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가 뭐야? [함께 살아서 좋아]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셰어하우스. 대충 집을 공유한다는 뜻으로 두루뭉술하게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실상은 많이 낯선 말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상륙하지 않은 신개념 주거형태를 나타내는 말이라 그런가?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아베 다마에와 모하라 나오미. 둘다 1985년 출생으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상경 후 회사 동기로 만났다고 한다. 지방출신이라 도시에서 살
집을 마련해야 했던 둘은 셰어하우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셰어하우스에 관한 모든 것을 이 책에서 공유하고 있다.
3LDK가 무슨 말인지 아는가?
나는 일본에 가본 적도 없고 살아본 적도 없지만 이 말을 알고 있다.
이 말을 처음 본 것은 일본 추리소설 속에서였다.
내가 일본인이 쓴 것을 읽는 것은 주로 추리 소설이기 때문이다.
LDK는 Living, Dining, Kitchen의 약어이다. 3LDK는 말하자면 방 세 개에 거실, 욕실, 화장실이 있는 집을 뜻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지방에서 대도시로 나와 혼자 사는 젊은이들, 특히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기 시작한 직장인 1-3년차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월급의 절반은 집세와 관련된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겪는다. 혼자 1DK에서 살던 아베 다마에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데다가 좁고 비싼
방에 넌더리가 나 있었는데, 마침 '셰어하우스'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접하게 되었다. '타인과 삶'으로써 넓은 공간에서 싸게 살 수 있고 매일
시끌벅적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아베 다마에는 모하라 나오미와 그녀의 여동생과 함께 셰어하우스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 쓸쓸하게 비싼 방에서 사느니, 여럿이 살면서 시끌벅적함도 느끼고 룸메이트의 친구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며 넓은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는 이점이 많은 듯 보인다. 물론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애인과 같이 집에 가는 것이 가능할까? 같은 문제도 제기할 수 있지만 말이다.
외국 드라마 <비버리힐스의 아이들>, <프렌즈> 등에서 보았던 광경이 서서히 일본 드라마와 만화로 옮겨와 <
NANA>, <라스트 프렌즈>등 셰어하우스를 제재로 한 다양한 영화와 연극,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젊은이에 국한되지 않고
60대를 포함한 여자 네 명이 함께 지내는 설정의 영화<셰어하우스>가 개봉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가상체험의 기회가 증가하였다.
저자는 직접 경험 혹은 다양한 셰어하우스 경험자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셰어하우스의 앞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는다.
'혼자 못하는 일은 모두 같이 한다'는 상호 부조의 사고방식을 앞으로 젊은이들이 직면할 육아나 노년 세대의 고민에도 응용해보고자 한
것이다.
다양한 라이프 스테이지의 가구가 함께 사는 양식은 현대판 '나가야'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나가야는 골목에 접해 지어진 하나의 기다란 건물을 나누어서 각각 독립된 집으로 한 주거 양식이다. 에도 시대의 나가야(나는 주로 미미
여사의 추리소설에서 접할 수 있었다. )를 보면 우물이나 화장실 등은 공용이고 부엌은 따로 있다.
나가야 생활의 이점은 현재의 셰어하우스나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는 현대판 나가야라고
말해도 위화감이 없다.
나가야에서는 집주인, 자치단체에서는 주민자치 모임 등의 자치회에서 문제를 조율해왔지만,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에서는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장차 셰어하우스를 끝내고 결혼과 육아, 노후라는 다음의 라이프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젊은들이 주거 공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하우가 부족한 개척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만인이 시도할 수 있는 21세기형 마을 공동체 사회' 모델을 구축할지, 그리고 부동산업계나
자치단체 등에서는 어떻게 지원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이런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독신이니 1인 주거니...
살벌한 사회로 나아가면 안 그래도 노년층이 늘어가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처지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함께 사는 사회를 모색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에 왠지 마음이 놓인다.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새로운 형태의 주거를 제안하는 책을 읽으면서 내 가족,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