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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쓰는 1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가장 인상적인 세계 명작 속 요리 50

다이나 프라이드 (지은이), 박대진 (옮긴이)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월

 

세계 명작 문학 속의 상징적인 50가지 식사 장면이 실제 요리로 되살아난다. 독서와 식사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문학과 요리라는 매력적인 두 장르가 감각적으로 뒤섞인 이 책은 독자들에게 보다 흥미로운 긍정적 요소들을 제공할 것이다.

 

소설 속 요리라고 하니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학 속 꽃들에 대한 책 이후로 급 흥미가 당기는 책이다. 입맛을 잃기 쉬운 환절기. 겨울과 봄이 스쳐 지나가는 이 시기에 문학 속 요리 보고 한 두 가지 만들어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choice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은이) | 창비 | 2015년 1월

 

결코 망각될 수 없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 세월호 참사. 학생들은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배에 갇힌 일반인 승객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책은 남겨진 가족들이 가닿을 수 없는 수백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다.

 

 

 

 

2014년을 경악과 눈물로 지새우게 만든 엄청난 사건. 그 사건이 이제는 그저 소리없이 잦아들려고만 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련을 평생토록 끊어내지 못할 유가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한바탕 눈물 펑펑 흘리고 나면...그들을 보낼 수 있으려나.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은이),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방외지사라고 하면 최치원, 김시습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조용헌이 이번에 데리고 온 인물들은 모두 현대의 방외지사다. 산골에 은거하며 세상에 등지고 사는 이들의 얼굴을 비추는 TV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방외지사를 조명하고 있는 듯하다. 나와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이 몹시 궁금해진다.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은이) | 이매진 | 2015년 1월

 

내 옆에 있고 우리 동네 사는 평범한 애서가 23명의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비롯해 책과 책 읽는 사람들 이야기를 살갑게 들려주는 헌책방지기 윤성근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장서 수 몇 만 권을 자랑하는 저 위의 장서가가 아니라 그저 허름한 책꽂이 몇 개 있는 내 옆의 애서가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후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다. 그가 소개하는 책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번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고 한다. 책이 좀 많습니다, 란 제목이 은근 친근하게 느껴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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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음
조르조 아감벤 지음, 김영훈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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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감벤의 사유를 들여다보다 [벌거벗음]

 

 

[벌거벗음]은 얼핏 자극적인 제목에 혹할 만하지만 막상 펼쳐보면 철학적 사유가 많이 모자란 내가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책이다.

 누드의 여인들을 보며 이렇게 아무런 감흥 없이 경직된 표정을 짓게 될 줄이야...

2005년 4월 8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관객들의 앞에는 백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사실은 투명한 팬티스타킹을 입은 채) 태연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책에는 사진이 실려 있지만 저 표지 속의 자그마한 형체들을 보는 것으로 궁금증을 대신 해결하셔야겠다. ^^

 

벌거벗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방문자들도 관찰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받은 첫인상은 이곳이 어떤 비장소라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었던 어떤 일이, 그리고 아마도 일어났어야만 하는 어떤 일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 -94

 

아감벤은 이 퍼포먼스가 인간 육체의 벌거벗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했으며, 신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사유의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펼쳐나간다.

 

우리가 벌거벗었다는 지각, 혹은 벌거벗음이라는 개념은 오로지 타락 이후에만 등장한다. 그렇기에 아담과 이브는 천국에서 옷을 입지 않았음에도 결코 벌거벗지 않았다. 실상 그들은 은총이라는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벌거벗음을 지각하게 된 것은 인간이 은총과 갖는 관계에 어떤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벌거벗음의 문제는 인간 본성과 은총이 갖는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자 후기 중.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 연작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명이다. '예외상태', '벌거벗은 삶', '잠재성'과 같은 개념들을 중심으로 펼친 그의 사유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모두 10편의 에세이가 들어 있고 각각은 따로 떼서 읽어 볼 만하며, 철학적 사고가 공고한 이라면 이 10편의 에세이를 묶어 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

나는 그 중 7장 <벌거벗음>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았는데, 신학과도, 철학과도 접점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인지 난해하게 여겨졌다.

 

인간 본성은 이 은총을 받는/입는 막연한 존재인 '벌거벗은 육체'로 가정된다. 그러나 이 근원적인 벌거벗음은 은총의 옷 아래서는 곧바로 사라지고 오로지 죄의 순간, 즉 벌거벗겨진 순간에 타락한 본성으로 다시 나타난다. 정치신학의 신화소인 호모 사케르는 불순하면서도 성스러운, 그렇기에 살해할 수 있는 벌거벗은 삶을 전제로 상정된다. -107

 

 

 

벌거벗는다는 것이 그저 부끄럽고 죄책감이 드는 행위라고만 생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연결지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감벤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에 대해 알게 된 유일한 내용은 벌거벗음이라고 말하면서 이 지식의 첫 번째 대상이고 내용인 이것, 우리가 벌거벗음이라 부르는 이것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벌거벗음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는가? 

철학적 사유가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되는 순간 한 차원 성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겠다.

철학자들의 생각의 흐름을 제대로 좇을 순 없지만 따라 가려 노력하다 보면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버티고 서 있음을 알게 될 것만 같다.

벌거벗음 이라는 행위,단어 하나에 대한 생각만도 조금은 넓고 깊어진 듯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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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프랑스 - 유혹에 빠지거나 매력에 미치거나 지금 이 순간 시리즈 2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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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을 하고서 별빛처럼 스며드는 프랑스 [지금 이 순간 프랑스]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내 여동생의 사진첩에서 배경을 장식하며 서 있던 프랑스의 에펠 탑.

친구는 부부만의 시간을 위한 여행을 통해서, 내 여동생은 일의 연장선상에서 참석한 세미나 때문에  들렀던 프랑스에서 각기 다른 에펠탑을 만났다. 낮과 밤의 대비라는 차이점도 있겠지만 여행자의 자세 또한 확연히 다른 에펠 탑을 만난 이유이지 않을까.

나는 어떤 형식으로 에펠 탑을 찾게 될까?

내가 만나는 에펠탑에는 어떤 스토리가 얽혀들게 될까?

너무 생생한 민낯을 공개하는 프랑스도 싫지만 꽁꽁 베일에 싸인 프랑스도 싫다.

적당하게 조율을 맞춰 프랑스의 매력을 살짝살짝 공개해 줄 멋진 책이 없나?

바로 여기 있다.

[지금 이 순간 프랑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라오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지금 이순간 시리즈" 책이다.

 

 

책을 읽은 후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 책은 오각형의 별 모양을 한 프랑스가  별빛처럼 스며드는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재미없이 필요한 정보들만 나열한 무미건조한 책도 아니다.

작가는 적당히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또한 프랑스에는  너만의 이야기로 채울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며 손짓한다.

 

지도에 표시된 부분이 그녀의 발자취가 다녀간 곳이다.

파리, 브르타뉴-노르망디, 아키텐-미드 피레네,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를 거쳐 론 알프스까지

발자취를 따라가면 프랑스의 별 모양이 완성될 정도다.

1994년 어수룩하기만 했던 첫 여행을 프랑스에서 시작한 작가는 여행을 하고 쓴 첫 번째 에세이와 두 번째 에세이를 모아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서툰 프랑스 여행길에서 도둑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도 하며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에 푹 빠지기도 했다는데...

그 모든 일들을 호들갑스럽지 않은 어조로 기술하는 그녀의 문장은 무척이나 신뢰가 간다고나 할까.

여행지에서 많은 것들을, 세상의 비밀을 알아왔다는 식의 뜬구름잡는 얘기가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둔 뚜벅이 여행자의 진실된 이야기가 사그락 사그락 내 마음에 스며든다.

 

직접 다녀온 자만이 건네줄 수 있는 팁들 또한 풍부하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 일컬어지는 몽 생 미셸의 유명한 음식점 '라 메르 뿔라흐'의 대표 메뉴인 오믈렛은 지방 문화재로 등록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실제 맛을 본 결과 그저 그랬다는 평.

 

몽생 미셸은 육지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밀물과 썰물 때, 새벽과 해질 녘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몽생미셸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하룻밤을 묵는 것이 좋다.

-67


몽생미셸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 왕복 7시간의 이동시간을 감수하며 힘든 하루를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최소한 1박 2일 이상을 잡고 주변의 괜찮은 도시, 즉 생 말로를 함께 여행할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와인의 성지 보르도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와인을 추천해주세요."라고 했다가

"포도 품종은 동일할 수 있지만, 각 와이너리마다 만드는 과정에 따라 같은 품종을 사용하더라고 색과 맛이 미묘하게 다르죠. 전 당신을 오늘 처음 봤는데 당신이 어떤 와인 취향을 지녔는지 어떻게 알 수 있지요? 시음해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는 에피소드에는 엇, 하고 뜨끔해지기도 했다. 내가 그 곳에 있었어도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서다.

 

프랑스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에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어김없이 떠올랐고, 프랑스의 곳곳에서 프랑스 특유의 감성에 반응해 멋진 예술 작품을 창조했던 화가들-르누아르, 피카소, 샤갈, 고흐- 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 진짜 모든 것을 팽개치고 달랑 혼자 프랑스로 날아가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느 장을 펼쳐도 프랑스가 가진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주기에 "유혹에 빠지거나 매력에 미치거나" 라는 부제가 그렇게 딱 맞을 수가 없다.

별 모양의 프랑스 지도를 더듬으며 잠이 들면 꿈에서 프랑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터프한 성격과 심지어 지형까지 비슷하다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마르세유가 제일 먼저 튀어나오려나. 그러면 꿈 속에서 사투리로 막 대꾸하며 웃어줄까?^^

 

별빛처럼 스며드는 프랑스에 취해 내 취향에 딱 맞는  와인 한 잔 한 느낌으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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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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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실화들 [ THE MOTH  모스]

 

50 EXTRAORDINARY TRUE STORIES

 

TED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약칭 세바시) 같은 강연은 몇 번 보았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재생해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 15분에서 20분 정도.

그 안에 강연자의 스토리가 펼쳐지면 대개의 청중들은 빨려들 수밖에 없다.

보통은 역경을 이겨낸 성공스토리가 대부분이며 사회, 과학, 문화예술 등 다방면의 인물들이 뭔가 교훈을 줄 목적으로 강연을 한다.

청중들은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고 때로는 눈물 지으며 격한 공감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현실에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성장에 보탬이 되도록 꼭꼭 씹어 삼킨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스"는 "실화 스토리텔링" 이다.

물론 테드나 세바시도 실화이긴 하지만 "스토리텔링"과는 좀 성격을 달리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뉴욕에서 가장 강렬하고 신선한 문학을 만날 수 있는 티켓이라고 호평했던 모스는 스토리텔링의 예술성과 기법을 탐구하는 비영리단체다.

소설가 조지 도스그린이 1997년 고향 조지아 주에 있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최초로 모스 공연을 연 이후 점점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무더운 여름밤 불빛에 모여드는 나방을 벗 삼아 지인들과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던 것이 모스 탄생의 시초다.

 

"크리스마스를 트렌스젠더 바에서 보냈습니다." 또는 "열네 살 때 사고로 친구를 총으로 쐈습니다."같은 말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처럼, 모스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고백이라는 마술을 사용한다.

감옥, 우발적인 사고, 죽음 같은 일들이 모스의 무대를 통과하면서 관객과 만나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모스는 또한 윤리적인 웃음을 지향하며 신뢰성 또는 진실을 스토리텔링의 원칙으로 삼는다.

위대한 이야기꾼 프랭크 오코너는 "이후로 다시는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훌륭한 이야기라고 했다. 모스의 이야기들이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한 번 읽어보고 직접 판단해 보시길...

 

고백, 코미디와 더불어 마지막으로 모스가 지닌 비밀은 바로 관계이다. 화자와 청자가 공감을 나누는 그 순간의 작은 관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큰 관계로 이어진다.

 

자신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진다는 발상이 모스를 탄생시켰고 이 공연은 21세기의 예술이 될 것이라는 단언도 낳았다.

비록 무대 위의 스토리텔링이 책으로 옮겨졌지만 그 공감의 폭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짧게 끝나는 무대의 공연보다 더 오랜 시간 곱씹으며 읽을 수 있어서 더욱 큰 감동이 자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노동자와 천체물리학자의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사랑이 이루어지고 그 결실로 심장이 오른쪽에 자리한 아기가 태어났지만 그 아기를 받아든 남편은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 아들은 완벽해."

 

[모스]에 실린 50편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 <뫼비우스의 띠>다.

이 책에서는 이 이야기 외에도 특별한 실화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본 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거짓이 섞여들 틈이 없다.

진실들 속에서 작은 반짝거림 하나를 찾아 가슴에 품어보자.

그 작은 반짝거림은 나중에 내가 힘들 때 (애니메이션)팅커벨의 요정가루처럼 살짝 꺼내 뿌리면 나를 공중으로 둥둥 뜨게 만들어 줄 것만 같다.

공중에 떠서 나의 아픔을 먼거리에서 내려다본다면 그 시련 또한 작게 여겨져서 헤쳐 나갈 용기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세상에 이런 일이~ 싶은 특별한 실화들 속에서 용기를 얻는 것.

이 책이 주는 커다란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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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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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한 마음 풍경에 도달하는 미스터리 [꽃사슬]

 

주말이면 K-POP**오디션 프로그램을 찾아 본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예선에서 뽑히고 그들 각자의 면면을 부각시키는 히스토리가 매년 탄생한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인물들의 신선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심사위원들의 찬탄이 뒤따른다. "정말 감동적이야. " "쓰러지겠어."

"이제껏 이런 음악은 들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매주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찬란하게 반짝이는 빛을 잃어가는 참가자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들 또한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며 쓸쓸히 무대에서 퇴장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최종 라운드까지 올라가는 몇 명, 그들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혜성같이 나타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릴 정도로 엄청난 작품을 처녀작이라 떡 하니 내놓는 작가들이 있다.

사람들이 그들의 다음 작품에 거는 기대는 어마어마하다. 작가들의 스트레스 또한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경우도 [고백]이란 작품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며 그 인기는 '미나토 가나에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 이후 속속 작품을 발표했고 지속적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작품들은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었다.

그녀의 전작들 중에 내가 읽은 것은 [고교입시] 뿐인데,

이번 [꽃사슬]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작가 인터뷰에서 [고백]으로 서점대상을 받으며 오 년 후에는 [고백]이 아닌 새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가가 되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는 미나코 가나에.

[꽃사슬]을 탈고하고 나서 작가인생 제2막이 시작된 듯하다고 말했다.

전작들이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을 던지고 그 사건을 추적해 나가면서 얼키고 설킨 애증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이 소설은 처음엔 느슨하게 고삐를 풀어놓았다가 끝부분에 가서 바투 쥐고 애잔한 마음 풍경을 펼쳐보이는 데 힘을 쏟는다.

 

세 명의 여자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말하자면 꽃 (梨花-리카), 눈 (美雪-미유키), 달(月-사쓰키)인데,

소설은 각각의 여주인공들이 번갈아 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말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리카 梨花 는 K라는, 말하자면 키다리 아저씨 격인 사람으로부터 매년 10월 20일이면 화려한 꽃다발을 선물받는다. 해마다 꽃을 배달해주는 꽃집 주인인 겐타에 의하면 K는 리카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은 이후로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왔는데 외할머니는 지금 암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 JAVA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그녀는 생활비마저 막막한 상황에서 수술비 걱정을 하다가 후원자인 K에게 연락해 딱 한 번만 신세를 지기로 결심한다.

드디어 리카와 K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지금껏 베일에 싸여 있던 슬픈 이야기가 드러나는데...

 

미유키 美雪 는 외삼촌의 회사에서 일하다 가즈야라는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미유키의 외사촌 요스케 오빠는 기타가미 건축 사무소를 만들어 가즈야를 영입한다. 가즈야는 요스케의 일 대부분을 처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지만 스스로 건축 설계를 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미유키와 함께 <미명의 달>이라는 그림을 보고서 용기와 영감을 얻은 그는 국립 미술관 설계 도면을 건축회사 사장인 요스케 몰래 제출하고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그 도면의 제출자는 요스케로 되어 있다. 억지 웃음을 지으며 출근한 가즈야는 그날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과연 그날의 소나기 계곡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유키는 진실이 궁금하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사쓰키 는 시장 상가에서 미스 아카시아라 불린다. 매향당 화과자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얻은 별명이다. 대학 시절 등산 동아리에 들어 알게 된 선배 고이치를 첫 만남에서 얼떨결에 '아버지'라 부르고 만 그녀는 곧 고이치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와 그녀는 알고보니 육촌 남매였고 결국 고이치는 삼각관계를 형성했던 사쓰키의 친구인 기미코와 결혼한다. 어쩔 수 없이 떨떠름한 사이일 수 밖에 없는 사쓰키에게 어느날 기미코가 찾아와 고이치에게 골수를 기증해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사쓰키는 고이치에게 골수를 기증할 것인가?

 

팔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가게 '매향당'에서 긴쓰바를 샀다. 한 개에 백 엔. 매화 투각 무늬가 들어간 자그마한 연분홍색 상자에 다섯 개를 포장해달라고 했다. -8

 

[꽃사슬]의 첫 문장이다. 꽃 이름이 들어간 리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꽃의 사슬이 매향당의 역사와 같이 팔십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무섭거나 기묘하다거나 잔혹하지 않으면서도 애잔한 떨림이 있는 미스터리이다. 사슬이란 말의 의미는 갑갑하게 가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무언가가 이어져 있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사슬의 의미를 푸는 순간, 설. 월. 화.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꽃향기에 흠뻑 취해 세 여인의 인생을 따라 읽다가 사슬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면 이 소설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꽃사슬로 엮인 설월화의 삶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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