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립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합숙훈련이 진행중인 호숫가 별장. 예기치 않은 여인이 방문하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합숙에 참여한 4가족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시체를 유기하려 하는데... 그들이 숨기조가 하는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일본의 입시경쟁은 우리나라보다 치열하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보상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어느 정도의 학교를 나오면 어느 정도의 지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정해진 정도. 따라서 초등학생들 마저 명문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에 시달린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그런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이야기의 배경은 낯설지 않다. 입시의 경쟁이 가져올 수 밖에 없는 수많은 편법들과 비리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소설은 그런 일본의 입시제도에 대한 매서운 칼날을 들이댄다.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욕망의 덫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인 이들의 이야기. 나 역시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는 입장에서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이 너무 흉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 절박하지 않아서 일까? 게이고의 작품이 사회비판적 시선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회의 문제에 칼을 대면서도 그 내면에서는 가족 또는 사랑을 담아둔다. 이 소설 또한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이라는 틀 속에서 붕괴되고 있는 가족의 화합을 이야기 한다. 재혼한 부인이 데리고 온 아들을 사랑이 아닌 일종의 의무감으로 지켜보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의 모습속에 방황하는 아들을 보면 이혼을 결심하는 그의 아내. 조금만 건들려도 산산히 부셔져 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이 가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살인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분열된 틈을 메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들의 아주 작은 행동에서 조차 사랑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의 변화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이는 언제나 나에게 사랑과 존경을 다하고 있는데 혹시 내가 그 모습들을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4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나와의 거리가 느껴지는 내 아들의 모습에서 혹시 내가 놓치고 지나가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통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사건은 일어났고 그 사건을 은페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형사의 입장이 아닌 범인의 시각에서 보는 사건의 추리과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물론 주인공의 논리적 추론과 게이고가 여기저기 던져놓은 단서들을 토대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재구성하는 과정은 정통 추리소설과 닮아있기도 하다. 조금의 군더더기도 남기지 않고 쓸데없는 에피소드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간결하게 이어져 나가는 사건들의 연속이 게이고의 힘이다. 조금의 낭비도 없으면서도 조금의 빈틈도 없는 깔끔한 구성. 뛰어나다.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찬반은 또다른 생각을 남긴다. 과연 그의 선택이 옳은 것인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언뜻 보기에 해피엔딩으로 보이는 결말이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책을 읽고나서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이성적 판단으로 그의 선택을 비판하더라도 실제로 닥쳤을 때는 어떠했을지... 과연 나는 양심에 거리낌없이 그를 비판할 수 있을까?
'이라부 종합병원' 지하에 있는 신경과. 40대가 되어서도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한 하마같은 외양의 괴짜의사 이라부가 있다. 허벅지 안쪽에 'watch it'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주사를 놓을 때 마다 가슴과 허벅지를 노출하는 마유미짱과 함께. 복잡한 현대 사회의 수많은 제약들에 얽매여 살아가다 치져버린 사람들이 운명에 이끌리듯 그곳에 찾아가고 엽기의사 이라부의 기상천외한 치료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역시 5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자의식 과잉상태'(일명 공주병)에 빠진 별볼일 없는 도우미 아가씨. 아내의 외도를 보고도 한마디 말도 못하고 이혼했던 충격으로 음경경직증이 생긴 셀러리맨.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내과질환에 걸린 잡지사 직원. 휴대폰 중독에 빠져있지만 자신이 중독에 빠진 줄 모르는 철부지 고등학생. 그리고 자신의 집에 불이 날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확인행동 과잉'에 빠진 논픽션 작가까지. 이라부의 치료는 이번에도 상식을 뛰어 넘어 버린다. 공주병 도우미를 선물로 유혹하고 도우미와 함께 탤런트 선발대회에 참가하고 음경경직증에 걸린 샐러리맨을 위해 이혼한 전처의 직장까지 찾아가고 심인성 내과질환에 빠진 잡지사 직원과 함께 한 밤중에 수영장에 무단침입을 하고 휴대폰 중독에 빠진 고등학생에게 귀찮을 정도로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논픽션 작가를 위해 이웃병원 담장 너머로 돌맹이를 던져 버리는 의사. 도저히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윤리의식이나 지적이미지와는 담을 쌓아버린 그의 행동들. 그러나 그런 말도 안되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고 함께 하는 동안에 환자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지켜야 할 관습과 수많은 제한 속에서 억눌렸던 자신의 무의식을 발견하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절대로 남에게 내보이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치유의 과정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이라부는 그저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자리매김할 뿐이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이 이라부의 의도였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정말 '명의'임에 틀림없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의 일원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태초의 인간은 분명 혼자였을 것이다. 인간이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수많은 제약과 규제를 만들고 스스로를 그 틀에 맞추게 된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의 많은 욕구들을 억누를 수 밖에 없고 그 억눌린 욕구들이 조금씩 삐져나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신경과'를 찾게 된다. 그러나 현대의 '신경과'라는 곳은 너무도 틀에 박힌 이론과 매뉴얼에 따른 치료만 할 뿐 환자가 지닌 가장 깊숙한 내면의 상처를 찾아내고 치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라부'라는 인물은 신경과의 이론으로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인간이고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다. 작가는 그런 이라부를 통해 태초로부터 억압되어 온 인간의 수많은 욕구들을 터뜨림으로써 개인 혹은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스트레스의 해소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라부의 행동들은 말이 안되고 행동 하나 하나가 대 폭소를 일으키지만 그런 상식의 파괴를 통해, 그리고 그의 행동을 보고 터뜨리는 나의 폭소로 인해 나 역시 내면의 감추었던 모습들이 치유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면 이 책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며칠 전에 읽은 '공중그네'에서 너무나 많이 웃었기에 이번엔 웃음의 강도가 좀 약했다. 그만큼 이라부의 행동양식에 내가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나 책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이 책은 재미라는 미덕이 가득 차 있다. 이라부의 치유과정을 따라가며 신나게 웃다보면 어느새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정신건강에 좋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책 !!!
황당한 정신과 의사의 유쾌한 치료기 뚱뚱한 몸매에 일반 의사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정신과 의사 이라부. 그에게 5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끝이 뾰족한 물건을 무서워 하는 야쿠자의 중간 보스. 허리를 꼿꼿이 펴지 못하는 서커스단 공중그네의 에이스.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서 안달이 난 근엄함의 상징 대학교수. 1루로 송구를 하지 못하게 된 올스타 출신의 일급 3루수.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불신으로 더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 여류작가. 작가의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루어 낸 이들이 그들의 분야에서 치명적이 약점이 될 장애를 안게 된 상황에서 의사들 사이에서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기인으로 통하는 이라부를 만나면서 빚어내는 충돌들. 그들에게는 절제절명의 위기에 빠졌건만 이라부의 처방은 비타민 주사 하나 ! 그들의 유쾌하고 웃음이 멈추지 않는 장애 극복의 기록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문제는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5명의 환자들. 그러나 그들에게도 나름의 문제가 있었다. 야쿠자는 자기들의 세계에서 밀려나서는 안된다는, 약점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강박감이, 공중곡예사는 자신이 익숙했던 세계에 끼어 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대학교수에게는 자신의 본래 성격을 버리고 장인의 세계에 편입해야 했던 답답함이, 야구선수에게는 자신의 라이벌이 될 지도 모르는 대형 신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경계심이, 그리고 여류작가에게는 자신의 역작의 실패로 인한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들은 모두 성공한 삶이었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들 또한 나름의 고민과 문제가 있었고 나름의 고독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실패한 인생이고 생각 따위는 없는 듯 보이는 정신과 의자 이라부는 비타민 주사 한방으로 그들의 삶에 끼어들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화이팅 !!! 우리의 삶이여 !!! 작가는 화려하고 성공적인 삶을 가졌지만 마음속에 장애를 지니고 사는 이들을 통해 우리의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일상적인 삶에 용기와 희망을 준다. '봐라! 저들이라고 별로 우리와 다르지 않지 않냐?' 그들도 우리처럼 고민이 있고 그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삶이 화려해 보여도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인생들의 대표가 바로 이라부다. 정말 대책없이 낙관적인 이 정신과 의사는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성공한 화려한 인생들의 망가진 마음을 치유해 나간다. 이라부의 행동 하나하나에 내가 터뜨린 폭소는 그를 향한 나의 응원이었을 것이다. 그래! 절대 기죽지 말자! 나 또한 그들과 전혀 기죽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서.... 결국 문제의 핵심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어버린 것들이 해답이었다. 세상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강박감도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부감도 자신의 천성을 억눌러야 했던 답답함도 라이벌에게 보이는 본능적인 경계심도 결국에 어른이 되어가면서 세상에 물들어 버리면서 배워 버린 거래의 법칙이 문제였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나도 뭔가를 포기해야 된다는 법칙. 그래서 그 포기란 것이 가져오는 심리적 불만족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그들의 장애이다. 결국 이라부의 해결책이란 그들에게 거래의 법칙을 깨어 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이 조금 무모하다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그런 삶이 더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포기하고 타협하고 스스로에게 걸어버린 족쇄들. 나 스스로 만들어 버린 그 감옥을 깨뜨리고 나올 수 있는 용기만 가지면 인생은 좀 더 유쾌하지 않을까? 민망한 웃음.... 그러나 통쾌한 뒷맛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나 혼자 키득키득 거렸다. 약간은 민망한 눈길들. 집에서 읽으면서 비로소 박장대소를 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남쪽으로 튀어!]라는 소설로 처음 접한 오쿠다 히데오. 그 때도 너무나 웃어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은 그것 능가한다. 시종일관 입가에서 웃음을 떼어내기 힘들었고 간간이 박장대소도 할 수 있었던 소설. 그러나 그 웃음이 공허한 웃음으로 끝나지 않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 소설. 오쿠다 히데오를 또 다시 만나게 해 준 소설. 정말 이외의 수확이었다.
천재의 죽음.... 그 죽음의 실체는? 천재적인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 체스 챔피언인 사뮤엘 핀처. 최강의 컴퓨터라는 'DEEP BLUE IV'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인간의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에 대한 연설을 한 후 그날 저녁 죽음을 맞는다. 그녀의 애인과의 정사중에 최고의 쾌락의 순간에 죽음을 맞이한 복상사.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된 전직 기자출신의 이지도르. 그는 그와 함께 모험을 한 적이 있는 여기자 레퀴레스과 함께 천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나선처럼 꼬인 두개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의 결말. 소설은 두가지 이야기를 흡사 DNA의 나선구조처럼 전개하고 있다. 사뮤엘 핀처의 죽음을 파헤치는 레퀴레스와 이지도르의 모험담. LIS(Lock In Syndrom)에 빠진 환자인 장 루이와 사뮤엘 핀처의 만남을 통한 치유과 우정과 인간의 뇌에 대한 탐구에 대한 이야기. 서로가 접점이 되는 사뮤엘 핀처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뇌와 그 주인인 인간의 투쟁으로 귀결된다. 인간과 인간의 의식을 이식받은 기계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뇌과학의 최신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이야기 나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던 뇌과학의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멋진 이야기를 완성했다. 진짜로 우리의 뇌라는 것이 그리도 복잡하고 민감한 존재였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인간의 오만함은 점점 더 컴퓨터에 인간의 의식을 이식하려 하고 있으며 그러한 시도들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많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 해외토픽에서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들이 얼마난 중요한 의미인 것인지... 이제 인간의 오만함은 기계의 역습으로 심판을 받을 날이 얼마남지 않은 듯 하다. 인간의 편견으로 잃어버리게 된 인간의 가능성 모두들 꺼리고 피하고 있는 격리하는 정신병자들 또한 그들만의 능력이 있다. 그들의 장애를 배척하지 않고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해 주었을 때 그들의 보여준 능력은 스스로 정상이라 믿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인간의 광기 조차 인간의 뇌과 발휘하는 또하나의 능력이라는 생각. 인류의 수많은 역사를 통해 흔히 정상이라고 여기는 이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그들의 재능과 함께 묻혀 버리고 말았는지... 인간이 인간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오류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시스템. 그런 사회 제도를 갖출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고자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베르나르의 이야기에는 약간의 비약이 있다. LIS 환자인 장 루이가 단지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 만으로 뇌과학과 정신의학의 최신 정보들을 모두 알아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설정. 그들이 '아테나'라는 '인공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정. 컴퓨터를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이해할 만 하다. 그 보다는 그가 전하는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기에....
18세기 포르투칼 최대의 공사... 그 현장에 가다 포루투칼의 주앙5세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는 태어나지 못하고 초조함이 더해 갈 무렵 프란시스쿠 수도회의 한 늙은 수사가 왕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마프라에 수도원을 지어주신다고 약속하시면 후계자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정말 거짓말처럼 공주가 태어난다. 그 하나의 약속으로 인해 18세기 포루투칼 최대의 공사가 시작된다. 왕에게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왕국의 위엄을 보일 수 있는 거대한 역사이지만 피지배층인 일반 백성들에게는 그것이 그대로 또하나의 재앙으로 되어 버린다. 제목인 '수도원의 비망록'이 암시하는 것처럼 위대한 유산으로 남은 '마프라 수도원' 공사에 숨어있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수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의 기록... 그 비망록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인간의 의지로 하늘을 날 수 있다? 왕의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왼팔을 잃고 외팔이가 되어버린 발타자르. 마녀재판의 현장에서 그는 숙명적으로 신비한 능력을 지닌 '블리문디'를 만나게 된다. 만나는 순간 서로의 영혼을 모두 알아버린 듯한 운명적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그 시대의 지성이자 존경받는 신부였던 바르톨로메우 로렌스 신부를 만나게 된다. '하늘을 나는 신부'라는 로렌스 신부와 함께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게 되는 발타자르.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밀을 탐구하던 로렌스 신부는 인간의 의지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열쇠임을 알게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내부와 의지를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블리문디에게 인간의 의지 200개를 모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하고 발타자르에게 하늘을 나는 기계의 제작을 맡긴다. 과연 인간의 의지로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인가? 시대의 새로운 지식을 대변하는 로렌스 신부와 그 시대 여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신비주의를 대변하는 블리문디, 그리고 그 시대의 대부분의 일반백성들 처럼 건전한 땀과 노동을 대변하는 발타자르. 3명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파사볼라(하늘을 나는 기계)를 통해 아직은 절대군주의 힘과 종교권력의 힘이 지배하고 있던 18세기의 유럽 사회에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는 종교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주제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스토리 가장 단순한 상상의 극단으로 환상적 리얼리즘을 구현하는 대작가, 주제 사라마구. 그의 유일한 러브스토리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발타자르와 블리문디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재판의 현장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이후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처럼 자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슬프지도 않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의 사랑처럼 요란하지도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헌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발타자르를 찾아나서는 발리문디의 험난한 여정을 통해 그 사랑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래도 역시 주제사라마구의 사랑이야기는 조금 어설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시니컬한 거장의 시선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의 중심은 수도원이다. 수도원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절대왕권과 종교권력의 유기적인 협력. 수도원의 건립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힘없는 백성들의 억울함. 수도원의 건립과정에서 수없이 죽어가야 했던 인부들의 희생. 공중의 결혼식이나 수도원의 서원을 위해 행차하는 왕족과 귀족들의 거창한 행렬과 그 행렬의 꼬리를 따라가며 그들이 버린 찌꺼기를 위해 달려드는 일반 백성들의 모습의 대비. 축제의 행렬에서 보여지는 종교단체들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모습들. 이런 시선들을 통해 거장은 그 시대 포루투칼의 모습을 시니컬한 시선으로 비틀어 대고 있다.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닌 약간은 비꼬는 듯한 시선으로 쓴 웃음을 지어내게 하는 그런 비판. 역시 그는 대단한 거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너무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 주제사라마구의 책은 너무 어렵다. 마침표와 쉼표만을 가지고 있는 문장만 봐도 답답해지지만 그건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너무도 많는 종교적인 용어들이 나와서 정말로 어려웠다. 전혀 알 수 없는 포르투칼의 지명들이나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성자들과 교단들의 이름은 너무도 어렵고 읽기 힘든 부분이었다. 게다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니.... 어쨋든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 웬만한 책들은 다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