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6 - 큰바다뱀들의 땅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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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의 기다림, 그 셀레임을 만나다 !!!

  5권이 나온 후 무려 2년을 기다렸다. '테메레르' 시리즈를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목을 빠지고 기다렸을 6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가슴이 살짝 설레이기도 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나온 지 오래였기에 더욱 기다림이 컸었다. 책이 늦어지면 영화라도 나왔으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텐데 '피터잭슨' 감독의 영화 소식도 없이 2년을 기다렸다. 2년만에 만난 귀여운(?) 용 '테메레르'와 조금은 고지식한 그의 조종사 '로렌스'. 소설만 읽어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나이에 하물며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고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이기도 하지만 '테메레르' 시리즈의 매력에 빠져들면 그런 시선은 신경쓰이지 않는다.


  장르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

  [테메레르]는 나폴레옹 전쟁 시절에 용을 이용한 공군이 존재했다는 가정하에 쓰여지 판타지 소설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을 실제로 있는 동물로 가정하고 게다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까지 가진 것으로 설정했다. 상상으로마 그칠 수 있는 이야기를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연관시켜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묘미다. 일종의 '대체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6권에서 그 장르가 완전히 바뀌었다. 5권에서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프랑스 용들을 위해 약을 건네준 일로 반역죄로 몰린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미지의 대륙인 호주로 유배를 가게되는데 6권으 호주에서의 모험을 담고 있다. 5권까지가 역사적 사실에 연관된 이야기 전개였다면 6권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완전한 판타지 모험 소설이 되었다. 역사적 사실과의 연결이 흥미를 끄는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거기에 따르는 한계가 있다. 이제 역사라는 짐을 던져버린 소설은 본격적인 모험과 판타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호주의 전설상에 존재하던 '버닙'이나 '큰 바다뱀'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낸다. '대체 역사소설'의 매력을 조금 잃기는 했지만 대신 얻어낸 판타지의 매력이 훨씬 더 크다. 6권으로 끝이라던 이야기가 7,8,9권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는 장르의 변화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험들에 대한 기대감에 다시 올 기다림의 시간이 더욱 길 것 같다.


  새로운 캐럭터의 탄생. 기대되는 그들의 활약

  게임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는 이력에 맞게 나오미 노빅의 가장 큰 매력은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주인공인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처음부터 일관된 캐릭터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닮아가며 캐릭터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특히 다소 고지식한 느낌으 전형적인 영국군인 캐릭터였던 '로렌스'의 캐릭터는 6권을 계기로 극적인 전환을 한다. 그 전환의 과정이 충분한 타당성을 지닌다는 것이 공감을 일으킨다.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의 '테메레르'와 함께 6권에서 새로 태어난 감당이 안되는 성격의 '시저'와 지금은 대단함 식탐만을 보여주지만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쿠링길레', 뜻하지 않게 원주민들의 용이 된 '타룬카'까지... 새롭게 태어난 용들의 캐릭터들도 개성있고 매력적이다. 물론 '테메레르'를 대적할 유일한 용인 '이스카에르카'의 여전한 모습도 반갑기 그지없다. 용들 뿐 아니라 1권에 이어 다시 등장한 '랜킨'이나 '쿠링길레'의 조종사 '디마니', 뛰어난 지략의 소유자 '지아 전' 등의 새로운 등장인물들도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미지의 대륙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모험

  그 시대 호주는 제국주의 열강들 마저 외면하는 버려진 땅이었다. 아무도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대륙에서 테메레르 일행은 대륙을 횡단할 길을 만들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테메레르가 지키던 용알이 도둑을 맞게되고 그들의 모험은 용알을 되찾기 위한 모험으로 목적이 변경된다. 미지의 대륙에서 만나는 수많은 위험들과 서로 융합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대립, 술에 쩔은 죄수들과의 갈등 등이 얽히면서 그들의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 여정의 끝에서 만나는 에상치 못한 인물들과 영국의 공군인 로렌스와 중국 태생의 용인 테메레르의 애매한 정치적 상황까지 겹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6권에서는 작은 충돌은 있었지만 전편들과 같은 큰 전투는 없다. 그래서 박진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앞으로 펼쳐진 모험들을 위한 쉬어가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커진다. 아직 해력되지 않은 영국과 중국의 갈등, 식민지를 세우려는 영국과 그들에 대항하는 토착민들의 갈등, 버닙과 큰 바다뱀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들과의 해결되지 않는 대립들이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된다. 이제는 완전한 판타지 모험소설이 된 이 시리즈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궁금해진다.

  다시 1권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위한 포석을 까는 단계. 7,8,9권의 이야기의 바탕이 될 등장인물들과 갈등들에 대한 배경설명이 이루어진 6권이다. 장르의 전환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로 7권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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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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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간결하고 감미로운 언어

  파울로코엘료의 글은 간결하다. 어지러운 수식어나 복잡한 문장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문장의 길이도 길지 않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대중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마치 귓가에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목소리 좋은 성우와 같은 느낌으로 인생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펼쳐낸다. 그의 최고의 히트작인 [연금술사]가 그러했고 이 소설 또한 그러했다. [연금술사]를 읽으면서도 작가의 철학을 따라갈 만큼 생각이 깊지 않아서 조금 어려웠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 소설도 그런 느낌이다. 마녀와 마법사들의 세상을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의 언어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철학도 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빨리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은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인생은 끝없이 의심하며 전진해 나가는 것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은 끝없이 의심하며 전진해 나가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흔히 내가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가 해야할 일인가? 지금의 내 모습이 올바른 모습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고민들이 자신감의 결여에서 비롯되거나 현실의 어려움을 벗어나고 싶은 변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의심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생은 그런 의심을 끝없이 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심들을 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고 누구나 쓰임이 있는 채로 창조되었다는 믿음이다. 끝없이 의심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길이 맞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내가 다른 누구보다 어떤 면에서 뛰어나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오만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 대한 열등감도 얼마나 못난 감정인지 깨달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쓰임이 있고 그 쓰임에 맞은 재능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전진해 나가는 삶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소울메이트를 찾아 떠난 여정

  소설은 20살의 '브리다'가 자신의 삶의 의미와 사랑을 찾아 마법사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동화나 만화속에서 희화화되면서 잊혀진 마녀와 마법사들의 세계에서 자신을 찾아나선다. 잊혀진 '달 전승'을 따라 삶의 목적을 깨닫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여정을 통해 한때 하나의 영혼이었다가 분리되어 살아가는 자신만의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동시에 두명의 소울메이트를 만나서 방황하고 선택하는 이야기이다. 원래는 하나였던 영혼이 윤회를 거듭하며 분리된 것이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난 지금의 아내를 사랑하고 내 삶의 동반자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에게 마법의 능력이 없어서 그녀의 어깨위에 빛나는 빛을 볼 수는 없지만 그녀가 나의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에 대한 사랑이 한층 더 두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그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솔로인 이들에게는 자신의 인연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안애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고 이미 인연을 만난 이들에게는 그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알려주는 소설이다.

  코엘료의 팬이라면 이번 소설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팬이 아니라도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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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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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언제나 별 5개를 기대하고 읽고 언제나 별 5개를 매기게 된다. 나와 마눌님의 공통적인 생각은 이 사람 작가가 안되었다면 아마도 완전범죄를 성공할 수 있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본작가인 오쿠다 히데오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일종의 '돌아이'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구성과 가슴에 와닿는 사람의 이야기와 천재적인 트릭으로 독자들이 감히 도전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말 그대로 '천재'라는 생각이다. 단편집 [탐정클럽]은 그런 게이고의 매력을 흠뻑 느낄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단편집이다.

  '탐정클럽'에 나오는 탐정들은 탐정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흥신소 내지는 심부름센터에 가깝다. 다만 그들에게는 천재적인 추리능력이 있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겁모습이 아닌 사건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진상에 다가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형사 콜롬보나 셜록홈즈처럼 '범인은 당신입니다.'라고 멋지게 등장하지 않는다.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정보를 모으고 진상을 추리하고 그 결과를 조용히 알려줄 뿐이다. 진상을 알고 난 후에 고객의 행동은 자신들이 알 바가 아니다. 돈으로만 연결된 관계이고 그래서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다. 범인이 누구라고, 사건의 진상이 뭐라고 경찰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정의감이나 인간적인 감정은 전혀 배제한 채 사건의 진상만 알려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정체가 더욱 더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이 소설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일종의 권선징악의 교훈이 담겨있다. 악인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교훈.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경찰과 법의 역할에 전혀 기대지 않는다. 진상을 알고 있는 사람은 탐정클럽과 의뢰인 뿐이다. 그들이 그 후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있다. 그 선택에 도덕성을 가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론에 가면 일반적인 정의감에 위배하는 선택이 나오기도 하고 그냥 '묻어두는' 결말이 나오기도 하고 결말을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런 결말이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다. 인간은 언제나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정의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딱 한번 탐정클럽이 결말에 개입하는 경우는 그들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경우 뿐이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그 결말들 때문에 더 현실적이 된다. 그래서 더욱 끌리는 이야기가 된다.

  일단락 된 사건을 뒤집는 탐정클럽의 활약은 그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대 장점인 반전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찰의 수사나 등장인물들의 증언, 범인들의 거짓말과 트릭들로 인해 정해진 결말을 항해 나가다가 마지막에 똑같은 증거, 똑같은 증언들을 조합하여 완전히 다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모습에 작가의 뛰어난 능력이 들어있다. 게이고 소설의 최고매력인 반전의 묘미가 극대화 된 소설이다. 5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사건의 진상에 녹아드는 이야기 속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 들어가 있다. 돈이 필요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변해서, 무너지려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등등. 그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 또한 게이고의 매력이다. 게이고늬 소설은 언제나 눈물 한방울이 맺히게 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5편에 이야기에도 그런 부분이 담겨져 있다. 물론 단편이라는 한계로 인해 눈물이 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극히 인간적이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아쉬운 점은 단편이라는 점이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소설로 나와도 충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도 단편으로 만들어지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단편의 단점이기도 한 부분이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역시 게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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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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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명제가 진리가 아님은 새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너무 배가 고파서 몇 천원짜리 빵을 훔치다 몇년을 살고 수천억의 비자금을 조성한 대기업 총수는 '국민 경제에 이바지 한 공'으로 무죄 방면되는 세상이다. 또한 수만명의 무고한 백성을 죽인 전직 대통령은 아직도 돈이 없다면서 온갖 비열한 꼼수를 부리면서 잘 살아가도 있다. 권력과 재력에 법이란 휴지조작에 불과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안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우리는 그저 그들의 비열하고 짜증나는 놀음을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방관하고 있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작가의 소명중에 하나가 시대정신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볼 때 조정래라는 대작가가 새삼스레 깨우치고 있는 우리시대의 모습은 부끄럽기 한이 없어 한 아이의 아버지인 내가 차마 쳐다볼 수 없는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우리의 자화상을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아프게 까발려 놓았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에 더욱 화가나고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권력은 이미 돈의 노예가 된 지 오래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태봉그룹'의 모티브가 되는 '삼성'의 경영권 불법승계는 돈에 넘어간 권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들이 아무리 삼성의 로비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국민들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법을 집행하고 법을 어기는 자들을 벌하라고 법관과 변호사를 만들어 놓았더니 오히려 그들에게 매수된 상태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온갖 법조항을 꼬아놓고 억지로 해석해서 그들의 불법을 불법이 아닌걸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의 느꼈을 허망함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처럼 국민들이 '자발적 복종'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국민들은 자발적 복종이 아닌 '지겨운 체념'에 빠져 있는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재미없는 3류 드라마에 질려버렸다고 할까? 그들의 세계는 그들의 몫이고 국민들의 삶은 그들에게 눈돌리기엔 너무 힘들지 않은가?

  언론 또한 돈의 노예가 된 지 오래이다. IT업게에서 일하다 보니 최근의 스마트폰 열풍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입장에서 언론을 보면 이제 분노마저 나지 않을 정도이다. 삼성의 사보보다 더 친삼성적인 언론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역겹기까지 하다. 애플의 작은 문제는 마치 기계가 엉망인데도 팔아치우는 것처럼 확대하고 삼성의 심각한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슬쩍지나가는 행태의 기사가 수없이 넘쳐난다. 그들이 진정 기자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난 정말 기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러나 문제는 그런 기사의 범람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마눌님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은 완전히 못쓰는 기계로 인식하고 있다. 언론의 무서운 영향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회는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에 읽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라는 단편집에 국가가 사라지고 브랜드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전쟁이 아닌 코가콜라와 펩시의 전쟁이 일어나는 상상이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엉뚱한 상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우리모습은 이미 그렇게 닮아가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 아닌가? 대작가가 다시 한번 일깨워 준 돈의 위력에 새삼 놀랍고 두러워진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점점 더 돈의 노예가 된다면 내 아이의 행복은 과연 어디서 얻어야 할까?

  등장인물들에게서 인간적인 정서를 모두 빼앗아 버린 작가의 노림수가 제대로 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모습이 엿보였다면 그 면을 붙잡고 동조하려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정서가 사라지고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만이 남아있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진정 우리사회의 현재 모습임을 잘 알고 있기에 더 큰 각성을 하게된다. 소설은 힘없는 자들의 작은 승리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시민단체와 대학교수의 순진한(?) 투쟁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작은 승리를 보여줌으로써 희망을 주기 보다는 현실에서는 그런 작은 승리조차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부끄러워진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게 더 아프다.

  연초부터 이어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베스트셀러 행진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인문서가 이렇게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정의가 사라졌기 때문이고 이런 사회에 대해 국민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방관하는 '허수아비'의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문학의 대작가는 우리 사회에 '이제는 일어설 때'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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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 우리 이야기로 보는 분석 심리학
이나미 지음 / 민음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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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담이나 설화, 혹은 옛날이야기는 우리의 어린시절에 풍부한 감성을 가지게 해 준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들으면서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원망했고 '옹고집' 이야기를 들으면서 못된 짓을 일삼던 옹고집의 고생에 고소해했던 기억은 지금도 내 기억속에 남아있다. 어린 시절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과응보의 교훈을 얻고 권선징악의 진리를 깨달았던 기억. 이 책은 그 옛날이야기들을 정신분석한의 입장에서, 주로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맞춰 재해석한 책이다.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전달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민담을 연구하는 이유가 특정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와 달리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전으로 전해지다보니 화자의 창작과 가치관이 들어갈 수 있지만 오랜시간 전해지다보면 화자들의 가치관과 창작의 공통된 부분만 남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민담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민담에 담긴 인간의 공통된 특성, 융의 용어로 '원형'이라고 하는 액기스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심코 듣고 지나쳤던 옛날이야기에 이렇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본성이 담겨있다는 사싱이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분석해내는 이 책은 옛날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역시 옛날이야기가 내가 전해들었고 내 아들에게 전해주었던 이야기로 남기를 바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의 지혜를 얻기만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솔직한 심정으로 말한다면 이 책의 분석은 너무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다. 가정도 많고 논리적으로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완전분해하려 하는지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옛날이야기는 옛날이야기 그대로 남겨두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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