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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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나는 작년에 도시 내 반려견의 바이러스 질병을 조사한바 있다. 유기견는 버려졌거나 잃어버린 반려견이다. 도시마다 유기견을 관리하는 동물보호소가 있다. 생태적으로 사람과 개는 포유동물 중에 가장 오래된 반려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세기 전쟁시대를 지나 현대의 경제발전은 사람과 개의 관계적 모델을 다양화했다. 개는 반려뿐만 아니라 안내, 탐지, 영화, 레저 등에 참여되고 있다.


   특히 소설과 영화에서 개는 인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만약 개의 인수공통전염병이 집단적으로 발생된다면 그것은 대재앙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즉 사람과의 교차감염에 대한 우려와 비정상적인 상황때문이다. 지난 번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문학적으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세균)는 유럽의 대재앙(2차대전)을 은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가시(기생충), 눈 먼자들의 도시(바이러스),윌드워즈Z(바이러스) 등은 재난구제 위주로 전개된다.

 

  올 6월 출간된 '28'에서는 개들에게 발생한 '빨간눈 전염병'이 3일만에 치사율 100%를 발휘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병이다. 개뿐만 아니라 개에게 물린 사람도 감염되어 죽는다. 작가는 개의 질병이 사람에게 전염되는 '화양'의 경계를 중심으로 외부 또는 내부의 사람끼리 생존 폭력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화양'은 서울의 근교 29만의 소도시이다. 이 도시의 28일간 재앙을 국가는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사람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을 향해 어떻게 구원을 갈망하는가를, 5명의 인물과 1마리 개의 시점을 극도의 단문과 서사적 속도감으로 몰입시킨다.

 

  소설가 '정유정'은 함평출신으로 자생적 지역(광주)작가이다. 그녀는 전직 간호사로 동물을 주 캐릭터로 한 작품 중 역동성이 뛰어난 한국 작가이다. 박완서 작가처럼 40대이후 비시스템적 경로로 나타난 작가로서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소설은 신경숙 작가처럼 내면과 자아보다는 사건과 그 전개에 몰입한다. '28'은 5.18을 소재로 한 소설은 아니다. 작가는 구제역과 AI긴급방역을 위해 대살처분 동영상을 본것이 이 소설의 발상이 되었다.


  소설의 설정과 지명은 광주의 도심과 5.18의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 백운교차로, 남구 진원동(진월동), 군인들의 무차별 집단 발포, 산속의 암매장, 남부봉쇄선, 왜곡된 언론, 북부미래병원, 유기동물보호소 드림랜드, 백운산, 백운정신병원, 광주댐 방죽, 화양 동부경찰서, 유기견 임상 수의사(서재형), 늑대개가 등장한다. 사람의 생존을 위해 가축을 무차별 살처분하는 행태는 사람이 개의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받기 위해 유기견을 사살하는 잔혹성과 오염된 '화성'에 대한 집단적 또는 개인적 폭력성을 은유한다. '28'은 사람의 대재앙을 해결 할 주체는 사람이라는 희망의 묵시록이다.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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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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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위해 버스를 타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경우도 있다. 문상길이 멀면 읽던 책을 들고 가던지 벼르던 책을 들고 간다. 도서관 말고는 읽을 만한 곳이 없다. 자가용을 가지고 갈만한 곳도 구지 버스를 타고 간다. 어쩌면 법정의 출가 이유를 알 것고만 같은데!


  별교에 위치한 홍암 나철 기념관에 가면서도 읽던 <대위의 딸>를 버스에서 마져 읽었다. 자주 만나는 선배 때문에 읽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했던 얘기를 또 하는 버릇이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던 기억 때문에 벼르다 읽게 되었다.


  같은 책이라도 독자마다 다른 느낌으로 기억되거나 인용된다. 선배에게는 '선의(인정)'이라는 것으로 남았다. 소설은 '표트르 안드레이치 그리뇨프'(남자 주인공)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안내해 준, 당시에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푸가초프'(혁명 우두머리)에게 보답으로 건네준 토끼가죽 외투가 이후 그리뇨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푸시킨의 마지막 유작 소설 <대위의 딸>은 1833년부터 1836년까지 4년여에 씌여졌다. 작가는 집필 전 십여 년의 기간 동안 직접 자신의 발로 뛰며 푸가쵸프 반란사를 연구해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작가적 허구가 결합된 소설이다.


  극심한 농노혁명을 겪었던 혼란한 18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골자로 한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은 푸가쵸프 반란과 정부군의 진압 과정에 관한 역사적 서술이 의도적으로 억제된 대신 주인공의 로맨스와 가족사가 소설의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그 당시 전 유럽을 휩쓸었던 낭만주의 역사관에 대한 영향으로 생각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우리의 동학농민혁명이 떠올랐다. 두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 소설에서 한 젊은 장교와 농노혁명군의 두목인 푸가쵸프의 만남은 낭만주의 역사관에 기인한 예술적 허구이다. 그리고 한 시대의 격변속에서 있을 법한 상상일 수 있다. 특히 소설속 인물의 구도 설정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여운 남긴다. 예를들면 전봉준과 흥선대원군의 만남(?)이랄까!

 

  러시아 문학사와 문화사에서 <대위의 딸>의 탄생은 매우 중요하다. 이 소설은 러시아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이자 톨스토이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를 예고하는 소설이며, 이후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한 근원지로 평가 받고있다. '1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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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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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을 반복하여 봤었다. 그 영화에도 유우머가 있다. 그 주연은 배우 송강호다. 12살부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꾸었던 봉감독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봉 감독도 어려서부터 집안 환경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정유정 작가의 어린시절도 변두리 마을 조무래기들과의 부딪침속에서 자신에 대한 열망이 자랐다. 그가 자란 전남 함평지역은 영산강유역의 평야지대다. 읍내에 들어 온 서커스단 연사의 만담은 시골소녀에게 꿈꾸게 했다. '이야기의 선순환' 이랄까, 그는 동네에 돌아와 만담을 전해주는 인기스타가 되었다. '이야기의 힘' 을 믿게 되었다.

 

  저자는 20대 중반때 중환자실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 을 잊지 못한다. 일찍 어머니를 잃었고 가장 노릇을 하면서 살아가야 했던 그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강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언젠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뤄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사랑스럽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저자의 <진이, 지니>(은행나무)가 그 결과물이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어머니의 '마지막 사흘' 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선순환시킨 내용은 침팬지 사육사인 주인공 '진이' 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간과 가장 흡사한 DNA를 가진  보노보 '지니'의 몸속으로 영혼이 이동한다. 이후 우연히 알게된 청년 백수 '민주'와 함께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운명적인 사랑' 에 빠지는 이야기다.

 

 1915 작, 카프카의 <변신>(솔)의 첫 문장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다. <죽음 1>(열린책들) 에서는 '누가 날 죽였을까' 이다.  <진이, 지니> 에서 사자의 영혼이 다른 유체로 이동한 반면 카프카의 <변신> 은 육체가 벌레기 된다.

 

  <죽음> 에서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육신을 잃어버린 걸 깨달은 인기 추리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영혼은 자기 자신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유명작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자극적인 추리소설의 구성이다. <진이, 지니> 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전개하듯 <죽음> 에서는 구천을 떠도는 작가의 영혼과 인간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연애 감정을 묘사한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이 제시한 낯선 세계로 함께 들어가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온갖 감정의 격랑을 겪은 다음 소설 밖으로 나오면 오랜 여운과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김영사) 는 이창복 명예교수가 문학 속의 죽음을 연구했다.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근현대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를 고찰한다. 201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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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 지음, 윤영삼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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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천벌을 받을 거야, 나는 잠들기를 포기하고 책상에 앉아 노트를 폈다", 지난 6월에 출간된 광주 작가 정유정의 장편 소설 '28'에 대한 집필 동기이다. 이 소설에 등장한 유기동물 문제는 단지 반려동물의 생존권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 맺기 자체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28'은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상징적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인 '불평등 계약'의 의미를 성찰하는 이야기이다.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을 당하던 '충격의 겨울'이 없었다면 소설가의 독백은 없을 것이다.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평등을 이렇게 정의한다. '도덕과 무관한 특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 '종의 다름이 인간과 동물의 취급 차이를 정당화할 수단이 되는가?' 

 

  2002년에 씌여진 'Animals Like Us' 원작자는 'Mark Rolands'이다. 그는 아일랜드 콕에 위치한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동물권리-철학적 방어, 예측하지 못하는 사태와 유물론 등이 있다. 다윈 이후 동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 진화론이 수면 올랐지만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방식은 다음과 같이 박혀 왔다. 동물은 도구일 뿐이다, 동물은 도덕과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다, 동물은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다 등 고대에서 현재까지 이어 내려 왔다. 이러한 동물인식이 강력하고 끊임없는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40년밖에 되지 않았다. 비판의 핵심은 동물이 단순히 인간을 위한 도구적 가치만 지니는 존재가 아니라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존재라는 것을 역설한다. 동물의 삶, 자유, 행복에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존재라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의 등장은 우리가 무심코 생각해오던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정의를 한번 고민하도록 자극한다.

 

  2012년 기준, 우리 나라의 17.9%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공간에 동물을 입양하는 행동은 그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를 돌볼 의무를 획득하는 것이다. 기본적 욕구에는 육체적, 정신적 욕구가 포함된다. 따라서 입양의 첫번째 조건은 동물의 욕구를 책임져야 한다. 두번째는 반려동물이 됨으로서 그 동물의 원래 삶이 더 나빠져서는 안 된다. 매년 우리 나라에서 발생되는 유기동물은 99천여마리이다. 물론 밖에서 자생적으로 번식하여 동물보호소로 이관된 동물도 포함된다. 인간의 목적상 경제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근년에 들어 파생되는 유기동물에 대한 관리 방안 모색이 한창이다. 

 

  저자 롤랜즈는 탁월한 솜씨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동물의 권리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도덕철학을 전반적으로 고찰하여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동물에게 마음이 있는가, 인간은 도덕적으로 적절한 기준인가, 도덕적 능동인과 도덕적 피동인, 미래의 개념적 상상과 몰개념적 상상, 인간의 번식노력 덕분에 생겨난 동물들, 생체실험은 과연 인간의 절실한 관심에 부합하는가, 인간의 처지에서 본 동물원, 동물사냥과 인간사냥, 구출투쟁과 사회변화운동, 우리는 무엇을 깨우쳤는가? 등이 그것이다. 2013.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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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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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의 <미망>에서 시어미가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평생을 가난하고 외롭게 산 것도 뭣한데, 엎친 데 덮친 꼴로 이제는 죽음을 앞둔 나이에 며느리에게도 박대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 노파의 중얼댐이 딱하다.


 "평생을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는 대목이 마음에 걸킨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죽음을 앞 둘때까지 가난과 천대 그리고 따스함이라고는 일꼽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연민과 측은지심을 느낀다. 그 인간적인 따스함을 한 없이 나눠주고 행복감을 갖게 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끝없이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샘물과 같다.


  '지리산 지킴이' 40년, 원로 산악인 함태식옹이 지난 4월 86세로 작고 하셨다. 그에게는 '지리산 호랑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또한 50년간 2만시간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은 봉사원이 있었다. 정작 자신은 10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잇다 작년 12월 86세를 일기로 영면한 한경애 할머니가 있다.


  저무는 노을은 취하도록 해맑다. 두 분은 지병으로 힘드셨지만 산과 사람을 끝까지 놓지 않으셨다. 황혼의 황홀을 보여준 노년이었다. 그들의 노년이 고갯마루에 싸인 백설처럼 밤하늘에 높이 뜬 샛별처럼 은은하여 우리 곁에 머문다. 노년은 노을빛 같고 흰 눈빛 같고, 또 별빛 같은 삼광의 나이인 반면 노숙, 노련, 노장의 삼노을을 지닌 나이로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요 새로운 장도이다.


  책은 노년의 얼굴들과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금과 5권을 말한다. 노년의 즐거움으로 푸른 노년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선사한다. 작가는 인생 백세, 푸른 노년 공화국을 외친다. 최근에 일자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세대간의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고령화 사회답게 노인문제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외로움이 최대 위험 요인이 되어버린 독거 노인에 대한 사회적 보살핌이 더 체계화되어야 할 때이다. 개인들도 어떻게 노년을 맞아야 할지를 경제적 측면을 넘어 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준비해야만 한다.


  청•장년기에 나라를 걱정하여 외쳤던 울분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었기 때문이며 그 애씀은 노년에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노년은 거져 얻어지지 않는다. 젊음이 늙음을 서로 공경할 때 진정한 향기가 우리 안에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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