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 보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라고 한다.
나 또한 그의 팬으로써 언제나 그의 신작이 나오면 흥분하고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카산드라의 거울]이라는 조금은 낯선 제목의 소설도 고민없이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뭐랄까? 조금은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주인공은 고대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의 이름은 딴 '카산드라카첸버그'이다.
17살의 그녀는 심각한 편집증 환자이며 미래의 테러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대의 카산드라에게 걸린 저주처럼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그녀는 13살 이전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자폐아들을 위한 기숙학교에서 도망친 그녀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흘러든다.
그곳에서 세상과 분리된 생활을 하는 노숙자들의 무리에 끼어들어 생활한다.
그녀의 예언을 믿는 이들은 오로지 노숙자 4명.
전직 영화배우 출신의 여자, 용병출신의 남자, 탈북자 출신의 청년, 전진 주술사 노인.
그녀가 보는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들 뿐. 그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베르나르의 특기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능력은 여전히 좋다.
두권의 두께가 만만치 않음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테러범들과 노숙자 무리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상대의 대결은 흥미롭다.
카산드라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도 재미있다.
그 모든 과정이 베르나르 특유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져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전까지 신화과 과학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면한다는 느낌이다.
상상이나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실세계에 대한 참여의식이 강한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이전의 소설들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조금 낯설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다.
이 작가가 프랑스 작가라는 사실을 확실히 이야기 해주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프랑스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인류의 재앙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다.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의 상상, 인류의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하던 이야기들이
프랑스에 밀접한 사안들로 작아지다 보니 낯선 이질감이 느껴진다. 아쉬울 수 밖에...

2권의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카산드라의 과거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나름 야심찬 승부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개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과도 비슷한 결말이다. 물론 차이가 있지만...
요즘 베르나르의 소설을 보면 항상 결말에 아쉬움을 준다. [신]에서도 그랬듯이...
도대체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헷갈리는 결말이다.
무분별한 이기주의로 인류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미친 인류에 대한 경고라고 할까?
지금 이대로 가면 필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인류의 재앙에 대한 경고라고 할까?
큰 틀의 주제는 어렴풋이 알 수 있지만 소설의 결말은 주제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출판사의 마케팅의 일환이겠지만 한국인 '김예빈'의 모습도 아쉬울 뿐이다.
엄밀히 말해서 한국이 아닌 북한 출신의 탈북자이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혹시 작가가 남한과 북한을 같은 나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이 든다.
그 역할도 출판사의 요란한 마케팅과는 다르게 그리 크지 않은 조역이다.
마케팅의 요란한 선전에 놀아났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오해일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베르나르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험소설도, 성장소설도, 판타지도, 애정도 아닌 뭔가 어색한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움만 잔뜩 남은 소설이다.

p.s : 번역의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딱히 틀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뭔가 어색하고 어지러운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 마운드에 서다 - 자이언츠 키드의 사회인 야구 도전기
정범준 지음 / 알렙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작가와 나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누구도 못말리는 세계최고의 팬 '롯데 자이언츠'의 열성팬이라는 사실.
둘째, 이제는 서서히 야구를 하기엔 무리라는 평가를 받는 40대에 들어섰다는 사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부터 공감이 팍!팍! 올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비록 나는 사회인 야구를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죄(?)로 인해 프로야구가 태어난 순간부터 롯데자이언츠의 팬이 된 작가.
어느날 나빠진 건강을 핑계삼아 사회인 야구에 도전한다.
그러나 선발투수에 대한 의욕과 열정과는 달리 따라주지 않는 제구력은 그를 좌절시킨다.
투수레슨을 받고 동호회에 들어서 열심히 경기를 하면서 하나씩 야구를 배워가는 작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선발투수가 되고 첫승을 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낸 논픽션이다.
그런데 이 논픽션이 어떤 픽션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일단 야구에, 롯데자이언츠에 미쳐있는 광팬이라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그 보다는 작가가 사회인 야구에 도전하며 보여준 열정이 전해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사회인 야구에 도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작가에 대입하여 열심히 그의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

처음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을 때 멋진 마스코트에 반해 'MBC 청룡'의 팬이 되었던 나는
84년 전무후무한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을 보면서 '롯데자이언츠'의 팬으로 바뀌었다.
그 후 부산에서 대학을 나오면서 강의실 보다 사직구장에서 더 많이 살았었고
남포동 보다 사직구장에서 더 많은 데이트를 했던 우리 부부는
이제는 아들과 함께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롯데자이언츠의 자랑스러운 광팬이다.
그런 나에게 '야구'가 주는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시킬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사회인 야구를 접하고 싶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 보니 어느새 나이가... ㅠ.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는 나에게 작가의 도전은 부끄러운 깨달음을 얻게 한다. 나이는 핑계일 뿐...

최근 야구의 인기가 늘고 '천하무적야구단'의 인기로 인해 사회인 야구도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여년을 롯데자이언츠의 열성팬을 자부하며 살아온 내게 지금의 인기는 기분좋은 일이다.
물론 90년대 있었던 야구붐 처럼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즐기고 야구의 묘미를 알아 간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야구에 관한 이야기라면, 특히 롯데에 관한 이야기라면 몇시간이고 지겨울 것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알지 못했던 또다른 야구의 세계에 대한 안내서가 되었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이제 막 야구의 재미를 알기 시작한 사람도,
나 처럼 야구 없이는 못사는 열성팬을 자처하는 사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회인 야구를 하는 이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열정을 선물하고
이제 막 야구의 재미를 알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보다 넓은 야구의 세계를 보여주고
열성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겁한 핑계로 외면했던 사회인 야구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게 만든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야구 이야기. 자이언츠 키드의 멋진 사회인 야구 도전기. 강추!!!

P.S : 야구와 인물에 대한 평가가 나와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스테라]에 이어 2번째로 나온 박민규의 소설집 제목이 [더블]이다.
작가와 나이대가 비슷한지라 작가가 말하는 더블앨범에 대한 추억은 나도 가지고 있다.
누나가 돈 모아서 산 전축에 이선희, NKOB 등의 LP판을 열심히 틀어댔던 아련한 추억.
지금은 사라진 LP판에 대한 추억을 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더블앨범은 고사하고 '싱글앨범'이라는 이름으로 단 한 곡만 있는 앨범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최소 10여곡의 노래가 담겨있던 가수의 모든 역량이 담겨져 있던 더블앨범을 그리워 하는 나.
싱글앨범이 진정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극히 상업화된 사회에서
최소 1년 이상의 긴 작업으로 완성해서 가수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더블앨범이 그립다.
작가가 18편의 단편을 [더블]이라는 소설집으로 모으면서 그런 자신의 정성을 담았다는 느낌이다.

박민규의 이야기는 세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않는다.
옛날에는 어느 정도 승리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명백한 패배를 안고 사는 사람들.
나보다 약자일수도 있도 나보다는 나은 강자일수도 있고 때로는 나일수도 있는 사람들.
그들의 사소한 일상과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금 전투에 나갈 힘을 주는 작가.
그래서 난 그의 글이 좋았고 그의 소설들이 좋았고 지금도 그의 책은 망설임 없이 구입한다.

이 소설집의 첫 단편을 읽으면서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남자의 추억찾기를 다룬 [근처]를 읽으면서
젊고 재기가 넘치고 상상력이 풍부하던 박민규라는 작가가 세월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도 젊고 패기로운 20,30대가 아니라 자기 나이와 비슷한 40대의 인물이었고
세상에 나가기도 전에 패배가 정해진 불우한(?) 청춘이 아니라 어느정도 승리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첫 단편이후에 여러 단편들을 읽어가면서 그는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축구도 잘해요],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등의 단편들에는 여전히 기발한 상상력이 남아있고
[굿바이 제플린] 같은 단편에서는 여전히 패배한 인생들에 대한 따스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다만 세월을 먹으면서 그 표현이 다소 유해졌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그 변화가 싫지 않다.
문단의 파괴는 여전하지만 전보다 많이 줄었고 폰트의 파괴가 추가되었다.
갑자기 작아진 글씨에 눈을 찡그리며 읽어야 했지만 그래서 더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박민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던 단편집이다.

이 책의 단편들은 '끝'을 공통적인 주제로 삼고 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의 끝, 자식에게 버림받고 아내마저 치매에 걸려 자살을 결심하는 노인의 끝,
밑도 끝도 없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두 남자의 끝,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한강 다리 아치에서 벌이는 끝 등.
18편의 이야기 모두가 막다른 상황, '끝'에 몰린 인생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무언가 선택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상황이지만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름 '끝'에 몰렸다고 힘들어하던 나의 짐이 조금 가벼워짐을 느낀다.
18편의 단편들을 통해서 작가는 '세상은 어차피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힘겨운 짐이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삶이 있다고.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박민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그가 전하는 진정성이 담긴 더블앨범 같은 선물이다. 추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결

  백두산 호랑이 흰머리에게 아비를 잃고 동생의 왼쪽 팔 마저 잃어버린 후 7년간 흰머리를 잡기 위한 치열한 추격을 펼치는 산.  월등한 강함으로 개마고원을 지배하는 영대인 백호 흰머리. 집요하고 끈질긴 추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산의 생각을 알고있는 듯 흰머리도 산과의 대결을 끝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며 한반도의 지붕인 개마고원의 혹독한 추위를 배경으로 펼치는 대결. 단순히 맹수와 사냥꾼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처절한 대결. 산에게는 흰머리만 보이고 흰머리에게는 산만 보이는 대결.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보며 정면으로 부딪치는 정면승부.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끝없는 긴장으로 팽팽히 날이 선 날카로운 칼날같은 대결.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며 숨조차 아끼며 쉬어야 하는 숨막히는 대결. 2권, 총 800여 페이지의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지극히 정적이면서도 지극히 동적인 대결이 이어진다. 이런 소설 정말 처음이다 !!!

  사랑

  오로지 흰머리만 보면서 살아오며 어느새 호랑이의 혼을 가지게 된 남자 산. 그에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와 흰머리 사이에 끼어든 한 여인 주홍. 사랑에 서툰, 아니 사랑의 감정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남자와 호랑이의 고독을 사랑하다 호랑이를 사랑하고 결국 호랑이의 혼을 가진 사내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뜨거운 사랑이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개마고원의 살인적인 추위를 녹일고도 남을듯 하다. 호랑이를 죽여야 사는 남자와 호랑이를 죽일 수 없었던 여자의 간극이 서서히 좁아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산을 닮은 남자와 바다를 닮은 여자의 사랑. 密林無情. 밀림은 정이 없다.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냉혈한 승부의 세계를 그린 소설이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나름의 균형을 잡는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숙종적이지만 않은 여성의 모습이 당당하게 그려진다. 다소 마초적인 성향의 소설이 주홍으로 인해 또 다시 나름의 균형을 가진다. 사랑은 그렇게 이 소설의 균형을 맞춘다. 아름답고 뜨겁고 순수하다. 그리고 슬프다.

  질투

  사랑이 나오니 당연히 질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산과 주홍의 사이를 끼어드는 것은 일본군 소좌 히데오. 어릴때 부터 군인을 꿈꾸었고 천상 군인이었던 그에게도 낯선 감정일 수 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져온 여인이 바로 주홍. 그러나 주홍의 마음은 이미 산이라는 사내에게 가 있다. 해수박멸대장인 그에게 최고의 적은 흰머리이지만 어느새 주홍의 마음을 빼앗아 간 산이 그의 최고의 라이벌이자 적이 된다. 사랑의 패자에게만 찾아오는 질투의 감정은 소설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소설의 다른 축을 하나 더 만들어서 소설의 동력을 더욱 키워준다. 흰머리와 산의 메인대결과는 별개로 산과 히데오의 서브대결을 하나 더 만들어서 2개의 대결이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 물론 히데오는 산의 상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슬픔

  산의 동생 수는 들꽃을 사랑하던 소년이었다. 어느날 그에게 닥친 재앙은 그의 왼팔을 앗아가 버리고 실의에 빠진 그는 도박에 빠져든다. 이미 들꽃을 사랑하던 소년은 사라져 버리고 점점 더 세상에 물들고 도박에 영혼을 팔고 돈에 목숨을 거는 하류인생으로 전락한다. 그의 불행이 그에게서 앗아간 것에 가슴이 아프다. 그의 절망에 함께 아파한다. 그리고 그가 겪었을 슬픔이 느껴진다. 그보다 더 큰 슬픔. 그렇게 망가져버린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산의 슬픔. 동생의 곁에 가서 동생의 슬픔을 달래주고 동생의 상처를 보듬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 흰머리를 먼저 잡아야만 했던 산의 슬픔. 총독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에 타인들은 주홍을 대우해 주고 총독 부부도 그녀를 아끼지만 그녀는 부모를 잃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 어린시절 따돌림을 받아야 했던 아픔이 남아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고독을 달래야 했던 슬픔이 있다. 소설에서 슬픔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된다.

  이야기

  잘 만든 영화를 보면 주인공의 시선뿐만 아니라 수많은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바라봐도 이야기가 살아있다. 이 소설도 산의 입장뿐만 아니라 흰머리의 시각에서 바라 본 이야기가 다르고, 주홍의 시각으로 바라 본 이야기가 다르고, 히데오의 눈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다르고, 수의 이야기가 다르다. 등장인물이 많지는 않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밸런스가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기 누구의 시각으로 읽느냐에 따라 소설의 재미가 다르고 소설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가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가 다양하다는 것이고 이야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힘이 강한 소설은 나에게는 최고의 소설이다.

  어느 순간은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페이지 가득 넘쳐나고 어느 페이지에는 액션영화가 부럽지 않은 화려한 액션이 가득차다. 어느 곳에서는 아름다운 연인의 불같이 뜨거운 사랑이 있고 사랑의 패자가 보여주는 광기와 분노가 있다. 어리석은 인간을 꾸짖는 백호의 우렁한 포효가 넘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가 덮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올 해 읽은 소설 중에서 단연 최고다 !!! 줄 수 있는 모든 별점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 강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민주화의 발전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의식의 변화, 사생활 보호에 강화로 인해
우리의 사회는 보다 민주적이고 인권을 보호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도덕의 붕괴이다.
민주화와 자유의 확대, 사샐활 보호라는 것이 자칫 방종과 무책임으로 흘러가면서
'내가 내 돈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 당신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는 식의 의식이 번지면서
도덕성이라는 것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고리타분한 것이 되어 버리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말은 점점 퇴색해져가고 '모럴해저드'가 익숙해지는 시대.
이 시대에 최고의 지식인 중에 한 사람인 마이클 샌델 교수가 던지는 새로운 화두.
'왜 도덕인가? 이 시대 우리는 왜 도덕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가?'

도덕의 붕괴는 자칫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살펴보았던 공리주의와 칸드 철학 등의 철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철학의 발달과정과 그 과정속에 인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등의 사상으로 변화되고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으로 지금의 도덕적 해이의 원인을 파악한다.
도덕적 해이의 이론적 바탕(?)으로 악용될 수 있는 유명한 철학적 이론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 이론들이 가지는 허점들, 도덕적 해이로 악용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함으로써
공동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 사회에서 왜 도덕이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도덕이라는 것과 정의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서로 연관이 있는 주제이다 보니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한 도덕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정의로운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문학 서적으로 이렇게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베스르트셀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어렵고 따분한 이론들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논쟁들을 소재로 삼아
그 논쟁들에 숨어있는 철학 이론들과 도덕성에 대한 숨은 시각을 날카롭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정치가의 비리를 비롯해 점점 상업화 되어가는 학교, 민영화란 이름으로 변질되는 공공서비스 등
실제 생활에 밀접하고 익숙한 논쟁들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 그 속에 담긴 도덕의 의미를 되새긴다.
정치와 도덕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정치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독자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안이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우리사회와 맞지 않는 부분에서 공감의 폭이 줄어든다.
그래도 구체적 사안이 아니 인간사회에 대한 예시로 생각하면 그럭저럭 이해할 만 하기는 하다.

아쉬운 점은 [정의란 무엇인가?] 보다 다소 어렵다는 것이다.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이론적인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는 경우가 전작보다 많아지다 보니 독서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의'에 대한 논쟁에 흥미가 있었다면 이제 '도덕'으로 관점을 바꿔 봄이 어떨까?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한다면 그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