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여전히 유쾌한 다구치와 시라토리. 

아마도 다구치가 펄쩍 뛰겠지만 두사람의 콤비는 정말 찰떡궁합이다.
명확하고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다구치와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람의 감정을 자극해서 숨길 수 없는 본성을 느러내는 시라토리.
작가의 전작인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콤비는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기본적인 성향을 설명해야 했던 전작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바로 끌어낼 수 있으니까.
 

새로운 인물의 등장. 새로운 라이벌(?)의 형성. 

전작에서 주인공 이상의 포스를 보여주었던 후지와라 간호사.
이 작품에서는 그에 견줄만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천리안 고양이' 네코타 간호사장.
네코타가 후지와라의 수제자라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녀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다.
다구치에게는 경이로운 인간인 시라토리.
그런 시라토리를 이용해 먹는 다구치가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디지털 하운드 독' 가노이다.
학교때 부터 시라토리와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로 등장하는데
다구치가 시라토리를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당황하는 시라토리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다구치와 마찬가지로 가노의 그림자 아닌 그림자가 되어버린 다마무라.
다구치와 다마무라, 가노와 시라토리, 후지와라와 네코타.
각각의 인물들의 묘한 관계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이들. 

망막아종을 앓고 있어서 안구를 적출해야만 하는 두 아이, 미즈토와 아쓰시.
백혈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유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이 아이들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썼듯이 '아이들과 소아과를 경시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도 아마 소아과를 경시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어야 한다.
다구치가 패시브 페이지를 하는 대상도 아이들이고
시라토리가 액티브 페이지를 하는 대상도 아이들이다.
살인사건과 아이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세상이 아이들의 세상이라고 생각된다.
책에 나오는 '울트라 맨'의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의 세계를 아주 조금 엿보게 해준다.
 

의사인 작가가 환자에게 갖는 미안함.

작가는 현직 의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작가이기 이전에 의사의 모습이 보인다.
더 이상 치료의 길이 없는 알코올 환자 사에코에게 알콜을 처방하고
생명을 잃어가는 유키에게 잠깐의 탈출(?)을 주는 장면은
어쩌면 작가 이전에 의사로서 환자에게 갖는 미안함에 대한 사과인 듯 하다.
자신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희생을 하지 않으려 하는 요즘의 젊은 의사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기요미를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역시 직업은 못 속인다.
 

학대가 아닌 듯한 학대, 방임. 

꼭 때리고 상처를 입혀야만 아동 학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미즈토의 아버지 처럼 아이를 그냥 방치해 두는 것도 학대다.
어차피 자기가 세상에 빛을 보게 한 아이라면 자기가 책임은 지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도덕성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는다고 학대가 아닌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도 비슷한 사람을 보았기에 미즈토의 분노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추리소설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전작이었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추리소설이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었으니까.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은 추리소설 보다는 논리학 교과서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범인은 누구인데 왜 그가 범인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봐라.' 라는 문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 듯한 느낌. 그래서 처음부터 추리소설로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전작에서와 같이 Ai(옵티마 이미지)를 사용한 해결과정도 그렇고
'공감각'을 통한 청각의 시각적 변환도 그렇고
'DMA(Digital Movie Analysis)'를 통한 범죄현장의 재구성도 그렇고
전체적인 사건의 해결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논리적으로 명확하지 않는 느낌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는 여러 도구들의 사용이 오히려 이해도를 떨어뜨린 느낌이다.
결국 살인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는 결말도 아쉽다.
물론 에필로그를 통해서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함이라지만 그래도 아쉽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작에 비해 조금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원래 2권짜리 분량을 2개의 작품으로 나누어서 발간한 것이라 하니 다음편이 기대가 된다.
다음 작품까지 읽으면 지금의 이 아쉬움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어쨋든 정말 즐겁고 유쾌한 책읽기를 보장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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