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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언제나처럼 간결하고 감미로운 언어
파울로코엘료의 글은 간결하다. 어지러운 수식어나 복잡한 문장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문장의 길이도 길지 않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대중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마치 귓가에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목소리 좋은 성우와 같은 느낌으로 인생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펼쳐낸다. 그의 최고의 히트작인 [연금술사]가 그러했고 이 소설 또한 그러했다. [연금술사]를 읽으면서도 작가의 철학을 따라갈 만큼 생각이 깊지 않아서 조금 어려웠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 소설도 그런 느낌이다. 마녀와 마법사들의 세상을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의 언어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철학도 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빨리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은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인생은 끝없이 의심하며 전진해 나가는 것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은 끝없이 의심하며 전진해 나가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흔히 내가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가 해야할 일인가? 지금의 내 모습이 올바른 모습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고민들이 자신감의 결여에서 비롯되거나 현실의 어려움을 벗어나고 싶은 변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의심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생은 그런 의심을 끝없이 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심들을 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고 누구나 쓰임이 있는 채로 창조되었다는 믿음이다. 끝없이 의심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길이 맞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내가 다른 누구보다 어떤 면에서 뛰어나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오만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 대한 열등감도 얼마나 못난 감정인지 깨달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쓰임이 있고 그 쓰임에 맞은 재능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전진해 나가는 삶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소울메이트를 찾아 떠난 여정
소설은 20살의 '브리다'가 자신의 삶의 의미와 사랑을 찾아 마법사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동화나 만화속에서 희화화되면서 잊혀진 마녀와 마법사들의 세계에서 자신을 찾아나선다. 잊혀진 '달 전승'을 따라 삶의 목적을 깨닫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여정을 통해 한때 하나의 영혼이었다가 분리되어 살아가는 자신만의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동시에 두명의 소울메이트를 만나서 방황하고 선택하는 이야기이다. 원래는 하나였던 영혼이 윤회를 거듭하며 분리된 것이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난 지금의 아내를 사랑하고 내 삶의 동반자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에게 마법의 능력이 없어서 그녀의 어깨위에 빛나는 빛을 볼 수는 없지만 그녀가 나의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에 대한 사랑이 한층 더 두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그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솔로인 이들에게는 자신의 인연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안애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고 이미 인연을 만난 이들에게는 그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알려주는 소설이다.
코엘료의 팬이라면 이번 소설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팬이 아니라도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