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 보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라고 한다. 나 또한 그의 팬으로써 언제나 그의 신작이 나오면 흥분하고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카산드라의 거울]이라는 조금은 낯선 제목의 소설도 고민없이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뭐랄까? 조금은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주인공은 고대 트로이의 예언자 '카산드라'의 이름은 딴 '카산드라카첸버그'이다. 17살의 그녀는 심각한 편집증 환자이며 미래의 테러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대의 카산드라에게 걸린 저주처럼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그녀는 13살 이전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자폐아들을 위한 기숙학교에서 도망친 그녀는 쓰레기 하치장으로 흘러든다. 그곳에서 세상과 분리된 생활을 하는 노숙자들의 무리에 끼어들어 생활한다. 그녀의 예언을 믿는 이들은 오로지 노숙자 4명. 전직 영화배우 출신의 여자, 용병출신의 남자, 탈북자 출신의 청년, 전진 주술사 노인. 그녀가 보는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들 뿐. 그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베르나르의 특기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능력은 여전히 좋다. 두권의 두께가 만만치 않음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테러범들과 노숙자 무리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상대의 대결은 흥미롭다. 카산드라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도 재미있다. 그 모든 과정이 베르나르 특유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져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전까지 신화과 과학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면한다는 느낌이다. 상상이나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실세계에 대한 참여의식이 강한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이전의 소설들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조금 낯설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다. 이 작가가 프랑스 작가라는 사실을 확실히 이야기 해주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프랑스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인류의 재앙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다.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의 상상, 인류의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하던 이야기들이 프랑스에 밀접한 사안들로 작아지다 보니 낯선 이질감이 느껴진다. 아쉬울 수 밖에... 2권의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카산드라의 과거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나름 야심찬 승부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개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과도 비슷한 결말이다. 물론 차이가 있지만... 요즘 베르나르의 소설을 보면 항상 결말에 아쉬움을 준다. [신]에서도 그랬듯이... 도대체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헷갈리는 결말이다. 무분별한 이기주의로 인류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미친 인류에 대한 경고라고 할까? 지금 이대로 가면 필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인류의 재앙에 대한 경고라고 할까? 큰 틀의 주제는 어렴풋이 알 수 있지만 소설의 결말은 주제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출판사의 마케팅의 일환이겠지만 한국인 '김예빈'의 모습도 아쉬울 뿐이다. 엄밀히 말해서 한국이 아닌 북한 출신의 탈북자이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혹시 작가가 남한과 북한을 같은 나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문이 든다. 그 역할도 출판사의 요란한 마케팅과는 다르게 그리 크지 않은 조역이다. 마케팅의 요란한 선전에 놀아났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오해일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베르나르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험소설도, 성장소설도, 판타지도, 애정도 아닌 뭔가 어색한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움만 잔뜩 남은 소설이다. p.s : 번역의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딱히 틀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뭔가 어색하고 어지러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