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아... 눈물이 맺힌다...
서용준... 내 친구도 아니고 내 나이대도 아닌데
그의 그이야기를 읽으며 코 끝이 찡해짐을 어쩔 수 없었다.
젊음의 방황을 끝내고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다지던 인생의 황금기에
그 자신의 선택도 아닌 어쩔 수 없음으로 인한 그의 좌절에 막막했고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으나 스스로가 느끼는 죄책감이 가여워 보였고
어느덧 스스로의 꿈을 접으면서도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그의 체념에 가슴 아팠다.
타인이 보기에는 짐이 될 뿐이 아버지를 의지하며 아버지를 대신하는 그의 책임감에 고개 숙였다.
그 아버지를 끝내 보내고 통곡하는 그의 눈물을 나 역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가 코 끝이 찡해지는 경험은 정말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며 여러번 찡해지는 코 끝에 억지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출퇴근 시간에 복잡한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21세기에 만나는 조선시대 효자이야기
조선시대에는 소문난 효자에게는 나라에서 효자문을 세우고 표창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는 그 효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고
부모는 효도를 바쳐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아무런 부담없이 의지하는 대상이 되었다.
효의 의미, 가족의 의미,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것...
이제는 구시대의 가치로 전락해 버린 이런 가치들에 대해 몸으로 보여주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 역시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옆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일 뿐인데
그가 보여주는 삶은 그 자체로 잃어버린 위대한 가치에 대한 표본이 되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죄책감없이 망각하고 처박아 버렸던 귀중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책들이 수많은 작가가 만들어 내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주지 못한 진한 감동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주인공 서용준이 그의 삶 하나로 전해주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라는 작가가 그의 소중한 친구와 그의 삶에 부여하는 포상인 동시에
21세기에 태어난 조선시대 효자에 대한 21세기 효자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산다는 것....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
치기와 방황의 젊음을 끝내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시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뇌졸증으로 그의 삶과 젊음은 그대로 멈추어 버린다.
처음엔 그저 몇년만 도리를 다하고 나면 끝나겠지라는 안일하고 죄스러운 생각으로 시작한 삶.
그러나 무려 17년이라는 시간을, 그의 젊음을 그대로 박제해 버린 그 시간이 지나는 동안
책임감으로 시작한 것이 아버지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재능과 젊음과 열정을 대가로 그가 지켜나간 그 가치들의 소중함.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그 무거운 책임감과 그 귀중한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그의 삶.
대한민국의 아들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는 그 무언가에 대한 공감.
그래서 그의 삶에 답답하고 안쓰러워 그의 눈물에 나 또한 코 끝이 찡해지는 것이리라.

그의 명복을 빌며...
실화란다.... 그의 삶이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삶이란다.
바로 얼마전까지 나와 함께 살아 숨쉬던 이 시대의 옆집 아저씨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신의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삶은 그 누구의 삶보다 귀하고 소중한 삶이었습니다.
당신이 삶을 통해 내게 일깨워 준 가치의 중요함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흘린 내 눈물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디 그 곳에서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미처 못한 책임은 남은 이들이 대신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을 통해서 내 삶도 가치를 더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디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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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그 찬란한 청춘
나고야에서 자라면서 나고야가 싫었던 '다무라 히사오'
18살 되던 해 재수를 핑계삼아 꿈에도 그리던 도쿄에 입성한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 같았던, 그러나 모두가 다르게만 느꼈던 
그 찬란한 청춘이 다무라에게도 찾아온다.
동경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대도시 생활에 당황하지만 벅찬 포부를 지니고
차마 사랑이라 할 수도 없는 짝사랑과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을 경험하고
사회에 나가 벅찬 사회생활에 힘겨워 하기도 하고
자그마한 성공에 도취되어 교만하고 우월감에 휩싸여 실수도 하고
모두가 그렇듯... 그렇게 지나가버리고 마는 인생의 그 찬란한 시간들.
소설은 다무라를 통해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그 20대의 청춘을 예찬하고 있다.

6개의 이야기... 6일의 시간... 그리고 10년의 세월
소설은 20대의 시작에서부터 30대의 진입에 까지 주인공 다무라의 10년을 이야기 하고 있다.
10년의 시간을 시간의 흐름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단 6일의 이야기로 10년을 그리고 있다.
벅찬 꿈을 안고 도쿄에 입성하던 날,
대학 신입생 시절 첫 키스를 하던 날,
직장 초년생이 되어 사회생활의 팍팍한을 마주하던 날,
자그마한 성공에 도취되어 실수를 연발하던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나간 맞선에서 한 여자를 만났던 날.
그리고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며 찬란한 한 시절을 마감하던 날 까지...
6일간의 6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하여 그 찬란한 10년을 이야기 한다.
단 6일의 이야기지만 다무라의 10년을 함께 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폭소가 나오는 가벼움 속에 담긴 진지한 담론들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역시 오쿠다히데오'라는 생각이 든다.
<남쪽으로 튀어!>에서 일찍이 그 재능을 보인 그대로 이 소설에서도 그의 글은 너무 재미있다.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흔히 말하는 괴짜같은 캐릭터들이라 그들의 좌충우돌에 폭소가 난다.
그의 문체에서는 진지함이나 무거움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가벼운 듯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전혀 우습지 않다.
6개의 웃기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청춘의 좌절을 위로하고 청춘의 사랑을 응원하고 청춘의 성공을 축하한다.
다무라의 그 찬란한 청춘의 6일동안 일어난 6개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거품경제와 같이 무너져 내렸던 일본 사회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지만 책을 놓는 순간엔 웃음만으로 넘겨버릴 수 없는 담론들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듯 닮은 그와 나의 20대
나의 20대와 시대도 배경도 국가도 다르지만 다무라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나 역시 서울에 처음 올라와 서울역에서 종로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고
서툴고 풋풋하고 그래서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는 없는 첫사랑이 있었고
직장에서의 작은 성공에 자만하여 부끄러운 잘못을 저지른 기억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상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책 속의 다무라의 모습에서 난 그렇게 많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20대에게는 그들의 젊음을 즐기라는 가장 큰 응원이 될 것이고
30대에게는 지나쳐 버린 20대의 부끄러움에 대한 면죄부를 주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힘을 줄 것이고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지나간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되새기게 해 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 그런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그렇게 많이 공감할 수 있다.

아... 그 찬란했던 청춘이여.
난 이제 그 시절을 보내고 말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영원한 꿈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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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먹구름이 가득끼어 별빛마저 보이지 않던 밤에
고이치, 다이스케, 시즈나는 유성을 보러 부모님 몰래 집을 나섰다.
그러나 결국 유성은 보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온 3남매를 기다리는 건
참혹한 강도살인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부모님의 시체였다.
비극적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3남매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세상에 던져진 3남매는
시즈나의 미모와 다이스케의 뛰어난 연기력, 고이치의 치밀한 작전을 무기로
최강의 사기단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마지막 사기의 대상으로 <도가미 정>이라는 음식점의 아들을 지목하고
사상 최대의 사기극을 벌이기 위해 그에게 접근한 3남매 앞에 
다이스케가 비극의 그날 밤 목격한 범인이 나타나게 된다. 
바로 사기 대상의 아버지인 도가미 마사히로.
심증은 없지만 물증이 사라진 14년전 사건의 범인을 마주하게 된 3남매는 복수를 계획하고...

오래간만에 다시 게이고다 !!!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한 때 그의 책에 미친 적이 있었다.
워낙에 다작인 작가라서 읽어야 할 작품들이 너무 많았고 그런 다작속에서도 실망은 없었기에
한동안 나는 그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많이 읽으수록 익숙해지는 그의 스타일에 조금은 지쳐서 그의 작품을 멀리했다.
그리고나서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그의 작품을 만났다. 그의 최신작인 '유성의 인연'.
발간 되자마자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그래서 드라마가 먼저 알려진 작품.
그 작품의 원작소설이 나오자 마자 난 기대했고 드디어 읽었다. 그리고 다시 또 그에게 빠져들었다.

복수... 그리고 사랑.
<백야행>에서 범죄의 늪에 빠진 채 안개속을 걷듯 '하얀 어둠속을 헤매는' 청춘을 그렸던 게이고.
그 책을 읽으면서 20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들의 변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공감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참혹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어린 3남매의 14년전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대체적인 분위기가 <백야행>과 많이 닮아있다. 물론 내용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
사기를 치려던 대상의 아버지가 자신들의 부모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복수에 나서는 3남매.
그러나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했던 그 살인자의 아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시즈나.
부모에 대한 복수와 그 대상에 대한 사랑으로 방황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은 정말 대상도 가리지 않고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고 벼락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정신없이 빠져드는 이야기
게이고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시간 자는 줄 모르게 빠져드는 이야기의 힘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이 그랬고 <방황하는 칼날>이 그랬던 것 처럼 그의 스토리텔링은 정말 매력적이다.
어려운 말도 없고 수려한 미사어구도 없이 쉽고 간결한 언어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정신없이 빠지게 만드는 이야기 속에서 스쳐가듯 가볍게 던져 놓은 작은 단서들이
결국에 사건의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서가 되어 독자의 뒤통수를 때리는 그의 반전은
언제나 예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의 의도대로 놀아나게 되는 허탈함에 빠지게 한다.
이 소설 또한 반전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반밖에 맞추질 못했다.

추리소설... 그속에 담은 사랑과 가족애
분명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14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나가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추리소설 자체로의 매력만으로도 정말 뛰어난 소설이다.
범인의 트릭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 군데군데 던져놓은 복선들의 재조합.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게이고는 자신의 작품을 추리소설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엔 추리소설에 가족애와 사랑을 담아냈다.
범죄의 피해자가되어 세상에 던져진 3남매의 가족애. -비록 그들이 사기꾼이 되었기는 하지만 -
끝내 밝혀진 범인의 범행동기에 담겨진 슬픈 가족애.
그리고 원수의 자식을 사랑하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닮은 아픈 사랑까지....
역시 추리소설 하나로는 절대로 만족을 못하는 작가이다.

HAPPY ENDING !!!
이 책이 왜 그렇게 드라마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14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은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3남매의 완벽한 팀웍은 한편의 범죄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복수라는 키워드와 빠질 수 없는 남녀의 사랑까지...
소설 자체로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작가가 수많은 이야기를 덧붙여 넣을 수 있는 여백을 많이 남겨두었다.
거기다 덤으로 Happy Ending과 사필귀정의 이야기까지... 
정신없이 읽고나서 작은 미소를 남길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지금까지 게이고의 소설을 읽으면 항상 안타까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런 Happy Ending은 그의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만난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은 그의 작품중에서 손가락안에 들 작품이다.
아니. 감히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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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참하라 - 상 -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우리역사 진실 찾기 1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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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한번에 잡아끄는 제목에 이끌려 책장을 들었다.
첫장부터 나오는 격식을 내던지고 내뱉는 거침없는 독설과
'역사학자와 대중은 역사왜곡의 공범이다'라는 말에 끝까지 책을 들었다.
한 줌도 안되는 양반들이나 왜곡을 일삼는 승자의 기록으로가 아니라
힘없고 나약한 백성의 입장에서 바라 본 조선의 역사.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왜곡을 자초한 소설같은 역사가 아니라
냉철하고 철저한 사서의 연구와 냉정한 해석으로 만들어 낸 새로운 시각의 역사.
자랑스러운 소설이 아니라 부끄럽고 안쓰러워도 사실에 가까운 역사.
이 책은 그런 역사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다. 

조선을 망하게 한 3가지
작가는 조선이 망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조선의 국시로 정한 성리학의 폐혜, 
중국에 대한 극진한 사대로 얻은 평화에 기대 경쟁국이 없었던 상황,
국익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고 국력만 낭비하게 만든 망국의 당쟁.
대부분의 역사서가 제시했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역사서와 다르게 
조상에 대한 예의와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내던지는
통쾌하고 쓴웃음이 묻어나게 만드는 독설로 가득찬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성리학의 폐혜
삼국시대부터 통치이념의 하나로 제시되었던 불교가 고려말 극심한 부패에 빠지고
그 폐단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과 백성의 고통을 걷어낸다는 명분으로 개국한 조선은
국시로 '성리학'을 제시하고 불교사회를 유교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개국세력에게 명분과 통치이념을 제시한 성리학은 조선초기 국가의 초석을 만드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명이 망하고 성리학이라는 사상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수명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조선이 망할 때 까지 낡고 썩어빠진 사상을 목숨처럼 지키면서 조선은 안으로부터 썩어가게 된다.
성리학이 가져온 가장 큰 폐혜는 세계 어느나라의 역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지독한 신분차별로
한 줌도 안되는 양반이라는 것들이 수많은 대중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기이한 사회를 만든 것이다.
그 차별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인재들과 그로인한 국력의 낭비는 조선을 좀먹게 하여 멸망에 이르게 했다.

경쟁국이 없던 조선
개국 초 부터 자발적으로 명나라의 속국이 되어버린 조선이라는 나라.
심지어 국명까지 명나라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조선은 명나라의 속국이 되고 평화를 얻었다.
역사시간에 배운 평화를 사랑한 우리의 조상의 나라 조선이 아니라
명나라에 스스로 빌붙어서 자존심을 버리고 얻어낸 작은 보상이 평화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 평화라는 것이 조선에게 별다른 경쟁국이 없는 안이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고
그런 안이하고 평화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선에게 진취적인 기상을 개국초부터 앗아가 버렸다.
조일전쟁(임진왜란) 때만 하더라도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가졌던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런 안이함으로 인해 조선말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군함 한 척에 쩔쩔매게 되었다.
조선이 이루었다는 그 평화라는 것은 결코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고 결코 자랑할 것이 아니다.

국익에 도움은 안되고 국력만 소모한 당쟁
당쟁의 폐혜는 국사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 이다.
그러나 국익에 도움이 안된 망국의 병인 당쟁마저도 민족적 자존심 때문인지 포장된 부분이 많다.
아직도 우리는 송시열이라는 인물을 위인전기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당쟁의 본질과 송시열이다는 인물이 조선의 정치에 미친 악영향을 바로 파악하였다면
송시열이라는 인물의 위인전기가 발간되는 이런 현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댕쟁으로 인해 수많은 천재들이 그들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갔으며
소현세자, 광해군, 정조, 대원군, 조광조 같은 인물들이 이루려했던 개혁들이 무너져갔다.
조선의 역사에서 다시한번 살아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만든 당쟁은 조선의 또다른 암이었다.

새로운 시각? 편협한 시각?
수많은 조선의 역사책이 다룬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의 시선을 다르다.
조상에 대한 예의나 민족적 자존심을 걷어내고 냉철하게 비판하는 시각.
새로운 시가이라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편협하고 좁은 느낌도 든다.
작가가 비판하는 내용는 나 또한 동감하는 부분이 많고 맞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각이라는 것은 후손인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일 뿐이다.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줌도 안되는 양반이 나머지 백성들을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이 그 시대에서는 정상이었을 수 있고
답답하고 안쓰러운 당쟁으로 인한 소모가 그 시대에는 목숨을 걸어야 할 사안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양반을 비난하기 위해 스스로의 논리에 모순에 빠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수많은 조선조의 천재들도 결국은 양반이기 때문이다.
명성황후(작가는 민비라 하고 있음)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서 몇몇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독재자이자 친일파인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그리는 시선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과가 공존하는 책이지만 작가의 새로운 시선은 한번 접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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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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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었으나 결국엔 좌절했던 소망.
영생의 꿈이 어느날 모두에게 내린 신의 은총처럼 찾아왔다.
모두가 기뻐하고 축복해야 할 것만 같은 기적같은 사건은 
그러나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일으키게 된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되게 된 장례업자들,
죽어야 할 이들이 죽지않아 포화상태가 된 병원과 양로원들,
그 존재의 의미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교계와
죽음을 밑천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던 생명보험 회사들...
전혀 예기치 못한 죽음의 중지가 그들에겐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축복의 시간이어야 할 시간들이 국가의 위기로 다가오게 되는데...


비현실의 극단에서 현실의 문제를 파헤친다 !!!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벨상을 수상한 이 대 작가는
이 책에서도 현실에서 절대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의 극단으로 상황을 몰아간다.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도 누리지 못한 영생을 배고픈 강아지에게 뼈다귀 던져주든 휙 던져놓는다.
그리고 그 비현실의 극단에서 인간 군상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윤리나 도덕이라는 허울에 덮힌 인간 본성의 잔인함과 나약함을 고발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와 국가, 종교와 철학, 제도와 생활방식의 본성을 고발하고 있다.
모두가 축복해야 할 사건인 죽음의 중지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것들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제도들이다.
장례업자, 병원, 양로원, 종교, 보험 등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편리함을 도모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았던 모든 것들이 
죽음의 중지와 함께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된다.
비현실의 극단으로 몰아부쳐 현실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전복된 의미를 파헤쳐내는 작가의 힘.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게 독자들에게 숨겨진 자신의 본성을 관조하게 만드는 것인가 보다.


죽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찰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죽음이 사라진 세상은 행복하기만 할 것인가?
책에서 그리고 있는 죽음의 파업의 결과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모두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죽음 또한 사회적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어가듯이 죽음의 파업이 부른 세대의 정체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모두가 욕하고 모두가 저주하는 죽음이지만 죽음은 묵묵히 인간의 사회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잊고 있고 모두가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죽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찰.
삶의 황혼기에 서 있는 노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연륜이 묻어나는 노련한 솜씨로 그 무거운 주제마저 한가닥 유머에 실어 전하고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은 없다.


죽음의 입장에서...

소설의 전반주가 죽음의 파업으로 야기된 혼란과 그 대처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파헤치고 있다면
소설의 후반부는 죽음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죽음의 이야기를 전한다.
죽음을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실체를 지닌 여성으로 의인화하여 죽음이 바라보는 삶을 이야기 한다.
소설의 발단의 된 죽음의 파업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역할은 인정하지 않은 채 원망만 늘어놓는
인간 군상들에 대한 거친 항의의 표시이며 자신에게 그 역할을 맡긴 그 무언가에 대한 반항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저주하기만 했던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왠지 죽음과 술 한잔 나눈 기분이 든다.
'그래 너도 참 맘 고생이 심했겠구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키는 중화제 같은 이야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작가가 삶을 정리하는 시기에 결국 마주하게 되는 죽음.
모두가 두려워하고 모두가 원망하기만 하는 죽음에 대한 작가는 이미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버린 듯 하다.
무섭다고, 억울하다고 반항하며 멀리하기 보다는 오랜 친구를 만나 듯 죽음을 맞을 각오가 되었나 보다.
아직은 살아야 할 날이 더 많는 내 입장에서는 아직 그런 경지까지는 이루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덤덤한 마음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의 계기는 되었던 것 같다.


아쉬움이 남는 마지막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말로 끝나고 마는 마지막은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의 매력은 상상력의 극한에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이 너무 적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비현실의 극단에세 인간을 파헤치는 부분이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죽음의 이야기로 채운다.
물론 죽음에 대한 성찰과 죽음의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지만
'주제 사라마구'라는 이름에 대해 걸었던 기대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더욱 컸었기에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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