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모양을 하고서 별빛처럼 스며드는 프랑스 [지금 이 순간 프랑스]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내 여동생의 사진첩에서 배경을 장식하며 서 있던 프랑스의 에펠 탑.
친구는 부부만의 시간을 위한 여행을 통해서, 내 여동생은 일의 연장선상에서 참석한 세미나 때문에 들렀던 프랑스에서 각기 다른 에펠탑을
만났다. 낮과 밤의 대비라는 차이점도 있겠지만 여행자의 자세 또한 확연히 다른 에펠 탑을 만난 이유이지 않을까.
나는 어떤 형식으로 에펠 탑을 찾게 될까?
내가 만나는 에펠탑에는 어떤 스토리가 얽혀들게 될까?
너무 생생한 민낯을 공개하는 프랑스도 싫지만 꽁꽁 베일에 싸인 프랑스도 싫다.
적당하게 조율을 맞춰 프랑스의 매력을 살짝살짝 공개해 줄 멋진 책이 없나?
바로 여기 있다.
[지금 이 순간 프랑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라오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지금 이순간 시리즈" 책이다.

책을 읽은 후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 책은 오각형의 별 모양을 한 프랑스가 별빛처럼 스며드는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재미없이 필요한 정보들만 나열한 무미건조한 책도 아니다.
작가는 적당히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또한 프랑스에는 너만의 이야기로 채울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며 손짓한다.
지도에 표시된 부분이 그녀의 발자취가 다녀간 곳이다.
파리, 브르타뉴-노르망디, 아키텐-미드 피레네,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를 거쳐 론 알프스까지
발자취를 따라가면 프랑스의 별 모양이 완성될 정도다.
1994년 어수룩하기만 했던 첫 여행을 프랑스에서 시작한 작가는 여행을 하고 쓴 첫 번째 에세이와 두 번째 에세이를 모아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서툰 프랑스 여행길에서 도둑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도 하며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에 푹 빠지기도 했다는데...
그 모든 일들을 호들갑스럽지 않은 어조로 기술하는 그녀의 문장은 무척이나 신뢰가 간다고나 할까.
여행지에서 많은 것들을, 세상의 비밀을 알아왔다는 식의 뜬구름잡는 얘기가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둔 뚜벅이 여행자의 진실된 이야기가 사그락
사그락 내 마음에 스며든다.
직접 다녀온 자만이 건네줄 수 있는 팁들 또한 풍부하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 일컬어지는 몽 생 미셸의 유명한 음식점 '라 메르 뿔라흐'의 대표 메뉴인 오믈렛은 지방 문화재로 등록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실제 맛을 본 결과 그저 그랬다는 평.
몽생 미셸은 육지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밀물과 썰물 때, 새벽과 해질 녘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몽생미셸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하룻밤을 묵는 것이 좋다.
-67
몽생미셸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 왕복 7시간의 이동시간을 감수하며 힘든 하루를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최소한 1박 2일 이상을 잡고
주변의 괜찮은 도시, 즉 생 말로를 함께 여행할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와인의 성지 보르도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와인을 추천해주세요."라고 했다가
"포도 품종은 동일할 수 있지만, 각 와이너리마다 만드는 과정에 따라 같은 품종을 사용하더라고 색과 맛이 미묘하게 다르죠. 전 당신을 오늘
처음 봤는데 당신이 어떤 와인 취향을 지녔는지 어떻게 알 수 있지요? 시음해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는 에피소드에는 엇, 하고 뜨끔해지기도 했다. 내가 그 곳에 있었어도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서다.
프랑스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에서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어김없이 떠올랐고, 프랑스의 곳곳에서 프랑스 특유의 감성에 반응해 멋진
예술 작품을 창조했던 화가들-르누아르, 피카소, 샤갈, 고흐- 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 진짜 모든 것을 팽개치고 달랑 혼자 프랑스로 날아가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느 장을 펼쳐도 프랑스가 가진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주기에 "유혹에 빠지거나 매력에 미치거나" 라는 부제가 그렇게 딱 맞을 수가 없다.
별 모양의 프랑스 지도를 더듬으며 잠이 들면 꿈에서 프랑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터프한 성격과 심지어 지형까지 비슷하다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마르세유가 제일 먼저 튀어나오려나. 그러면 꿈 속에서 사투리로 막
대꾸하며 웃어줄까?^^
별빛처럼 스며드는 프랑스에 취해 내 취향에 딱 맞는 와인 한 잔 한 느낌으로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