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능력'이라는 단어가 몇몇 서재인들 페이퍼에 뜬지가 이미 1주일이 지난 지금, 
이제서야 불현듯 관심이 끌렸다.
내 학업 능력을 적으면 다른 분들에게 혹시라도 위로가 될까?  ^^;;

어려서, 그러니까 3살에서 7살까지는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
부모님이 한국말을 하시는 것을 조금은 알아들었는데, 말은 잘 못했다.
음.... 그리고 동네의 드센(?) 남자애들에게 늘 주눅들어 지냈던 기억이 난다.

5세 >
무얼 하고 있었지? 엄마에게 그림책 읽어달라고 하고.... 
남동생과 시험지의 반쪽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맞바꾸어서 나머지 반쪽에 상대방이 그린 그림을
누가 더 비슷하게 그리나 하는 놀이를 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서로 자기가 더 비슷하게 그렸다고 실랑이 하는 걸로 막을 내렸다. 
집근처 반경 한블럭 이상의 우주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6세(유치원)>
사는 동네가 그다지 좋은 동네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 딸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생활고가 꽤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  엄마가 잘라주신 머리 스타일..... 을 하고 있는
수줍은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

그동네 남자 아이들이 좀 짖궂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양인이라고 "Chinese, Japanese, Dirty knees" 라고 놀리고 도망가곤 했다. 
엄마에게 달려가서 '엄마, 우리는 Chinese야, Japanese야?" 하고 물었다. 
엄마가 "Korean"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Korean이라.... 처음 들어 보았다.
그때 생각은..... 어쨌든 "Dirty knees"와 소리가 다르다는 것에 무척 기뻤했던 것 같다.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운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동네에서 유일하게 나를 놀리지 않았던 남자 아이를 짝사랑 했던 것도 기억난다. *^^* 

7세(1학년): 
미국과 한국은 학년의 시작이 다르다. 
아버지의 유학이 끝나 돌아와서, 어느 학교에 1학년 2학기에 전학 왔다. 
문제는, 내가 한글을 '하나도'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돌아오기 직전에 유일하게 쓸 줄 아는 한글이 내 이름이었는데, 그것도 철자도 틀리고, 삐뚤빼뚤하게
겨우 적었다. 
내가 교과서를 읽을 차례가 되면 일어서서 읽어야 하는데, 잘 읽지를 못했다.
그러면 옆이나 뒤의 아이들이 작은 소리로 읽어주었고, 난 그걸 어영부영 따라 읽었다. 
어쨌든 이때 당시의 기억은 문화적 충격으로 남아 있다.
특히, 민방위 훈련!  나는 정말로 1달에 한 번 전쟁을 하는걸로 알고 정말 무서워했다. ㅜㅡ;;
              
다행히(?) 한학기만 다니고, 다시 반년간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서 한학기를 까먹은 관계로 한 반 안의 우-열 그룹에서 중간 그룹에 끼이게 되었다. 

그 해가 72년이니까, 10월 유신이 있던 해였다. 어느 날인가 뉴스에서 한국 관련 뉴스, 
경직된 분위기의 군인들... 그리고 남한과 북한 관련 뉴스를 부모님들께서 보고 계셨다.
흠.... Korea는 알겠는데, North Korea랑, South Korea가 따로 있다니!
이번에는 우리는 무슨 코리아냐고 물었다. 엄마가 South 코리아란다. 
그럼 South 코리아는 어디에 있는데? 물으니....엄마가 North 코리아 밑에 있단다.
혼자서 곰곰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럼, South 코리아는 커다란 지하 국가였단 말인가!!~!" 
(지도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밑에'를 말 그대로 상상했던 것이다. ㅡㅡ;;  ) 

8세(1학년): 
정신 없게 또 한학기 만에 돌아와서 다시 1학년 2학기에 편입했다.
1학년 2학기만 3번을 다닌 셈이다. 알고 보니 이번에 편입한 것이 제 나이에 들어간거였다.
음하하하~~~!  이번에는 한글을 읽을 수 있었다! 
배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반년동안 엄마가 열심히 가르쳐 주셨나보다. 
그래도.... 받아쓰기 뭐 이런 건 너무나도 어려운 장벽이었다! 
쪽지시험에서 100점 맞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학교를 다닌 지 1달 쯤 후에,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물으셨다. 
" **야,  너 혹시.... 전과 보고 공부하니?"
내 대답: " 전과가 뭔데요?"  
선생님은 기가 막히다는 듯, 메모지에 '전과'라고 적어주시며,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이거 사서 숙제 할 때 참고해서 해와라..." 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국어 숙제가 비슷한말 몇개, 반대말 몇개, 어려운 낱말 몇개 찾아서 적어오는 식으로 주어졌는데,
일학년 교과서를 다 뒤져도 단어 몇 개 안되는데, 그중에 그 '몇개'를 어떻게 다 채운다냐~?
매일 그 '몇개'를 채우느라 엄마랑 나랑 국어사전 붙잡고 씨름을 했었는데.....! 

세상에나!  그 전과를 딱 펼치니 '비슷한 말,  반대말, 어려운 낱말 풀이가 일목요연하게 쪽별로 정리되어 있는거다!  그냥 베끼면 되는 거였다!!
"정말 전과를 발명한 사람은 천재임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했다.  ^^;;

그 후에는.....>

무엇보다도 '외우는 것'을 싫어했다.
구구단도 학교 진도를 겨우 좇아서 외웠고,
한때 의무로 외우도록 했던 '국민교육 헌장'도 아마 반에서 끝에서 5번째 정도로 통과했던 것 같다.
교과서의 '시'를 외우는 것도 싫었다. 
작품 - 작가 - 소속되는 문예사조는 나름대로 외우려고 하다가, 언젠가부터는 '그냥 한문제 틀리지' 하고 거의 포기했다.
가끔 전설처럼 들려오는 '국사 교과서를 외운다'는 아이들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시험공부도 교과서 한번 읽어보고 '~~ 생각해 봅시다' 하고 써 있으면 머리 속으로 한번 생각하는 걸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었다.

믿었던 영어도..... 한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곧잘 말했던 것 같은데...
6학년이 되니까 다~~! 까먹었다!
하다못해 Who are you? 의 are 자를 읽는 법도 잊어먹었었다.
게다가 유치원생의 어휘가 오죽하겠는가? 중고등학교 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똑같이 단어를 일일이 외워야 했다. ㅜㅡ

난 지금도 사람 이름 - 작품- 사조 이런 건 젬병이다.
마찬가지로,  이름 - 얼굴 - 아이디  이런 것도 연관을 잘 못 시킨다. 아마 뇌의 구조적인 결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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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1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게 쓰셨네요

sooninara 2005-08-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두나라 사이에서 문화충격이 크셨군요.
지하나라..ㅋㅋ
전 야간 등화관제가 안잊혀져요. 전쟁나면 죽을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만든 훈련이었다죠. 그리고 박대퉁령 시해후에 전쟁나서 다 죽게 됐다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울었던일..^^

sooninara 2005-08-1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추가..저도 사람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는거 힘들어요.
학년 올라가면 같은반이었던 아이들 이름도 가물가물..지금은 대학 동창 이름도 기억이 잘 안나요..ㅠ.ㅠ
당연히 연예인..운동선수 이런것은 너무나 어려웠다죠.

明卵 2005-08-1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는 즐겁네요^^
전 이름을 금방 외우는데, 문제는 금방 까먹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이름도 기억이 안 나요. 흑..
 

Buddies

어제는 화요일, 3주 만에 모임이 있었다.

인**의 지회 모임인데,  실재로는 갖가지 명분으로 거의 매주 화요일 만나
"짧은" 회의를 하고 2차를 가는 것이 낙이다.

매주 모이던 것을 3주만에 모이는 것이니, 무척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흐흐... 어제는 유난히 소주가 맛이 있었다.

어제 도마에 오른 이야기들은.... 
생명윤리 문제.... 통섭.... 
민노당의 '무상의료' 정책의 내용.... 또 이 슬로건을 일개 당이 선점함으로써 오는 역효과....
보건의료 학생캠프에 누가 술상무로 응원갈 것이냐.... (내가 뽑혀 버렸다.  ㅜㅡ )
개원의들로서의 고충 몇가지 나누고.....
B군의 성격 분석..... obscessive 하다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각자 괜찮다고 생각하는 영화배우 분석.....
영화 감독과 영화 평론가의 관계....   미술 작가와 미술 평론가의 관계....
40대의 전환기의 고민들....  무언가 변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들...

성격이나 성향은 다 달라도
그 다름을 인정해 주고
비슷한 연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어떤 주제든 격의 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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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8-1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옵니다,
가을산님 안녕하세요,,
잘지내셨지요,,

ceylontea 2005-08-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느새 저한테는 저런 모임이 없어져버렸네요.. ㅜ.ㅠ

2005-08-10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08-1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지금 이곳도 천둥 번개, 비가 오네요. 인사 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늘 ....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울보님두요?

실론티님/ 음.... 저도 없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온라인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면에서는 이곳도 괜찮은 것 같아요.
기운 내실거죠?

속닥님/ 엇, 알고 계셨어요? 그런데 그 이름이 부담스러워요. 늘...

마립간 2005-08-1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bscessive B군... 영화 배우 B군인가요? 영화배우도 ob.가 있나요?

가을산 2005-08-1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어디에든 stereotype에서 벗어난 사람은 있는 법이지요.
오히려 stereotype에 그대로 맞는 사람이 더 적을지도 모르겠어요.

ceylontea 2005-08-1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을산님... 항상 힘이 되어주시는 말슴 감사합니다.. ^^
이렇게 항상 가을산님께 힘만 받아서 우짜지요?? ^^
 

뭐가?

영화 '외출' 개봉이요. ^^

예고편 구경하실래요?  

이건 한두달 전 예고편 : 

mms://media1.maxmovie.com/av/maxaprilsnow_tt.wmv

이건 어제 나온 예고편: 

http://www.ziness.com/movie/going out/data/april snow_main_trailer_512x384.wmv

주소를 복사해서 주소창에 붙여넣으셔요... 

 

---------------

나도 알아요~~!    

B군 그저 그렇다는 거. (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 

그리고 가을산이 이상하다는거.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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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8-0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다 이해합니다..흐흐~

가을산 2005-08-0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저를 이해 못하는데 날개님은 저를 이해하신다니!

숨은아이 2005-08-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안 이상해요. ^^

어룸 2005-08-0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저야 당연히(!!!!!!!!!!!!!!) 이해합니다!! 하나도 안이상하셔요!! ^ㅂ^

마태우스 2005-08-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 기다리구요, 영화도 보겠습니다. ^^

마냐 2005-08-0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짰든 보고픈 영화임다..잉잉잉.

가을산 2005-08-0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냐님... 미국에서도 개봉할지도 몰라요... 언젠가는.... ^^;;
참, 또다른 뒷소식은 없나요?
 

1. 슬럼프?

그동안은 끊임없이 어떤 분야에든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읽어야 할 것이 늘 있었고, 늘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 관심을 확 땅기는 그런 게 없다.  드디어 슬럼프인가?
더이상 '새로운 분야'라는 것이 없는 것은 설마 아닐텐데....

그래서.... 요즘은 책 읽는 것도, 책 사는 것도 뜸하다.

더위 먹었나? 
하다못해 B군 사이트도 시들한걸 보니 더위를 먹긴 먹었나보다.


2. 오고.... 가고.....

남동생 부부를 지난 주말에 만났다.
외가댁에서 남동생, 여동생 가족이 다 집합했다.
남동생의 1개월 된 아이를 처음 만났다.  오목조목하니 잘 생겼다.
올캐는 출산 후 2개월도 채 안되었는데도 임신 전의 체형을 벌써 회복했다!
( 올캐는 키가 170 좀 넘는데 몸무게는 50kg도 안될 것 같다. 완전 모델 체형. ...  부럽다!  ^^;;  )
아이 이름을, 글쎄 친정 아버지가 '해동'이라고 지으셨다!
아무리 '동'자 돌림이라 그럴듯한 이름이 없다 해도 '해동이'는 좀 심했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동이야' 라고 부르기로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새 아기가 증손자가 된다.
하긴, 첫 증손자인 우리 큰애가 벌써 중학생이니....  벌써 증손자/증손녀도 여럿 두셨다.
(내가 맏딸의 맏딸이라서 좀 빠르다.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80대 중-후반이시다.)

한편.... 할아버지께서는 입원 중이시다.
이젠 정말 얼마 못 사실 것 같다. 
여러해 전부터 치매로 기억력이 떨어지시더니,
금년 초에는 대퇴골 골절로 수술,
지난 달에는 뇌출혈로 또 입원.....   
현재는 안정된 상태로 일반 병실에 계시지만....
천천히 삶의 마감을 향해 가시는 것 같다.
의식도 명료하지 못하고, 식사도 튜브로 하시고, 거동도 전혀 못하신다.
욕창도 생겼다고 하고..... 

할아버지는 내게 비젼과 추억의 원천이셨는데.... 

3. 피서법

나는 여름 휴가를 늦게 가는 편이다. 거의 항상 8.15 이후에 갖는다.
더운 여름동안은 - 에어콘 틀어놓은 - 직장에서 꼼짝 않고 있다.

더위를 견디면서  앞으로 올 '휴가' 를 기대하는 것이 내 피서법이라고나 할까? 
피서를 일찍 다녀온 후에 더 기대할 것도 없는데 날이 더우면 그것이 더 괴로울 것 같아서이다.

이번 여름에는.... 14,15일 연휴 외에는 쉬지 않을 예정이다.
그대신 9월 말에 몇일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
.
.
.
 이유는 그럴듯하게 써 놓았지만,
휴가를 늦게 가는 진짜 이유는.....
.
.
.

옆지기의 스케쥴이 바빠서 8월에는 비는 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ㅡㅡa 
합리화 하기, 긍정적인 이유 가져다 붙이기도 이정도쯤 되면 수준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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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8-0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동이라니....우리 해송이 동생 삼을까봐요^^

세실 2005-08-0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깍두기님. 재밌네요.
전 왜 170CM에 50KG에 눈이 가는지... 환상의 몸매 아닌가요? 흐 부러부러....

가을산 2005-08-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해송이랑 나란히 두니까 해동이 이름이 좀 완화되네요.
해송은 참 운치 있는 이름인데.....

세실님, 그쵸?
저도 162cm로 작은 키는 아닌데, 동생들과 올캐가 워낙 늘씬해서 저는 '아담한 키'로 통한답니다. ^^;;

줄리 2005-08-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동 ㅎㅎ 어찌 들으면 왕자 이름 같기도 하고 - 해동왕자 -
가을산님 휴가 늦게 가시는거 이유 정말 멋진걸요! 수준급이 아니라 진짜 그러신거 같은데요^^

마냐 2005-08-06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리화하기....이거 못함...어케 살아요.ㅎㅎㅎ
근데, 가을산님, 왠지 반가운거 있죠. 여름 건강하시길. 맏딸의 맏딸에다...키도 똑같네요. 흐흐.

瑚璉 2005-08-0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여름에는 시원한 회사가 제일인데... 저도 휴가를 늦게 가고 싶어요.

2005-08-06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06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08-0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해동검도' '해동성국' 도 있어요. ^^
마냐님, 맏딸의 맏딸에 키도 같다구요? 우리 때는 이 키정도면 중간에서 약간 뒷편이었는데, 요즘 학생들 키로는 중간 턱걸이인 것 같아요.
호정무진님, '늦게 가고 싶다'고 하신 걸 보면 아직 안다녀오셨나보네요?
 

1. 바보돌대가리새클럽일지.

몇일 전에 아이가 '죽은 시인의 사회' 비디오테잎을 빌려 온 이야기를 썼었다. 
그런데 실은, 테잎이 오래된 거였는지, 소리가 들리다 안들리다 했다.
'뭐 이런 불량 테잎을 빌려준담!' 투덜투덜 하면서도 자막을 보는걸로 참으려다가.....

알라딘에 DVD 검색을 했다. 가격이 8800원!  괜찮네!
비디오만 주문하면 배송료를 내야 하니까 보관함에 모셔져 있던 책 한권을 추가해서 주문했다.

어제 밤. 배송확인을 해보니 '배송 완료'라고 되어 있다! 
배송 온 거 없었는데~~?  내일 배송 회사에 전화해 봐야지.... 생각하고서는...

다른 비디오 테잎을 넣고 틀었다.
이상하게 또 소리가 들리지 않은다.
'혹시 헤드가 이상한가?' 해서 헤드 크리너 테이프로 청소하고 다신 틀어도 깜깜....

아!  번쩍이는 영감이 스쳐지나갔다. 역시나.....
비디오와 티비를 연결하는 선의 접촉이 좋지 않아서 소리가 나다 말다 하는 것이었다. ㅡㅡ;;
연결잭을 단단히 꽂으니 멀쩡하게 잘 들리는 것이었다.
'괜히 dvd 주문했네. 그냥 비디오만 봐도 될걸.  뭐, 소장용으로도 괜찮지만...' 
라며 나의 닭짓을 합리화했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배송확인'을 다시 눌러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없는거다!  이상한데? 하며, 알라딘 고객센터에 전화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번호를 누르면서 무심코 화면을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어, 이번에는 dvd와 함께 책 한권만 주문했는데, 왜 책이 다섯권이지?' 
자세히 보니 가장 최근 주문한 것이 내가 생각했던 dvd와 책이 아니라, 그 이전것이었다.

즉, 내가 dvd와 책을 주문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OTL

그렇군!  주문할 때 포인트 카드에 적립이 안되는 에러가 자꾸 나서 주문을 포기했던게 이제야 생각난다.
즉, 난 지난 몇일간 주문한 적도 없는 dvd를 기다렸고, 아이에게도 dvd 올거라고 큰소리 쳤던 것이다.
게다가 하마터면 애꿎게 알라딘에 전화해서 '왜 배송회사 전화번호가 없어요?' 라고 징징댈 뻔 했다.

큰일이네.... 벌써 이래서야.... 

2. 아들, 알바를 시작하다.

방학인데, 딱 정해놓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모자간에 필요하다고 합의한 몇과목만 배우기로 했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놀고 있는것보다는 몸도 움직이고 사회도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과, 
모종의 꿍꿍이를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아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파트 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다.

먼저, 병원이 있는 상가의 가게들을 들려서 부탁을 해보았다.
"파트타임이어도 좋구요, 알바비는 제가 줄거구요, 그냥 일 많은 날 아무때나 불러서 일만 시켜주세요."

그런데...

약국에서는....  "우리는 학생이 할만한 일이 없는데...."
빵집에서는....  " 날씨도 더운데 빵 굽는 곳은 더 뜨거워서 아이에게 너무 힘들거다. 게다가 화상이라도 입으면..." 
야채가게에서는.... "어머, 중학생이요?  할 수 있을까요?".... 웃기만 한다. 
                                그래도  "과일 박스 같은 거 많이 들어오는 날 불러주세요" 부탁은 해두었다.

역시, 이럴 때 믿을 곳은..... 딱 하나.....
마침 노숙자 쉼터의 간사님이 다른 볼일로 오셨다.
"우리 애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세상도 좀 보게 하고, 알바비는 제가 주고... 데리고 다녀만 주세요~~ 징징...."

사실, 일하는 데 중학생 하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오히려 성가신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선뜻,  " 그래요? 제가 다른 간사들과 이야기해서 시간표를 짜보지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수요일 저녁 배식과 설거지,  목요일 오후에 환자 병원 데리고 가는데 같이 동행하기... 등등...이었다.

지난 수요일 배식에 아들을 대전역으로 데려다 주였다.  데려다 주면서....
"열심히 일해야해~!  만일 평판이 나쁘면 다른 일도 안시켜줄 수 있으니까, 첫인상이 중요하거든? 
 그리고 우리 '알바'라고 하면 네 체면도 그렇고 하니까 알바라는 거는 비밀로 하자!? "

그랬더니, 아들 왈, " 엄마는, 나를 어떻게 보는거야. 알바라고 하면 내 체면이 깎이는건데, 당연히 비밀이지.."

대전역에 도착했더니 배식이 한창이다.
그런데, 입단속에 큰 구멍이 있었다.
쉼터의 대빵인 목사님이 나와 계셨는데,  아들을 보고 하시는 첫 인사가....
" **야 반갑다. 알바 열심히 해봐~~!"  였다....  ^^;;
흐흐... 아들이 살짝 째리는 것을 애써 모르는 척 했다.

거기서 아들이 하는 일은 비닐장갑 끼고 식사가 끝난 배식판에서 음식 남은 것을 분리하고 배식판을 차곡차곡 쌓는 일이었다. 
아들이랑 같이 배식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또 다른 간사님이

"아이고, 아들은 알바지만, 선생님은 왜 일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휴.... 다행히 아들은 일하느라 못들은 것 같다. 
이런, 알바라는 것이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이 나다니.... 

배식판을 정리해서 한 교회의 주방으로 돌아가서 설거지를 했다.
아들도 이전에 지봉동에서 배식할 때도 도운 적이 있어서 제법 능숙하게 한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결산:  2시간 일하고.... 알바비는 3000원,  거기다가 아이스크림 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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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7-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바보돌대가리새클럽 회원이셔도.. 손해본건 없네요. 그럼 대 성공이지요, 머. ㅎㅎ
2. 가을산님을 보면 볼수록 정말 더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해요. ^^
근데 아무리 알바라 해도 요즘 애들, 안하거든요. 돈 많이 준다고 해도 안하는 녀석들도 있어요. 그런데 한시간에 천오백원 받고 그 일 하는거.. '알바'라는 이름 붙었다고 크게 체면깍이는건 아닐거 같은데요? ㅎㅎ

마태우스 2005-07-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자제분이 훌륭한 사람으로 자란다는데 올인합다

가을산 2005-07-3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제가 속썩는 부분을 안써서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기말고사에서 가정/기술이 100점 만점에 3.5점 맞아 왔어요.
어째 눈감고 찍었어도 이럴 수가 있답니까~~~

자신의 장래희망과 관련 없는 과목들을 죄다 저렇게 초토화 시켜놓았어요.
"너 반에서 꼴찌 했겠다" 하니까...
"엄마, 꼴찌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그러네요. ㅡㅡ;;
중간고사 덕에 꼴찌는 면한 것 같은데... 2학기때도 저렇게 '소신껏' 시험칠까봐 걱정이에요.

세실 2005-07-3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을산님... 훌륭하세요.
초등3학년을 학습쪽에만 신경쓰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가을산 2005-08-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도 학습쪽에만 신경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