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이 삼촌의 생일이었단다.
엄마가 전화를 해서 축하한다고 말하라 시켰다.
그런데 그 대화가 좀 그렇다.

"나 원래 전화 하는거 싫어하잖아."
"그래도 한번 해. 삼촌은 아무도 없잖아"

엄마의 저 말에는 측은함이 가득 뭍어 있었다.
삼촌은 아이가 없다. 나이는 환갑을 훨씬 넘겼으나 부부와 할머니 셋이 산다.
왜 아이가 없는지는 모르겠다. 엄마도 모른단다.

전화를 끊고 나니 나의 미래에 생각이 미쳤다.
나는 아이가 없다. 앞으로도 아이가 없을 것이가.
하지만 난 별로 아쉬운 점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런데 훗날 내가 환갑이 넘은 어느 생일에...
우리 언니가 조카에게
"이모 생일인데 전화 좀 해."
"싫어. 전화하는거 싫단말야."
"그래도 한번 해. 이모는 아무도 없잖아"
라는 대화를 하게 될까?
조카는 내가 삼촌을 생각할 때 느끼는 짠함을 나에게 느낄까?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줄리 2005-11-0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두 아이가 없는데 이런 경우도 생기겠군요. 내가 그렇게 이뻐한 조카가 지엄마가 시켜 억지로 전화한거라면 맴이 좀 아플거 같군요..

하루살이 2005-11-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촌 본인도 그렇게 느낄까 정말 궁금하네요?
본인도 그렇다면 정말 애처럽습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야...
너무 먼 미래 행복한 꿈만 꿨으면 합니다.

코마개 2005-11-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그런 저런 이유로 도중에 아이를 낳게 되는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뭐 그런 시선 쯤이야...
하루살이님 오랫만이예요. 삼촌이 어떻게 느끼실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저는 아무렇지 않을거예요. 단지 조카들의 눈에 비치는 내가 내가 보는 삼촌의 모습과 같을까 라는게 궁금해요.

로드무비 2005-11-0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전 저도 한 번은 떠올려봤던 듯.
불쌍한 이모로 비치려나......^^

코마개 2005-11-0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마이도러!!'가 있잖아요.

marine 2005-11-0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저도 아이에 대한 생각이 없는데 조카들이 절 불쌍하게 여길지 어떨지는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대신 엄마, 아빠가 절 불쌍하게 생각할까 봐 늘 그게 걸린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고 남이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엄마, 아빠가 가슴 아파 하는 건 너무 걸릴 것 같아요

코마개 2005-11-0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빠는 그렇게 생각 안하실 겁니다. 뭐랄까...딸을 시집보내도 서운하고 안보내도 걱정 되듯이 딸이 아이를 낳아도 속상하고 안낳아도 걱정되고. 딸가진 부모님은 대부분 딸이 아이를 낳징낳겠다고 그러면 수긍하실듯.

마태우스 2005-11-1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가 없는데, 전화받는 건 더 싫은데.... 그때되면 제가 외로울까요?

코마개 2005-11-1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우스님께서 저의 서재에, 이런 영광이!!!
아마 외로울걸요. 그런데 아이가없어서 외로운게 아니라 인간은 원래 외로운 거잖아요. 중요한건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이 대신 외롭다고 난리를 쳐주죠. 그게 본인에게는 더 우울한 일인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