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쪽지들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십대들의 쪽지>라는 소책자가 있다. 청소년들의 상담 내용과 사회 명사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 좋은 글귀 등이 실린 작은
책이라고 한다.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는 정부 후원금도, 광고도 없이 이어져왔다고 한다. 신학교 졸업반이었던 김형모 씨가
아끼던 책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1984년 발행했던 것이 2008년 급성췌장염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십대들의
쪽지>가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말 그대로 "희망의 증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혹시라도 힘들 때 그만두게 될까봐 딸 이름을 쪽지라고 지으면서까지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발행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흔들리지 않는 10대는 없다.
행여나 10대를 고요한 가운데 보냈더라도 인생의 어느 한 굽이에서는 걸려 넘어지고 절뚝거리게 되는 때를 맞닥뜨리게 된다.
까진 상처,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홀로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면 얼마나 막막할까.
아득히 끝없어 보이는 그 길에 작은 등불 하나 반짝이고 있어 그것을 길잡이 삼아 한걸음씩 떼다 보면 조금씩 아픔도 가시게 될 것이고 마음
속에 희망 하나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 10대들이여,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다.
너희보다 앞서 세상을 살아 본 선배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들에는 달콤한 사탕과자 같은 말들만 가득하지 않다.
여러 인생들이 겪어 온 지난한 가시밭길들과 험난한 여정들이 일절의 가식 없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 길들의 고랑과 이랑을 차분히 밟아가다 보면 나만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들이 조금은 가셔질 것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나의 처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10대 뿐만 아니라 흔들리는 걸음으로 위태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든 인생, 요즘 유행하는 말로 "미생"들에게 가슴 뻐근하게 울리는
감동을 줄 글들이 빼곡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서울대생이 태어난 적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99.7퍼센트가 같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의 능력은 백지장 한 장 차이도 안
될 정도로 서로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를 열등하게 만들 수 없다.'-민성원
가출을 했을 때였어.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라는 노래를 듣는데,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노랫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김수영
우리 모두가 그대들을 사랑한다는 것 한 가지만은. 그리하여 가장 깜깜하게 절망했을 때, 가장 마음이 추울 때 그것으로 마지막 불씨를 삼아
다오. -박완서
마지막으로 "다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어른들의 충고의 말이 사실은 거짓말이었음을 고백하는 김창완의 말이
반전으로 다가온다.
앞선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이 10대들에게 건네는 말이 무조건 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면, 좀 더 날 선 모습으로 세상을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10대 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반을 살아온 나조차 밑줄 그어두고 싶은 말들이 많은 책이다.
누군가는 따끔한 충고를, 누군가는 가슴 따뜻해지는 조언을 해주지만 선택은 읽는 이의 몫이다.
그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말을 골라 새겨넣을지도 읽는 이가 정해야 할 일이다.
후루룩 대충 읽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해도 자양분으로 삼을 만한 말들이 충분히 심어져 있는 이 책,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기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