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보돌대가리새클럽일지.

몇일 전에 아이가 '죽은 시인의 사회' 비디오테잎을 빌려 온 이야기를 썼었다. 
그런데 실은, 테잎이 오래된 거였는지, 소리가 들리다 안들리다 했다.
'뭐 이런 불량 테잎을 빌려준담!' 투덜투덜 하면서도 자막을 보는걸로 참으려다가.....

알라딘에 DVD 검색을 했다. 가격이 8800원!  괜찮네!
비디오만 주문하면 배송료를 내야 하니까 보관함에 모셔져 있던 책 한권을 추가해서 주문했다.

어제 밤. 배송확인을 해보니 '배송 완료'라고 되어 있다! 
배송 온 거 없었는데~~?  내일 배송 회사에 전화해 봐야지.... 생각하고서는...

다른 비디오 테잎을 넣고 틀었다.
이상하게 또 소리가 들리지 않은다.
'혹시 헤드가 이상한가?' 해서 헤드 크리너 테이프로 청소하고 다신 틀어도 깜깜....

아!  번쩍이는 영감이 스쳐지나갔다. 역시나.....
비디오와 티비를 연결하는 선의 접촉이 좋지 않아서 소리가 나다 말다 하는 것이었다. ㅡㅡ;;
연결잭을 단단히 꽂으니 멀쩡하게 잘 들리는 것이었다.
'괜히 dvd 주문했네. 그냥 비디오만 봐도 될걸.  뭐, 소장용으로도 괜찮지만...' 
라며 나의 닭짓을 합리화했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배송확인'을 다시 눌러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없는거다!  이상한데? 하며, 알라딘 고객센터에 전화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번호를 누르면서 무심코 화면을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어, 이번에는 dvd와 함께 책 한권만 주문했는데, 왜 책이 다섯권이지?' 
자세히 보니 가장 최근 주문한 것이 내가 생각했던 dvd와 책이 아니라, 그 이전것이었다.

즉, 내가 dvd와 책을 주문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OTL

그렇군!  주문할 때 포인트 카드에 적립이 안되는 에러가 자꾸 나서 주문을 포기했던게 이제야 생각난다.
즉, 난 지난 몇일간 주문한 적도 없는 dvd를 기다렸고, 아이에게도 dvd 올거라고 큰소리 쳤던 것이다.
게다가 하마터면 애꿎게 알라딘에 전화해서 '왜 배송회사 전화번호가 없어요?' 라고 징징댈 뻔 했다.

큰일이네.... 벌써 이래서야.... 

2. 아들, 알바를 시작하다.

방학인데, 딱 정해놓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모자간에 필요하다고 합의한 몇과목만 배우기로 했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놀고 있는것보다는 몸도 움직이고 사회도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과, 
모종의 꿍꿍이를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아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파트 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다.

먼저, 병원이 있는 상가의 가게들을 들려서 부탁을 해보았다.
"파트타임이어도 좋구요, 알바비는 제가 줄거구요, 그냥 일 많은 날 아무때나 불러서 일만 시켜주세요."

그런데...

약국에서는....  "우리는 학생이 할만한 일이 없는데...."
빵집에서는....  " 날씨도 더운데 빵 굽는 곳은 더 뜨거워서 아이에게 너무 힘들거다. 게다가 화상이라도 입으면..." 
야채가게에서는.... "어머, 중학생이요?  할 수 있을까요?".... 웃기만 한다. 
                                그래도  "과일 박스 같은 거 많이 들어오는 날 불러주세요" 부탁은 해두었다.

역시, 이럴 때 믿을 곳은..... 딱 하나.....
마침 노숙자 쉼터의 간사님이 다른 볼일로 오셨다.
"우리 애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세상도 좀 보게 하고, 알바비는 제가 주고... 데리고 다녀만 주세요~~ 징징...."

사실, 일하는 데 중학생 하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오히려 성가신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선뜻,  " 그래요? 제가 다른 간사들과 이야기해서 시간표를 짜보지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수요일 저녁 배식과 설거지,  목요일 오후에 환자 병원 데리고 가는데 같이 동행하기... 등등...이었다.

지난 수요일 배식에 아들을 대전역으로 데려다 주였다.  데려다 주면서....
"열심히 일해야해~!  만일 평판이 나쁘면 다른 일도 안시켜줄 수 있으니까, 첫인상이 중요하거든? 
 그리고 우리 '알바'라고 하면 네 체면도 그렇고 하니까 알바라는 거는 비밀로 하자!? "

그랬더니, 아들 왈, " 엄마는, 나를 어떻게 보는거야. 알바라고 하면 내 체면이 깎이는건데, 당연히 비밀이지.."

대전역에 도착했더니 배식이 한창이다.
그런데, 입단속에 큰 구멍이 있었다.
쉼터의 대빵인 목사님이 나와 계셨는데,  아들을 보고 하시는 첫 인사가....
" **야 반갑다. 알바 열심히 해봐~~!"  였다....  ^^;;
흐흐... 아들이 살짝 째리는 것을 애써 모르는 척 했다.

거기서 아들이 하는 일은 비닐장갑 끼고 식사가 끝난 배식판에서 음식 남은 것을 분리하고 배식판을 차곡차곡 쌓는 일이었다. 
아들이랑 같이 배식판 정리를 하고 있는데, 또 다른 간사님이

"아이고, 아들은 알바지만, 선생님은 왜 일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휴.... 다행히 아들은 일하느라 못들은 것 같다. 
이런, 알바라는 것이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이 나다니.... 

배식판을 정리해서 한 교회의 주방으로 돌아가서 설거지를 했다.
아들도 이전에 지봉동에서 배식할 때도 도운 적이 있어서 제법 능숙하게 한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결산:  2시간 일하고.... 알바비는 3000원,  거기다가 아이스크림 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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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7-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바보돌대가리새클럽 회원이셔도.. 손해본건 없네요. 그럼 대 성공이지요, 머. ㅎㅎ
2. 가을산님을 보면 볼수록 정말 더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해요. ^^
근데 아무리 알바라 해도 요즘 애들, 안하거든요. 돈 많이 준다고 해도 안하는 녀석들도 있어요. 그런데 한시간에 천오백원 받고 그 일 하는거.. '알바'라는 이름 붙었다고 크게 체면깍이는건 아닐거 같은데요? ㅎㅎ

마태우스 2005-07-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자제분이 훌륭한 사람으로 자란다는데 올인합다

가을산 2005-07-3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제가 속썩는 부분을 안써서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기말고사에서 가정/기술이 100점 만점에 3.5점 맞아 왔어요.
어째 눈감고 찍었어도 이럴 수가 있답니까~~~

자신의 장래희망과 관련 없는 과목들을 죄다 저렇게 초토화 시켜놓았어요.
"너 반에서 꼴찌 했겠다" 하니까...
"엄마, 꼴찌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그러네요. ㅡㅡ;;
중간고사 덕에 꼴찌는 면한 것 같은데... 2학기때도 저렇게 '소신껏' 시험칠까봐 걱정이에요.

세실 2005-07-3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을산님... 훌륭하세요.
초등3학년을 학습쪽에만 신경쓰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가을산 2005-08-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도 학습쪽에만 신경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