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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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나긴 조선의 역사를 통털어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고
그가 우리 역사에서 몇 안되는 참된 군주였던 ’정조’의 아비이기 때문이다.
누가 왜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이런 소설들은
각자 자신만의 가정을 하고 그 가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을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을 내 놓는다.

대부분의 한국인들도 소설로 쓰기 힘들 200여년 전의 조선의 이야기를 벨기에인이 썼다.
물론 그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입양아라는 사실이 있다고 해도 나에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쓴 한국의 역사소설을 역시 교포인 미국인이 번역했다.
참으로 특이한 상황이지만 그만큼 부끄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역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조선의 중흥기를 열였다는 찬사와 함께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보여지듯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준 노론과 자신의 어머니의 미천한 신분에 대한 열등감,
선왕인 경종에 대한 독살설까지 많은 허점도 가진 왕 영조.
반세기가 넘는 긴 집권기간동안 수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불우한 왕이기도 하다.
그 영조 시절에 삼정승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저자는 그 사건을 파헤쳐가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맞춰 소설을 풀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심을 그려낸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권력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비가 자식을 죽일 수 있는 잔인한 본성을 지닌 것이 권력임을 보여준다. 
역사의 평가에서 영조는 그 죄값에서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자신을 왕위에 올린 정치세력의 압박에 굴복한 과오는 씻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작가는 영조와 노론 세력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들이 역사에 저지른 과오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하다.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작가의 한계가 아닐까?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만 하지만
그런 해석에 대한 근거도 약하고 삼정승의 자살과의 연관도 억지에 가깝다.
한 마디로 소설적 의미의 개연성도 많이 부족하고 역사에 대한 인식도 미약하다.
소설이란, 특히 역사 소설이란 섣부른 가정을 하나 세우고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설에 대해, 특히 민감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설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전체적으로 많이 아쉬운 소설이다. 특이함에 비해 많이 부족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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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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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아직 '개그야'의 인기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작년 여름.
무심코 본 '개그야'에 <장기판과 몽타주>라는 코너를 보게 되었다.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한 패러디라는 것을 알고
그럼 원본은 어떤건지 무척이나 궁금해 져서 뭐든지 아는 '네대리'에게 물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을 접하게 되었을 때의 참신함을 지금도 기억한다.
노래를 들을 때 특히나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적인 성향과
'장교주'가 읊조리는 랩 같지 않은 랩이 기가막히게 들어맞았고 한동안 빠져있었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밴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책에서 내세우는 다른 밴드들은 - 브로콜리 너마저, 아마도 이자람 밴드, 술탄 오브 디스코 등-
미안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의 관심에서 조금의 공간도 차지하지 못했다.
물론 그들의 노래를 들은 적도 있고 그들의 이름은 분명 기억에 있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이제는 절판이 되었다는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다행이 MP3로라도 받을 수 있는 행운이 나에게 허락되길 기대하고 있다.

'홍대'라는 문화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서울 혹은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이들에게 한정된다.
나처럼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이들에게 '홍대'와 '홍대문화'는 생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인디문화와 인디씬이라는 것들도 우리에게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신선했겠는가?

<장기하와 얼굴들>을 간판으로 내세우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는 책.
'붕가붕가레코드'라는 이름 자체부터 이미 평범함을 거부한 젊은 집단의 지독한 버티기.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수입을 거부한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물론 공장에서 찍어내듯 기획사가 쏟아내고 있는 아이들은 내 기준에서 음악을 하지 않는다.
더욱이 인디씬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이어가기란 이미 불가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것은 책의 내용처럼 소박한 꿈이 아니라
이미 그들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꿈일지도 모른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젊은 사람들의 분투에 저절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별 다섯개 정도의 만족을 했으면서도 별 하나를 빼는 이유는 나의 처지 때문이다.
이미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 자신의 나이가 억울하고
내가 그들처럼 젊었을 때 그들처럼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고
근성도 열정도 없다고 말은 하지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질투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수많은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러나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빠가 되고 나니 아이의 미래는 아이의 것임을 깨닫는다.
그저 바라는 것은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경제적으로 기본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나는 내 아이가 '붕가붕가레코드'의 젊은 사람들을 닮기를 바란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미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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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1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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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어나면서 부터 왕이었던 사람.
35번의 전쟁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영웅.
그 자신이 고구려 최고의 장수이자 전쟁의 신이었던 태왕.
태자시절 그는 ’담덕’이었고 왕이었을 때 그의 이름은 ’영락대제’였으며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이름은 ’국강상관개토경평안호태왕’ 이었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었던 불세출의 영웅.
그렇기에 그의 서른 아홉 짧은 생이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사람.
역사상 가장 위대했고 그래서 그만큼 더 외로워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서른 아홉 ?은 삶으로 보내기에 아쉬웠기에 작가 ’하병무’가 그를 무덤에서 불러냈다.

학창시절 ’남자의 향기’라는 소설은 어린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드라마와 영화로 소개되었기에 더욱 유명해진 소설이지만
학창시절 그 소설이 던져 준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기준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 작가가 역사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조금 놀랬고 그 소재가 광개토태왕이라 또 놀랬다.
소설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비록 역사소설이지만 그는 역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태어나면서 부터 왕이 될 운명이어야 했던 담덕.
그는 자신이 가진 이 무거운 운명의 짐을 짊어지고 나아갔다.
그가 사랑했던 고구려를 위해, 고구려가 당해야 했던 수모를 잡기 위해,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고구려의 백성들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버렸다.
자유롭고 싶었던 욕망도, 목숨보다 사랑했던 여인마저...
왕으로 태어난 운명을 받아들인 담덕의 위대한 사랑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낸 '두절'을 자신의 심복으로 삼아
자신의 동생으로 아끼며 사랑했던 태왕의 자애로움.
그런 태왕의 사랑에 목숨을 버리는 충성으로 보답을 하는 '두절'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 아닌 사나이들의 진항 우정.
왕과 신하가 아니라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소울메이트.
'사랑'이라 부르기엔 어감이 이상하지만 그들의 우정 또한 강한 사랑이었다.

패전한 적국의 장수의 딸이었던 사람.
그러나 그 누구보다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여인.
목숨보다 소중했으나 고구려의 태왕이었기에 차갑게 버려야 했던 여인.
그러나 결국 평생을 그리워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여인.
위대한 만큼 외로워야 했고 외로움이 깊어갈수록 사무칠 수 밖에 없던 애절한 사랑.
평생을 두고 안타까워야 했던 태왕과 그녀의 사랑은 눈물을 맺히게 만든다.

그리고 태왕의 그림자로 평생 여인을 모셔야했던 '두절'의 애절한 사랑.
비록 한번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그의 아픔.
결국 태왕에게 돌아간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사랑은 
태왕의 애절한 사랑과는 또다른 아픔으로 다가온다.

고구려의 충신 '두절'은 말한다.
한 나라의 왕이라면 마땅히 밖에서 얻어서 안으로 베풀어야 한다고.
한 나라의 왕이라면 마땅히 가진 자에게서 거두어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한 나라의 왕이라면 마땅히 그 나라에서 최고의 장수가 되어야 한다고.
왕이 사라진 지금의 현실에서 볼 때 한 나라의 왕은 지금의 정치인이라고 했을 때
지금의 정치인들은 과연 저 마땅한 전제에 대해 얼마나 자신있을 수 있을까?
안에서 얻어서 밖으로 베풀고 없는 자에게서 뺏어 가진 자에게 주는 것은 지금의 모습이 아닌가?
문득 태왕의 재림을 바라게 되는 건 나만의 잘못된 바램인가?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의 태왕을 만나고 싶다면 강력추천할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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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화강국이라 자부하는 프랑스는 분명히 예술성이 뛰어난 국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예술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축구마저도 '아트 사커'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죠.
유럽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주연의 자리에 있었던 프랑스의 문화의 힘은 언제나 부러움에 대상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영화로 대표되는 예술성이 뛰어난 난해한 작품들은
일반 대중들의 눈 높이와는 많은 차이가 있고 흥행이나 재미면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기 전에 항상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선입견이 생기는데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프랑스 작가를 저는 2명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헐리웃 영화같은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 '기욤뮈소'와
오늘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프랑스 최고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가 바로 그들입니다.

제가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 [파피용] 이었습니다. 
이미 [개미]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작들로 자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작가였지만
유난히 그런 작가들의 작품들을 꺼리는 개인적인 거부감 때문에 그 이전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파피용]을 처음 서점에서 집었을 때의 솔직한 심정은 소설의 내용보다 그림에 끌렸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인상적인 삽화에 눈이 끌려서 서점에 앉아서 읽기 시작한 것을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습니다.
그날 분명히 약속도 있었는데 약속마저 취소하고 서점을 떠날 수 없도록 만든 소설이 바로 [파피용]입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수명이 다해버린 지구를 떠나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선 14만명의 여정입니다.
너무나 허무 맹랑한 상상이고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정이지만 작가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거대한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진행될 수도 없고 과학적으로도 불가능 하겠지요.
그러나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의 여부를 떠나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완벽할 것 같던 14만명의 선발된 인원들이 수천년이라는 기나긴 여정의 기간동안 인간의 못난 역사를 되풀이 합니다.
아무리 완벽한 집단이 아무리 완벽한 통제하에 있더라도 결국 인간의 본성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성찰.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서 마저 서로가 협동하지 못하고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성경의 창세기를 닮아있는 새로운 행성에서의 새로운 희망, 인간에 대한 희망으로 마무리되는 결론까지.
그 자리에서 읽어버린 소설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겨 결국 소설을 구입하게 만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소설입니다.

그러나 [파피용]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못했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형편없이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라는 비평이 많았습니다.
저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적으로 읽은 소설인데 왜 이런 가혹한 평가를 받을까?
도대체 작가의 전작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다들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래서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기로 하고 선택한 책이 [개미]였습니다.

개미는 한 마디로 작가의 치밀한 관찰력과 광범위한 과학지식이 상상력으로 멋지게 결합된 걸작입니다.
인간의 시각에서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개미라는 생물에 대한 관심과 치밀한 관찰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스스로 지구상 모든 생물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의 지독한 오만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를 개미를 통해 고발합니다.
'개미(1권)'-'개미의 날(2,3권)'-'개미혁명(4,5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인간문명과 개미문명의 만남, 두 문명의 충돌, 그리고 두 문명의 공존의 방법들 제시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이야기합니다.
보잘것 없는 개미가 인간을 어떻게 이기겠는가?라는 오만한 질문에 대해 개미는 무서운 보복으로 답을 하죠.
그리고 인간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시점보다 훨씬 더 긴 시간동안 지구상에 살면서 터득한 개미의 지혜를
인간의 세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문명만이 유일하다는 오만함에도 철퇴를 날리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쉽게 밟아 죽이던 개미들에 대해 한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사랑들이 [파피용]을 보면서 느꼈던 실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미]를 다 읽을 즈음에 그의 신작 [신] 1,2편이 발간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달려갔더니 [신]이라는 작품은 [타나토노트]로 시작된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물론 [신]만 읽어도 된다고들 하지만 전형적인 A형인 제가 그런 식으로 책을 읽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이 [타나토노트]-[천사들의 제국]-[신]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입니다.

[타나토노트]로 시작해서 [신]으로 끝나는 총 10권의 시리즈는 사후세계에 대한 탐구입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타나토노트]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Note에 대한 이야기로 알았습니다.
그리스어로 '영계를 여행하는 자'라는 첫 문장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창피함을 경험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죽음에 가깝게 몰고가는 '가사체험'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떠다니는 영계가 있음을 알게 되는 주인공 미카엘과 라울이
인간의 사후세계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영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인 [타나토노트].
결국 인간 사후의 7단계의 세계와 그 너머에 있는 천사들의 세계에 대한 영계지도를 완성하죠.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사후세계에 대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총 7개의 단계를 거치는 그 모든 과정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진 종교와 신화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죠.
[타나토노트]에서 사후세계를 탐험하던 미카엘과 라울은 결국 천사들의 화를 불러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가게 된 곳이 바로 [천사들의 제국] 입니다.

[천사들의 제국]은 인간 세계에서 천사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주인공들이 천사들의 세계 너머를 탐험하는 이야기 입니다.
천사들은 각각 3명의 인간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영적으로 성숙시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미카엘과 라울은 자신들이 맡은 인간들을 관리하면서도 천사들의 제국 너머에 대한 호기심으로 탐사를 계속합니다.
주인공들의 자신들이 맡은 인간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삶 속에 전해지는 천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흔히들 '수호천사'라고 말하는 존재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제는 결국 인간의 운명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 누구의 도움이 아니지요.
흔히들 하늘이 안 도와준다는 불만을 많이 하지만 결국 하늘도 인간의 의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주인공들은 결국 천사들의 제국을 성공적으로 나와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총 6권으로 되어 있는 [신] 시리즈는 '신 후보생'이 된 미카엘과 라울이 신들의 세계 너머를 탐험하는 이야기죠.
이 주인공들이 참 말썽꾸러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끊임없이 자신들이 속한 세상 너머를 꿈꿉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세상에 적당히 만족하거나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다음 세상을 꿈꾸는 것이죠.
그리스신화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화속 신들이 '신 후보생'들의 스승이 되어 신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가르칩니다.
표본행성을 하나 만들어서 각 후보생들이 하나의 종족을 맡아서 키우면서 한명씩 탈락시키는 과정을 반복하죠.
그 모든 과정이 인간의 역사와 그대로 닮아있고 6권의 소설속에 인간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왜 잔인하고 무자비한 종족이 선량하고 현명한 종족을 이길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지금에 와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광적인 집단행동(히틀러 같은)들이 허용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간의 역사에 대한 통찰이 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너무 편하게 풀어나갑니다.
결국 이번에도 신 너머의 세계에 도달한 주인공들이 발견한 최종의 결론은 무척 허무하긴 했습니다.

[개미]와 [타나토노트]시리즈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정리해 놓은 잡다한 지식들의 모음집입니다.
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그의 소설속에서 끝없이 참조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지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의 지식들은 분명 일반적인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지식들이 아닙니다.
생소한 지식들. 과연 이게 사실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지식들의 백과사전입니다. 

과학적 신화적 지식과 꾸준한 관찰이 베르나르의 주무기이지만 그런 무기가 힘을 가지게 하는 것이
그의 끝없이 이어지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의 상상력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책이 [나무] 입니다.
베르베르의 단편들이 모여있는 이 책은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그의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어느날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독립을 선언한 왼손.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고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전자제품들.
20까지 밖에 수를 셀 수 없는 부족의 이야기 등.
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단편들은 모두가 하나의 장편으로 쓴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야기들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미]와 더불어 [나무]를 베르베르의 최고의 작품중에 하나로 뽑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도 그의 작품들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읽은 것도 [뇌]와 [아버지의 아버지]가 있죠.
베르베르는 한국을 많이 사랑하는 작가이고 한국인들도 그의 작품을 많이 사랑합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이 우리의 정서와 많은 부분 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천사들의 제국]과 [신]을 통해 우리나라 일본의 과거를 고발하는 장면은 특별한 통쾌함을 전해주죠.
그리고 다른 그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품성, 메시지, 주제의식... 이런 것들이 아무리 좋아도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최고의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한 명 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가죠.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12월 17일에 저장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9년 12월 17일에 저장
구판절판
신 1~6권 세트 - 전6권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58,800원 → 52,920원(10%할인) / 마일리지 2,940원(5% 적립)
2009년 12월 17일에 저장
절판
천사들의 제국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 2001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9년 12월 17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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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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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계의 최고의 핫이슈를 말한다면 현재 그의 이름을 빠뜨릴 수 없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 [다빈치 코드]의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는 작가.
[다빈치코드]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야기의 재미도 물론 뛰어나지만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예민한 부분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논리도 파헤친
그의 과학적, 종교적 지식과 치밀한 조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랭던시리즈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천사와 악마]도 같은 매력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무려 6년의 침묵을 깨고 발간한 신작은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번에도 역시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프리메이슨'의 실체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시작은 다른 작품들처럼 미국의 국회의사당에서 발견된 랭던의 멘토의 오른손 손목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피터 솔로몬'은 랭던에게 은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인물이다.
그를 납치한 범인은 랭던에게 '메이슨의 피라미드'에 적힌 암호를 풀고 고대의 비밀을 풀라고 한다.
그래야만 피터솔로몬을 구할 수 있다는 협박과 함께...
학자라면 당연히 믿을 수 없는 전설에 지나지 않는 '메이슨의 피라미드'에 대한 전설을 파헤치라는 것이다.
그 자신이 믿지 않는 전설이 진실이라 주장하는 사이코적인 범인의 위협에 맞서 랭던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번 작품은 종교와 과학의 대립, 기독교의 숨겨진 진실 등 전작의 주제에 비해 다소 약한 느낌이다.
물론 미국내에서는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과 메이슨의 비밀에 대한 정보가 많을 것이고 강한 주제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에 우리나라에는 아직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에 대한 정보나 음모론이 많지 않다.
그래서 보편적인 관심을 끌었던 전작의 주제들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주제에 살짝 실망을 했다.
또한 이전의 작품들이 실제로 세상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설정하는 것에 비해
이 소설에서 말하는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는 것이 단지 '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에 더욱 실망을 느낀다.
전체적으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주제가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실망감이 크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논쟁의 여지를 조금이라고 줄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껏 그가 겪은 유명세에 힘이 들었을까?

이러한 실망감을 보충해 주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가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커다란 반전의 역할을 한다.
가족이나 개인의 비중 보다는 종교나 과학, 기독교 등의 무거운 주제에 중점을 두던 소설이
갑자기 이 소설로 오면서 무게중심을 가족으로 옮기고 있는 느낌이다.
대의를 위해 가족은 희생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주었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가족을 위해 비밀의 봉인을 풀어버리는 캐서린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진다.
소설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슬픈 가족사가 아린 상처를 남겨둔다.

'너희가 신임을 정녕 모르는가?'
이 책의 주제일 수 있고 소재일 수 있는 '메이슨의 피라미드'의 비밀을 작가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고대의 우리의 선조는 우리의 마음이 이미 우리를 신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런 사실을 망각한 채 스스로가 신이라는 것을 모른 채 신을 기다리고 있다.
신이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는 왜 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가 신임을 모르는 채 어둠속을 헤메는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 그 피라미드의 임무였다.
작가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 설파하는 이 단순한 진실이 새롭게 느껴진다.

비록 전작에 비해 다소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댄 브라운과 로버트 랭던의 매력을 다시한번 느끼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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