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루주의 개선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3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천재적인 의사의 비밀과 그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아과 간호사를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나이팅게일의 침묵]
단 2권의 소설로 다구치-시라토리 콤비를 최고의 언발런스 콤비로 등극시킨 가이도 다케루.
그가 다구치-시라토니 콤비에 얼음공주 '히메미야'를 등장시킨 세번쨰 소설을 선 보였다.
이번엔 응급의료센터의 독재자이자 병원의 스타인 제너럴루즈의 뇌물수수를 다룬 [제너럴 루즈의 개선] 

도조대학 병원의 오렌지 신관을 출범 초기의 웅장한 계획과는 달리
매년 반복되는 만성적자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병원의 계륵이 되어간다.
병원의 수익개선을 목표로 구조개혁에 나선 사무장의 압박으로 궁지로 몰리게 되는 오렌지 신관.
이 오렌지 신관을 지배하는 독재자이자 병원의 최고 스타의사인 응급구명센터의 '히야미' 부장.
'제너럴 루즈'라는 명예롭고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 되는 별명으로 대변되는 바 대로
타고난 카리스마와 뛰어난 실력으로 오렌지 신관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 그가 뇌물을 수수하고 있다는 익명의 투서가 다구치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에 전달된다.
다구치와 대학 동기이며 개인적으로 친한 히야미와 관련된 뇌물수수에 대해
다카시나 병원장은 '바티스타 스캔들' 이후로 다구치의 앙숙이 된 '에식스 위원회'에 의뢰를 하게 된다.
또 다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다구치와 어김없이 뜬금없이 나타나는 시라토리, 거기에 얼음공주까지...
응급구조의 신인 '히야미'는 결국 경영합리화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뇌물수수 스캔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에식스 위원회'와 '리스크 위원회'의 대결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심장외과의 현실을 다룬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소아과의의 현실을 다룬 [나이팅 게일의 침묵]에 이어
이번엔 응급구명센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심장외과, 소아과, 응급구명센터의 공통점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계속 유지시킬 수도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는 계륵같은 존재들이다.
가이도 다케루는 자신의 메티컬 엔터테인먼트 시리즈를 통해서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지금의 대학병원에서
경제논리에 의해 서서히 존재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순수한 학문의 연구나 환자의 치유를 우선으로 하기보다 경제논리에 좌우되고 있는 대학병원의 현실을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메스를 대고 치밀한 논리로 경제논리를 깨뜨리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화식조' 시라토리는 어쩌면 작가의 분신인 듯한 느낌이다.
시라토리의 신분을 대학병원의 이런 변화에 일조하고 있는 공무원으로 만든 점도 재미있다.
공무원의 입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논리를 시라토리가 대신함으로써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이 책은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래 한권의 책으로 내려던 것을 두개의 책으로 분리해도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나눈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비교해 보면 시간의 흐름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사건의 흐름도 맞아 떨어진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등장했다 퇴장하는 인물(기사라기 쇼코 같은)들을 보면서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보니까 그 때의 등장들이 뜬금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을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함께 읽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따로 따로 떼어 놓으니 뭔가 허전함이 남았었는데 함께 읽으니 완성도가 높아졌다.
차라리 두께가 더 두꺼워 지더라고 원래대로 한권으로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티스타 스캔들'에서 시라토리에 의해 완전히 휘둘리던 다구치.
병원내 권력투쟁에서 전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우왕좌왕 하던 다구치가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권력투쟁에는 무관심하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병원 권력의 중심이 되어 버렸고
논리 몬스터 시라토리의 맹공에 여전히 휘둘리지만 나름의 영역을 확보해 가는 모습까지.
같은 시기에 일어난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보다 훨씬 발전된 논리와 영역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일관성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같은 시기에 저런 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책에 새로 등장하는 얼음공주 '히메미야'. 그야말로 폭소를 자아내는 인상적인 등장이다.
'미스 도미노' 같은 등장을 하기도 하지만 응급상황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라토리의 첫 등장 보다 훨씬 유쾌하고 훨씬 인상적인 등장이다.
앞으로 그녀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라토리와 히메미야의 틈바구니에 끼어 버릴 다구치를 생각하면 조금 불쌍하기도 하지만. ^^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들은 스릴러나 미스테리가 아니다.
몇몇 작품에 그런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소설의 장르는 '엔터테인먼트'이다.
말 그대로 '즐거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인이 절대로 접근하기 힘든 의료계를 재료로 하는.
외과의사로 현장을 누볐던 경험이 바탕으로 하는 실감나는 묘사와 날카로운 비판,
어쩌한 반박도 허용치 않을 만큼의 완벽한 논리로 무장한 카타르시스까지. 즐거움의 향연이다.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두뇌의 유희를 선사하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소설이다. 

응급 구급센터의 재정 악화를 리베이트로 메꾼다는 설정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결점이다.
현장의 소리를 모르는 이론적 윤리만 강조하는 '윤리위원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윤리 위원회'를 아무 소용없는 이론의 장으로만 묘사하는 부분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부분은 작가 역시 의사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비약이 좀 심한 느낌이다.
'의료와 윤리'의 문제는 단 한권의 소설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작가의 주장도 하나의 주장일 뿐이고 그 주장에 대한 수용은 독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 책을 여름의 더위를 충분히 식혀줄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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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1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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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 그 시작을 만나다. 

얼마전에 읽은 [페이드 어웨이].
주로 북 카페에서 책 정보를 얻어서 선택하는데 [페이드 어웨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했던 책이다.
게다가 재미있었기까지 했으니...
나름 유명한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라고 하길래 시리즈를 다 읽기로 작정하고 그 시리즈의 처음을 찾았다.
그 책이 바로 [위험한 계약]. 총 2권짜리 책이고 각 권의 두께도 만만지 않았지만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  

'여전히'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시리즈 다음편을 읽었다면 '여전히'라는 말이 맞겠지만 거꾸로 읽었더니... ㅎㅎ
암튼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상당하다.
슈퍼 히어로가 나오지는 않지만 모든 것에 만능인 만화 주인공 같은 인물들.
'마이런', '윈', '제시카', '에스페란자'.
이 4인방은 어쩌면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대로 평범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평소에는 보통 사람 같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비범한 인물들.
각각의 인물이 모두 매력적이고 개성이 강하고 유혹을 당하고 싶은 인물들이다. 

이번에 미식축구. 사라진 슈퍼스타의 애인을 찾아라 !!! 

마이런은 초보 에이전트로 대학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인 '크리스천 스틸'의 대형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구단과의 불편한 의견차이로 계약의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나타난다.
크리스천의 애인으로 1년전에 실종된 '캐시 컬버'의 나체사진이 실린 포르노 잡지가 크리스천의 앞으로 배달된 것.
모두들 죽었다고 생각하는 캐시의 사진으로 크리스천은 혼란에 빠지고 마이런의 계약도 난항을 거듭한다.
게다가 캐시는 마이런의 전 애인인 '제시카 캘버'의 동생.
동생의 실종에 이어 아빠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겪은 제시카는 '마이런'을 찾아온다. 물론 다른 목적도 가지고...
결국 자신의 최대 물주인 크리스천의 의뢰와 제시카의 부탁으로 마이런은 캐시를 찾아나서게 되는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록 점점 더 꼬이는 증거와 단서들...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또 하나의 살인....
과연 마이런은 캐시를 찾아내고 크리스천의 계약을 성공할 수 있을까?
제시카의 가족에게 일어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제시카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철저히 미국적인, 철저히 재미 위주의 소설. 

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여러 목적이 있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철저히 미국적인 정서와 미국적인 유머로 가득 찬 헐리웃 영화의 대본을 목적으로 하는
철저히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이다. 결국 올해 헐리웃 영화로 개봉된다고 하니 성공이라고 해야 할까?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매력도 바로 이런 점이다.
심각하거나 메세지의 전달이 아닌 철처한 재미 위주의 소설.
마이런의 재치넘치는 유머(다분히 미국적이긴 하지만)와 윈의 슈퍼스타급 액션(태권도라고 한다. 뿌듯!!!),
제시카의 섹시하고 지적인 매력과 에스페란자의 재치 넘치는 위트와 마이런과의 대화.
이런 재료들을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에 요소요소 배치해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 추리소설의 백미라 하는 반전의 힘과 마지막까지 범인을 숨기면서 독자를 유혹하는 노련함까지...
이 작가의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 독자의 눈을 책에서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편의 헐리웃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것도 화끈한 액션영화를 말이다. 그러니 액션영화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난 소설이나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철저히 재미다.
간혹 사람들은 액션영화에서 스토리가 없다고 비판하지만 그건 액션영화에 할 얘기가 아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확실히 제공하는 것은 재미다.
그렇다고 이 책의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치밀하고 빈틈이 없어서 기가 막힐 정도이다. 

난 가끔 추리소설 작가라는 사람들이 참 궁금하다.
그들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완전범죄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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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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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우리는 흔히 역사라 하면 역사속 유명한 인물들이
나라를 세우고 전쟁을 하고 나라를 빼앗고 나라를 지키고
권력을 다투고 권력을 위해 죽이고 죽는 왕조사 중심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아무리 위대한 역사라해도 그것은 결국 개인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 마을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고장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결국 시간의 흐름속에 역사가 된다.
그렇기에 역사속 개인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을 지녔다.
이 책은 그런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했고 인물에 촛점을 둔 시각으로 역사를 이야기 한다.
 

스치듯 지나갔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되새김질 한다. 

나름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대중역사서를 즐겨읽는 나에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대한 왕조사나 통사속에서 한번씩 들어봤던 인물들이다.
그렇듯 나에게 스쳐 지나갔던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 알게 된 '홍순언'이라는 외교관. 소설에서 스쳐 지나갔던 '리진'이라는 여인,
장군과 제왕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제왕 '이정기', 그저 배신자로 알고 있던 '신숙주',
교과서에서 조차 죽어있던 '이준'열사, 아들을 죽인 매정한 아버지였던 '영조',
드라마 '대장금'에서 왜곡되었던 '김만덕', 이름조차 몰랐던 '덕혜옹주',
김옥균을 죽인 지독한 보수주이자 '홍종우', 생각보다 위대했던 장군 '신유'까지...
여러 권의 역사서 또는 드라마 또는 소설 또는 다큐멘터리에서 스쳐갔던 10명의 인물들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 주변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긴 의미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과거의 역사속에 오늘의 모습을 비춰 본다. 

10명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그 시대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안카까움과 분노와 슬픔과 연민이 함께 찾아온다.
그와 동시에 오늘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모습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비논리적이지만 섬뜩한 진실에 두려워 진다.
몇 백년전 몇 십년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 하는 지금의 모습.
무한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의 우리는 그렇지 않은듯 하다.
답답한 무한반복처럼 느껴질 뿐....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느낀다. 

공영방송 K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가 이 책의 모태이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의 한계가 느껴진다.
방송 시간의 문제, 주류 사학의 반발에 대한 우려, 급진적 주장을 할 수 없는 공영방송의 한계.
책을 읽다보면 조금만 더 파헤치고 조금만 더 주장을 펼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어느 한계가 되면 스스로 꼬리를 말아버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방송의 한계이고 다큐의 한계일 것이다.
또한 작가가 따로 없이 KBS 제작팀이 저자이다 보니 주관이 없는 것이 아쉽다.
작가가 있는 다른 교양역사서들이 작가 특유의 역사관과 주제의식이 있는 것에 비해
이 책은 사실의 나열과 심층적인 취재는 좋은데 그게 전부이다. 아쉽다.
 

개인의 역사에서 희망을 본다. 

이 책에 나오는 개인들은 모두 역사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약소국의 외교관, 천한 관기, 패망한 나라의 유민....
그러나 그들은 그런 한계들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역사를 창조했다.
그리고 그 역사들이 모여 시대의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이 점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오늘낭 위정자들의 모습이 그 때의 모습과 비슷하고 답답하지만
나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그 개인의 역사가 보인다면
먼 훗날 조금은 달라진 미래가 후손들에게 전해질 거라는 희망이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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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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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쾌한 다구치와 시라토리. 

아마도 다구치가 펄쩍 뛰겠지만 두사람의 콤비는 정말 찰떡궁합이다.
명확하고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다구치와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람의 감정을 자극해서 숨길 수 없는 본성을 느러내는 시라토리.
작가의 전작인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콤비는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기본적인 성향을 설명해야 했던 전작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바로 끌어낼 수 있으니까.
 

새로운 인물의 등장. 새로운 라이벌(?)의 형성. 

전작에서 주인공 이상의 포스를 보여주었던 후지와라 간호사.
이 작품에서는 그에 견줄만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천리안 고양이' 네코타 간호사장.
네코타가 후지와라의 수제자라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녀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다.
다구치에게는 경이로운 인간인 시라토리.
그런 시라토리를 이용해 먹는 다구치가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디지털 하운드 독' 가노이다.
학교때 부터 시라토리와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로 등장하는데
다구치가 시라토리를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당황하는 시라토리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다구치와 마찬가지로 가노의 그림자 아닌 그림자가 되어버린 다마무라.
다구치와 다마무라, 가노와 시라토리, 후지와라와 네코타.
각각의 인물들의 묘한 관계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이들. 

망막아종을 앓고 있어서 안구를 적출해야만 하는 두 아이, 미즈토와 아쓰시.
백혈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유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이 아이들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썼듯이 '아이들과 소아과를 경시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도 아마 소아과를 경시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어야 한다.
다구치가 패시브 페이지를 하는 대상도 아이들이고
시라토리가 액티브 페이지를 하는 대상도 아이들이다.
살인사건과 아이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세상이 아이들의 세상이라고 생각된다.
책에 나오는 '울트라 맨'의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의 세계를 아주 조금 엿보게 해준다.
 

의사인 작가가 환자에게 갖는 미안함.

작가는 현직 의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작가이기 이전에 의사의 모습이 보인다.
더 이상 치료의 길이 없는 알코올 환자 사에코에게 알콜을 처방하고
생명을 잃어가는 유키에게 잠깐의 탈출(?)을 주는 장면은
어쩌면 작가 이전에 의사로서 환자에게 갖는 미안함에 대한 사과인 듯 하다.
자신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희생을 하지 않으려 하는 요즘의 젊은 의사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기요미를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역시 직업은 못 속인다.
 

학대가 아닌 듯한 학대, 방임. 

꼭 때리고 상처를 입혀야만 아동 학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미즈토의 아버지 처럼 아이를 그냥 방치해 두는 것도 학대다.
어차피 자기가 세상에 빛을 보게 한 아이라면 자기가 책임은 지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도덕성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는다고 학대가 아닌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도 비슷한 사람을 보았기에 미즈토의 분노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추리소설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전작이었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추리소설이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었으니까.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은 추리소설 보다는 논리학 교과서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범인은 누구인데 왜 그가 범인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봐라.' 라는 문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 듯한 느낌. 그래서 처음부터 추리소설로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전작에서와 같이 Ai(옵티마 이미지)를 사용한 해결과정도 그렇고
'공감각'을 통한 청각의 시각적 변환도 그렇고
'DMA(Digital Movie Analysis)'를 통한 범죄현장의 재구성도 그렇고
전체적인 사건의 해결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논리적으로 명확하지 않는 느낌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는 여러 도구들의 사용이 오히려 이해도를 떨어뜨린 느낌이다.
결국 살인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는 결말도 아쉽다.
물론 에필로그를 통해서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함이라지만 그래도 아쉽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작에 비해 조금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원래 2권짜리 분량을 2개의 작품으로 나누어서 발간한 것이라 하니 다음편이 기대가 된다.
다음 작품까지 읽으면 지금의 이 아쉬움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어쨋든 정말 즐겁고 유쾌한 책읽기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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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 -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
서정민 지음 / 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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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두가 성군이라 칭하는 세종이 연루된 부패사건의 전말. 

사극이 뜨면 주인공에 대한 다양한 역사서가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책 또한 한창 방영중인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그런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의혹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할 때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시류에 편승해서 나오는 역사서들 치고 제대로 된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세종시대 조말생 사건을 통해서 그 시대의 법치와 오늘날의 법치를 비교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참신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조말생은 세종의 부왕인 태종때부터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고
개인적으로 아버지 태종을 무서워했다고 생각하는(나 자신의 생각임) 세종으로써는
계속적으로 대우를 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물이 사형의 형량을 10배 가까이 능가하는 부패사건에 휘말리자
세종은 강력한 의지로 철저한 수사를 지휘하지만 그에 대한 처벌은 이해할 수 없게한다.
대간들의 계속되는 사형 주장에도 굽히지 않고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서까지
그의 목숨을 살려주었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 사면 -> 복권 -> 복직의 무리수를 둔다.
성군이라 일컬어지는 세종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던가?
작가는 그 이유를 조말생의 능력에 두고 있다.
군사적 지식과 외교적 능력, 그리고 행정적인 실무능력짜지...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극소수의 양반들, 그중에서도 문제가 없는 양반들을 대상으로 하는
너무나도 한정된 조선의 인력 Pool에서 '조말생'이라는 인물은 개인적 부패를 이유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세종은 '조말생'을 살린 것이 아니라 그의 '능력'을 살린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것이 세종의 실리였고 그러면서도 그의 무죄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수사기관에서 수사한 내용을 인정하는 법치주의와의 조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난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한정된 인력 Pool, 돋보이는 능력, 그 시대의 국제정세를 보았을 때
조말생이라는 인물의 능력이 아까울 수 밖에 없고 세종의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원칙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언젠가 그 댓가를 치르게 된다.
그렇기에 정당한 수사와 정당한 재판을 거친 대간들의 요구는 마땅히 받아 들여져야만 했다.
세종 스스로 그 원칙을 버리고 대간들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그 잘못을 결과를 보고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조말생이 세종의 기대에 부응하는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면 과연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세종의 잘못은 분명한 잘못이다.
세종이 성군이라는 이유로 그 잘못을 합리화 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장점은 조선의 법치를 파헤쳤다는 것에 있다.
사극의 잘못된 묘사로 인해 조선은 법 보다 양반 또는 왕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그러나 조선의 국왕은 중국의 황제들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것이 아니다.
사대부가 다스리는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일등 사대부'의 한 사람 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언제나 사대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다.
그렇치 않고 혼자만의 독단으로 정치를 하면 '반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이 '황제의 나라'였다면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였던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묘사하는 것과는 다르게 조선은 선진적인 법제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 법을 바탕으로 하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사회이다.
왜곡되고 숨겨졌던 조선의 법치를 일반인들에게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시도 이다. 

그러나 역사책을 기대하고 읽은 나에게 이 책은 역사 이외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
작가가 법조계 인물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서나 역사의 인용보다
법전이나 법학의 이야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교양역사서로 보기에 아쉬운이 있다.
법조인 특유의 도덕적이고 딱딱한 문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역사서를 읽는다는 느낌 보다는 논문을 읽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좋은 시도를 가진 책이지만 역사서로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또한 그 결론마저 나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왠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논란에 대한
일종의 변명처럼 느껴졌다면 너무 과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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