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 지음, 윤영삼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천벌을 받을 거야, 나는 잠들기를 포기하고 책상에 앉아 노트를 폈다", 지난 6월에 출간된 광주 작가 정유정의 장편 소설 '28'에 대한 집필 동기이다. 이 소설에 등장한 유기동물 문제는 단지 반려동물의 생존권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 맺기 자체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28'은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상징적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인 '불평등 계약'의 의미를 성찰하는 이야기이다.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을 당하던 '충격의 겨울'이 없었다면 소설가의 독백은 없을 것이다.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평등을 이렇게 정의한다. '도덕과 무관한 특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 '종의 다름이 인간과 동물의 취급 차이를 정당화할 수단이 되는가?' 

 

  2002년에 씌여진 'Animals Like Us' 원작자는 'Mark Rolands'이다. 그는 아일랜드 콕에 위치한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동물권리-철학적 방어, 예측하지 못하는 사태와 유물론 등이 있다. 다윈 이후 동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 진화론이 수면 올랐지만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방식은 다음과 같이 박혀 왔다. 동물은 도구일 뿐이다, 동물은 도덕과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다, 동물은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다 등 고대에서 현재까지 이어 내려 왔다. 이러한 동물인식이 강력하고 끊임없는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40년밖에 되지 않았다. 비판의 핵심은 동물이 단순히 인간을 위한 도구적 가치만 지니는 존재가 아니라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존재라는 것을 역설한다. 동물의 삶, 자유, 행복에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존재라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의 등장은 우리가 무심코 생각해오던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정의를 한번 고민하도록 자극한다.

 

  2012년 기준, 우리 나라의 17.9%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공간에 동물을 입양하는 행동은 그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를 돌볼 의무를 획득하는 것이다. 기본적 욕구에는 육체적, 정신적 욕구가 포함된다. 따라서 입양의 첫번째 조건은 동물의 욕구를 책임져야 한다. 두번째는 반려동물이 됨으로서 그 동물의 원래 삶이 더 나빠져서는 안 된다. 매년 우리 나라에서 발생되는 유기동물은 99천여마리이다. 물론 밖에서 자생적으로 번식하여 동물보호소로 이관된 동물도 포함된다. 인간의 목적상 경제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근년에 들어 파생되는 유기동물에 대한 관리 방안 모색이 한창이다. 

 

  저자 롤랜즈는 탁월한 솜씨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동물의 권리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도덕철학을 전반적으로 고찰하여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동물에게 마음이 있는가, 인간은 도덕적으로 적절한 기준인가, 도덕적 능동인과 도덕적 피동인, 미래의 개념적 상상과 몰개념적 상상, 인간의 번식노력 덕분에 생겨난 동물들, 생체실험은 과연 인간의 절실한 관심에 부합하는가, 인간의 처지에서 본 동물원, 동물사냥과 인간사냥, 구출투쟁과 사회변화운동, 우리는 무엇을 깨우쳤는가? 등이 그것이다. 2013.10.06. 18: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박완서의 <미망>에서 시어미가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평생을 가난하고 외롭게 산 것도 뭣한데, 엎친 데 덮친 꼴로 이제는 죽음을 앞둔 나이에 며느리에게도 박대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 노파의 중얼댐이 딱하다.


 "평생을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는 대목이 마음에 걸킨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죽음을 앞 둘때까지 가난과 천대 그리고 따스함이라고는 일꼽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연민과 측은지심을 느낀다. 그 인간적인 따스함을 한 없이 나눠주고 행복감을 갖게 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끝없이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샘물과 같다.


  '지리산 지킴이' 40년, 원로 산악인 함태식옹이 지난 4월 86세로 작고 하셨다. 그에게는 '지리산 호랑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또한 50년간 2만시간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은 봉사원이 있었다. 정작 자신은 10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잇다 작년 12월 86세를 일기로 영면한 한경애 할머니가 있다.


  저무는 노을은 취하도록 해맑다. 두 분은 지병으로 힘드셨지만 산과 사람을 끝까지 놓지 않으셨다. 황혼의 황홀을 보여준 노년이었다. 그들의 노년이 고갯마루에 싸인 백설처럼 밤하늘에 높이 뜬 샛별처럼 은은하여 우리 곁에 머문다. 노년은 노을빛 같고 흰 눈빛 같고, 또 별빛 같은 삼광의 나이인 반면 노숙, 노련, 노장의 삼노을을 지닌 나이로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요 새로운 장도이다.


  책은 노년의 얼굴들과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금과 5권을 말한다. 노년의 즐거움으로 푸른 노년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선사한다. 작가는 인생 백세, 푸른 노년 공화국을 외친다. 최근에 일자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세대간의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고령화 사회답게 노인문제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외로움이 최대 위험 요인이 되어버린 독거 노인에 대한 사회적 보살핌이 더 체계화되어야 할 때이다. 개인들도 어떻게 노년을 맞아야 할지를 경제적 측면을 넘어 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준비해야만 한다.


  청•장년기에 나라를 걱정하여 외쳤던 울분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었기 때문이며 그 애씀은 노년에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노년은 거져 얻어지지 않는다. 젊음이 늙음을 서로 공경할 때 진정한 향기가 우리 안에 가득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완서 작가는 1931년생이었다. 그는 20대를 6.25 전쟁 전후세대로 살았다. 작가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지인에게 받은 책이라 더 편히 읽었다. 타인이 선택하여 준 책이나 글 또는 그림 등은 문자 하나하나에 어떤 메세지가 읽을까 싶어 읽음에 가속력을 더 해준다. 그것이 오래된 편지처럼 다가 온다. 


 작가의 글은 누구나 겪을 만한 이야기이다. 토요일 오후 낮잠을 한 숨 자고 멍한 기분에 책을 코앞까지 세우고 아무 생각없이 읽어본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 나절에 몰입하여 완독할만한 책이다. 무심히 홀로 가을 산길을 가듯 잔잔히 차오르는 기분이다. 나도 지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지식이 제때제때 짝을 만나 부모 곁을 떠나는 것도 큰 복이라고 위로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식구가 드는 건 몰라도 나는 건 안다고, 문득문득 허전하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꼭 누가 더 들어올 사람이 있는 것처럼 멍하니 기다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마음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의 품에서 자식이 떠났다는 증거다. 독거노인이나 노령이 깊어진 사람들이 격는 외로움이다. 나 또한 그 출잘점에 서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라이프 싸이클이다. 작가 역시 그 쓸쓸함을 외둘러 말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좋아하는 말있다. 저자는 '넉넉하다'는 말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다. 모두가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으로 가난했던 전후 시절에 어딜가나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우리네 이웃은 자신을 찾는 손님이나 타인에 대해 넉넉히 내여 주려는 맘으로 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를 가진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 이야기가 일치를 만들고 협동을 이끌러 내기 때문이다." 처럼 한 도시의 매력은 화려한 랜드마크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뉴욕은 모든 사람에게 자기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도시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만들어낸 뉴요커의 철학, 세상을 사는 독특한 삶의 방식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현실이 주는 괴리감 속에서 뉴요커는 독특한 감성과 스토리 그리고 생존 노하우를 만들었다. 


 너의 감정  따위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Nobody cares about your feeling bro). 파티에 가는 친구들은 삼페인 사는 데 돈을 썼지만, 게리비는 그 친구가 쓴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어서 사업을 확장했다. 대체로 사람들은 돈의 본질보다는 돈의 상징을 떠올린다. 진정한 뉴요커는 본질을 생각한다. 


 뉴요커는 이민 이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나 허울 좋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생존에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자유와 존재감은 경제적 자립에서만 온다. 이것이 뉴요커의 행복 공식이다.


 How can I help you?, 뉴요커가 일하는 방식은 이메일로 할 수 있는 일을 전화로 하지 않고, 전화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나서 하지 않는다. 만약에 만난다면 점심이나 해피 아워처럼 늘어지지 않는 무대를 이용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감완역 난중일기 - 번역과 지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완결판, 개정2판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영웅이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 혼자가 아닌 무리속에서 찾아낸 사명과 소명 의식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영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두 얼굴'은 이순신의 평범과 비범함을 의미한다. 


 1591년 2월 16일, 조선 조정은 시끄러웠다. 정읍 현감(면장,사무관,정6품)이던 이순신이 전라좌수사(소장급,정3품)로 파격 승진되었기 때문이다. 1592년 8월 27일의 난중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맑다. 경상우수사 배설이 와서 보는데 많이 두려워하는 눈치다'. 1592년 5월 2일 일본군이 서울 도착 후, 4개월이 못되어 명량 해전이 발발했다.


  7년전쟁(임진왜란)은 1592년에 개시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후 2년만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실질적인 그의 명분은 100년 동안의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배출된 무사들 때문이었다. 무사들의 실직으로 불만을 해결할 방도였다. 

  일본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는 첫째, 100여 년에 걸친 병사의 정예화. 둘째 정예병사에게 조총 지급(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린다는 총)되었기 때문이다. 히데요시의 목표는 명나라였다. 정명가도, 즉 명을 치기 위해 조선이 길여 주는 것. 일본은 조선을 이용하여 명을 치려했고, 명은 조선을 이용해 일본을 막으려 했다. 일본군은 15만 8천 정도, 조선군은 17만 5천 정도였다.

  1392년 이성계가 조선 창건 이후 200년 만인 1592년 5월 2일 서울이 일본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일본군 병사들은 발들이 죄다 부르터서 걸음을 겨우 옮기는 형편이었다. 임금(선조)은 개성을 떠나 평양으로 피난을 떠났다. 서울이 함락되고 왕이 북쭉으로 피난 갈때 신하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흩어져 도망갔다.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임금이 북쪽으로 피신 할 때 이순신은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여수 바다에서 부하들과 선상 회의를 하며 그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몸짓은 일본군에게 피바람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이순신은 출병일을 1592년 5월 4일로 잡았다. 

  명랑해전은 한산해전과 더불어 이순신 해전의 꽃이자 '7년전쟁'의 백미이다. 1592년 9월 16일의 날이 밝았다. 이순신은 투명한 하늘을 감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하늘이 푸른만큼 적이 침입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순신은 외로웠다. 이 많은 적선의 숲에서 자신이 탄 함선만이 외로이 분투하고 있었다.

  명랑해전은 전라도 연해안이 일본군에게 점령당하기 직전에 벌어진 전투였다. '이충무공전서'의 '행록'에는 선박이 없는 민초들은 근처의 산에 올라가 전투를 관망했다라고 적혀있다.

  영화 '명량'의 '김한민(45)' 감독은 '최종병기 활'에서도 '두려움'에 대한 코드를 부각시켰다. 그는 전남 여수 사람으로 어렸을 때부터 이순신 장군에 '체화'돼 있었다. 흥행은 사회적 사건이다. 영화 '명량'은 사회적 맥락 속에 들어가 있다. 대중은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 안에서 현재적 삶의 의미지를 찾는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명량'은 '우는 소리가 나는 물길'이란 뜻이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맹골수도와 명량해전의 울돌목이 그리 멀지 않듯, 영화 속 역사는 우리에게 무척 가깝다. 조일전쟁(7년전쟁,임진왜란)이 끝난 뒤 공신 선정에 의병대 출신(곽재우,김덕령 등)을 철저히 배제한 것처럼 일제 치하의 독립 투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것도 닮은꼴이다. 진정 우려되는 것은 일본이 착실히 군사대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 2014.8.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