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인 러브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30년 전에 죽은 여인과 85년 전에 죽은 남자가 만났다.
그들 사이의 시간적 거리감은 영혼이라는 설정으로 간단히 없애 버리고
시간을 초월한 두 연인(?) 혹은 두 영혼의 사랑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속에 담긴 진정한 화해와 구원의 메세지. 첫사랑에 대한 상실의 아픔.
섬뜩하고 무섭게만 느껴지는 귀신 혹은 영혼이라는 존재를 가지고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헬렌은 130년 전에 이미 죽은 영혼이다.
스스로를 '라이트'라고 부르며 인간들을 '퀵'이라고 부른다.
죽음 너머의 세계로 건너가지 못하고 인간을 '호스트(숙주)'로 삼아 기생하며 살아가는 헬렌.
자신의 호스트에게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지만 직접 그들을 만지지는 못하는 영혼.
130년 이라는 긴 세월을 누구하나 알아보지 못하는 외로움에 지쳐가는 그녀.
죽음 이전의 기억을 가지지 못해 왜 자신이 구원받지 못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그러던 어느날, 무려 130년 만에 자신을 알아보는 '퀵'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그 역시 85년 전에 이미 죽은 '라이트'였으나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 소년의 육신을 빌어
'퀵'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 것이고 그런 그가 그녀를 알아 본 것이다.
130년 만에 느쪄니는 누군가의 시선이 무서워 당황하던 그녀는
긴 세월 지독한 외로움으로 두려움을 떨쳐내고 그에게 다가가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퀵'인 제임스와 '라이트'인 헬렌은 서로 만질 수도 없는 현실.
결국 헬렌은 제임스의 제안대로 영혼이 비어있는 소녀의 몸속으로 들어가는데.... 

사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신선하고 기발하다.
세상에 남은 귀신이 흔히 알고 있는 원한에 의한 귀신이 아니라
세상의 마지막 순간에 미쳐 버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구원받지 못한 가여운 존재로 그려진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 중에도 영혼은 이미 육신을 버린 존재들이 있으며
그들의 속에는 다른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이다.
그런 영혼들 중에는 '라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악한 존재'도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그 '사악한 존재'라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원한이 있는 귀신 일지도 모르겠지만... 

산자와 죽은자의 이야기.
사춘기 소년 소녀의 몸속에 들어간 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
19세기를 살았던 이들의 21세기 이야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인한 영혼의 상실과 화해와 용서를 통한 영혼의 회복.
스스로의 죄책감에 빠져 구원받지 못한 영혼이 진정한 용서를 통해 구원받는 이야기.
기발하고 독창적인 사후세계를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21세기에 적응하는 19세기 영혼의 모습이 가끔 웃음을 짓게하고
사춘기 청소년의 몸을 빌은 어른들의 육체적 사랑이 묘한 관능미를 그려내며
눈물이 한 방울 맺히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은 스스로에 대한 용서를 하게 해준다.
귀신을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다니...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기대가 된다. 

무섭고 꺼리는 존재인 영혼을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린 이 소설은
여름이 끝나가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여름이 지나면 조금 섬뜩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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