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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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지 않게 파고드는 맛 [물구나무]

 

9편의 에세이를 냈던 백지연 앵커가 10번째 작품으로 소설을 냈다.

의외다, 하면서 읽어보니 생각보다 담백하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질문으로 인터뷰이의 허를 찌르면서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줄 알았던 그녀였기에 소설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좀 더 쎌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싱글의 인터뷰어 민수가 주인공이기에 자연스레 민수의 모습이 백지연의 자화상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소설의 끄트머리에 백민수는 인터뷰어로 소설에 초대된 상상 속 캐릭터일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지연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었지만 힘을 쫙 뺀 담담한 어조에 백지연의 뚜렷한 이목구비처럼 손에 베일 듯한 날카로운 무기로 무장한 소설일 거라는 생각은 차츰 무뎌져 갔다.

 

 

인터뷰어 민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다. 오랜만에 옛 동창 수경으로부터 뜻밖의 문자를 받은 그녀는 그 때로부터 27년의 시간을 거슬러서 여고 시절의 추억에 접속한다.

난데 없이 치과 의사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하정이 죽었다니...

 

끝없이 이어지는 '만약에 뭘 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뭘 했더라면 ' 하는 가정법이 힘들다고요. -60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현재의 인생이 달라졌겠지요."-61

현실의 인터뷰 대상인 파티시에 형제들의 말이 민수의 뇌리를 맴돈다.

 

여고 시절, 최고의 수재로 소문났던 수경은 재벌집에 입성하여 남보기엔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면서, 우아한 말로 이혼을 종용한다고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인생 경험이 부족한 그녀는 맨몸으로 내쳐질 지도 모르는 상황.

수경을 만나 그녀의 사정을 전해 들은 민수는 수경으로부터 한때 뭉쳐다녔던 , 그래서 시작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의 근황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얼굴 한 쪽에 흉터를 가지고 있었지만 항상 밝고 씩씩하게 얘기하며 동네 대장 역할을 했던 승미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홧김에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지금은 자신의 일을 즐기며 생활하는 중이라고 했다.

 

파파걸인 줄만 알았던 문희는 아버지가 오케이 했다는 의사와 결혼해서 둥글둥글한 얼굴 그대로 원만한 인생을 운영 중이었다. 인생이 즐겁다는 문희는 마음가짐 때문에서인지 더욱 눈부신 행복을 재현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사실은 의붓 아버지라는 것조차도 그녀는 감사하며 살고 있었기에...

 

장면은 다채롭게 바뀌어 공간이 파리로 이동한다. 파리에 정착해 살고 있는 미연은, 학창 시절 친구들 중 가장 학업성적은 낮았지만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이 확고했기에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호텔 수업을 받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까운 미래를 설계하고 이루어나가는 데서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목숨을 끊은 하정 뿐인가.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던 파리의 미연으로부터 하정의 속사정을 전해 들은 민수는 그저 망연자실한다.

의가 명문으로 소문난 집의 딸이어서 그저 앞날이 창창하겠거니 했던 하정은 그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는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그 외로움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찾으려 했던 순간, 비극은 일어난 것이다.

 

민수가 27년의 시간을 거슬러 기억해 낸 친구들의 시작점은 비슷한 것 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자가 그리는 궤적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누구의 인생이 낫고 누구의 인생이 못하다는 비교보다는 그저, "여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직은 많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많이 원망스러웠다.

삶의 순간순간에서 "만약~"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어야 했을 "여성"들의 삶이 포옥, 가슴을 파고 든다.

 

무언들 이루고 싶지 않았겠으며 무엇을 바라지 않았겠는가.

좌절, 억압, 결핍 등의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깨부수어야 진정 자신을 찾을 수 있겠다.

백지연의 첫 소설이라, 굉장히 빳빳하고 날이 서 있는 날카로운 분위기일 거라 짐작했었는데, 내 짐작이 크게 빗나갔다.

조심스레 여성의 마음에 파고들어서 굉장히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소설이다.

사납고 매섭게 후벼파는 통곡의 소리가 아니라 그저 우우~ 하고 낮은 소리로 길게 길게 꼬리를 끌며 눈물 찍어내게 하는 울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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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지연 씨가 소설을 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작가가 동명이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박신영 작가 강연회 다녀옴~

 

 

 

꽃미모의 껌정드레스님~

(예스 24에서 이제는 작가 블로거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신 분이에요.)

저 앞에 서 계신 거 보이시나요?

 

부산 북구 화명동 강아지똥 서원에 [백마 탄 왕자는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의 작가 박신영 님이 떴습니다.

 

 

벌써 세 권의 책을 내고, 칼럼도 올리시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 부지런한 박 작가님.

아침 일찍  비행기 타고 부산에 오셨어요.

무척 예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명불허전~

보자마자 딱 알아볼 만큼 미모의 작가님이셨죠.

글과 말이 다 출중하며, 미모 또한 빠지지 않았습니다. (미모, 밑줄 쫙~)

 

오전 10시 30분 강연 시작이었는데,

저는 마음은 급하면서도 아침 드라마를 포기할 수 없어서 끝내 9시 40분까지 다 본 다음,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집에서 10시에 나섰습니다.

우리집에서 약 5분 거리의 강아지똥 서원은

어린이 책 전문 서점이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해오고  있는데

여기서는 초중등 학생의 역사 강의, 글쓰기 강의, 책 읽기 강의 등 다양한 학생 강의가 준비되어 있고,

요즘은 부쩍 학부모들의 참가도 활발해져서

엄마들을 위한 고전낭독 강의라든지 글쓰기 강의 등도 개설되었답니다.

 

2월 5일, 오늘의 강의가 있다는 밴드 소식을 듣자마자 어, 내가 알던 그 껌정드레스 박신영 작가님 맞아?하고서 껌정드레스 님의 블로그를 찾아갔었죠.

껌정드레스 님 또한 "강아지똥 서원" 강의 스케줄을 잡고 어떤 곳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던 중, 제 블로그에 살짝 소개했던 포스팅을 보고 방문하기도 했었답니다.

댓글에 살풋 다녀 가신 흔적을 남기셨더라구요.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 블로그를 오가다 , 오늘 드디어 만났습니다. !!

작가님은 강연자로, 저는 청중으로 참가한 것이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사실은 강연이 끝난 후에 조용히 자기소개를 할 작정이었지만, 강의실이 꽉 차기 전에 다가가서 속삭였습니다.

"저, 참 좋은 날입니다."하고.^^

부담 팍팍 드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른 시각에 도착한 터라, 젤 앞줄 박 작가님의 미모를 가장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90분 알찬 강연을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냥 읽고 지나쳤던 세계명작동화의 구석구석에서 작가님은 의문을 참 많이도 가지셨더라구요.

왜 백마 탄 왕자들은 돌아다녔을까?

헬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는 과연 마녀일까? 마녀의  집에는 왜 사람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화덕이 있었을까?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애기봉, 천마산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는 어떤 비밀을 담고 있는 이야기인가?

잭과 콩나무의 잭은 영국 사람인데, 그 동화를 읽은 영국 아이들은 과연 어떤 이데올로기를 주입받으며 살아왔고, 그것이 세계사에서 어떤 발자취를 남겼나?

 

그냥 쉽게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동화, 환상의 세계에 남아있기를 원했던 어린 시절의 달콤한 분위기를 싹 걷어가 버리는 "싸~"한 이야기들이 작가님의 입에서 뻥뻥 터져나왔습니다.

역사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다고 하여 모든 역사가 다 사실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며,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감안하고, 그 역사의 일부가 녹아 있는 동화나 전설, 민담 등을 접할 때 한 번쯤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강단 있는 작가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특히 서양 중세사에 강하다는 작가님의 진면목은 헨리 8세와 그의 wives (6명)을 죽 써가면서 얘기하는 동안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캐서린, 앤, 기타 등등. 으로 분류하고는 금세 헷갈려버리는 그 이름들을 망설임 없이 나열하면서 시대적 배경과 숨겨진 역사적 진실을 얘기해주시는데.

작가님이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wives라는 단어를 배울 때 헨리 8세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는 뇌리에 강렬하게 인식했던 것처럼, 저 또한 역사를 이렇게 보아야 하겠구나, 라는 것을 박 작가님으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내가 박 작가님 같은 역사 선생님을 만났어야 하는데...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파고들고 또 파고들고도 앞으로 쓸 이야깃 거리가 많다는 작가님의 열정이 부러운 날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사람을 보고, 그것을 넓혀 인문학적 식견에 도달하는 멋진 사람.

박신영 작가님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강연 후, 작가님과 짤막한 티타임을 가졌죠.

점심 때가 되어서도 도넛으로 대신하면서 질문시간을 강연처럼 성의 있게  채워주신 작가님.

 

 

저 어딘가에 제가 숨어 있습니다. ^^

 

작가님께 끝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나와 버리게 되었는데요.

무례한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흑흑.

 

인사도 안 하고 그냥 쌩 나가버린 참 좋은 *  !!

 

잊지 마시구요,

다음에도 꼭 다시 찾아주세요. 약속하셨으니까요.

그 때는 꼭 인사 잘 챙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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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남희돌이님의 글 덕분에 박신영 작가님을 처음 알았어요. 제가 예스24 계정이 없거든요. ^^;;

남희돌이 2015-02-0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제가 전파한 건가요! ^^ 저는 예스24에서 처음 시작한지라 닉이 낯익었고요 예스에 글 연재도 하니까. 책도 자연히 관심이 가더라구요.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이구나 하면서 꽤나 혼자 설렜었답니다.
 
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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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프오 같은 소설집 [라면의 황제]

 

유에프오.

미확인 비행물체.

내게 [라면의 황제]의 이미지는 그렇게 비춰진다.

 

첫 단편으로 실린 <페르시아 양탄자 흥망사>의 이야기에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훅 빨아들이는 뭔가가 있다. 페르시아 양탄자의 흥망에 관해 이제껏 관심조차 없었는데, 25세의 김영식이라는 웬 낯선 청년이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양탄자의 진위에 관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순간부터 급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페르시아 양탄자가 이란 북동부 호라산의 전통 수공예품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던가?

아님 말고.

 아부 알리 하산이라는 카페 가게 주인이 우리 나라에 양탄자를 처음 납품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나?

그러게..그건 좀 궁금한데.

작가가 어디까지 조사해서 얼마나 사실을 밝힐까, 아님 이거 전부 다 허구인 거야?

 

이런 식으로 작가가 슬쩍 풀어놓은 덫에 확 걸려들어 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진실 파헤치기"에 나선다고 착각하면서 다음 이야기, 또 그 다음 이야기로 은근슬쩍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두 번째 단편이 작가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 <교육의 탄생>이다 .

이 이야기에선 확실히 덜커덕 걸려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의뭉스런 질문 던지기에.

유리 가가린과 라이카 때문에 불이 지펴진 우주 개척 전쟁에 우리 나라도 한 발 슬쩍 담가놓으려는 시도가 있긴 있었을까. 과연 그러한 시도가 있었다면 누가 그 임무에 적임자일까.

작가는 만 일곱 살에 아이큐가 가장 높은 아이로 소개되었던 어린 최두식을 슬쩍 밀어놓는다.

그 어린 아이, 최두식의 흔적을 따라가며 어린 시절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밑도 끝도 없이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휩쓸리게 된 바로 우리의 모습을 냉정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작가는 끝부분에서 그 천재 소년이 <미스테리 월드>의 취재대상이 될 뿐인 이상한 역학관계를 드러내며 화들짝  놀란 채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거...만만치 않은 내공의 작가인 걸.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세상 온갖 확인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법이 뻔하지 않고 언제나 허를 찌른다.

그녀의 상상은 정말이지 유에프오 같은 것이다.

 

모든 작품은 아니라도 꽤 자주 단편에 등장하는 W시라는 곳은 그저 편의상 붙인 이름인지, 아니면 모두 다 그 곳을 배경으로 벌어진 곳인지조차 헷갈린다.

같은 곳이라기엔 너무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에프오 같은 그녀의 상상은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 25년간 라면만 먹고 산 남자 '라면의 황제', <물거울>이란 동화를 보며 호기심을 키워 오다 불사의 유전자 조작법을 발견해냈지만 홀연 사라진 남자, 도시의 상공에 나타나 오색 색종이만 뿌려대다 사라진 유에프오, '프리온'이란 단밸질로 인해 발병하는 병에 대한 음모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싸이코 등등으로 어지러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른다.

 

이번에는 이렇게 허술하게 당했지만 다음엔 정신 단단히 차리고 그녀의 작품을 맞이해야지,

하는 이상한 오기를 불러일으키는 단편집이다.

다음번에는 유에프오를 꼭 붙들어 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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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유하 원작, 이언 각색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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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3부작' 완결편[강남 1970]

 

여기 이 비열한 거리를 지나가야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으며 세속에 물들지 않았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 사람  -레이먼드 챈들러. The Simple Art of Murder 중.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어 거리 3부작을 완결지을 영화 [강남 1970]이 나왔다 .

공통적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들이긴 하지만 그 폭력에는 시대의 아픔과 청춘들의 고뇌가 녹아 있다.

이민호, 김래원 투 탑을 내세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전에 책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의 거친 선들을 머리에 그려보면서 책 속 인물들과 대입해 그려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강남 1970]의 두 주인공, 종대와 용기.

그들은 고아로 자랐고 넝마주이를 하며 이럭저럭 생을 연명해왔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서럽도록 젊고 건장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다.

무허가 주택가에서 지내던 그들은 하루아침에 용역건달들의 횡포 아래 집이 무너지는 황당한 일을 경험한 것도 모자라, 얼떨결에 야당의 전당대회 습격에 가담하게 된다.

아무 것도 의지할 것 없던 이들은 '한탕'을 꿈꾸는 청춘의 속성에 대책없이 빠져들게 된다.

피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형제 못지 않은 의리를 걸고 살았던 이들은 전당대회 습격의 그날, 운명의 장난 같게도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다시는 배를 곯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청춘들은 "권력"과 "폭력"이 엉키는 바로 그 지점에 매혹당한 듯하다.

백용기는 양기택파에 합류한 뒤 승승장구하며 금세 높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종대는 용기와 헤어진 후 강길수의 식구가 된다. 남순철파의 중간보스인 강길수는 딸 선혜를 위해 조직생활을 접고 세탁소를 운영한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종대를 끌어안았던 강길수의 기대를 알고는 있지만 종대는 자꾸만 욕심이 난다. 조금만 더 가면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종대는 정계와 밀접한 관계를 이용, 땅을 사고 땅값을 부풀린 복부인 민 마담과 한 편에 서서 강남 개발의 한가운데에 뛰어든다.

맨주먹으로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열혈청춘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 품은 그야말로 폭력과 권력이 좌충우돌, 현란한 스텝으로 꼬여가는 무대의 정중앙이다.

형제 같았던 그들이 느와르적 배경 아래 동시에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쉽사리 상상되는 바이다.

으레 그렇듯 피끓는 청춘들은 부나비처럼 불빛 사이로 스러져 버리고 권력의 단맛을 보는 것은 국회의원 등 상위 권력을 쥐고 흔드는 이들이다. 씁쓸하지만 너무나 쉽게 수긍하게 되는 현실이다.  

 

1970년대 남서울 개발이 시작되기 전의 강남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그리고 배신을 그린 [강남 1970].

책의 말미에 배우들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서 영화 관람 포인트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민호 씨의 날아다니는 멋진 액션, 장비를 사용하는 김래원 씨의 비열한 액션, 그리고 정진영 씨의 생계형 액션. -266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들의 액션, 꼭~ 온힘을 다해 눈에 담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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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숨 쉬는 우리 성곽
윤민용 지음, 심승희 그림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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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고 싶다! [역사가 숨쉬는 우리 성곽]

 

 

 

 

채원이는 부산, 동래산성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금정산 바로 아래 동네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버스를 타고 금정산 중턱으로 올라가 금정산성의 북문, 남문 등을 보고 올 수 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숲 체험을 간다고 하면 금정산 동문쪽의 싱그러운 자연을 휙 둘러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주말에 온가족이 함께 "산성국수" 먹으러 나들이도 자주 간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고도, 그리고 자주 금정산성의 형태를 익히 보아 알고 있으면서도 채원이에게

"서울의 성곽"은 별천지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부산 사는 사람에게 "서울"이란 말이 미치는 영향력이란 대개 그러하듯,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있어 뵈는 것이리라.

 

 

[역사가 숨쉬는 우리 성곽]은 옛이름이 한양인 서울을 둘러보고 한양도성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라고 말하면서 대표적으로 서울을 콕 집어, 서울의 역사와 함께 성곽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  채원이는 이 책에서 성곽과 관련된 용어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더욱 오래 기억하려고 했는지 그걸 퀴즈 형식으로 문답풀이를 했다.

 

일명 독서 퀴즈라나...

문제 1. 성을 보호하기 위해, 성의 경계를 따라 둘러쌓은 높고 긴 담장은?

답 성곽

 

문제 2. 창고를 보호할 목적으로 쌓은 것은?

답  창성

 

문제 3. 교통의 요지에 쌓은 성으로 위급한 상황일 때 교통로를 차단할 목적으로 쌓은 것은?. 문경새재가 여기에 해단한다.

답  관문성

 

문제 4. 적의 동태, 침입을 살펴볼 수 있도록 성의 가장 높은 곳이나 산등성이에 만든 것은?

답  망루

 

문제 5. 여장 위에 올려놓은 지붕돌로, 평상시에는 물이 고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투 시에는 성 밖에서 여장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오는 적군을 떨어뜨릴 때 효과적인 성곽의 구조물은?

답 옥개석

 

이런 식으로 문답을 내면 이 책을 덮을 즈음엔 50 문제 이상을 만들 수 있겠다.

한자어라 어렵게 나름 어렵게 여겨졌는지 신중하게 들여다본다.

제대로 정리만 한다면 풍부한 상식을 얻음과 동시에 성곽과 관련된 한자를 정복할 수도 있겠다.

 

##  책 중간중간 밑줄 그은 곳도 보인다.

 

한양도성은 북악산을 중심으로 해서 낙산, 남산, 인왕산을 따라 둥근 원처럼 이어지는데, 그 안에 있는 경복궁과 종묘사직 등을 에워싼 형태를 하고 있어. 성곽은 둘레 길이만 약 18킬로미터가 넘어. 성곽 사이마다 동서남북 방향에 출입문을 냈는데, 네 개의 큰 문인 사대문과 작은 문인 사소문으로 총 8개의 문을 냈어. 그래서 비유적으로 한양도성 안을 가리켜 사대문 안이라고도 말했어. -23

 

상식이 그만큼 늘어나려나..

 

 

 

요기 요기에 책갈피를 딱 꽂아 놓았다.

이 책갈피는 채원이가 방학 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언제 이런 걸 다 만들었담?^^

이 책의 갈피에서 엄마인 나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지난 여름 아빠와 단둘이서 서울 나들이 다녀 온 것이 떠올랐나 보다.

서울의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경복궁과 인사동 나들이를 하고 왔는데.

딱 이 책의 앞 부분에 "궁과 궐"을 설명하면서 경복궁이 나오니 책갈피를 꽂아둔 것인 모양이다.

 

 

##

채원이의 짤막한 소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빠와 서울에 갔던 것이 생각났다.

경복궁도 이 책에 나왔는데, 아빠와 경복궁에 갔을 때는  잘 몰랐던 것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경복궁 앞에 세종대왕 동상이 있었는데, 그 길 이름이 세종로란다.

예전에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시작되어 남쪽으로 펼쳐진 세종로는 조선 시대에 '육조거리'라 불렸다고 한다.  

하필이면 교황이 오는 날 그것도 광화문 앞을 지나는 바람에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바로 경복궁 안으로 들어왔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금정산의 동래산성 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남한산성, 북한산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휴~ 하지만 여전히 역사는 알아가야 할 게 너무 많다.

모르는 게 많아서 약간 어려웠지만 서울을 둘러싼 성곽 이야기를 읽고 서울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이제는 그 때보다 좀 컸으니 서울 시내만이 아니라 성곽을 둘러볼 수 있겠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성곽"이란 단어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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