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먹었지? (보드북) ㅣ 비룡소 아기 그림책 7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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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으로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버찌, 딸기, 달걀 프라이, 도넛, 포도, 사탕, 샌드위치, 소시지, 우유, 각설탕, 아이스크림과 같이 아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먹는 음식들의 특징을 이용해 누가 먹었는지 찾아간다.
특히 마지막에 소개된 아이스크림은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야 답을 알 수 있을 만큼 난해(^^)하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가 돋보인다. 덩달아 '고미 타로'라는 작가도 궁금해진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160권 이상의 삽화를 그린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란다. 이후로 타로의 마니아가 되지 싶다.
우리 아이는 과연 얼마나 좋아할지 궁금하다. 과연 누가 먹었는지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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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ㅣ 웅진 세계그림책 13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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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 하지만 조금은 스산하고 음침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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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아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쁜 아빠 - 신화와 장벽
로스 D.파크 & 아민 A. 브롯 지음, 박형신.이진희 옮김 / 이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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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성들은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는 첫 번째 단계는 적극적인 아버지가 되기를 원하는 남성들이 직면하는 장벽을 더 많이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남성이 더 많이 가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초대장이다." (p18)  
   

 남자들이 가정에 “더욱더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명제로부터 책은 시작된다. 하지만 보편적인 남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아빠들은 퇴근 후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파에 늘어져버렸고, 주말은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불 속에 누워버렸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선 당당히 외출했다.
 나 역시도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려 하지만 속으로는 늘 ‘탈출’을 꿈꿨다. 퇴근 후 아이들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간 때인 6시에서 8시 사이, 직장에서 못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컴퓨터 앞에 앉거나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시 잠을 청했다. 물론 폭풍 같은 초저녁이 지나갔을 때(육아든 가사든 한결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스르륵 등장해 집안일을 돕는 척 유세를 떨었다. 물론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나 가정에 대한 의무감, 아이의 교육적 차원에서 적잖은 노력도 기울여 봤지만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밖으로 향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욱더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는, 그런 남자들을 위해 책을 썼다는 말에 조금은 의아했다. 과연 그런 남자, 남편이 있을까?

 <나쁜 아빠>는 이런 의구심과는 무관하게 가정적인 아빠에 대한 강한 긍정을 담고 있다. 남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왜 많은 남자들이 ‘나쁜 아빠’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아버지로서 가정과 자녀에게 충실할 수 없게 만드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인식, 편견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모든 아빠가 아내의 출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며 사회에서 만연하는 사건, 사고가 남자(아빠)들의 소행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시트콤에서처럼 별 볼일 없는 조롱만 당하는 그런 존재는 더욱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연구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쁜 아빠를 재생산하는 과정도 살펴본다. 기존의 역할에 익숙한 부모로부터 남자의 역할을 본받게 되고, 학교와 선생님, 직장생활, 결혼을 거치면서 더욱 강하고 나쁜 아빠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나쁜 아빠에 대한 문제를 단지 생물학적인, 혹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이론과 학설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세상 아빠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가정에 대한 ‘관심부족’이다. 나쁜 아빠의 원인이 아무리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무관심한 아빠에게 당장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물론 책에서는 이 무관심의 원인을 사회과학적으로 찾으려 노력했지만 언제나 결론은 개인에게 귀결되는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나 돈이 없다는 것도 다 핑계일 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텔레비전, 컴퓨터,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일부만 조절해도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다. 자신의 관심부족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주지만 나쁜 남자가 되어버린 현실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 스스로의 자각에 의해서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해놓았다. 자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라, 아이들과는 공감대 형성을 통해 늘 가깝게 지내라, 아내와 가족을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라고 당부한다. (독자가 좋은 아빠라는 전재가 있지만) 더 열심히 매진하되 나쁜 아빠를 조장하는 사회에 전혀 간섭받지 말 것을 주문한다.

 사실 나쁜 아빠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나 과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바로 지금이 문제인 것 같다. 사회학적인 거창한 이론은 접어놓고서라도 싱크대 위에 쌓인 빈 그릇부터 설거지해 보자. 텔레비전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에게 책 한권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가사와 육아가 아내의 손에서 잘 처리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겠다.
 경우야, 경준아, 경훈아, 아빠랑 책 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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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은 쓸모없고 게으른 아버지, 돼지입니까.
    from 프요일, 연필 한다스의 책담기 2010-06-03 22:27 
    앤서니 브라운의 표지다. 피곳씨와 두 아들은 피곳부인의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피곳부인은 일하는 엄마. 학교와 회사에서 돌아온 부자는 "어이, 아줌마, 빨리 밥줘." 라고 저녁마다 외친다. 피곳 부인이 집안일을 하는 동안 이들 부자는 티비 앞에 앉아 발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너희들은 돼지야.' 라고 쓰인 쪽지만 남기고 피곳부인은 사라져 버린다. 피곳부인의 경멸에 찬 예언이 피곳씨와 두 아들을 돼지로..
 
 
책맘 2010-06-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이걸 보고 덮었던 책을 다시 보기 시작해서, 아빠 육아서들을 헤치우다시피 읽어내렸습니다.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은 언제나 당연해서 의심스럽더군요.ㅠㅠ

프리즘 2010-06-06 17:4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속에 들어 있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근데 늘 실천력이 문제죠... ㅠㅠ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로마 제국 쇠망사 - 한 권으로 읽는
에드워드 기번 지음, 나모리 시게나리 엮음, 한유희 옮김 / 북프렌즈(시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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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 제국 쇠망사>(총3권, 1776~1788)를 가나모리 시게나리가 한권으로 엮었다. 하지만 세계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로마사의 고전이니 최고의 역사서니 하는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광인이었다는 네로 황제나 영화로 종종 소개되는 검투사에 대한 약간의 말초적인 관심뿐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꼭짓점 역할을 하며 웅장하게 서있던 콜로세움이나 무너져버린 폐허일망정 로마의 번영을 느껴볼 수 있었던 포로로마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다 관심 밖이었던 로마사를 통해 서구의 문화에 대한 약간의 교양을 쌓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주황색 표지를 넘기자 로물루스 형제로부터 시작된 로마가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2200년 이상 유지되었던 로마의 역사를 한권으로 엮다보니 다분히 연대기적인 성격이 강했다. 몇 년에 누가 뭘 했고, 어떤 전투가 있었고 하는 식의 내용이 연표처럼 줄을 선다.
 로마사, 그것도 건국 초기의 내용은 전혀 문외한이니 그런 나열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로마에 박식한 전문가들이야 에드워드 기번의 원문을 읽었을 테지만 로마사에 고만고만한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건국 초기의 세세한 전황이 제대로 와 닿을지 의문이다. 전문가에게는 너무 쉽고, 일반인에겐 너무 방대한 서술방식이 아닐까.

 하지만 책장이 조금씩 넘어갈수록 역사서가 갖는 묘한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진보와 퇴보의 방향을 결정짓는 키워드들을 하나둘 씩 발견하게 된다.
 권력, 명예, 돈, 여자(남자) 할 것 없이 지나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불렀고 자신의 생명마저도 위협했다. 무소불위의 자만은 상대방을 자극해 전쟁과 반란을 일으켰고 자신을 죽음으로 이르게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쾌락은 인간의 열정을 피폐하게 했으며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어 자신을 공격했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현실의 기틀위에 번영을 누리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혁명을 통해 기존을 틀을 깨부수며 급변했던 시기도 있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되돌아보는 이런 점이 역사를 회고하게 만드는 이유이지 싶다.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역사는 반복을 멈추지 않았고 인간의 욕망도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의 역사는 인간욕심의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 명맥을 같이 했다. 전쟁과 폭동, 기아와 질병, 살인과 방화, 우리의 욕심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은 여전히 위태로우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라는 이름에 깔려 허덕이고 있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며 머릿속에 들어앉은 욕심의 부피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나간 역사가 말해주듯 모든 시작은 인간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시작되었으므로.
 파란만장했던 로마의 역사 앞에 아슬아슬했던 우리 현대사가 자꾸만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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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차가운희망보다뜨거운욕망이고싶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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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를 대놓고 차별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차츰 깨달아 갔다. 나는 늘 하나의 풍경인 것 같았다." (p19)  
   

 그는 스스로를 '풍경'으로 묘사했다. 유심히 보지 않고는 그 존재감마저 모호한 연극무대의 소품이 되어 버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부족할 청소년 시기를 장애와 씨름하며 보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골형성부전증을 앓았다. 약간의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졌고 몇 번의 골절과 수술을 거치면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들어간 재활원에서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배웠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보살핌으로는 결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재활원에서 고등부로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특수시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했고 힘겨운 싸움 끝에 진학에 성공했다.

 일반 고등학교는 재활원이나 특수학교와 같이 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물론 아니었다. 평범한 공간 속에서 보통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동안 누려왔던 편리함과 외부적 지원을 스스로 벗어버려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주변의 시선과도 직접 맞닿으려야 하는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에 당당하게 맞섰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별난 시선과 싸우며 세상과 부딪혔다. '슈퍼 장애인'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였고 모든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친구 명륜이를 통해 알게 된 인간관이 인상 깊다. 공부에는 별 관심도 없고 게임과 운동밖에 하는 것이 없어 보였던 그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 혹은 그 이외의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람 사이의 융화는 머릿속의 지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인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장애를 이해한다는 것이 반드시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와 지식을 몸에 익히거나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한 헌신과 배려에 기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세상에 대해 특별히 이타적이거나 헌신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존재들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일수록 강력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는 명륜이와 함께 보낸 고교 생활에서 그런 가능성을 발견했고, 사람을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p106)  
   

 그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던 고등학교 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드넓은 캠퍼스와 수많은 건물을 오가는 대학생활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힘든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움직였다. 사회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나 '이동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권연대사업팀'에 들어갔다. 이 활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와 나의 부모가 져야 할 전생의 '업'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장애인은 병원이나 수용 시설에서 살아가야 할 '환자'가 아니라, 그 상태 자체가 하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정체성이 된다. 그러므로 장애인도 세계 속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주체적인 권리를 갖는다. 이렇게 장애를 사회적 모델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통합해야 한다는 것, 치료사나 사회복지사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장애가 단지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것 등이 전 세계의 장애인 운동과 사회과학적 연구들이 성취한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p129)  
   

   
   "그랬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장애인이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생물학적 손상은 이미 그 자체로 몸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결코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손상된 몸에 부여된 사회적 차별을 극복한다는 의미였다. 전공 책을 옆에 끼고 다니고,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를 따서 '정상적인 사회'의 중심에 서고 싶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장애 학생들은, 그때야 비로소 장애인이 되었다." (p139)  
   

 그는 자신의 장애를 또렷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피동적인 존재가 아닌, 비장애인의 구분되는 수직적인 관계도 아닌 그저 '장애인'일 뿐이었다.
 장애에 대한 그의 자각은 그 어떤 선언보다 가슴깊이 와 닿는다. 남자든 여자든, 젊은이건 노인이건, 학벌이 높든 낮든,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마주하지 못했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희망이 현실을 왜곡할수록 자신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져갔고 급기야 전혀 엉뚱한 곳에서 터져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결국 과거나 미래, 상대방과 비교하며 도달할 수 없는 이상에만 매달리는 꼴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신, '현실'이라는 가르침이 날카롭게 날아온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장애인들의 각성에도 불고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불행 속에 갇혀 지내는, 항상 남의 도움을 기다리는 특별한 존재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시선이 장애인을 더욱 움츠려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장애를 더욱 고립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장애인과 분리된 특수교육은 그들의 사회진출을 영원히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일부겠지만)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나 회계부정도 여전히 존재한다. 재활원 방문을 개인의 선량함을 과시하는 공연장으로 이용하는 곳도 적지않다.
 우리는 사랑으로 나서는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우월함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순과 비합리를 숨기기 위해 은연중에 장애인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너와 나, 혹은 장애인에 대해 더 이상 둘러말하지 말자. 장애인은 장애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실을 마주하고 솔직하게 마주하자. 장애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사회에 대한 일종의 각성제처럼 느껴진다.

 물론 사회의 벽을 과감하게 깨뜨린 그에게도 아무런 갈등이나 회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냉철하게 자신을 되돌아보자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이중성이 드러났다. 이제는 제법 '잘나가는 장애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는 단지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싶어 하는,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회적 차별과 장애인의 인권을 외치면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장애의 벽에 멈추어 설 수밖에 없는 인간일 뿐이었다.

   
   "나의 중첩된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은 그 모든 것에 일정한 책임감은 느끼지만 어느 것에도 공감하지 않은 채 서로를 회피하고 있었다. 장애인인 나는 일반적인 이십대로서의 삶에 공감하지 않으려 했고, 대학을 다니는 이십대의 나는 장애인인 내 존재에 몰입하기를 거부했다. 이런 태도는 내가 그 모든 정체성이 겪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과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했지만, 어떤 정체성도 진심으로 살아낼 수는 없게 했다." (p256)  
   

 어쩌면 쿨함과 쫀쫀함, 장애인과 비장애인, 슈퍼 장애인과 인간 김원영 사이에서 선 그의 갈등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지 싶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이면을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부른 이유를 철저하게 통감하게 된다. 장애 문제를 떠나 인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나와는 열 살 가까이 어린 나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크고 우람해 보인다. 그의 앞길에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열린 마음을 우리 사회에 기대해본다.


* p.s
 참, 그의 책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총 여섯 개로 구분된 각 장이 독립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엮여있어 부드럽게 이어진 언덕처럼 자연스럽다. 한두 가지 소소한 일상의 끈을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모습이 여느 글 못지않다.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독서 때문인지 글을 꾸려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가식적이지 않고 번잡하지 않은 글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고 자유롭지 못했던 육체는 정신의 자양분이 되어 글로써 날아다녔다. 그의 정신 못지않게, 그의 글에서 또 한 번의 감동을 맛본다.
 화이팅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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