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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1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태어나면서 부터 왕이었던 사람.
35번의 전쟁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영웅.
그 자신이 고구려 최고의 장수이자 전쟁의 신이었던 태왕.
태자시절 그는 ’담덕’이었고 왕이었을 때 그의 이름은 ’영락대제’였으며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이름은 ’국강상관개토경평안호태왕’ 이었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었던 불세출의 영웅.
그렇기에 그의 서른 아홉 짧은 생이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사람.
역사상 가장 위대했고 그래서 그만큼 더 외로워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서른 아홉 ?은 삶으로 보내기에 아쉬웠기에 작가 ’하병무’가 그를 무덤에서 불러냈다.
학창시절 ’남자의 향기’라는 소설은 어린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드라마와 영화로 소개되었기에 더욱 유명해진 소설이지만
학창시절 그 소설이 던져 준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기준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 작가가 역사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조금 놀랬고 그 소재가 광개토태왕이라 또 놀랬다.
소설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비록 역사소설이지만 그는 역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태어나면서 부터 왕이 될 운명이어야 했던 담덕.
그는 자신이 가진 이 무거운 운명의 짐을 짊어지고 나아갔다.
그가 사랑했던 고구려를 위해, 고구려가 당해야 했던 수모를 잡기 위해,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고구려의 백성들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버렸다.
자유롭고 싶었던 욕망도, 목숨보다 사랑했던 여인마저...
왕으로 태어난 운명을 받아들인 담덕의 위대한 사랑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낸 '두절'을 자신의 심복으로 삼아
자신의 동생으로 아끼며 사랑했던 태왕의 자애로움.
그런 태왕의 사랑에 목숨을 버리는 충성으로 보답을 하는 '두절'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 아닌 사나이들의 진항 우정.
왕과 신하가 아니라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소울메이트.
'사랑'이라 부르기엔 어감이 이상하지만 그들의 우정 또한 강한 사랑이었다.
패전한 적국의 장수의 딸이었던 사람.
그러나 그 누구보다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여인.
목숨보다 소중했으나 고구려의 태왕이었기에 차갑게 버려야 했던 여인.
그러나 결국 평생을 그리워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여인.
위대한 만큼 외로워야 했고 외로움이 깊어갈수록 사무칠 수 밖에 없던 애절한 사랑.
평생을 두고 안타까워야 했던 태왕과 그녀의 사랑은 눈물을 맺히게 만든다.
그리고 태왕의 그림자로 평생 여인을 모셔야했던 '두절'의 애절한 사랑.
비록 한번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그의 아픔.
결국 태왕에게 돌아간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사랑은
태왕의 애절한 사랑과는 또다른 아픔으로 다가온다.
고구려의 충신 '두절'은 말한다.
한 나라의 왕이라면 마땅히 밖에서 얻어서 안으로 베풀어야 한다고.
한 나라의 왕이라면 마땅히 가진 자에게서 거두어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한 나라의 왕이라면 마땅히 그 나라에서 최고의 장수가 되어야 한다고.
왕이 사라진 지금의 현실에서 볼 때 한 나라의 왕은 지금의 정치인이라고 했을 때
지금의 정치인들은 과연 저 마땅한 전제에 대해 얼마나 자신있을 수 있을까?
안에서 얻어서 밖으로 베풀고 없는 자에게서 뺏어 가진 자에게 주는 것은 지금의 모습이 아닌가?
문득 태왕의 재림을 바라게 되는 건 나만의 잘못된 바램인가?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의 태왕을 만나고 싶다면 강력추천할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