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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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포르투칼 최대의 공사... 그 현장에 가다

포루투칼의 주앙5세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는 태어나지 못하고 초조함이 더해 갈 무렵
프란시스쿠 수도회의 한 늙은 수사가 왕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마프라에 수도원을 지어주신다고 약속하시면 후계자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정말 거짓말처럼 공주가 태어난다.
그 하나의 약속으로 인해 18세기 포루투칼 최대의 공사가 시작된다.
왕에게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왕국의 위엄을 보일 수 있는 거대한 역사이지만
피지배층인 일반 백성들에게는 그것이 그대로 또하나의 재앙으로 되어 버린다.
제목인 '수도원의 비망록'이 암시하는 것처럼 위대한 유산으로 남은 '마프라 수도원' 공사에 숨어있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수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의 기록... 그 비망록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인간의 의지로 하늘을 날 수 있다?

왕의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왼팔을 잃고 외팔이가 되어버린 발타자르.
마녀재판의 현장에서 그는 숙명적으로 신비한 능력을 지닌 '블리문디'를 만나게 된다.
만나는 순간 서로의 영혼을 모두 알아버린 듯한 운명적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그 시대의 지성이자 존경받는 신부였던 바르톨로메우 로렌스 신부를 만나게 된다.
'하늘을 나는 신부'라는 로렌스 신부와 함께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게 되는 발타자르.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밀을 탐구하던 로렌스 신부는 인간의 의지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열쇠임을 알게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내부와 의지를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블리문디에게
인간의 의지 200개를 모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하고 발타자르에게 하늘을 나는 기계의 제작을 맡긴다.
과연 인간의 의지로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인가?
시대의 새로운 지식을 대변하는 로렌스 신부와
그 시대 여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신비주의를 대변하는 블리문디,
그리고 그 시대의 대부분의 일반백성들 처럼 건전한 땀과 노동을 대변하는 발타자르.
3명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파사볼라(하늘을 나는 기계)를 통해 
아직은 절대군주의 힘과 종교권력의 힘이 지배하고 있던 18세기의 유럽 사회에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는 종교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주제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스토리

가장 단순한 상상의 극단으로 환상적 리얼리즘을 구현하는 대작가, 주제 사라마구.
그의 유일한 러브스토리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발타자르와 블리문디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종교재판의 현장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이후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처럼 자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슬프지도 않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의 사랑처럼 요란하지도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헌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발타자르를 찾아나서는 발리문디의 험난한 여정을 통해 그 사랑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래도 역시 주제사라마구의 사랑이야기는 조금 어설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시니컬한 거장의 시선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의 중심은 수도원이다.
수도원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절대왕권과 종교권력의 유기적인 협력.
수도원의 건립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힘없는 백성들의 억울함.
수도원의 건립과정에서 수없이 죽어가야 했던 인부들의 희생.
공중의 결혼식이나 수도원의 서원을 위해 행차하는 왕족과 귀족들의 거창한 행렬과
그 행렬의 꼬리를 따라가며 그들이 버린 찌꺼기를 위해 달려드는 일반 백성들의 모습의 대비.
축제의 행렬에서 보여지는 종교단체들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모습들.
이런 시선들을 통해 거장은 그 시대 포루투칼의 모습을 시니컬한 시선으로 비틀어 대고 있다.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닌 약간은 비꼬는 듯한 시선으로 쓴 웃음을 지어내게 하는 그런 비판.
역시 그는 대단한 거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너무 어렵다.

언제나 그렇듯 주제사라마구의 책은 너무 어렵다.
마침표와 쉼표만을 가지고 있는 문장만 봐도 답답해지지만 그건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너무도 많는 종교적인 용어들이 나와서 정말로 어려웠다.
전혀 알 수 없는 포르투칼의 지명들이나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성자들과 교단들의 이름은 너무도 어렵고 읽기 힘든 부분이었다.
게다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니....
어쨋든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 웬만한 책들은 다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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