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냥들과의 꽁냥꽁냥 동거 [콩고양이]

우리집에는 고슴도치가 산다.
얼마전에 2살, 4살 된 모녀를 입양했는데 이놈들은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다.
틈만 나면 가시를 세우고 쉭쉭거리기만 하고, 눈을 맞춰보려 눈높이에 맞게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시선이 맞춰지지가 않는다.
고슴도치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냄새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고슴도치는 그저 축축한 코만 씰룩거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손바닥을 긁어대며 버둥대기만 한다.
집에서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정말로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파트라는 주거특성상 너무나 힘든 일이라 소음도, 냄새도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 고슴도치를 얻었지만 만족도는 그다지 썩...
모름지기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최소한 말귀를 알아듣고 소통이 되는 맛이 있어야 한가족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거늘.
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콩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를 보고 나니 우리집 고슴도치들에게 또 미운털이 콕 하고 가서 박힌다.
이러면 안되는데 비교돼도 너무 비교된다.
막상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라면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하고 안되는 이유 목록을 100개는 넘게 작성해서 아이들한테 들이밀 거면서도.
고양이 만화를 들여다보는 시간만은 내 품에 저 냥이들이 들어와 있는 것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울 길이 없다.
자, 보라. 이 고냥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저 바구니 째로 우리집에 업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최소한의 선만으로 이루어진 고냥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정겹고 따스하다.
컬러일 때도 깨물어주고 싶지만 흑백일 때도 그 매력이 사그라들지 않으니 이상하다.
자그마한 행동과 꽁냥스러운 대화만으로도 보는 이를 녹다운 시키는 치명적인 매력의 콩고양이들.
저 많은 새끼 고양이들 중에서 간택된 두 마리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
집안 식구들의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가면서도 자신들만의 넘치는 개성을 맘껏 펼쳐주신다.
이 집 식구들로 말할 것 같으면 평범한 가족 같으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데...
팥알이와 콩알이를 데려온 30세 고양이 주인님을 중심으로 주로 내복차림으로 등장하는 가발남 할아버지와 잔소리 대마왕 마담 북슬, 존재감
제로의 집동자귀신 아저씨, 그리고 미소녀 애니메이션 캐릭터 및 슈퍼 히어로 오덕인 주인님의 35세 오빠가 이 가족 구성원들이다.
아, 안 쓰는 고양이 하우스에 사는 암탉 ! 마당이도 빼놓으면 섭하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집주인이 뭐라든 지들 편할 대로 그냥 누비며 사는 것이다.
내복 할아버지의 가발은 에이리언의 입같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가 북북 헝클어뜨려가며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마담 북슬의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듣기 완벽 적응되었으며
오덕 형님의 피규어들은 머리와 몸통 분리해줘야 제맛이라는 것을 파악한 지 오래다.
참치와 가쓰오부시 같은 것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입맛을 알아차려주는 것은 내복씨 뿐.
존재감 없는 아저씨와의 귀신놀이를 즐기는 것도 신선한 재미 중의 하나다.
따뜻한 이불 속에 파고들어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겨울 독서의 묘미지.
그 묘미 중의 최고봉이 바로 큭큭 거리며 읽을 수 있는 이런 귀여운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아~ 오늘도 잘 놀았네. 피곤해...
나도...
내일은 뭐하고 놀지?
이들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