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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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곧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 될 것 같아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백내장의 후유증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라도 기존의 기억을 이용해 계속해서 물건들을 볼 수 있도록 물건들 사이의 거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아내는 공부를 조용히 집요하게 했었다. 나중에는 예기치 않게 냄새들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어둠 속에서는 부피나 색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힘으로 구분되었고, 그녀를 체념으로 인한 수치심으로부터 결정적으로 구원해 주었다. 그녀는 방 안의 어둠 속에서도 바늘에 실을 꿰고, 옷에 단춧구멍을 낼 수 있었고, 우유가 언제 끓을 것인지도 알아냈다. 각각의 물건들이 있는 장소를 어찌나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지 때때로는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잊곤 했다. -69쪽

한번은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페르난다가 집 안을 온통 뒤집어놓았었는데, 우르술라가 아이들의 침실 까치발에서 찾아냈었다. 다른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많고 사방을 돌아다니는 동안에 우르술라는 단순히 그들이 갑자기 자기와 절대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네 가지 감각을 동원해 그들을 감시하곤 했는데, 마침내 집안 식구들이 각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날마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다니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같은 시각에 거의 같은 발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이 매일매일의 자잘한 습관에서 벗어날 때만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래서 페르난다가 반지를 잃어버리고는 낙담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르술라는 그날 페르난다가 했던 행동 가운데 다른 날과 달랐던 점은 전날 밤에 메메가 빈대 한 마리를 발견해 페르난다가 아이들 침대 매트리스들을 햇볕에 내다 말린 것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냈다. 매트리스 청소를 할 때 아이들도 도왔기 때문에 우르술라는 페르난다가 반지를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유일한 장소인 침실 까치발에 빼두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에 페르난다는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는 일이란 일상의 습관 때문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기가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길들에서만 반지를 찾아했는데, 그래서 흔히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는 그토록 힘이 드는 법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2 』P.69~70.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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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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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역사서들이 조선시대의 외면을 주로 다루는 탓에 가려져 있었던 뒷골목 풍경을 리얼하게 재현해 내고 있어 흥미롭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놓겠다고 작심한 듯 백정, 도둑, 투전꾼, 난봉꾼, 각종 왈패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특히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표상하던 양반네들의 추잡한 스캔들을 들추어내며, 시정잡배들의 싸움 이야기로 가득 채워 놓으며 근엄한 조선시대를 시끄러운 오후의 나라로 그려 내려고 한다.


그 근엄했던 시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나는 놀라움이 들지만, 자자가 주장하듯 그 시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도 그런 사람들의 비율의 문제가 시대의 시금석인 것이다.


나도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어느 시대에나 있기 마련인 시대의 이단아 내지 반사회적 이미지의 인물들만을 내새워 그 시대를 단정하는 건 동의할 수는 없다.


저자가 한문자이기에 옛 문헌들에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의 삶을 보여 준 것은 이 책의 공헌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 시대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만큼 기존 조선시대 역사서들과 이런 류의 책들을 대조해 읽어 나간다면 조선시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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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지, 하면서도 못보고 있네요. 리뷰 보니까 더 보고 싶어져요...(__*)
 
칼 포퍼의 과학철학
조용현 지음 / 서광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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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의 “완전한 선을 추구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자”는
점진적 사고 방식이 설득력 있게 여겨지고 있다.

갈릴레오-뉴턴의 과학적 세계관에 의해 萬事가 예측 가능하다는 결정론을 비판하면서 비결정론을 주장한다. 철학의 기능을 사실의 탐구가 아니라 개념의 해명으로 극소화시키려는 영미 철학이나, 과학에서 독립된 철학만의 고유 영역을 확보하려는 철학자들의 왜소한 자구책에 반대하는 포퍼의 펄학적 태도를 저자는 서구 근대 철학으로 회귀라고 결론을 내린다.


“철학과 과학은 상호 열려 있으며 그 성과를 상호 피드백시키면서 철학과 과학은 성장해 왔다. 그러므로 포퍼 철학은 자폐화해 가는 현대 철학의 추세에 대한 항의이며 좀더 분명한 자신감을 갖고 그 관계를 회복시키라는 요구인데, 그는 자신의 철학적 실천을 통해서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292


포퍼의 과학철학은 과학의 방법론으로서의 인식론이 아니라 철학과 과학의 통합적 세계관을 추구했다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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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1 - 신과학총서 13
다니엘 J.부어스틴 / 범양사 / 198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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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이 수집되어 있다는 미국의회도서관의 관장을 역임했다. 바로 그런 점이 전세계적인 자료를 동원할 수 있을 만큼 백과전서적인 이 책을 쓸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발견도 들어 있다.

이 책은 시간, 지구와 바다, 자연, 사회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번역본에서는 두 권으로 묶어 나왔다. 각기 연대순으로 하나의 발견이 다음의 발견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기와 지붕처럼 정교하게 겹쳐져 있다.
물론 발견들 간의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발명자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사람이라면 발견자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사람이다. 그 발명이나 발견이 인류를 얼마나 이롭게 하였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발견자들이란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상식에 도전해서 새로운 사실이나 사물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던가를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인간의 창조 행위의 裏面史(이면사)라고 부를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발견자들의 창조적 활동의 드라마에 동참하여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아무래도 서구인의 관점에서 살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그런 발견들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는지 깊이 주목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책에서도 등장했지만, 우리 선조들도 위대한 발견에 버금가는 사례를 남겨 놓았었어도 대부분 당시의 사회에 수용되지 못해 우연한 것으로 역사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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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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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 한마디로 재미있고 매우 유익한 책이다.

작가로서 성장하게 된 이야기를 담은 이력서는 궁핍했던 어린 시절의 실수를 통해 글쓰기에 눈 떠 간 과정을 배꼽 잡을 만큼 박진감 있게 보여 주고 있다. 그의 글을 최초로 읽어 주는 어머니의 격려로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킹은 “작가의 기질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도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 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연장통에서 글쓰기에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 놓아야 한다고. 어휘력, 문법, 문체 등을 갈고 닦아 놓고 쓸 수 있어야 된다.

창작론에서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으로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또 소설의 소임은 거짓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소설 창작이란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론에서 이 책을 쓰는 동안 겪은 심한 교통 사고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거의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절망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자세로 글쓰기를 계속 해 오게 했는지 모른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고 하면서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며,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글은 정리가 잘 된 생각으로 글을 쓸 땐 문을 꼭 닫고 쓰고 고칠 때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써야 한다고 의미심장하게 조언하고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란 남을 유혹할만한 인생의 경험과 진지한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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