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문화강국이라 자부하는 프랑스는 분명히 예술성이 뛰어난 국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예술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축구마저도 '아트 사커'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죠.
유럽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주연의 자리에 있었던 프랑스의 문화의 힘은 언제나 부러움에 대상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영화로 대표되는 예술성이 뛰어난 난해한 작품들은
일반 대중들의 눈 높이와는 많은 차이가 있고 흥행이나 재미면에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기 전에 항상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선입견이 생기는데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프랑스 작가를 저는 2명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헐리웃 영화같은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 '기욤뮈소'와
오늘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프랑스 최고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가 바로 그들입니다.

제가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 [파피용] 이었습니다. 
이미 [개미]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작들로 자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작가였지만
유난히 그런 작가들의 작품들을 꺼리는 개인적인 거부감 때문에 그 이전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파피용]을 처음 서점에서 집었을 때의 솔직한 심정은 소설의 내용보다 그림에 끌렸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인상적인 삽화에 눈이 끌려서 서점에 앉아서 읽기 시작한 것을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습니다.
그날 분명히 약속도 있었는데 약속마저 취소하고 서점을 떠날 수 없도록 만든 소설이 바로 [파피용]입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수명이 다해버린 지구를 떠나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선 14만명의 여정입니다.
너무나 허무 맹랑한 상상이고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정이지만 작가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거대한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진행될 수도 없고 과학적으로도 불가능 하겠지요.
그러나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의 여부를 떠나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완벽할 것 같던 14만명의 선발된 인원들이 수천년이라는 기나긴 여정의 기간동안 인간의 못난 역사를 되풀이 합니다.
아무리 완벽한 집단이 아무리 완벽한 통제하에 있더라도 결국 인간의 본성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성찰.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서 마저 서로가 협동하지 못하고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성경의 창세기를 닮아있는 새로운 행성에서의 새로운 희망, 인간에 대한 희망으로 마무리되는 결론까지.
그 자리에서 읽어버린 소설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겨 결국 소설을 구입하게 만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소설입니다.

그러나 [파피용]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못했습니다.
전작들에 비해 형편없이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라는 비평이 많았습니다.
저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적으로 읽은 소설인데 왜 이런 가혹한 평가를 받을까?
도대체 작가의 전작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다들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래서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기로 하고 선택한 책이 [개미]였습니다.

개미는 한 마디로 작가의 치밀한 관찰력과 광범위한 과학지식이 상상력으로 멋지게 결합된 걸작입니다.
인간의 시각에서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개미라는 생물에 대한 관심과 치밀한 관찰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스스로 지구상 모든 생물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의 지독한 오만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를 개미를 통해 고발합니다.
'개미(1권)'-'개미의 날(2,3권)'-'개미혁명(4,5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인간문명과 개미문명의 만남, 두 문명의 충돌, 그리고 두 문명의 공존의 방법들 제시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이야기합니다.
보잘것 없는 개미가 인간을 어떻게 이기겠는가?라는 오만한 질문에 대해 개미는 무서운 보복으로 답을 하죠.
그리고 인간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시점보다 훨씬 더 긴 시간동안 지구상에 살면서 터득한 개미의 지혜를
인간의 세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문명만이 유일하다는 오만함에도 철퇴를 날리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쉽게 밟아 죽이던 개미들에 대해 한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사랑들이 [파피용]을 보면서 느꼈던 실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미]를 다 읽을 즈음에 그의 신작 [신] 1,2편이 발간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달려갔더니 [신]이라는 작품은 [타나토노트]로 시작된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물론 [신]만 읽어도 된다고들 하지만 전형적인 A형인 제가 그런 식으로 책을 읽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이 [타나토노트]-[천사들의 제국]-[신]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입니다.

[타나토노트]로 시작해서 [신]으로 끝나는 총 10권의 시리즈는 사후세계에 대한 탐구입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타나토노트]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Note에 대한 이야기로 알았습니다.
그리스어로 '영계를 여행하는 자'라는 첫 문장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창피함을 경험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죽음에 가깝게 몰고가는 '가사체험'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떠다니는 영계가 있음을 알게 되는 주인공 미카엘과 라울이
인간의 사후세계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영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인 [타나토노트].
결국 인간 사후의 7단계의 세계와 그 너머에 있는 천사들의 세계에 대한 영계지도를 완성하죠.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사후세계에 대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총 7개의 단계를 거치는 그 모든 과정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진 종교와 신화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죠.
[타나토노트]에서 사후세계를 탐험하던 미카엘과 라울은 결국 천사들의 화를 불러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가게 된 곳이 바로 [천사들의 제국] 입니다.

[천사들의 제국]은 인간 세계에서 천사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주인공들이 천사들의 세계 너머를 탐험하는 이야기 입니다.
천사들은 각각 3명의 인간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영적으로 성숙시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미카엘과 라울은 자신들이 맡은 인간들을 관리하면서도 천사들의 제국 너머에 대한 호기심으로 탐사를 계속합니다.
주인공들의 자신들이 맡은 인간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삶 속에 전해지는 천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흔히들 '수호천사'라고 말하는 존재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제는 결국 인간의 운명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 누구의 도움이 아니지요.
흔히들 하늘이 안 도와준다는 불만을 많이 하지만 결국 하늘도 인간의 의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주인공들은 결국 천사들의 제국을 성공적으로 나와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총 6권으로 되어 있는 [신] 시리즈는 '신 후보생'이 된 미카엘과 라울이 신들의 세계 너머를 탐험하는 이야기죠.
이 주인공들이 참 말썽꾸러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끊임없이 자신들이 속한 세상 너머를 꿈꿉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세상에 적당히 만족하거나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다음 세상을 꿈꾸는 것이죠.
그리스신화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화속 신들이 '신 후보생'들의 스승이 되어 신이 갖추어야 할 것들을 가르칩니다.
표본행성을 하나 만들어서 각 후보생들이 하나의 종족을 맡아서 키우면서 한명씩 탈락시키는 과정을 반복하죠.
그 모든 과정이 인간의 역사와 그대로 닮아있고 6권의 소설속에 인간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왜 잔인하고 무자비한 종족이 선량하고 현명한 종족을 이길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지금에 와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광적인 집단행동(히틀러 같은)들이 허용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간의 역사에 대한 통찰이 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를 너무 편하게 풀어나갑니다.
결국 이번에도 신 너머의 세계에 도달한 주인공들이 발견한 최종의 결론은 무척 허무하긴 했습니다.

[개미]와 [타나토노트]시리즈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정리해 놓은 잡다한 지식들의 모음집입니다.
이 책의 많은 내용들이 그의 소설속에서 끝없이 참조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지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의 지식들은 분명 일반적인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지식들이 아닙니다.
생소한 지식들. 과연 이게 사실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지식들의 백과사전입니다. 

과학적 신화적 지식과 꾸준한 관찰이 베르나르의 주무기이지만 그런 무기가 힘을 가지게 하는 것이
그의 끝없이 이어지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의 상상력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책이 [나무] 입니다.
베르베르의 단편들이 모여있는 이 책은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그의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어느날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독립을 선언한 왼손.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고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전자제품들.
20까지 밖에 수를 셀 수 없는 부족의 이야기 등.
그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단편들은 모두가 하나의 장편으로 쓴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야기들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미]와 더불어 [나무]를 베르베르의 최고의 작품중에 하나로 뽑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도 그의 작품들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읽은 것도 [뇌]와 [아버지의 아버지]가 있죠.
베르베르는 한국을 많이 사랑하는 작가이고 한국인들도 그의 작품을 많이 사랑합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이 우리의 정서와 많은 부분 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천사들의 제국]과 [신]을 통해 우리나라 일본의 과거를 고발하는 장면은 특별한 통쾌함을 전해주죠.
그리고 다른 그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품성, 메시지, 주제의식... 이런 것들이 아무리 좋아도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최고의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한 명 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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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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