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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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에서 길 찾기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어릴 때는 그저 무턱대고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 때문에 동화를 읽었다.

한국전래 동화든 세계명작 동화든.

그러다 어느 순간 '어, 콩쥐팥쥐 이야기하고 신데렐라 이야기하고 완전히 똑같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천둥벼락 내려치는 험악하고 궂은 날씨에 굳이 미친 척 창밖을 내다 보지 않아도 빛이 번쩍 하고 세상 어딘가에 내려꽂히는 순간 어둠이 내려앉은 그 주변만이 더 이상 밝을 수 없을 만큼 환해지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아이가 어른이 되는 첫 번째 발자국을 떼는 순간이다.

얼마나 대단한 발견인가?

시간과 거리와 공간을 뛰어넘어 구전되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기적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 외에도 공통되는 이야기의 모티프가 또 있지 않을까?

서양과 동양이 만나고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그 지점에 공통되는 이야기의 화소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깨우쳐 가는 동안 매력 그 자체였던 이야기는 그 빛을 잃어간다.

아이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면서 어른들이 퍼뜨려온 이야기들이 지녀왔던 스릴과 긴장감의 강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재미가 엷어져간다는 뜻이다.

동화 속 이야기와 현실 속 삶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그와 동시에 깨우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간다.

그러면서 잊혀져 간 동화 속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어른이 되고나서 한참 후에 다시 들여다 보면 어떻게 될까?
뭐, 별 것 있겠어, 하고 지레 찾아나서기를 포기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틈에서 그래도 몇 몇 사람은 그 일에 발벗고 나섰다.

그리하여 옛날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왜 길을 떠났는지, 그 길 떠남의 여정 속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겨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어른이 되어 다시 들여다 본 옛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크게 길을 떠난 이와 머문 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길을 떠난 주인공들은 앞날이 불투명할지라도 용감하게 나서서 무언가를 성취한 반면, 젊은 용사를 따라간 종자들이나 얼간이 막내의 두 형, 바보 한스와 함께 움직였던 두 사냥꾼 등등은 집을 나서서 걸어가면서도 자기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참다운 그 무엇을 얻을 수 없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또는 어디로 얼마나 멀리 움직이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진정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게 관건이지요. 어떤가요? 지금 '나'는 진정으로 움직여 가고 있나요?-207

 

이 책에서는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바리데기, 장자못 전설 등등 수많은 이야기의 향연들이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은 "길"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걸어왔던 길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단 움직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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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김제동.김창완.조수미.이현세.최재천 외 41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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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쪽지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십대들의 쪽지>라는 소책자가 있다. 청소년들의 상담 내용과 사회 명사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 좋은 글귀 등이 실린 작은 책이라고 한다.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는 정부 후원금도, 광고도 없이 이어져왔다고 한다. 신학교 졸업반이었던 김형모 씨가 아끼던 책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1984년 발행했던 것이 2008년 급성췌장염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십대들의 쪽지>가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말 그대로 "희망의 증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혹시라도 힘들 때 그만두게 될까봐 딸 이름을 쪽지라고 지으면서까지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발행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흔들리지 않는 10대는 없다.

행여나 10대를 고요한 가운데 보냈더라도 인생의 어느 한 굽이에서는 걸려 넘어지고 절뚝거리게 되는 때를 맞닥뜨리게 된다.

까진 상처,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홀로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면 얼마나 막막할까.

아득히 끝없어 보이는 그 길에 작은 등불 하나 반짝이고 있어 그것을 길잡이 삼아 한걸음씩 떼다 보면 조금씩 아픔도 가시게 될 것이고 마음 속에 희망 하나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 10대들이여,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다.

너희보다 앞서 세상을 살아 본 선배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들에는 달콤한 사탕과자 같은 말들만 가득하지 않다.

여러 인생들이 겪어 온 지난한 가시밭길들과 험난한 여정들이 일절의 가식 없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 길들의 고랑과 이랑을 차분히 밟아가다 보면 나만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들이 조금은 가셔질 것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나의 처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10대 뿐만 아니라 흔들리는 걸음으로 위태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든 인생, 요즘 유행하는 말로 "미생"들에게 가슴 뻐근하게 울리는 감동을 줄 글들이 빼곡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서울대생이 태어난 적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99.7퍼센트가 같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의 능력은 백지장 한 장 차이도 안 될 정도로 서로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를 열등하게 만들 수 없다.'-민성원

 

가출을 했을 때였어.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라는 노래를 듣는데,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노랫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김수영

 

우리 모두가 그대들을 사랑한다는 것 한 가지만은. 그리하여 가장 깜깜하게 절망했을 때, 가장 마음이 추울 때 그것으로 마지막 불씨를 삼아 다오. -박완서

 

마지막으로 "다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어른들의 충고의 말이 사실은 거짓말이었음을 고백하는 김창완의 말이 반전으로 다가온다.

앞선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이 10대들에게 건네는 말이 무조건 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면, 좀 더 날 선 모습으로 세상을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10대 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반을 살아온 나조차 밑줄 그어두고 싶은 말들이 많은 책이다.

누군가는 따끔한 충고를, 누군가는 가슴 따뜻해지는 조언을 해주지만 선택은 읽는 이의 몫이다.

그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말을 골라 새겨넣을지도 읽는 이가 정해야 할 일이다.

후루룩 대충 읽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해도 자양분으로 삼을 만한 말들이 충분히 심어져 있는 이 책,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기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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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새해의 시작, 어떤 책으로 마음을 달랠까.

 

양띠해가 시작되었다. 무슨 띠라고 해서 무슨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저 올해는 메~ 하고 한 번 울고서 착한 눈을 한 양을 생각하며 착하게 살고 싶다.

설레는 마음으로 온 세상이 들썩거리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은 지난 한 해, 쑥 가라앉게 만드는 우울한 사건사고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 또한 확 피어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그저 책으로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새로 나온 에세이들을 훑어보며 무엇을 선택할지 고심한다.

 

 

 

1. 한국현대수필 100년

김우종 | 연암서가 | 2014년 12월

 

변영로, 김진섭에서 윤오영, 손광성을 거쳐 민아리, 김산옥에 이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가들의 작품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우종 교수가 평설을 붙인 <한국현대수필 100년>.

 

 

수필의 100년 역사를 재조명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듯 싶다.

다양한 에세이들이 넘쳐나지만 진정한 감동을 느끼기에는 좀 가벼운 것들이 가득하다. 명수필의 향취에 흠뻑 젖어 올 한 해를 진지하게 시작해보고 싶다.

 

 

 2.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 김중혁 (지은이) | 예담 | 2014년 12월

 

 

회당 다운로드 수 평균 15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이동진의 빨간책방]. 그동안 [빨간책방]에서 메인 테마 도서로 다루었던 80여 권의 책 중 청취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외국 소설 7편을 엄선하여 방송 내용을 다시 글로 옮겨 정리하고 보충한 책이다.

 

내가 읽은 소설도 있을까 궁금하며, 남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엿보고 싶다. 소설을 읽는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싶다.

 

3.

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인류의 오랜 지혜자 나무의 철학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가 단독 집필한 첫 성인단행본으로, 고은 시인은 이 책을 읽고 "저자는 실로 높은 단계의 문장력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것이 틀림없다."며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잡아낸 표지이다.

제목 그대로 나무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나무가 전하는 철학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하나 찾아갈 수 있을까.

2015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질문 하나 던지고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책인 듯 싶다.

 

4.

뜨거운 한입 - 박찬일의 시간이 머무는 밥상

박찬일 (지은이) | 창비 | 2014년 12월

 

박찬일 산문집. 박찬일 요리사 특유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채워진 뜨끈하고 맛있는 추억의 밥상이 한상 가득히 차려져 있다. 그가 맛보고 추억하는 음식들을 통해 우리는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철학을 느낄 수 있고, 따뜻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뜨거운, 빨간 한입.

^^

빨간 떡볶이가 생각나는 표지다.

추억의 밥상을 한 상 가득 차려준다니 그저 고맙게 받아먹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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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고양이
허지영 글.그림 / 로그프레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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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고양이가 앉아 있다.

주인과 함께 사는 파란 고양이는 비 내리는 날,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기웃거리는 것이 고양이 특유의 나른함을 전달해주지만

파란 색의 털 때문인지 왠지 선뜻 다가가서 만지기가 머뭇거려진다.

그저, 바라보기에 딱 좋은 ...

 

 비내리는 아침. 고요한 집 안에 주인이 책상 위에 앉아 뭔가를 쓰는지 사각사각 소리만 방 안을 채운다.

많이 바쁜 주인을 보고 오늘도 역시 혼자 놀아야 한다는 운명을 직감한 파란 고양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박스 안 어둠의 세계에 들어가

검은 길을 따라 걷는다.

하얀 백조를 만나기도 하고

빨간 꽃을 보기도 하고

뾰족뾰족 선인장을 만나 털을 곤두세워 보기도 한다.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가 자신의 시간을 만끽하는 파란 고양이.

하루 종일이라도 그가 보여주는 세계에 따라가 이것저것을 보고 싶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화려한 온갖 색채로 가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하고 신비롭다.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파란 고양이의 세상이 생각날 것 같다.

비오는 날과 딱 어울리는 블루.

약간 우울해지려 할 때 블루를 보면 더 슬퍼지지 않을까, 했지만

파란 고양이의 블루는 한없이 사람을 축 처지게 하는 블루가 아니다.

왜냐하면, 사뿐사뿐한 발걸음에서 경쾌함이 느껴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눈앞의 사물을 대하는 고양이의 자세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언제까지고 파란 고양이가 펼쳐보이는 세상에 몸을 담아두고 싶어지지만 고양이의 세상에서 빠져나오게 만드는 강력한 것이 있다.

집 안 가득히 은은히 퍼지는 커피 향.

 

여전히 비 내리는 날,

주인이 커피 한 잔을 들고 파란 고양이 앞으로 다가온다.

이제 다시 주인과 눈을 맞추고 주인과의 교감을 나누는 파란 고양이.

더 이상 혼자 외롭지 않겠지?

쓸쓸하지 않겠지?

 

파란 고양이를 따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그림을 차분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 컬러링 북이 대세라지.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색깔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하얀 종이와 까만 선으로 이루어진 면을 채우면서 묘한 안정감을 찾게 된다는데...

단순한 블랙, 화이트, 블루, 레드가 빚어내는 조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색으로 면을 채우는 컬러링조차 귀찮아지는 비오는 날에는

[파란 고양이]를 읽으며 한없이 파란 고양이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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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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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들과의 꽁냥꽁냥 동거 [콩고양이]

 

 

 

우리집에는 고슴도치가 산다.

얼마전에 2살, 4살 된 모녀를 입양했는데 이놈들은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다.

틈만 나면 가시를 세우고 쉭쉭거리기만 하고, 눈을 맞춰보려 눈높이에 맞게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시선이 맞춰지지가 않는다.

고슴도치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냄새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고슴도치는 그저 축축한 코만 씰룩거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손바닥을 긁어대며 버둥대기만 한다.

집에서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정말로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파트라는 주거특성상 너무나 힘든 일이라 소음도, 냄새도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 고슴도치를 얻었지만 만족도는 그다지 썩...

모름지기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최소한 말귀를 알아듣고 소통이 되는 맛이 있어야 한가족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거늘.

 

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콩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를 보고 나니 우리집 고슴도치들에게 또 미운털이 콕 하고 가서 박힌다.

이러면 안되는데 비교돼도 너무 비교된다.

막상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라면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하고 안되는 이유 목록을 100개는 넘게 작성해서 아이들한테 들이밀 거면서도.

고양이 만화를 들여다보는 시간만은 내 품에 저 냥이들이 들어와 있는 것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울 길이 없다.

자, 보라. 이 고냥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저 바구니 째로 우리집에 업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최소한의 선만으로 이루어진 고냥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정겹고 따스하다.

컬러일 때도 깨물어주고 싶지만 흑백일 때도 그 매력이 사그라들지 않으니 이상하다.

자그마한 행동과 꽁냥스러운 대화만으로도 보는 이를 녹다운 시키는 치명적인 매력의 콩고양이들.

 

저 많은 새끼 고양이들 중에서 간택된 두 마리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

집안 식구들의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가면서도 자신들만의 넘치는 개성을 맘껏 펼쳐주신다.

이 집 식구들로 말할 것 같으면 평범한 가족 같으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데...

팥알이와 콩알이를 데려온 30세 고양이 주인님을 중심으로 주로 내복차림으로 등장하는 가발남 할아버지와 잔소리 대마왕 마담 북슬, 존재감 제로의 집동자귀신 아저씨, 그리고 미소녀 애니메이션 캐릭터 및 슈퍼 히어로 오덕인 주인님의 35세 오빠가 이 가족 구성원들이다.

아, 안 쓰는 고양이 하우스에 사는 암탉 ! 마당이도 빼놓으면 섭하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집주인이 뭐라든 지들 편할 대로 그냥 누비며 사는 것이다.

내복 할아버지의 가발은 에이리언의 입같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가 북북 헝클어뜨려가며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마담 북슬의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듣기 완벽 적응되었으며

오덕 형님의 피규어들은 머리와 몸통 분리해줘야 제맛이라는 것을 파악한 지 오래다.

참치와 가쓰오부시 같은 것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입맛을 알아차려주는 것은 내복씨 뿐.

존재감 없는 아저씨와의 귀신놀이를 즐기는 것도 신선한 재미 중의 하나다.

 

따뜻한 이불 속에 파고들어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겨울 독서의 묘미지.

그 묘미 중의 최고봉이 바로 큭큭 거리며 읽을 수 있는 이런 귀여운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아~ 오늘도 잘 놀았네. 피곤해...

나도...

내일은 뭐하고 놀지?

 

이들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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