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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아... 눈물이 맺힌다...
서용준... 내 친구도 아니고 내 나이대도 아닌데
그의 그이야기를 읽으며 코 끝이 찡해짐을 어쩔 수 없었다.
젊음의 방황을 끝내고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다지던 인생의 황금기에
그 자신의 선택도 아닌 어쩔 수 없음으로 인한 그의 좌절에 막막했고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으나 스스로가 느끼는 죄책감이 가여워 보였고
어느덧 스스로의 꿈을 접으면서도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그의 체념에 가슴 아팠다.
타인이 보기에는 짐이 될 뿐이 아버지를 의지하며 아버지를 대신하는 그의 책임감에 고개 숙였다.
그 아버지를 끝내 보내고 통곡하는 그의 눈물을 나 역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가 코 끝이 찡해지는 경험은 정말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며 여러번 찡해지는 코 끝에 억지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출퇴근 시간에 복잡한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21세기에 만나는 조선시대 효자이야기
조선시대에는 소문난 효자에게는 나라에서 효자문을 세우고 표창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는 그 효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고
부모는 효도를 바쳐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아무런 부담없이 의지하는 대상이 되었다.
효의 의미, 가족의 의미,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것...
이제는 구시대의 가치로 전락해 버린 이런 가치들에 대해 몸으로 보여주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 역시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옆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일 뿐인데
그가 보여주는 삶은 그 자체로 잃어버린 위대한 가치에 대한 표본이 되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죄책감없이 망각하고 처박아 버렸던 귀중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책들이 수많은 작가가 만들어 내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주지 못한 진한 감동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주인공 서용준이 그의 삶 하나로 전해주고 있다.
주인공의 친구라는 작가가 그의 소중한 친구와 그의 삶에 부여하는 포상인 동시에
21세기에 태어난 조선시대 효자에 대한 21세기 효자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산다는 것....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
치기와 방황의 젊음을 끝내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시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뇌졸증으로 그의 삶과 젊음은 그대로 멈추어 버린다.
처음엔 그저 몇년만 도리를 다하고 나면 끝나겠지라는 안일하고 죄스러운 생각으로 시작한 삶.
그러나 무려 17년이라는 시간을, 그의 젊음을 그대로 박제해 버린 그 시간이 지나는 동안
책임감으로 시작한 것이 아버지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재능과 젊음과 열정을 대가로 그가 지켜나간 그 가치들의 소중함.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그 무거운 책임감과 그 귀중한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그의 삶.
대한민국의 아들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는 그 무언가에 대한 공감.
그래서 그의 삶에 답답하고 안쓰러워 그의 눈물에 나 또한 코 끝이 찡해지는 것이리라.
그의 명복을 빌며...
실화란다.... 그의 삶이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삶이란다.
바로 얼마전까지 나와 함께 살아 숨쉬던 이 시대의 옆집 아저씨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신의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삶은 그 누구의 삶보다 귀하고 소중한 삶이었습니다.
당신이 삶을 통해 내게 일깨워 준 가치의 중요함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흘린 내 눈물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디 그 곳에서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미처 못한 책임은 남은 이들이 대신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당신의 삶을 통해서 내 삶도 가치를 더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디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