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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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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돌아오지 않는 이름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유난히도 거센 꽃샘 추위가 며칠간 밀어닥쳐 봄기운이 오시는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만든다. 봄님이 오시려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언젠가는 오게 마련인 자연의 섭리다. 봄이 꼭 오고야 말리라는 기대 때문에 옷장 속에 넣어둔 두툼한 겨울 옷을 다시 꺼내 입어도 몇 번 구시렁거리다 마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것은 그렇게 봄기운처럼 두둥실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한다. 비록 꽃샘추위같은 시련이 닥쳐도 금세 지나가고 말 것이기 때문에 오슬거리는 어깨를 양손으로 꼭 껴안고도, 높게 올려 세운 깃이나 목도리 사이로 목을 구겨넣고도 눈동자에 어리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희망"이라는 말을 감히 꺼내기가 힘들 정도로 어려운 싸움을 해 나아가는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 앞에서는...그래, 차라리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내가 비인간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작년 4월 초, 지금처럼 꽃샘추위는 사라지고 한껏 봄기운을 머금은 날씨에 우리 가족은 제주로 떠났다. 시작과 끝이 모두 행복하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품고서.

제주는 풍성한 먹을거리를 아낌없이 내주었고 풍성한 바람과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했다.

제주의 푸른 바닷가는 봄인데도 불구하고 어쩌면 여름을 미리 머금은 듯 짠맛의 소금기를 어서맛보러 들어오라며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선사하기도 했다.

마침 수학여행 기간이었는지, 가는 곳마다 한무리의 학생들이 재잘대며 떠드는 소리가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다. 용눈이 오름이며 용머리해안까지... 제주 아주머니들의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과 아이들의 시끌벅적함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기분 좋은 추억을 잔뜩 안은 채 김해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 대기실의 거대한 TV화면에는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장면.

그 때만 해도 아직 세월호 승선한 사람들 전원 구조되었다는 자막이 주르륵 나오고 있을 때여서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삐딱하게 기울어져 자꾸자꾸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배의 모습이 너무도 기이해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으로 제주여행의 기분좋은 흥분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세월호 침몰의 진상이 속속 밝혀지는 것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는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주검이 단지 "숫자"로 새겨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랑 같은 용머리 해안의 풍경을 두 눈에 가득 담고 행복하게 웃으며 돌아올 수 있었을 학생들이었는데...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점심, 저녁을 준비하고 입에 넣으면서도 그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어느샌지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만든 밥이 왜 그렇게 짜게만 느껴졌는지.

눈물이 담긴 주머니를 여러 군데 바늘로 쿡쿡 찌른 것처럼, 눈물은 삐죽삐죽 새어 나왔다.

오열하며 쓰러지는 유가족들은 오죽하겠는가마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에게도 그 절망의 기운이 옮겨붙어 하루에도 몇 번씩 시무룩한 얼굴을 내보이곤 했다.  

 

배를 버리고 도주한 선장 이하 인면수심의 어른들이 행한 의롭지 못한 행동과는 달리, 아직 어리고 정직한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양보하기도 하고 기울어진 배의 경사면 때문에 떨어지려는 아이들을 서로 끌어올려 주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에 부모님께 남긴 메시지들은 하나같이 전국의 부모 가슴을 크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들 테지만 아직 어리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학생들과의 이별은 그 부모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상처가 될 터이다.

누구는 더하고 누구는 덜하지 않은 것이다.

남겨진 다른 아이를 위해 마음을 다잡은 부모가 있는가 하면,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가족을 추스리는 것도 힘겨워 하는 집도 있고, 억울하게 떠나보낸 아이를 위해 간담회에 다니며 스스로에 대한 치유,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부모도 있었다.

작가들이 열 세 명을 인터뷰하는 동안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곡이 몇 차례나 이어졌을까.

가슴 아프게 불러도 끝내 돌아오지 않는 이름들이 점점이 눈물 찍은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선다.

 

그는 증오와 분노, 그리움과 결연함을 넘나들며 감정을 완전히 터뜨렸다가도 다시금 가다듬기를 반복했다. 그가 이 끔찍한 비극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그 대단하고 고통스러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112

 

준우 아빠가 나와서 하는 말이 가슴부터 팬티까지만 보여주는데 자기 아들이 아닌 것 같대. 믿고 싶지 않은 거지. (...)

준우 엄지랑 검지는 없어졌지만 나머지 손가락은 내가 잘라준 손톱 모양이었어...하늘이 통곡하는 듯했어..-249

 

이 대목을 읽고 또 가슴이 뻐개질 듯 아파오면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내 자식 아닌데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이라 이건, 무조건적으로 울게 되는 거였다.

'아, 이 생생한 고통의 증언들을 이제는 안 읽고 싶다. 내가 도리어 힘들다.' 하며 그만 이쯤에서 책을 덮어 버리고 싶었다. 시각으로 즉각 전달되는 정보인 TV를 보다가 하도 울어서 사고 일 주일 이후에는 아예 TV를 안 틀고 싶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말 착하고 말 잘듣던 아이들의 부모도 그들을 그리워하며 애통해했지만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다가, 서로 대치하다가 떠나보낸 아들 딸에 관한 아픔도 크고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했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렇게 추억을 봉합하고 상처를 싸매가면서 저마다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던 아이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았을 때.

각각의 가정마다 펼쳐졌을 생지옥은 생각만 해도 암담한데 지켜보기만 하던 사람들이 어찌 감히 한마디 "위로"라도 건넬 수 있었을까.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규명이 이루어졌다며 세월호 사건을 스윽 밀어버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유가족들은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라는 것이 유가족의 마음에 100% 들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댈 수 있는 울타리는 쳐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안전불감증에 빠진 사회, 정부가 제 할 일을 다하지 않는 나라.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한 채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 수장된 아이들은 '유가족'을 남겼다.

우리도 또다른 형태의 "유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남의 일 보듯 좌시하고 있어서만은 안되겠다.

이 나라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 만큼 " 믿을 구석 하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라는 자각을 하게 만든 이 사건은 잊혀지지 말아야 한다.

꼭 기억해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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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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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는 일의 방식 [ 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오늘날 시장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기업들도 처음 시작은 "벤처"였다.

실리콘밸리는 바로 그 벤처의 성지라 불리우는 곳이다.

"밸리"라는 명칭 때문에 지명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만의 동쪽과 북부의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일컫는다.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업무 방식을 찾아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 실리콘 밸리.

그곳에는 인종의 장벽도, 언어의 장벽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수한 개인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상하의 명령방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일본이나 우리나라 같이 끈끈한 연대감이 아직도 지배하는 기업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의 자유스러움이 '개인의 자유'로 발현되어 많은 것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쾌적한 기후, 풍요로운 자연 탓도 있지만 굴레나 속박이 없다는 의미에서 스트레스 정도가 낮은 환경이 제공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개인을 존중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할이 명확해서 '자기 일을 누가 대신해주는 경우'는 없다. 대신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만큼 독창성을 발휘하고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움도 있다.

 

 

매해 방대한 수의 벤처가 생겨나 격전을 벌이면서 도산하거나 흡수되는 회사도 있지만 성공하는 회사도 있다. 생태계의 생물들이 진화와 돌연변이로 생존경쟁을 극복하려는 모습과 비슷한 일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다.

벤처 하나하나를 보면 비즈니스 자체가 불안정하고 위험도도 높지만 전체를 보면 반드시 어딘가에 성공하는 벤처가 있고, 그곳이 주위에 영향을 주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네트워크도 다른 어느 곳보다 잘 구축되어 있어 실리콘밸리 생태계 유지에 있어 '멘토', '엔젤'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다.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인생 끝,이라는 것보다 오히려 실패의 경험을 통해 다음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실리본밸리의 주조적 분위기이다.

여러 가지 점에서 일본이나 한국의 분위기와 확연히 다른 실리콘밸리의 업무방식을 소개한 이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실리콘밸리에 입성하고 싶다는 동경 비슷한 것이 생긴다.

자유로운 업무에 높은 임금, '충성'을 원하지 않는 시스템, 개인의 능력 위주의 발탁...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실리콘 밸리로 갈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4장에 따로 실리콘밸리 취직 계획에 대한 장을 마련해 놓았다.

꿈과 환상으로 비춰질지 모르는 실리콘밸리의 단맛만을 잔뜩 준비해 놓고 정작 그곳에 들어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도 낭패가 아닌가. 비다 취득문제라든지 자신의 처지에 맞는 영어공부방법이라든지 창업 또는 취업의 형태를 친절히 가르쳐주고 있으니 참고로 하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는 일의 방식에도 정답이 없다.

다양한 형태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책을 읽고, 그야말로 정답이 없는 업무 방식을 접하고서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형태가 맞을 것 같다.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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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되는 사회 세트 - 전3권 - 정치와 법 + 경제 + 사회와 문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조한서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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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주인이 되자 [공부가 되는 사회 1-3]

 

아이들이 학교 숙제를 끝내고 빈둥거리며 TV로 만화를 시청하고 있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리모컨을 들고 뉴스 채널로 돌려 버립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자신들의 할 일을 찾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뉴스를 시청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엄마들이 꿈꾸는 완벽한 시나리오죠.

어쨌거나 둘 다 TV에서 만화를 보는 일보다는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할 거라는 기대로 부풀어서 말이죠.

 

자, 우리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다른 놀잇감을 찾아 다른 방으로 가는 대신에 TV앞에 그대로 앉아 뉴스를 봅니다.

사실, 뉴스를 보는 일은 어른들도 하기 싫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면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하고

어른으로서 시사에 밝은 것이 아이들에게 밑보이지 않는 중요한 처세법 중 하나인 법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김기종으로부터 피습을 당했고

국회에서는 여야 청문회가 3월에 줄줄이 있을 예정입니다.

경기가 쉽사리 되살아나지 않자 정부는 재정-임금-규제 등 내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네요 .

 

뉴스는 보통 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하루 종일 되풀이 되기 때문에 한 번만 귀기울여 잘 들으면 그 날 하루종일 반복되는 뉴스에는 귀를 덜 기울이게 됩니다.

사실 저도 뉴스를 잘 안 보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볼 때가 처음 시청하는 뉴스가 되는 셈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주의를 집중해서 듣고 보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알 리가 없지요.

모르는 것을 바로 바로 물어봅니다.

주한 미국 대사가 뭐야?

종북은 무슨 말이야?

국회는 무슨 일을 해?

왜 사람들을 앉혀놓고 청문회라는 걸 해?

재정, 임금, 규제가 무슨 말이야?

우리 나라가 경제가 어렵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어?

등등, 뉴스앵커의 말들은 아이들의 질문 사이사이로 힘겹게 들립니다.

아이들이 그냥 조용히 뉴스를 듣고만 있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엄마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겠지요.

먼저 뉴스를 보라고 한 것은 엄마이고, 그걸로 공부의 재료로 삼아주기를 바란 것도 엄마면서 말이지요.

 

아휴~

이럴 때는 정말 뉴스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말들을 자막으로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띄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잘도 등장하는 자막들이 말이죠, 어려운 시사 용어들에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공부가 되는 사회] 시리즈를 봤을 때,

"이거구나!"했답니다.

1권은 정치와 법, 2권은 경제, 3권은 사회와 문화.

초등학생 때부터 사회라는 과목을 배우지만 이렇게 분야가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생활과 연계되어 두루뭉술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정확히 계량된 지식을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제목에서부터 분야가 나뉘어 있으면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찾기가 한결 편할 것 같아요.

 

전과나 참고서, 문제집에서 바로 "사회"를 접하면 대개의 아이들은 싫어하거나 난색을 표합니다.

개념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데 문제라니요.

사회 교과서에 등장하는 어려운 사회 개념을 사회 전반의 흐름과 배경지식을 통해 깨우치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한 번 스윽 읽는 것만으로도 내용이 머리에 쏙 박히게 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야?"

"대통령" 이라고 말하는 생각 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으려면,

이 책을 읽혀보세요.

민주주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 이라고 커다랗게 목차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민주 정치의 개념과 정치 참여의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고요,

아이들이 낯설어 할 수 있는 헌법과 연계하여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까지 훑어 보면

뉴스를 들으며 질문했던 "국회는 무슨 일을 해?"에 대한 궁금증도 저절로 풀리게 되겠지요.

 

경제 부분에서는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 주니 더욱 흥미가 생기게 될 것이고, 더불어 자원을 둘러싼 경쟁, 세계화의 바람까지 폭넓은 영역을 다루어 주기 때문에 더없이 완벽한 안내서가 됩니다.

 

사회와 문화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다룰까,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는데요,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사회에서는 내가 사회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줍니다.

나라를 빼앗긴 적이 있는 우리에게 주인정신을 알려주는 일화로 도산 선생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도산 안창호는 <주인인가 여인인가>에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는 내가 바로 그 사회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없고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거야. -39

 

늘 변하고 있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다른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뉴스에 나오는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어린 1학년에게는 무리겠지만 4학년이 되는 큰아이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요.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주는 고마운 책.

수업 시간에 머리 싸매고 듣지 않아도, 뉴스를 들으며 쉴새 없이 질문을 해대지 않아도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래 끝~이 아니라, 엄마의 고민 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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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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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읽게 되는 황홀한 미스터리 [검은 수련]

 

모네의 "수련"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검은 수련"이라고 하면 뜨악해진다.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것이 소설이 된다?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잡아내어 화폭에 옮기려 노력했던 "빛의 화가" 모네가 아무래도 이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소설이 자아낼 미스터리와 어떻게 연결될지 자못 기대가 크다.

 

 

모네가 수련을 그린 곳으로 유명한 프랑스 지베르니 마을은 모네의 사후에 그의 수련이 탄생한 곳을 보려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자 모네의 집과 정원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집을 꾸미고 벽에 페인트 칠을 하고 꽃을 꺽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면서까지 모네 시절의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84살의 심술궂은 노파일 뿐인 "나"의 눈에 모네의 정원이란 대형마트에 걸린 장식품일 따름이다.

 

밀과 옥수수, 개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펼쳐진 때 묻지 않은 지평선이라니!-20

푸른 이삭과 붉은 개양귀비가 진주처럼 아롱진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21

클로드 모네 거리에 도착했다. 분홍색 접시꽃과 주황색 붓꽃이 석조 현관 앞 아스팔트를 개밀처럼 억척스레 뚫고 올라왔다.지베르니라서 가능한 풍경이다. -35

 

소설의 초반부터 지베르니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곧 모네의 정원과 수련, 일본식 다리를 지나는 앱트 강의 개울가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정적으로 고요하게 반짝이던 풍경은 서서히 일그러져 간다.

짙은 옷을 입은 노파인 "나"는 셴비에르 방앗간 의 망루에 올라 그 장면을 바라본다. 방앗간 건물 한가운데 서 있는 노르망디식 탑의 5층은 "나"의 동굴이며 빛이 닿지 않는 캄캄한 구석의 벽에 노파의 <수련> 그림이 걸려 있다. 검은색으로 뒤덮인.

애도의 꽃. 절대 완성되지 말았어야 할 슬픈 애도의 꽃.

 

지베르니 마을의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이 마을에 사는 것을 숨막혀 하는 세 여자가 있다.

셴비에르 방앗간에 사는 84살의 심술쟁이 노파인 "나",36살의  거짓말쟁이 스테파니 뒤팽, 11살의 이기주의자 파네트 모렐.

살인자를 뒤쫓아야 할 형사가 용의자로 스테파니 뒤팽의 남편을 지목했지만 형사는 스테파니의 아름다움에 매혹당해 잠시 판단력을 상실한다.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11살의 파네트는 앞의 살인사건과 연관하여 발견된 단서로 보건대 아마도 위험에 처해 있는 듯하다. 그 단서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열한 살 생일을 축하해.

우리는 꿈이라는 죄 만들었지.

 

세 명의 여인을 중심으로 각각 세 갈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무래도 어떤 연관이 있지 싶건만 도무지 그 연관성을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2010년 5월, 심술궂은 노파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모호하지만 스테파니와 파네트의 삶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앱트 강 개울가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람은 안과 의사로 이름을 떨쳤던 제롬 모르발이었는데, 사건을 수사하던 로랑스는 26년 전 이와 똑같은 형태로 알베르 로잘바라는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두 사건의 연결 고리는 무엇이며,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글귀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모네 사후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수런거리던 분위기에 휩쓸려 미술관과 미술품 거래상을 샅샅이 훑으며 살해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던 수사관들은 과연 사건을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아름다운 수련의 마을 지베르니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모네의 유령이 시간을 거슬러 세 여인의 삶을 검게 물들이는 과정이 유려한 필치로 이어진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빛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모네의 수련 연작들의 변화 과정이 이 한 편의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만 같다.

수련 연못만 그려대다가 점차 배경을 지워나간 모네. 일본식 다리, 버들가지, 하늘...이런 것들을 지우고 오로지 꽃잎, 물, 빛에만 집중한 모네는 정화의 진수를 남긴다. 죽기 몇 달 전에 그린 그림들은 잭슨 폴락 등 오늘날 현대 추상화가들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죽기 전 마지막 몇 달 동안 그린 미완의 <수련>에도 모든 색의 결여이자 모든 색의 혼융인 검은 색만은 빼고 그렸다는데...자신의 죽음을 알아챈 그는 그 죽음을 불멸의 그림 <검은 수련>으로 남겼다고 했다. 전설과도 같은 그 이야기가 아마도 이 소설의 뼈대가 되지 않았을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 기를 쓰고 줄다리기를 하며 읽었건만, 어딘가에 분명히 속임수가 있을 것이야, 하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결국은 완벽한 플롯에 패하고 말았다.

심술궂은 노파처럼 진실을 등뒤에 숨기고 결코 손안의 패를 보여주지 않는 작가를 대상으로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마지막에 독자가 할 일은 이 황홀한 미스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되돌려보기 하는 일.

지베르니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마법을 부려 독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고전의 향취를 흠뻑 머금은 아름다운 미스터리라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기에 아깝지 않은 이야기여서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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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이름으로 나를 용서하세요..테스 인가요?..^^ (인용대사가...테스에서..온듯하여)

남희돌이 2015-03-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지러운 이야기가 사실은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 테스의 비극과 닮았다면 닮았달까요~미스터리인 점은 확연히 다르군요.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3월에 쓰는 2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마음을 그리다 -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

김혜정 (지은이) | 북폴리오 | 2015년 2월

 

일러스트레이터 김혜정의 섬세한 연필 드로잉으로 꼭꼭 눌러 담은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에 관한 감성 그림 에세이.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문화 잡지 '오보이!'에 3년 동안 연재했던 그림들에 4마리의 동물 친구들과 동거하는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그림을 함께 덧붙인 것이다.

 

동물을 바라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행복이 차오른다.

인간사 뭐 그게 그거고, 많이 힘들 것은 없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웃음짓게 되는 "행복의 묘약"같은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이라곤 지금 현재 고슴도치가 다이지만, 대화가 통하고 마음이 오가는 동물들과의 한때가 담긴 그림이라면 이심전심 그 마음이 내게도 전해질 것 같다.

아~ 귀요미.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 (지은이) | 예담 | 2015년 2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림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다.

귀가 큰 토끼는 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소리들을 듣고 소녀에게 전해 줄까.

요런 감성 에세이들이 봄바람에 부풀어 오른 마음을 자극한다.

 

 

 

 

소설, 때때로 맑음 1 - 이재룡 비평에세이 ㅣ 소설, 때때로 맑음 1

이재룡 (지은이) | 현대문학 | 2015년 2월

 

 

날카로운 분석력과 통찰력, 지성미 넘치는 문체로 문학평론가이자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이재룡 교수가 <꿀벌의 언어>에 이어 두 번째 에세이집 <소설, 때때로 맑음 1>을 선보인다

 

비평 에세이는 처음인 걸~~

이재룡 교수도 처음인 걸~

그렇지만 표지의 에펠탑이 너무도 사랑스럽지 않아?

내게는 많이 부족한 "비평정신"이란 거.

이 책에서 발견하고 할 수 있다면 좀 배워도 보고 싶어지네..

 

술 먹는 책방 - 동네서점 북바이북 이야기

김진양 (지은이) | 나무,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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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서점이 모두 사라지는 가혹한 현실에서, 동네 작은 서점이 살아 돌아왔다.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혼자여도 배고파도 졸려도 찾아갈 수 있는, 술 먹는 책방. 평범한 직장인에서 서점주인장이 되기까지 좌충우돌 서점분투기를 담은 책이다.

 

 

동네 서점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정겹고 재미있다.

심지어 "술 먹는 책방"이라니.

모든 이들의 워너비 아닌가.

^^

술 마시면 책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의문이지만..^^

마음을 술로 비우고 책을 들여다 본다는 뜻인가.

어쩐 일인지 비 오는 날, 꼭 들러 보고 싶어지는 책방이다.

 

 

    

 

 

 

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은이), 김진준, 김한영 (옮긴이) | 문학동네 | 2015년 2월

 

 

살만 루슈디, 그 소설 같은 삶의 기록을 담은 자서전. 20세기 문학사상 가장 위험한 책이 돼버린 <악마의 시>의 집필 계기와 작품을 둘러싼 논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13년의 기록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천부적인 이야기꾼 살만 루슈디.

그의 작품을 하나라도 완독하지 않고서는 그를 논할 수 없겠지만 매혹적인 이야기를 서술할 줄 아는 그의 자서전을 먼저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를 알고 나서 다시 그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이 올해 목표.

꽤 두툼한 책일 듯한데...

소설 같은 삶을 산 작가이니 금세 읽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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