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알려주는 사고력의 비밀 사고력을 키우는 논술스터디 5
차오름.주득선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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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을 키우는 논술스터디'시리즈의 책이고, 제목도 [명화가 알려주는 사고력의 비밀]인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부류의 책은 아니라는 첫인상.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제목이 가지는 두루뭉술한 정체성이 참으로 아쉽다. 사고력을 키우는 책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명화를 알려준다는 것인가? 첫인상과는 달리 이 책에 담긴 컨텐츠의 충실함과 흥미로움에 만족한 나로서는 후자에 한 표 던지련다.  

이 책의 핵심은 7인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해석과 그 해석의 확장이다. 그 해석의 확장이라는 데에서 사고력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데, 이것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성격이 짙게 느껴지지만 일부러 의식하지 않는다면 너그럽게 볼 수 있겠다. 또 실제로 책의 내용과 편집상태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명화'에 초점을 두고 읽는다면 꽤 만족스럽다.   

이중섭, 모네, 달리, 아르침볼도, 샤갈, 밀레, 마네. 미술분야에 무지한 내게도 익숙한 이름들, 그 익숙함에서 오는 반가움과 호기심이 일고, 각 장의 들어가는 말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중섭이 왜 소를 그렸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또 이중섭의 군동화(여러명의 아이들을 그린 그림)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모네에서는 대상을 바라보는 눈을, 달리에서는 프로이드와 꿈의 해석을, 밀레에서는 김홍도와 고흐의 그림을, 마네에서는 동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의 해석을 확장한 것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 아르침볼도의 경우는 줄글이 아닌 작품끼리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이 또한 새롭다.  

분명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논술'이 큰 화두가 되고 있고, 그에 대한 학습이 (아마도) 필수이겠지만, 이 책은 논술이나 사고력보다는 명화에 초점을 둔 책으로 정체성을 갖는 것이 더 좋았겠다. 책의 내용 자체만으로 훌륭한 컨텐츠인 것을, 자칫 애매한 제목으로 인해 그것이 협소하고 남루한 컨텐츠로 비춰지지 않을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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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1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논술'이란 말이 붙어야 상업성에 영합할 수 있기에 붙인것이겠지요.
요즘, 논술이란 말 빠지면 책도 잘 안 팔릴테니까요~~
명화를 소개하는 책들은 참 많은 것 같은데, 또 한권 알게 되고 친절한 소개 감사~~~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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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무어라 표현해야 이 잔잔한 떨림과 먹먹한 감동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그렇다면 필시 전쟁이야기이거나, 아니면 나치나 유대인의 이야기일 테지요. 맞습니다.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 브루노는 9살된 남자아이입니다. 솔직하고 착한 아이에요. 베를린에서 사는 브루노네는 아주 부자라서 5층짜리 대저택에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많이 부리면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브루노는 아빠의 직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습니다. 남들이 '사령관님'이라고 부르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그것이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빠가 사령관이 된 후 베를린과는 비교도 안되는 시골같은 동네의 허름한 3층짜리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브루노는 그곳이 싫었어요. 사방팔방으로 뻗은 길도 없고 번화한 상점이나 멋진 카페테리아도 없는데다가 결정적으로 함께 놀 친구가 없었으니까요. 아무도. 

브루노는 탐험가가 꿈이에요. 그래서 그 따분한 집에 적응이 될 즈음 어디로든 탐험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창밖으로만 보았던 높은 철조망 건너 미지의 그곳, 오두막집같은 게 있고 헐렁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그곳이 탐험하기에 딱 적당했지요. 하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철조망 때문에 탐험을 포기해야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때, 철조망 너머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 보이지 뭐예요. 브루노와 소년, 이 두 아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브루노와 소년, 두 아이 사이에 피어난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브루노가 소년의 손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그 우정이 참 예쁘고도 안타깝습니다. 이제 겨우 같이 놀기 시작한 것이었거든요.      

그러나 이 책 속에는 아이들의 우정, 그 이상이 담겨있습니다. 브루노는 저녁 식사때만 와서 시중을 드는 할아버지가 지금은 왜 시중드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고, 코틀러 중위가 그 할아버지를 왜 그렇게 심하게 대하는지 몰랐어요. 특히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 중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다 압니다. 그래서 브루노와 소년과의 동문서답과도 같은 대화가 가슴 속에 콕콕 아리도록 박히고 맙니다. 특히 마지막의 몇 장은 책장을 넘기는 제 손이 바빠지면서 가슴이 쿵쿵 뛰었지요. 

비극적인 상황은 브루노의 시선에서 서술되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묘사되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간에 숨겨진 고통과 슬픔의 무게는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글 전체의 짜임새가 참으로 정교하고,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드러내는 글솜씨가 매우 훌륭합니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어있는데, 성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소설입니다. 나치와 유태인을 소재로한 책 중에서 이만큼의 울림을 주는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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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애나 로쉬 좋은책어린이문고 8
리비 해손 지음, 송진욱 그림, 이정아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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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형제, 그리고 사촌인 애나의 재미있는 일상을 그린 [소문난 애나 로쉬]. 아니, 재미있다는 말보다는 엉뚱하고 기발하고 어찌보면 괴팍하기까지 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그건 애나 덕분입니다. 애나의 머릿속엔 '신기한 놀이공장'이 있는 게 분명해요. 사촌형제들은 지나가는 차에 물뿌리기 시합을 하다가 이웃 아줌마를 흠뻑 젖게 만들기도 하고, 지붕 위로 올라가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폭풍우가 치는 날 손님의 우산까지 모조리 들고나가 공원에서 놀기도 했어요. 집안에서 놀 때는 뭐든지 꼭 하나씩은 부숴지고 말지요. 정말 못말리는 장난꾸러기, 애나.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이 책에 푹 빠질만큼 신나지는 않습니다. 그냥..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건 아마도 애나가 워낙 기발한 장난을 잘 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나의 주도 하에 삼형제가 끌려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해서일 거예요. 사실 장난을 치고 있을 때도 애나는 신나는데 다른 아이들은 걱정을 하거나 무서워하는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애나는  못된 아이처럼 비춰지곤 하지요. 애나가 먼 곳으로 이사가게 되어 떠날 때의 마지막 장면만 빼면 말입니다. 물론 애나는 절대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나쁜 아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꼬마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호주 어린이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호주 어린이와 우리 어린이와 노는 방법이 달라서 이 이야기가 크게 재미있지 않은지도 모르겠어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데, 색다른 에피소드도 참 많은데, 그리 와닿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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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맘 2007-09-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도 재미가 없다고 하나요?

개구리 2007-09-13 09:16   좋아요 0 | URL
저의 딸도 이 책은 별로라고 말하네요.
딸과 저의 취향에는 맞지 않나봅니다. ^^;;

도서관 2007-09-1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솔직한 서평!
 
어느 나그네쥐 이야기 8세에서 88세까지 읽는 철학 동화 시리즈 3
데이비드 허친스 지음, 박영욱 옮김, 바비 곰버트 그림 / 바다어린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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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쥐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북유럽 어딘가에 사는 나그네쥐, 일명 레밍이라고 불리는 그 쥐들은 어느 때가 되면 무리를 이루어 바다로 뛰어들어 죽는다는. 참 별 일이네, 했었는데,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 동화 [어느 나그네쥐 이야기]를 읽고보니 이것 참 의미심장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일단 책을 주루륵 넘겨보면 글의 양이 적음에 놀란다. 간단한 그림만 있는 페이지도 있고, 단 한 줄, 두 줄짜리 페이지도 많다. 가장 글이 많은 곳도 페이지가 헐거울 정도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헐거우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책의 모티브는 과학적으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나그네쥐들의 풍덩 습성. 모두들 풍덩 축제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한 녀석이 '왜 우리는 빠져야만 하는가'를 고민한다. 이 때 등장하는 '점결연(점프를 결사 반대하는 나그네쥐 연대)'! 그리고 그 다음은 읽어보시길.      

철학 동화라고 이름이 붙었다. 언제부터인가 논술을 빌미로 사고력을 키우는 책, 생각하는 책, 철학을 이해하는 책 등이라고 이름붙인 아동도서가 제법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획이나 내용면에서 크게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들에 더이상 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 [어느 나그네쥐 이야기]는.. 정말 '철학 동화'가 맞는 것 같다. 만일 고민하는 쥐의 단독 행보였더라면 단순한 우화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등장하는 쥐들의 면면을 살펴보시라. 고민하는 쥐, 점결연의 쥐, 그리고 보통의 많은 쥐들.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어떤 상황이 어떤 생각을 가져오는지, 그 상황과 생각은 어떻게 '깨트림'을 당하는지.. 책 뒷부분에 실린 철학박사의 도움말도 이 책을 철학적으로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컨텐츠. 

짧지만 길게 읽히는 책이다. 천천히, 많이, 곰곰히 생각할 이야기다. 글의 분량과 상관없이 초등 고학년, 중학생까지 독자가 되겠다. 이 정도는 되어야 철학 동화로 이름붙이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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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가 되는 어린이 네모네모 로직 - 기초한자편, 틀려야 깨우친다
박원길 지음, 유남영 그림, 멘사코리아 감수 / 제우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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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 며칠 잠이 좀 부족합니다. 매일 밤, 밤이면 밤마다, [네모네모 로직-기초 한자편] 삼매경에 빠졌거든요. 제가 퍼즐게임만은 즐겨하는 편인데, 이 책은 어린이용 두뇌활동을 겸한 게임책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딸에게 요령을 가르쳐줄 요량으로 제가 몇 문제를 풀어본 것이 작금의 사태를 일으킨 발단. 결국 난이도가 낮은 것은 초등 4학년인 딸이, 난이도가 높은 것은 엄마인 제가 하기로 합의(?)했는데, 서로 먼저 하고 싶어서 싸움에 이르는 지경이니 말 다했지요? 

이 게임의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바둑판처럼 정사각형을 여러 칸으로 잘게 나눈 게임판 위에 제시된 숫자만큼 칸을 색칠하는데, 제시된 숫자의 순서대로 칸을 색칠하고 그 사이에는 최소한 한 칸 이상의 빈 칸을 두는 것이지요. 그렇게 색칠한 칸들은 특정한 모양으로 완성됩니다. 이 책은 '기초 한자편'이라서 십이지, 계절, 명절, 나이에 따른 성어 등의 네 개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한자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 한자와 관련된 그림이 완성되지요. 이를테면 子와 쥐 얼굴, 入春과 꽃, 秋夕과 밤따는 모습, 志學과 공부하는 소년의 모습이 양쪽에 나란히 배열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파트는 동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네요. 

10X10칸짜리의 가장 낮은 난이도 게임판은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도 금방 풀어냅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중급 이상인, 훨씬 더 큰 게임판을 풀기 위해선 상당한 논리력이 필요해요. 수학적인 두뇌회전이 빠른 아이어도 최고난이도의 게임은 제법 시간을 요할 겁니다. 그래서 끈기도 필요한 게임이지요. 또 단 한 칸만 틀려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전체를 지우고 다시 하는 수밖에 없어요) 집중력도 필요하구요. 그러니 어려운 게임판을 완성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이란! 학과 공부와는 다른 방식의 두뇌회전 게임, [네모네모 로직]이 가진 매력이에요. 

재미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래서 경고 : 밤새지 말란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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