생들에 의해 발견된 알루미늄 데스마스크 드러난 살인 사건의 전말은? 3. 썩다 - 정황상 사고사가 분명한 사건의 피해자의 가슴에 나타난 썩어간 상처의 진실과 사건의 전말은? 4. 폭발하다 - 평화로운 휴양지 해변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사건의 진실은? 5. 이탈하다 -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주장하는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그림. 유체이탈을 주장하는 그림의 진실은? 총 5개의 사건을 유가와의 논리적인 추론과 형사 구사나기의 추적으로 해결해 가는 이야기이다. 문득 보면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유가와의 논리적인 추론과 물리학적인 실험으로 증명되는 과정이 생소한 물리학적 지식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지적유희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어려운 물리학적인 내용들은 일반독자가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 공학부 출신의 특이한 이력을 지닌 작가의 전문적인 지식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모든 사건들이 그렇듯 각각의 사건에는 인간의 삐뚤어진 심성이 들어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파렴치함, 돈에 대한 삐뚤어진 욕망, 물질에 대한 무분별한 욕망... 작가는 각각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인간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비판을 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발생하고 묵인되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한다. 그런 인간의 잘못에 대한 천벌이라는 의미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끌어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섯개의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이후 작품들에 나왔던 기법이나 트릭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날짜를 바꾸는 트릭이나 밀실살인의 트릭 등등.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그의 작품들의 신선함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용의자 X의 헌신]이 이 작품의 여섯번째 이야기였다고 하니...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이다.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의미나 문체의 정결함 같은 것은 잠시 접어두고 작가가 그리는 지적유희에 흠뻑 빠지면 된다. 더위가 물러가고 또 다시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는 시점에 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읽을거리로 추천할 만 하다.
김홍도와 신윤복. 역사적 기록으로 둘 사이를 연결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수많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작년에 읽은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도 한다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또다른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자신의 타고난 재주와 미남자 같은 얼굴만을 믿고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던 가권. 정조의 어진을 그리는 자리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되고 죽을 운명에 처하지만 그의 재주를 아끼던 김홍도에 의해 목숨이 부지되고 일본에 침투할 간자로 키워진다. 정조에게 전할 사라진 일왕의 국서를 되찾게 위해 에도로 침투하게 된 가권은 자신의 뛰어난 재주를 바탕으로 '샤라쿠(寫樂-즐거움을 그린다)'라는 이름의 화가가 되어 간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과연 그는 무사히 일왕의 국서를 찾을 수 있을까? '바람의 화원'을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책과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바람의 화원'에서는 신윤복을 천재적 재능을 지닌 여성적 성향이 강한 캐릭터로 그리고 있고 김홍도가 신윤복의 재능에 감탄하며 약간의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살리에르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책에서는 가권(신윤복)이 흔히 말하는 꽃미남 스타일의 바람둥이로 과감한 결단력과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열정을 지닌 멋진 남성으로 묘사하고 김홍도는 타고난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망나니 같이 날뛰는 가권을 붙잡아 주고 그의 재능이 올바르게 피어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참된 스승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나오는 가권의 모습과 김홍도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소설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간자로서의 임부를 수행하는 가권의 이야기를 축으로 진행된다. 여성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문체에 퓨전사극 대사같은 유머넘치는 문장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등장인물들과 생생한 묘사. 마지막까지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사건들의 전개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반전.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정말 재미가 있어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을 기발하고 민족적 자긍심이 배어나는 상상력에 있다. 일본 미술사에서 잠깐의 등장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미지의 인물은 '샤라쿠'의 정체가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의 간자였다는 상상력이 기발하다. 기록이 전혀 없기에 상상력의 재료가 되는 '샤라쿠'와 역시 기록이 전무하다시피한 '신윤복'을 연결시킨 상상력. 노론이라는 수구세력에 둘러싸여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던 '정조'와 막부의 쇼쿤들에 둘러싸여 실권을 잃은 채 명분만 남아버린 '일왕'의 의기투합 또한 기막힌 상상력이다. 휴대폰에까지 10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린 요즘과 달리 그림만이 유일한 간자의 도구일 수 밖에 없던 시기에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조선 최고의 화가를 조선 최고의 스파이로 둔갑시킨 설정 또한 재미있다. 일왕이 정조에게 일본의 정복을 요청하고 정조가 그의 요청에 응해 일본을 정벌하려 했다는 설정은 작가가 그동안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민족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하는 설정이고 독도문제로 또다시 불거진 한일관계의 뒤틀림 속에서 아예 일본 전체를 복속하려 하는 대단히 도발적이고 그래서 더욱 통쾌한 설정이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에도시대의 일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서양의 문물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막부의 횡포가 극에 달해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 에도시대 화이란과 게이샤들의 생활과 무사계급의 생활들이 마치 눈앞에 보는 듯한 묘사로 살아난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이 에도시대 일본의 힘없는 백성이 되어 버린 듯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 민족적 감정의 연장선에서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배척했던 일본의 문화를 조금 옅볼 수 있었다. '조선의 일본침공'이라는 일본 우익들이 거품을 물을 정도의 도발적인 설정을 하면서도 동시에 조선과 일본을 떠나 사람사는 세상은 어디나 똑 같은 것이고 언제나 희생은 힘없는 백성들의 몫이며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전쟁이라는 것은 정당화 됳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조선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지금의 일본이든 사람들은 모두 같은 사람들이고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얘기를 한다. 민족적 감정이 앞선 색안경을 끼고 보면 미울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일본인들, 일본이라는 나라도 지금의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나라이고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서로간의 감정의 대립으로 인한 지금의 관계가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한 양국의 화합을 이야기 하고 있다. 조선인 간자와 일본인 닌자의 사랑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일 것이다. 결국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작가가 본 것은 지배층의 논리에 의해 강요된 대립이 아닌 대부분의 선량한 백성들의 힘으로 이루는 화합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사상 최고의 폭염이 찌는 이번 여름. 통쾌함과 재치, 아련함 사랑의 아픔과 민족적 자긍심이 담긴 이 책은 충분히 권할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자신만의 '낙원'을 그려본다. 힘들고 지친 세상살이에서도 견디는 힘은 그런 '낙원'과 '행복'에 대한 희망 때문이다. 그런 '행복'과 '낙원'은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한다. 크던 작든, 잘못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녀의 대표작인 '모방범'에서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상처와 그들의 슬픔과 그 슬픔을 극복하는 의지를 이야기하던 미미여사가 이 책에서는 자식을 죽이는 가해자가 되어버린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서 평범하게만 보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낙원'의 모습과 그 '낙원'을 위해 희생되어가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모방범' 사건에서 처절한 패배를 겪었던 시게코는 그 사건을 의식적으로 지우는 대가로 평온한 '낙원'을 만들고 도시코의 할머니는 자신의 손녀인 도시코의 삶을 희생시켜 가족위에 군림하며 '낙원'을 만들고 도시코의 가족들은 도시코를 할머니의 재물(?)로 바치고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며 '낙원'을 만들고 도시코와 히토시는 가족들과의 결별을 대가로 둘만의 행복한 '낙원'을 만든다. 그러나 과연 그 '낙원'의 대가가 범죄라면 어떨까? 아카네를 죽임으로써 세이코를 지키며 자신들의 '낙원'을 만든 도이자키 가족에게 그 대가는 정당한 것인가? 단지 불량하고 행실이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결국 그 대가로 선택된 아카네의 죽음은 정당한 것인가? 겉으로는 정말 행복해 보이고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가족에게 숨겨진 끔찍한 사건의 진상. 우리 모두는 조금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가 자신의 '낙원'을 위한 대가를 치른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책이다. 나 역시 지금의 가족을 위해서 개인적으로 치른 대가가 만만치 않기에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더 컸다. 지금도 그 대가를 어쩔 수 없는 대가였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만의 '낙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위로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초라한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진 '낙원'을 위한 대가로 외면했던 모든 것에 상처받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조금은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함이 생겼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만.... 전 3권, 총 1500여 페이지를 자랑하던 '모방범' 보다는 덜하지만 2권, 900 페이지에 이 책의 두꼐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모방범'에 비해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차피 '모방범'의 후속작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모방범'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나는 이 작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모방범'이 뛰어난 심리묘사와 등장인물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역작이긴해도 워낙 많은 인물과 워낙 많은 사건들의 전개로 어지럽고 정돈되지 못하고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시게코라는 작가의 맹렬한 추적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로 좀 더 읽기 쉬웠고 탁월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뛰어나 심리묘사와 등장인물들의 평탄하지 않은 인생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잔혹하고 냉철한 비판이 빠지지 않고 있으니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된다. 나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카네 부모의 선택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들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라지만 내 아이가 아카네처럼 된다면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세상은 점점 험해지고 내 아이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사회 분위기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내 아이를 보호하고 감싼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삐뚤어지기도 하는 사회이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너무 섬찍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이 비슷한 생각일 듯.... 결국 이야기를 풀어가는 결정력 계기가 '사이코메트리'라는 초능력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보다 논리적이고 보다 현실적인 방법의 해답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겨우 고등학생인 '시게'에게 '아카네'의 부모들이 휘둘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속죄'의 의미라고 설명하지만 고개가 끄덕여 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자신들도 대등한 정도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더욱 더.
백만장자이며 환경운동 단체의 최대 기부자인 '조지 모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한 작은 나라 '바누투'를 대신하여 미국 환경청에 소소을 제기한 환경단체를 위해 천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기부한 자금의 일부가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게되고 환경단체를 조사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숨겨진 진실을 알게되고.... 그러던 어느날 그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실종되게 되고 모턴의 변호사인 '에반스'는 모턴의 마지막 지시에 따라 환경단체의 음모를 파헤쳐 나가게 되는데... 그의 앞에 서서히 드러나는 조작된 공포의 진실과 과격한 환경론자들의 거대한 음모. 역시 '마이클 클라이튼' !!! [쥬라기 공원]으로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사이언스 스릴러'의 거장, 마이클 클라이튼. 개인적으로 그의 열렬한 팬 중의 한명 이었기에 그의 신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났다. 결론은 역시 마이클 클라이튼 이다. [쥬라기 공원]에서는 너무도 기발한 상상력과 폭넒은 과학 지식을 통해 그럴듯한 가설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이 책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완전히 객관적이고 검증된 자료들을 들이대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군 온난화, 환경문제에 대한 모든 진실들을 밝혀내고 있다. 조작된 공포가 세상을 지배한다 !!! 정말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 했는가? 정말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더워지고 있는가? 정말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후는 급변하고 인류에게 재앙이 닥칠 것인가? 정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빙하는 모두 없어지고 있는가? 우리가 상식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위의 물음들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아니오'이다. 그럼 왜 우리는 위의 모든 질문들의 답을 '예'라고 알고 있는가? 냉전이 끝나고 국민들을 지배할 이데올로기가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국민들을 통제할 무언가가 필요한 정치인들, 치열한 시청률 경쟁속에서 조금이라도 자극적이고 조금이라도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필요한 미디어들, 이제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소송이 필요한 환경단체와 변호사들. 이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내 '조작된 공포'가 너무도 자연스레 우리에게 스며들었고 그래서 우리는 '아니오'라는 답을 '예'라고 알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작가는 철저하고 고증된 수많은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진실을 알려준다. 그 진실이란 너무 무서워서 한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환경단체들을 일반인들에게 환경문제를 환기 시키기 위해 무서운 음모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들의 목적이 일면 합당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수단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생을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치 않다. 그들은 잘못된 신념을 올바른 신념으로 믿고 잘못된 방법을 정당화 시키며 자기 합리화를 할 뿐이다. 그러나 세상엔 그런 사람이나 단체가 무수히 많고 그래서 이 책의 사건이 더욱 현실성이 있다. 빠질 수 없는 모험과 액션 마이클 클라이튼의 작품들을 보면 모두 영화가 연상된다. 언제나 함께하는 모험과 넘쳐나는 액션이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영화화가 된다면 분명히 흥행을 개인적으로 확신한다. 한여름 시원하게 읽으면서 무서운 진실을 알게되는 최고의 스릴러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