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고양이
허지영 글.그림 / 로그프레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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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고양이가 앉아 있다.

주인과 함께 사는 파란 고양이는 비 내리는 날,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기웃거리는 것이 고양이 특유의 나른함을 전달해주지만

파란 색의 털 때문인지 왠지 선뜻 다가가서 만지기가 머뭇거려진다.

그저, 바라보기에 딱 좋은 ...

 

 비내리는 아침. 고요한 집 안에 주인이 책상 위에 앉아 뭔가를 쓰는지 사각사각 소리만 방 안을 채운다.

많이 바쁜 주인을 보고 오늘도 역시 혼자 놀아야 한다는 운명을 직감한 파란 고양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박스 안 어둠의 세계에 들어가

검은 길을 따라 걷는다.

하얀 백조를 만나기도 하고

빨간 꽃을 보기도 하고

뾰족뾰족 선인장을 만나 털을 곤두세워 보기도 한다.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가 자신의 시간을 만끽하는 파란 고양이.

하루 종일이라도 그가 보여주는 세계에 따라가 이것저것을 보고 싶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화려한 온갖 색채로 가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하고 신비롭다.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파란 고양이의 세상이 생각날 것 같다.

비오는 날과 딱 어울리는 블루.

약간 우울해지려 할 때 블루를 보면 더 슬퍼지지 않을까, 했지만

파란 고양이의 블루는 한없이 사람을 축 처지게 하는 블루가 아니다.

왜냐하면, 사뿐사뿐한 발걸음에서 경쾌함이 느껴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눈앞의 사물을 대하는 고양이의 자세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언제까지고 파란 고양이가 펼쳐보이는 세상에 몸을 담아두고 싶어지지만 고양이의 세상에서 빠져나오게 만드는 강력한 것이 있다.

집 안 가득히 은은히 퍼지는 커피 향.

 

여전히 비 내리는 날,

주인이 커피 한 잔을 들고 파란 고양이 앞으로 다가온다.

이제 다시 주인과 눈을 맞추고 주인과의 교감을 나누는 파란 고양이.

더 이상 혼자 외롭지 않겠지?

쓸쓸하지 않겠지?

 

파란 고양이를 따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그림을 차분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 컬러링 북이 대세라지.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색깔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하얀 종이와 까만 선으로 이루어진 면을 채우면서 묘한 안정감을 찾게 된다는데...

단순한 블랙, 화이트, 블루, 레드가 빚어내는 조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색으로 면을 채우는 컬러링조차 귀찮아지는 비오는 날에는

[파란 고양이]를 읽으며 한없이 파란 고양이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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