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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그 찬란한 청춘
나고야에서 자라면서 나고야가 싫었던 '다무라 히사오'
18살 되던 해 재수를 핑계삼아 꿈에도 그리던 도쿄에 입성한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 같았던, 그러나 모두가 다르게만 느꼈던
그 찬란한 청춘이 다무라에게도 찾아온다.
동경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대도시 생활에 당황하지만 벅찬 포부를 지니고
차마 사랑이라 할 수도 없는 짝사랑과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을 경험하고
사회에 나가 벅찬 사회생활에 힘겨워 하기도 하고
자그마한 성공에 도취되어 교만하고 우월감에 휩싸여 실수도 하고
모두가 그렇듯... 그렇게 지나가버리고 마는 인생의 그 찬란한 시간들.
소설은 다무라를 통해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그 20대의 청춘을 예찬하고 있다.
6개의 이야기... 6일의 시간... 그리고 10년의 세월
소설은 20대의 시작에서부터 30대의 진입에 까지 주인공 다무라의 10년을 이야기 하고 있다.
10년의 시간을 시간의 흐름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단 6일의 이야기로 10년을 그리고 있다.
벅찬 꿈을 안고 도쿄에 입성하던 날,
대학 신입생 시절 첫 키스를 하던 날,
직장 초년생이 되어 사회생활의 팍팍한을 마주하던 날,
자그마한 성공에 도취되어 실수를 연발하던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나간 맞선에서 한 여자를 만났던 날.
그리고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며 찬란한 한 시절을 마감하던 날 까지...
6일간의 6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하여 그 찬란한 10년을 이야기 한다.
단 6일의 이야기지만 다무라의 10년을 함께 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폭소가 나오는 가벼움 속에 담긴 진지한 담론들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역시 오쿠다히데오'라는 생각이 든다.
<남쪽으로 튀어!>에서 일찍이 그 재능을 보인 그대로 이 소설에서도 그의 글은 너무 재미있다.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흔히 말하는 괴짜같은 캐릭터들이라 그들의 좌충우돌에 폭소가 난다.
그의 문체에서는 진지함이나 무거움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가벼운 듯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전혀 우습지 않다.
6개의 웃기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청춘의 좌절을 위로하고 청춘의 사랑을 응원하고 청춘의 성공을 축하한다.
다무라의 그 찬란한 청춘의 6일동안 일어난 6개의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거품경제와 같이 무너져 내렸던 일본 사회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지만 책을 놓는 순간엔 웃음만으로 넘겨버릴 수 없는 담론들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듯 닮은 그와 나의 20대
나의 20대와 시대도 배경도 국가도 다르지만 다무라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나 역시 서울에 처음 올라와 서울역에서 종로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고
서툴고 풋풋하고 그래서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는 없는 첫사랑이 있었고
직장에서의 작은 성공에 자만하여 부끄러운 잘못을 저지른 기억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상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책 속의 다무라의 모습에서 난 그렇게 많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20대에게는 그들의 젊음을 즐기라는 가장 큰 응원이 될 것이고
30대에게는 지나쳐 버린 20대의 부끄러움에 대한 면죄부를 주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힘을 줄 것이고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지나간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되새기게 해 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 그런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그렇게 많이 공감할 수 있다.
아... 그 찬란했던 청춘이여.
난 이제 그 시절을 보내고 말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이 나에겐 영원한 꿈으로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