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한번에 잡아끄는 제목에 이끌려 책장을 들었다. 첫장부터 나오는 격식을 내던지고 내뱉는 거침없는 독설과 '역사학자와 대중은 역사왜곡의 공범이다'라는 말에 끝까지 책을 들었다. 한 줌도 안되는 양반들이나 왜곡을 일삼는 승자의 기록으로가 아니라 힘없고 나약한 백성의 입장에서 바라 본 조선의 역사.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왜곡을 자초한 소설같은 역사가 아니라 냉철하고 철저한 사서의 연구와 냉정한 해석으로 만들어 낸 새로운 시각의 역사. 자랑스러운 소설이 아니라 부끄럽고 안쓰러워도 사실에 가까운 역사. 이 책은 그런 역사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다. 조선을 망하게 한 3가지 작가는 조선이 망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조선의 국시로 정한 성리학의 폐혜, 중국에 대한 극진한 사대로 얻은 평화에 기대 경쟁국이 없었던 상황, 국익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고 국력만 낭비하게 만든 망국의 당쟁. 대부분의 역사서가 제시했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역사서와 다르게 조상에 대한 예의와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내던지는 통쾌하고 쓴웃음이 묻어나게 만드는 독설로 가득찬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성리학의 폐혜 삼국시대부터 통치이념의 하나로 제시되었던 불교가 고려말 극심한 부패에 빠지고 그 폐단으로 인한 사회의 혼란과 백성의 고통을 걷어낸다는 명분으로 개국한 조선은 국시로 '성리학'을 제시하고 불교사회를 유교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개국세력에게 명분과 통치이념을 제시한 성리학은 조선초기 국가의 초석을 만드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명이 망하고 성리학이라는 사상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수명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조선이 망할 때 까지 낡고 썩어빠진 사상을 목숨처럼 지키면서 조선은 안으로부터 썩어가게 된다. 성리학이 가져온 가장 큰 폐혜는 세계 어느나라의 역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지독한 신분차별로 한 줌도 안되는 양반이라는 것들이 수많은 대중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기이한 사회를 만든 것이다. 그 차별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인재들과 그로인한 국력의 낭비는 조선을 좀먹게 하여 멸망에 이르게 했다. 경쟁국이 없던 조선 개국 초 부터 자발적으로 명나라의 속국이 되어버린 조선이라는 나라. 심지어 국명까지 명나라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조선은 명나라의 속국이 되고 평화를 얻었다. 역사시간에 배운 평화를 사랑한 우리의 조상의 나라 조선이 아니라 명나라에 스스로 빌붙어서 자존심을 버리고 얻어낸 작은 보상이 평화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 평화라는 것이 조선에게 별다른 경쟁국이 없는 안이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고 그런 안이하고 평화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선에게 진취적인 기상을 개국초부터 앗아가 버렸다. 조일전쟁(임진왜란) 때만 하더라도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가졌던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런 안이함으로 인해 조선말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군함 한 척에 쩔쩔매게 되었다. 조선이 이루었다는 그 평화라는 것은 결코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고 결코 자랑할 것이 아니다. 국익에 도움은 안되고 국력만 소모한 당쟁 당쟁의 폐혜는 국사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 이다. 그러나 국익에 도움이 안된 망국의 병인 당쟁마저도 민족적 자존심 때문인지 포장된 부분이 많다. 아직도 우리는 송시열이라는 인물을 위인전기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당쟁의 본질과 송시열이다는 인물이 조선의 정치에 미친 악영향을 바로 파악하였다면 송시열이라는 인물의 위인전기가 발간되는 이런 현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댕쟁으로 인해 수많은 천재들이 그들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갔으며 소현세자, 광해군, 정조, 대원군, 조광조 같은 인물들이 이루려했던 개혁들이 무너져갔다. 조선의 역사에서 다시한번 살아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만든 당쟁은 조선의 또다른 암이었다. 새로운 시각? 편협한 시각? 수많은 조선의 역사책이 다룬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의 시선을 다르다. 조상에 대한 예의나 민족적 자존심을 걷어내고 냉철하게 비판하는 시각. 새로운 시가이라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편협하고 좁은 느낌도 든다. 작가가 비판하는 내용는 나 또한 동감하는 부분이 많고 맞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각이라는 것은 후손인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일 뿐이다.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줌도 안되는 양반이 나머지 백성들을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이 그 시대에서는 정상이었을 수 있고 답답하고 안쓰러운 당쟁으로 인한 소모가 그 시대에는 목숨을 걸어야 할 사안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양반을 비난하기 위해 스스로의 논리에 모순에 빠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수많은 조선조의 천재들도 결국은 양반이기 때문이다. 명성황후(작가는 민비라 하고 있음)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서 몇몇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독재자이자 친일파인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그리는 시선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과가 공존하는 책이지만 작가의 새로운 시선은 한번 접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