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시 & 그녀의 시

                                 김종완
      
 

남/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2잔

  그녀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항상 말하기 전에 응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여/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한잔이 그의 것인지를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 하는 날 목욕을 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말을 그를 위해 해준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지금 그의 뒷자리에 앉아 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남/

  그녀는 하기 싫은 부탁을 받을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하는 그녀이지만 기분이 좋을때는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열시가 되기 전에 모두 잠에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 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여/

  그는 어려운 일을 말없이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에 담긴 긍정의 의미를 모른다

  난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그의 손을 잡고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은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 끈 방안에 어둠 속

  그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나는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남/

  긴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른다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하고 주말까지는 흰색머리띠를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부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

  몇 년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하지 못하며

  그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도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억양을 넣는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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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똘스또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가 새로 완역이 되어 나와서 그의 깊은 성찰을 만날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답니다.
<전쟁과 평화>같은 위대한 작품들을 써서 유명해졌지만, 그걸 읽을 수 있는 소수의 귀족들만이 즐길 뿐이란 사실에 회의를 느끼고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대중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군요.
더욱이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평생 농민의 차림새로 생활하면서 농민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교과서를 쓰고 방 한칸을 교실로 만들어 가르쳤다니 새삼 위인의 삶이 감동을 줍니다.
82세로 죽기 10년 동안 가려 뽑은 동서고금의 지혜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365일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해 놓은 금언집인데, 1월 3일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사업을 성취하는 데 있다”고 그리스도는 말했다. 우리에게도 저마다 우리를 보내신 분의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는 신이 우리를 통해 이룩할 사업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를 수가 없다.

2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마태복음 제7장 21절

3
타오르는 힘, 빛을 발하는 힘이 없다면, 적어도 빛을 가리지는 않도록 하라.

4
지혜의 법칙을 아는 자는 그것을 사랑하는 자보다 못하다. 그것을 사랑하는 자는 그것을 실천하는 자보다 못하다. 중국 잠언

5
우리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짧은 생애에서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낸 이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탈무드

6
나는 괴롭다, 나는 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내가 신을 섬겨야 하는 것이지 신이 나를 섬겨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것을 깨닫는다면 괴로움은 절로 가벼워질 것이다.

7
이 지상과 천상 사이에 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이 우리에게 준 주거가 영원히 악과 이기주의와 압박의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성 모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은 단순한 속죄의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다. 그 진리와 정의에 대한 갈망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다. 주세페 마치니

8
언젠가 우리는 천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든, 옛날에는 연체동물이었다고 믿고 있든,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그리고 실수 없이 완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존 러스킨

9
인생의 목적을 단순히 일신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생은 견디기 어려운 허망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성현이, 그리고 우리의 이성, 우리의 심장이 우리에게 말하듯이, 인생이란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신 분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부터 인생은 끊임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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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주문한 책이 택배로 왔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책을 알라딘에서 주문해 사는 일이 일상적이 된지도 아득히 오래된 것 같이 여겨지면서도  항상 설레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알라딘마을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2천원 쿠폰 2장을 받았기 때문에 특이한 경우가 되었다. 사용 기한이 3월 6일까지인데 주문 한 건당 한 장만 써야 한다고 해서 쓰기 위해 두 번에 나누어 주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22일 밤에 주문한 다음, 23일 낮에 새로 주문하고 보니 먼저 주문한 책이 벌써 출고준비 중이라니 24일에 받을 수 있게 되어 이렇게 빨리 될 수 있나 하고 기쁘면서도 24일엔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어서 받을 수 없어 걱정이었다. 26일에 받을 수 있도록 출고를 늦추어 달라고 메일을 급히 써서 보냈다. 26일에 배달되도록 조치해 주겠다는 답장이 외서 안도하게 되었다. (그동안 알라딘이 다 좋은데, 배송이 느리다고 아쉬워했었는데 이런 부탁을 드릴 줄 몰랐다).

그래서 쿠폰 2장 다 사용하기 위해 따로 주문한 책들을 함께 받게 되어 더욱 기분 좋다.더구나 이번에 구입한 책들이 질과 양에서 묵직해 기름진 양식을 비축해 놓은 듯 든든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채수동.고산 옮김 / 동서문화사) 

이 텍스트에 의미가 있는가? - 포스트모던 시대의 성경 해석학 (케빈 J. 밴후저 지음, 김재영 옮김, I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김창엽 외 지음 / 삼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창조자들 3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민아.장석봉 옮김 / 민음사)

특히 오래 전부터 읽고 싶던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이번에 새로 완역이 되어서 드디어 사게 되어 뿌듯하다. 무려 1220페이지나 되니 내가 산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 책이라 어느 세월에 읽을지 까마득하게 여겨지지만, 꼭 만나고 싶었던 위대한 영혼에게 원없이 안기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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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1 - 신과학총서 13
다니엘 J.부어스틴 / 범양사 / 1987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이 수집되어 있다는 미국의회도서관의 관장을 역임했다. 바로 그런 점이 전세계적인 자료를 동원할 수 있을 만큼 백과전서적인 이 책을 쓸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발견도 들어 있다.

이 책은 시간, 지구와 바다, 자연, 사회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번역본에서는 두 권으로 묶어 나왔다. 각기 연대순으로 하나의 발견이 다음의 발견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기와 지붕처럼 정교하게 겹쳐져 있다.
물론 발견들 간의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발명자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사람이라면 발견자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사람이다. 그 발명이나 발견이 인류를 얼마나 이롭게 하였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발견자들이란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상식에 도전해서 새로운 사실이나 사물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던가를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인간의 창조 행위의 裏面史(이면사)라고 부를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발견자들의 창조적 활동의 드라마에 동참하여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아무래도 서구인의 관점에서 살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그런 발견들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는지 깊이 주목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책에서도 등장했지만, 우리 선조들도 위대한 발견에 버금가는 사례를 남겨 놓았었어도 대부분 당시의 사회에 수용되지 못해 우연한 것으로 역사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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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 한마디로 재미있고 매우 유익한 책이다.

작가로서 성장하게 된 이야기를 담은 이력서는 궁핍했던 어린 시절의 실수를 통해 글쓰기에 눈 떠 간 과정을 배꼽 잡을 만큼 박진감 있게 보여 주고 있다. 그의 글을 최초로 읽어 주는 어머니의 격려로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킹은 “작가의 기질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도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 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연장통에서 글쓰기에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 놓아야 한다고. 어휘력, 문법, 문체 등을 갈고 닦아 놓고 쓸 수 있어야 된다.

창작론에서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으로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또 소설의 소임은 거짓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소설 창작이란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론에서 이 책을 쓰는 동안 겪은 심한 교통 사고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거의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절망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자세로 글쓰기를 계속 해 오게 했는지 모른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고 하면서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며,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글은 정리가 잘 된 생각으로 글을 쓸 땐 문을 꼭 닫고 쓰고 고칠 때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써야 한다고 의미심장하게 조언하고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란 남을 유혹할만한 인생의 경험과 진지한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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