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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주문했으니 여유있게 받아서 돌잔치에 선물할 수 있겠다 했다. 그런데 주문한 책이 <출고예상시간 : 72시간 이내>라고 나와 있어서 발송 소요 시간까지 감안하면 빡빡하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알라딘에 메일을 띄었다. 금요일에 선물해야 되니 목요일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사라고. 알라딘에서 메일을 받았다고 전화가 왔다. 주문한 책이 재고가 없어서 출판사에 주문해야 되는데 직접 거래하는 출판사가 아니어서 도매상에 주문했다며 가능한 목요일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서 친절한 응답에 감사했다.

그렇지만 수요일에 메일로 책을 아직 못 구해서 미안하며 다른 도매상에 다시 주문했다고 알려 왔다. 동생에게 미안해서 얘기했더니 이왕 늦은 것, 나중에 선물하면 되니까 주문했으니 기다리자고 해서 마음이 편해졌다.

목요일 밤에 보니 책을 확보해 출고 준비에 들어갔단다. 제 때 선물할 수 없어서 못내 아쉽지만 늦긴 했어도 책을 구했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금요일, 발송했다는 메일을 받았고 드디어 오늘 주문한지 꼭 일주일만에 받게 되었다.

가장 오래 걸린 주문이었지만 내 일처럼 수고해 해준 알라딘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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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 & 그녀의 시

                                 김종완
      
 

남/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2잔

  그녀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항상 말하기 전에 응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여/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한잔이 그의 것인지를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 하는 날 목욕을 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말을 그를 위해 해준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지금 그의 뒷자리에 앉아 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남/

  그녀는 하기 싫은 부탁을 받을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하는 그녀이지만 기분이 좋을때는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열시가 되기 전에 모두 잠에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 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여/

  그는 어려운 일을 말없이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에 담긴 긍정의 의미를 모른다

  난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그의 손을 잡고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은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 끈 방안에 어둠 속

  그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나는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남/

  긴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른다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하고 주말까지는 흰색머리띠를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부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

  몇 년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하지 못하며

  그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도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억양을 넣는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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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주문한 책이 택배로 왔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책을 알라딘에서 주문해 사는 일이 일상적이 된지도 아득히 오래된 것 같이 여겨지면서도  항상 설레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알라딘마을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2천원 쿠폰 2장을 받았기 때문에 특이한 경우가 되었다. 사용 기한이 3월 6일까지인데 주문 한 건당 한 장만 써야 한다고 해서 쓰기 위해 두 번에 나누어 주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22일 밤에 주문한 다음, 23일 낮에 새로 주문하고 보니 먼저 주문한 책이 벌써 출고준비 중이라니 24일에 받을 수 있게 되어 이렇게 빨리 될 수 있나 하고 기쁘면서도 24일엔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어서 받을 수 없어 걱정이었다. 26일에 받을 수 있도록 출고를 늦추어 달라고 메일을 급히 써서 보냈다. 26일에 배달되도록 조치해 주겠다는 답장이 외서 안도하게 되었다. (그동안 알라딘이 다 좋은데, 배송이 느리다고 아쉬워했었는데 이런 부탁을 드릴 줄 몰랐다).

그래서 쿠폰 2장 다 사용하기 위해 따로 주문한 책들을 함께 받게 되어 더욱 기분 좋다.더구나 이번에 구입한 책들이 질과 양에서 묵직해 기름진 양식을 비축해 놓은 듯 든든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채수동.고산 옮김 / 동서문화사) 

이 텍스트에 의미가 있는가? - 포스트모던 시대의 성경 해석학 (케빈 J. 밴후저 지음, 김재영 옮김, I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김창엽 외 지음 / 삼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창조자들 3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민아.장석봉 옮김 / 민음사)

특히 오래 전부터 읽고 싶던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이번에 새로 완역이 되어서 드디어 사게 되어 뿌듯하다. 무려 1220페이지나 되니 내가 산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 책이라 어느 세월에 읽을지 까마득하게 여겨지지만, 꼭 만나고 싶었던 위대한 영혼에게 원없이 안기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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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시집은 별로 안 사는 편인데 글자보다 백지가 압도적이어서 좀 아까운 느낌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가 삶의 의미를 가장 깊게 압축해 표현하는 예술이기에 시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취미 중의 하나가 시를 모으는 것이 되었다. 처음엔 가곡을 듣다가 가사가 좋아서 받아 적어보기 시작했다. 잘 알아듣기 힘든 부분도 반복해 듣다보면 다 적을 수 있게 되기에 그 맛에 모으기 시작해서 책이나 신문에 나온 시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적어 놓는다. 그렇게 모은 시들을 골라 내 홈페이지 한 쪽에 올려 놓곤 한다.


시를 낭송해 주는 KBS TV의 <낭독의 발견> 예고를 우연히 보고 기뻤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방송 홈페이지의 다시 보기로 보고 있다. 매주 시인이 초대되어 직접 낭송하는 것을 비롯해 어린이들이나 성우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낭송해 주고 낭송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 준다. TV로 보기에만 익숙해져 사라져 가는 낭송의 매력을 일깨워 주는 보석같이 빛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만 하다.


그렇지만 내게 더욱 매력적인 건 방송 홈페이지의 낭독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시 원고들이다. 걸신들린 듯 베껴 오는데, 낭송을 들으며 원고를 읽는 재미! 간혹 원고에 오탈자(誤脫字)가 발견되면 채워 넣는 취미가 발동한다.

 

방송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시 한 수!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끝에서 풀잎끝에서

 내 영혼의 현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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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4-02-05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잘 몰랐어요. 저도 한번 클릭해서 보고 싶네요. 1월이란 시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겨울 2004-02-05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게다. 좋네요. 저도 그 프로 무척 좋아합니다. 우연히 몇 번 보고 반했더랬죠. 하지만 게으른 탓에 매 주 찾아서 보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홈페지에 들어가 보는 법이 있음을 지금 알았으니 저도 종종 이용해야겠네요.
 

 

며칠 전 TV에서 노블레스오브리쥬(noblésse oblíge),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에 대해 다루었다. 우리 사회에서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덕성이 아예 없다. 그들 거의 대부분 정경유착의 산물이었기에 불법으로 얻기 위해 바친 획득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란 것을 의식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노블레스오블리쥬의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12대, 300년 간 만석꾼, 경주 지역 최고의 부자였던 최 부잣집을 그 예로 들고 있다. 구한 말, 부잣집만을 골라 강탈했던 활빈당의 습격을 유일하게 받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지역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이유는 최 부잣집의 가풍 있었다.

'만석이상은 하지 마라, 주변 100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일 때 땅을 사지 마라, 벼슬은 진사이상 하지 마라.'

지금도 준수해야 할 지침들이다. 우리 사회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소수이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를 지탱시켜 주고 있는 소리없는 힘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살아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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