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고 자신만의 '낙원'을 그려본다. 힘들고 지친 세상살이에서도 견디는 힘은 그런 '낙원'과 '행복'에 대한 희망 때문이다. 그런 '행복'과 '낙원'은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한다. 크던 작든, 잘못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녀의 대표작인 '모방범'에서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상처와 그들의 슬픔과 그 슬픔을 극복하는 의지를 이야기하던 미미여사가 이 책에서는 자식을 죽이는 가해자가 되어버린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서 평범하게만 보이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낙원'의 모습과 그 '낙원'을 위해 희생되어가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모방범' 사건에서 처절한 패배를 겪었던 시게코는 그 사건을 의식적으로 지우는 대가로 평온한 '낙원'을 만들고 도시코의 할머니는 자신의 손녀인 도시코의 삶을 희생시켜 가족위에 군림하며 '낙원'을 만들고 도시코의 가족들은 도시코를 할머니의 재물(?)로 바치고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며 '낙원'을 만들고 도시코와 히토시는 가족들과의 결별을 대가로 둘만의 행복한 '낙원'을 만든다. 그러나 과연 그 '낙원'의 대가가 범죄라면 어떨까? 아카네를 죽임으로써 세이코를 지키며 자신들의 '낙원'을 만든 도이자키 가족에게 그 대가는 정당한 것인가? 단지 불량하고 행실이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결국 그 대가로 선택된 아카네의 죽음은 정당한 것인가? 겉으로는 정말 행복해 보이고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가족에게 숨겨진 끔찍한 사건의 진상. 우리 모두는 조금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가 자신의 '낙원'을 위한 대가를 치른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책이다. 나 역시 지금의 가족을 위해서 개인적으로 치른 대가가 만만치 않기에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더 컸다. 지금도 그 대가를 어쩔 수 없는 대가였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만의 '낙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위로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초라한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진 '낙원'을 위한 대가로 외면했던 모든 것에 상처받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조금은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함이 생겼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만.... 전 3권, 총 1500여 페이지를 자랑하던 '모방범' 보다는 덜하지만 2권, 900 페이지에 이 책의 두꼐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모방범'에 비해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어차피 '모방범'의 후속작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모방범'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나는 이 작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모방범'이 뛰어난 심리묘사와 등장인물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역작이긴해도 워낙 많은 인물과 워낙 많은 사건들의 전개로 어지럽고 정돈되지 못하고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시게코라는 작가의 맹렬한 추적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로 좀 더 읽기 쉬웠고 탁월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뛰어나 심리묘사와 등장인물들의 평탄하지 않은 인생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잔혹하고 냉철한 비판이 빠지지 않고 있으니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된다. 나 역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카네 부모의 선택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들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라지만 내 아이가 아카네처럼 된다면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세상은 점점 험해지고 내 아이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사회 분위기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내 아이를 보호하고 감싼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삐뚤어지기도 하는 사회이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너무 섬찍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이 비슷한 생각일 듯.... 결국 이야기를 풀어가는 결정력 계기가 '사이코메트리'라는 초능력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보다 논리적이고 보다 현실적인 방법의 해답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겨우 고등학생인 '시게'에게 '아카네'의 부모들이 휘둘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속죄'의 의미라고 설명하지만 고개가 끄덕여 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자신들도 대등한 정도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