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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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가르랑거리는 사랑스러운 것.

고양이는 참 좋다.

심지어 길냥이조차...

 

때때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들 사이로 어른거리는 삼색이, 턱시도, 고등어를 본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야생의 본능을 한껏 키워 항상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길냥이들의 하악질조차도 숨죽여 바라보게 된다.

저도 나도 한동안 눈빛을 교환하며 마주보는 순간이 영원처럼 길었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길냥이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고대하곤 한다.

그 따뜻한 털뭉치들이 마냥 내 품을 파고들며 가르랑거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가.

말없이 부비부비하는 것들은 내집에도 둘이나(우리 아이들^^) 있는데, 그래도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

특유의 애교 섞인 눈빛과 살랑살랑 하는 기다란 꼬리, 좁혀졌다 다시 넓어지는 눈동자의 묘한 나른함이 주는 평온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고양이는 왜 내게 그리움의 대상인가?

도심의 아파트에선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위생상의 이유로 더욱더 반려동물을 들이기 힘들다.

아니, 이것 저것 다 떠나서  가장 큰 문제는 나의 게으름 인가...

아니면 지속적인 애정을 퍼다나르기엔 너무나 차갑고 냉정한 여자여서인가...

한껏 도도하고 시크한 매력을 가진 고양이, 뒷배경으로 꽃 한 송이만 있어도 그대로 그림이 되는 고양이, 애끓는 모정을 자극하는 아기의 울음같은 목소리를 가진 고양이, 먹을 것을 갈구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을 가진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고양이를 키우라면 키울 자신이 없다.

언제고 떠나 때가 되면 미련없이 버리고 갈 수 있는 매정한 "엄마"의 역할에 너무나도 잘 어울릴 것을 나 스스로 알기에...

 

그래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한 껏 담은 이 책을 보면서 눈으로는 하트를 뿅뿅 마음껏 발산하지만 마음으로는 이 책 덮고 나면 너와 나는 볼 일 없다, 는 싸늘한 표정이 될까봐 무섭다.

이 책을 집어들 때와 덮고 나서의 표정이 다를 것이...두렵다.

 

한결같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가득 안고 벌써 여러 편의 고양이 에세이를 낸 작가 이용한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전국의 수많은 길냥이에 대한 관심이 이젠 세계의 냥이에까지 커졌으니 말이다.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

 

 

고양이에 대한 학대와 차별이 가장 심한 한국을 벗어난 작가는 세상을 떠돌며 고양이가 사는 구석들을 기웃거렸고, 한국이 아닌 곳에서 고양이와 사람이 어울려 사는 당연한 풍경을 보았다고 했다. 고양이의 무던한 일상과 사람들의 관대한 날들을. 누구나 인정하는 고양이의 천구 모로코와 터키를 비롯해 일본의 고양이 섬고 대만의 고양이 마을, 인도와 라오스를 다니면서 사람과 고야이가 행복하게 어울린 풍경을 담아올린 이 책을 읽는 동안, 고양이에 대해 더 애틋한 마음이 솟아났다면 거짓말이 될까.

 

 

언제든 이 미로를 벗어날 수 있지만, 운명처럼 미로에서 일생을 살다 가는 고양이들. 나는 카메라가 아닌 가슴에 그 고양이들을 담았다. -62

 

 

 

기와를 얹은 전형적인 일본 전통가옥 마당에 열댓 마리의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선의를 베풀 필요는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188

 

 

 

대만에 고양이 마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수이 올드타운을 따라 펼쳐진 해안길을 일명 고양이 거리라 부르는데, 유하 서점을 기점으로 약 1킬로미터 정도 고양이 산책로가 이어진다. 유하서점에 가면 이 곳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곁들인 '고양이 산책 지도'까지 배포하고 있다. 지도에는 고양이 출몰 장소를 비롯해 급식 장소까지 자세히 표시돼 있다. -303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 키웠던 새끼 고양이는 점점 몸집이 커지자 주택이었던 집구조상 혼자 여러 곳을 많이 떠돌아다녔다. 다락방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곳으로 부지런히 다니면서 세상 구경을 많이 했나 보았다. 검은 색의 새까만 망토를 입고 네 발에는 하얀 양말을 멋들어지게 신고서 말이다. 턱 밑에는 정말 하얀 나비 넥타이를 맨 것처럼 하얀 무늬가 있어서 이름이 "나비"였다. 아주 흔하고 흔한 고양이 이름이었지만, 우리 집 "나비"는 정말 이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멋지고 우아한 걸음걸이를 선보이는 멋쟁이 아가씨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하게 되어서 짐을 꾸렸는데 "나비"가 사라졌다. 당연히 이삿짐이 꾸려진 차에 함께 타고 오겠지 하며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나비는 새 집에 없었다. 자유로운 발걸음으로 떠나 버린 것이다. 내가 쓰다듬어 주던 것도, 내가 먹이를 주던 것도, "나비야~"하고 다정하게 부르던 것도, 함께 장난치고 놀던 것도 잊었나...

그 때부터 나는 애완동물에게 마음을 안 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나비"는 흔한 길냥이가 되어 낯선 이들의 냉대를 받으며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가끔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어쩌다 한 번씩 턱시도 냥이들을 만나면 "나비"를 떠올리면서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거기까지.

고양이에 대한 내 마음은, 내가 "나비"를 버렸든, "나비"가 나를 버렸든 둘 중 하나일것이므로,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칫 하고 만다.

나는 길냥이에 대해 멀리서 눈맞춤을 하고 나붓나붓 걸어가는 뒷모습을 배웅하는, 딱 그 정도만의 애정으로 바라본다.

아마, 이 책의 냥이들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냥이들에게 적대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면 이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저자가 만난 냥이들에 대해 황홀한 눈빛을 보내는 것 정도는 허락되지 않을까.

눈가에 선명한 클레오파트라의 눈화장 같은 테두리를 두른 아기 고양이의 시선이 나를 오랫동안 붙잡는다.

괜히...센티멘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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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풀꽃 시리즈 1
이상권 지음, 김미정 그림 / 현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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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풀꽃이 낯설지 않아요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자연 속에 있을 때 아이들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어깨 힘을 빼고 터덜터덜 걷다가 길가에 있는 꽃들 앞에 가서 자연스레 쭈그려 앉고는 자세히 살핀다.

풀꽃들과 인사를 하려면 스스로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안다.

뒤따라 가던 엄마는 쭈그려 앉기가 힘들어 그저 뒤에서 지켜만 보는데...

 

아이가 없을 때는 풀꽃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색깔 예쁜, 혹은 어여쁜 모양의 꽃들이 피어 있구나...정도로 스쳐지나가던 풀꽃들이었는데,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게 뭐야?" 할 즈음이 되자 엄마는 바빠졌다.

시골에서 살지 않아 풀꽃들과 그다지 친숙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선뜻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눈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즉답을 해주어야 했는데 이건, 뭐...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식물도감을 미리 본다, 인터넷을 검색한다, 요란을 떨면서 짐짓 "아는 엄마"인 체 했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질문을 끝이 없어서 이 풀꽃은 어디에 쓰여?, 어떤 맛이 나?, 등등...

급조한 지식으로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연이어 내놓았다.

아이고, 맙소사.

그냥 모른다고 할 걸 그랬나?

...

 

큰 애한테는 미안하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

그러나 둘째한테만큼은 "척"하는 엄마의 모습을 내려놓고 함께 공부하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니 마음이 편해졌고, 떡~ 하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적당한 책이 내게 찾아왔다.

 

 

책에서 본 풀꽃들을 몇 가지 기억하고 마을 어귀의 천변으로 나가자 신기하게도 딱 그 풀꽃이 눈에 띄었다. 아하~ 아이들도 이런 기분을 맛보면 짜릿하겠구나. "심봤다!"의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지금도 역시 시골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집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풀꽃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아이들은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서 무던히도 많은 풀꽃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애기똥풀과 질경이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쇠무릎의 경우에는 많이는 봤는데 이름을 몰라 그냥 모른척 스쳐지나갔다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고 나서는 내가 먼저 나서서, 아이에게 "저 풀 이름이 뭐게?"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책을 같이 본 아이는 신이 나서 얼른 대답했다.

"쇠무릎이잖아. 뱀독을 치료해준다는..."

 

큭큭.

머리 맞대고 책을 같이 읽은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는, 이런 유치한 수준의 문답보다는 풀꽃의 효능에 관심이 있나 보았다.

책을 읽고 나서 독서기록장에 써놓은 걸 보니, 엄마와 동생과는 관심사가 달랐다.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를 읽었다. 이 책에는 내가 모르던 시골의 길가 풀꽃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나와 있다. 종류는 애기똥풀, 쑥, 익모초, 명아줏대, 도리지, 냉이, 질경이, 가짓대 등등이 있었다. 이 중 풀꽃 몇 종류의 쓰임새는...

1. 애기똥풀은 강가나 계곡에서 자라며, 쐐기에 쏘였을 때 잎을 즙을 내어 바른다.

2. 쑥은 떡으로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고, 코피를 멈추게 할 때도 쓰인다. 그리고 말려서 태운 연기로 모기들을 쫓을 수 있다.

3. 익모초의 즙은 매우 쓰다. 배아플 때는 익모초의 즙을 약으로 먹는다.

4. 냉이는 충혈된 눈에 사용한다. 냉이 뿌리를 씻어서 삶은 물로 충혈된 눈을 씻어주면 눈이 낫는다.

5. 질경이는 뿌리째 뽑아 제기차기를 할 수 있는 플이다. 그리고 꽃대를 뽑아 꽃씨름도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이파리를 뜯고 삶아서 무쳐 먹을 수도 있는 풀이다.

6. 씀바귀는 토끼가 좋아하는 풀이다. 그리고 씀바귀즙을 사마귀가 나는 부위에 바르면 사마귀가 없어질 수 있다.

 

이렇게 풀꽃들은 쓰임새도 다르고 종류도 많다. 시골에 가서 정말인지 확인해 보고 싶다. 시골에서 고뿔나면 풀꽃으로 치료해줄까?

 

신통방통하게도 풀꽃의 쓰임새를 이렇게 정리해 놓았더란 말이다.

질경이는 산책길에 많이 보았는데, 발밑에 채이는 작은 풀꽃인 줄만 알았더니, 초여름의 어느 날, 이렇게 커다랗게 웃자란 질경이를 보고 신기해서 찍어 놓았던 것이 있었다.

 

 

요놈을 꺾어다가 꽃씨름을 한단 말이지...^^

 

 

 

유치원에서 감자 심기, 감자  캐기 등의 활동을 하던 둘째 놈이 감자꽃이라며 만들어 왔었다. 사실, 나는 감자꽃을 이 날 처음 보았다. 진짜 도시 촌놈 아니랄까봐...^^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신기해하며 즐기기까지 하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적어도 엄마인 나보다는 많은 풀꽃 이름들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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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7월에 쓰는 6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아~ 7월이다.

 

연일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내 멘탈도 같이 오락가락 하나보다.

월초가 되면 쓰윽 훑어보며 어떤 책이 나왔나...고개를 디밀던 신간 코너인데,

 7월에는 그걸, 깜빡 잊고 지나갈 뻔 했다.

 

왜 그러니, 너?

스스로에게 살짝 질책을 하곤, 멋쩍어서 웃는다.

혼잣말 하는 내가 나도 우습다.

 

그럼, 다섯 권의 책을 골라 볼까?

주목하는 책이 벌써 내 수중에 들어온 것만 서너 권 되어서

별로 고를 것이 없다, 싶었는데,

그래도 네 권은 꼽아진다.

 

1. 토요일은 회색 말

 

온다 리쿠는 다독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책들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그녀의 여행기 또한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책과 영화를 보는 온다 리쿠가 쏟아낸 말들이 궁금해진다.

 

 

 

 

 

 

 

 

 

 

 

 

 

 

2. 엄마 말대로 하면 돼 - 인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단순한 진리

알렉스 컨스 (지은이), 강무성 (옮긴이) | 열린책들 | 2014년 6월

 

세계적인 사진작가 알렉스 컨스의 사진집. 동물 사진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알렉스 컨스는 이 책 속에 이제 막 세상을 향해 걸음마를 떼는 어린 동물들, 자식에게 가르침을 주는 엄마를 연상시키는 동물들의 모습을 담고 각각에 어울리는 짧은 인생의 경구들을 곁들였다.

 

 

 

 달마시안이 어쩌면 이다지도 사랑스러운지.

어미와 어린 동물의 무언의 표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을지...

 

 

 

3.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은이) | 현대문학 | 2014년 6월

 

 

윤대녕 산문집. 2년여에 걸쳐 「현대문학」에 절찬 연재되었던 글들 한 권에 모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을 존재하게 한 고향집과 어머니에서 출발해 자신만이 겪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묵직하게, 때론 경쾌하게 서정정인 문체와 문학적인 깊이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윤대녕, 이름 석자에 자동반사!!

작가의 속내를 읽는 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4.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은이) | 홍익출판사 | 2014년 6월

 

2014년 상반기 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의 두 번째 이야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즌2에서는 여행 전문가들이 발굴해낸 ‘진짜 유럽’을 체험할 수 있는 숨겨진 스팟들을 다뤘다.

 

 

제목을 많이 들어봤다. 한동안 꿈도 꿔보지 못할 유럽여행이라서 일찌감치 관심을 접었건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걸 보아하니, 꽤 볼 만한 게 있나 보다, 싶었다.

이참에 눈에 한 번 넣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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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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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가 뭐야? [함께 살아서 좋아]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셰어하우스. 대충 집을 공유한다는 뜻으로 두루뭉술하게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실상은 많이 낯선 말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상륙하지 않은 신개념 주거형태를 나타내는 말이라 그런가?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아베 다마에와 모하라 나오미. 둘다 1985년 출생으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상경 후 회사 동기로 만났다고 한다. 지방출신이라 도시에서 살 집을 마련해야 했던 둘은 셰어하우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셰어하우스에 관한 모든 것을 이 책에서 공유하고 있다.

 

3LDK가 무슨 말인지 아는가?

나는 일본에 가본 적도 없고 살아본 적도 없지만 이 말을 알고 있다.

이 말을 처음 본 것은 일본 추리소설 속에서였다.

내가 일본인이 쓴 것을 읽는 것은 주로 추리 소설이기 때문이다.

LDK는 Living, Dining, Kitchen의 약어이다. 3LDK는 말하자면 방 세 개에 거실, 욕실, 화장실이 있는 집을 뜻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지방에서 대도시로 나와 혼자 사는 젊은이들, 특히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기 시작한 직장인 1-3년차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월급의 절반은 집세와 관련된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겪는다.  혼자 1DK에서 살던 아베 다마에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데다가 좁고 비싼 방에 넌더리가 나 있었는데, 마침 '셰어하우스'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접하게 되었다. '타인과 삶'으로써 넓은 공간에서 싸게 살 수 있고 매일 시끌벅적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아베 다마에는 모하라 나오미와 그녀의 여동생과 함께 셰어하우스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 쓸쓸하게 비싼 방에서 사느니, 여럿이 살면서 시끌벅적함도 느끼고 룸메이트의 친구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며 넓은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는 이점이 많은 듯 보인다. 물론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애인과 같이 집에 가는 것이 가능할까? 같은 문제도 제기할 수 있지만 말이다.  외국 드라마 <비버리힐스의 아이들>, <프렌즈> 등에서 보았던 광경이 서서히 일본 드라마와 만화로 옮겨와 < NANA>, <라스트 프렌즈>등 셰어하우스를 제재로 한 다양한 영화와 연극,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젊은이에 국한되지 않고 60대를 포함한 여자 네 명이 함께 지내는 설정의 영화<셰어하우스>가 개봉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가상체험의 기회가 증가하였다.

 

저자는 직접 경험 혹은 다양한 셰어하우스 경험자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셰어하우스의 앞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는다.

'혼자 못하는 일은 모두 같이 한다'는 상호 부조의 사고방식을 앞으로 젊은이들이 직면할 육아나 노년 세대의 고민에도 응용해보고자 한 것이다.

다양한 라이프 스테이지의 가구가 함께 사는 양식은 현대판 '나가야'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나가야는 골목에 접해 지어진 하나의 기다란 건물을 나누어서 각각 독립된 집으로 한 주거 양식이다. 에도 시대의 나가야(나는 주로 미미 여사의 추리소설에서 접할 수 있었다. )를 보면 우물이나 화장실 등은 공용이고 부엌은 따로 있다.

나가야 생활의 이점은 현재의 셰어하우스나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는 현대판 나가야라고 말해도 위화감이 없다.

나가야에서는 집주인, 자치단체에서는 주민자치 모임 등의 자치회에서 문제를 조율해왔지만,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에서는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장차 셰어하우스를 끝내고 결혼과 육아, 노후라는 다음의 라이프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젊은들이 주거 공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하우가 부족한 개척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만인이 시도할 수 있는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 모델을 구축할지, 그리고 부동산업계나 자치단체 등에서는 어떻게 지원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이런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독신이니 1인 주거니...

살벌한 사회로 나아가면 안 그래도 노년층이 늘어가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처지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함께 사는 사회를 모색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새로운 형태의 주거를 제안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 가족,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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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강희진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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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백성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이신]

 

 

참으로 질긴 목숨이다. 반정에서도, 조선의 의병과 싸우던 골짜기에서도, 압록강에서도, 그리고 청에서 그 수많은 전쟁터와 병자년 조선에서도 살아남았다. -195

 

 

 

 

이씨 왕조의 신하로 살라며 아비가 이신(李臣)이라 이름지어 주었건만, 그는 이신(貳臣)-다른 왕을 섬김-으로 살았다.

 

어찌하여 조선의 백성으로 태어난 그가 다른 왕을 섬기며 질기게 살아남게 되었는가.

평범한 한 백성의 뒤를 쫓아가 보니 우리의 역사가 보였다. 부끄럽고 치욕스런 시대가 펼쳐졌으나 단연코 그 치욕스런 시대를 펼친 장본인은 백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지 못한 왕이었다.

아아. 왕은, 조선이라는 나라는, 왜 조선의 품에서 나고 자라 그 속에서 뜻을 펼치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사랑을 일구려는 한 평범한 백성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로 하여금 지존에게 칼끝을 겨누게 하는가.

끝내 평범한 이신(李臣)을 이신(貳臣)으로 만들고 만 왕이 부끄럽고 부끄럽다.

 

조선은 정묘년의 전쟁으로 후금과 형제의 맹약을 맺은 이후에도 후금을 오랑캐로 무시했으며, 전쟁에 대비하지도 않았다. 조선이 명과의 명분에 묶여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명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으며, 명의 적지 않은 지휘관들이 후금으로 귀순하거나 투항하여 이신(貳臣)이 되었다. 귀순자와 투항자가 가져간 신무기와 군사 기밀들이 명의 목줄을 조이고 있었으며, 그들을 우대한 홍타이지는 그들을 기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국가의 역량을 증강하는 데 활용했다. 명의 원숭환을 제거하는 계책을 제시한 인물도 명의 이신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조선의 평범한 백성 이신이 그 역할을 맡은 인물로 나온다. 마침내 청이 칭제건원하자 후금과 맺은 조약을 파기하고 전쟁을 선택한 조선. 청군은 철기를 앞세워 조선으로 곧장 돌격했고,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저항하다 삼전도로 나아가 치욕적인 항복을 했다. 높다랗게 마련된 수항단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적인 항례. 청은 소현세자를 볼모로 끌고 가며 조선의 백성들까지 끌고 갔다.

 

왕이 무릎을 꿇은 나라의 백성들에게 ‘사대부’란 허울은 허용되지 않았으며 사대부의 아낙이며 여염의 아낙 가리지 않고 ‘정절’이란 단어는 사치일 따름이었다. 오직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우선일 그 때에도 그러나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들은 치욕스런 삶을 견디지 못하고 압록강으로 풍덩풍덩 뛰어들었다. 혹여나 살아 돌아온 그녀들에게는 ‘환향녀’란 이름이 붙여졌다...

서자로 태어나 감히 넘보지 못했을 사대부집안의 처자, 복사꽃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던 선화를, 전쟁 중이라는 것을 빌미로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지만 또다시 그 전쟁 때문에 아내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백성, 이신.

 

조선이 아닌 이 세상 어딘가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서자의 차별이 없고,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안을 수 있으며 자유로울 수 있는 세계가 조선 아닌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환상에 불과했음을 이신은 청에서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서자도 아니고, 갖바치도 아니었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떠돌았다. 황제의 신임을 얻었어도 그는 이방인이었고, 압록강에 아내의 시체를 두고 온 도망자였다. -201

 

아내와 딸 난이, 그리고 어머니와 누이를 모두 잃은 줄 알았던 이신은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부지하여 청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청 황제의 칙사로 조선에 파견된다.

황제의 칙사, 조선의 왕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황제의 오른팔이 되어 다시 조선땅을 밟은 이신은 가족을 잃은 후 아무 곳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고 오직, 아내 선화가 아직 아내 선화가 살아 있다는 말에만 의지할 뿐이었는데...

 

아픈 시대를 살아낸 한낱 평범한 백성은 이다지도 많은 걸 겪으며 존재의 의의와 올바른 도리와 잃어버린 사랑을 아파하고 있는데, 

역모를 통해 광해를 몰아낸 왕은 지존의 자리에 오르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백성과 자기 자식을 볼모로 내세운 다음, 어떻게 하면 자리보전을 할 것인가에 골몰하다니...

 

 

 

  나쁜 왕은 죽여야 한다고 울부짖는 이신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

진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 백성의 눈에 무엇이 비춰지게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바로 권력인 바. 그 권력을 좇는 왕의 가슴을 겨누는 이신의 칼끝이 부디 날카로웠기를.

 

소설 속 무책임한 지배세력의 자세도 통탄스럽지만 400여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또한 통탄스럽다는 역사학자 이이화의 뼈 있는 한 마디에 가슴이 찌르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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