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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쓰는 4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1. 

 

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은이), 조동섭 (옮긴이) | 밝은세상 | 2015년 4월

 

저자가 살아오는 동안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돌이켜보며 우리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위기와 동행할 수밖에 없으며 본질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한 다음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7가지 빅 퀘스천을 던지고 나름 해답을 제시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책 또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라네~

신선하다.

7가지 빅 퀘스천에 꼽힌 질문들은 무엇이고 어떤 해답이 제시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2.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은이) | 교유서가 | 2015년 4월

 

소설가 한창훈의 글쓰기가 어디에서 출항하여 어디에 닻을 내리는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한창훈 문학의 시원인 거문도와 여수, 부산 등지에서 작가가 고락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친척들, 그리고 선후배 문인들과의 진하고 짠한 추억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한창훈의 글쓰기 비법을 품고 있는 책이라는데,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바다처럼, 산처럼 깊고도 높게 품고 있던 마음을 풀어내는 책.

생생한 추억이 글이 되는 책.

나는 왜 못 쓰는가...ㅠㅠ

 

 

3.

마르케스 - 가보의 마법 같은 삶과 백년 동안의 고독 ㅣ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6

오스카르 판토하 (지은이), 미겔 부스토스, 펠리페 카마르고 로하스, 타티아나 코르도바 (그림), 유 아가다 (옮긴이) | 푸른지식 | 2015년 4월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노벨상 수상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일대기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그래픽 평전이다. 마르케스의 환상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듯한 생생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름만은 아주 많이 들어본 유명한 작가인데, 정작 부끄럽게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평전이라도 읽어둘까 하는데..고맙게도 그래픽 노블이다.

아주 나에게 딱~ 인 책 아닌가.

^^

 

 

 

 4. 

 

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지은이), 윤석영 (옮긴이) | 박하 | 2015년 4월

 

철조망 사이로 비치는 5,200미터 높이의 산을 등정하겠다며 본인들 손으로 장비를 제작하고 식량을 모아 포로수용소를 탈출한 후 온갖 고생 끝에 봉우리에 올랐다가 다시 수용소로 돌아온 전쟁 포로들. 이 책은 한 남자의 순결한 영혼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온몸과 정신을 바쳤던 열정의 기록이다.

 

 

아주 소문이 짜~ 한 책이다.

미용실에서 아들 놈 머리 하느라 기다리는 동안 신문을 펼쳐 들었는데

아, 글쎄 한 면이 다 이 책의 리뷰인 것이 아닌가.

그 뒤로 눈길 두는 곳마다 이 책, 이 책, 이 책이라...

이건 꼭 읽어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 책이다.

마케팅이 살린 책!!

 

 

5.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 황경신의 한뼘노트

황경신 (글), 이인 (그림) | 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50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이 이인 화백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펴낸 에세이집. 71편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이번 책은 황경신 작가에게는 스무 번째 책으로, 그동안 독자들이 보여준 애정 어린 꾸준한 응답에 화답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쩜~ 이런 제목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인지.

사랑스러운 제목에 한 번 반하고, 유명한 황경신 작가의 책이란 것에 두 번 반한다.

황경신을 접하기로는 아주 적당한 책인 것 같다.

아직도 그녀의 책을 읽지 않는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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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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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씌워진 굴레를 들여다 본다. [행복만을 보았다]

 

 

엄마는 속삭였지. 그럼 당연하지, 널 위해 우리 목숨도 내줄 거야.

(...)

살면서 한 번도 납치된 적이 없었고, 그래서 두 사람이 날 위해 목숨을 내준 일도 없었지.

결국 아무도 날 구해주지 않았어. -14

 

소년 앙투안은 아홉 살 때 학교에서 '린드버그 사건' (영아 유괴, 살해 사건)을 접하고 생애 첫 충격을 받게 된다. 누가 자신을 납치하면 부모님은 자신을 구해 줄 것인가?

아홉 살 아이가 충격적인 일을 접했을 때 으레 그러하듯 엄마 품을 파고들자 앙투안의 엄마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엄마는 아이를 위로하는 말을 흘렸지만 그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울려퍼진다.

앙투안은 구원받지 못했다.

 

아홉 살 아이가 화목한 가정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정도로 앙투안의 가족은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 다정한 손길이나 말을 주고받지도 않았고, 아무도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자라서 손해 사정사가 된 앙투안은 야수로 변하기 전 자신의 일을 회상할 때 인생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

 

아이를 피하지 못해 오토바이 사고를 냈지만 스스로도 다친 운전자는 개조한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기에 3만 유로 이하의 벌금 및 2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 끝장난 인생에 맞닥뜨린 운전자의 운명은 앙투안의 결단에 따라 지옥으로도, 천당으로도 갈 수 있었지만 비겁한 앙투안은 최소한의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일로 돈을 받는 사람이었기에 비겁함을 선택한다. 자신의 비겁함을 알아차리는 일에 대한 가치는 3만 유로.

 

앙투안의 쌍둥이 여동생 중 한 명이 죽었다. 12세 미만의 어린이 시체를 보존 처리하는 데 650프랑 70상팀. 장례식 이후 어머니는 아무것도 짊어질 수 없다며 가족을 두고 떠났다.

 

피팅룸에서 한눈에 반해 사랑을 나눈 뒤 결혼한 나탈리는 아트디렉터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버렸고  앙투안은 비겁한 대신 용감함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실업자가 되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어머니는 초라한 방에서 일생을 마쳤고 아버지는 암에 걸렸다. 아내가 나간 후 아이들과의 일상을 견디려 했던 앙투안의 인내심은 점점 극한에 몰리게 된다. 집에 있던 라디에이터가 터진 것을 수리하는 비용, 끝자리 떼고 700유로. 배관공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알아챈 그 순간, 앙투안의 안에서 잠자고 있던 호랑이가 깨어났다.

 

얼간이 취급 받고, 개처럼 쫓겨나고 아무 이유 없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앙투안 속에 잠자던 괴물은 자신의 딸, 조세핀을 총으로 쏘아 버린다.

 

"왜 당신은 날 먼저 쏘았나요?"

조세핀은 아버지 앙투안에게 이 말을 묻고 싶었다.

 

앙투안은 스스로를 먼저 쏘지 않고 딸을 쏘았다. 딸의 턱은 날아갔지만 죽지는 않았으므로 앙투안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풀려난다. 그 이후 앙투안은 멕시코 서안의 휴양지로 떠나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앙투안은 앙투안의 삶을, 그의 딸 조세핀과 나머지 가족들은 또 그들만의 삶을.

 

이 소설은 하나의 가정이 처참히 붕괴되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동반 자살이라는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듯 보이지만, 다른 점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살아 있다는 점이다.

가장 끔찍한 기억을 서로 서로 간직한 채.

동반 자살로 마무리된 집안의 이야기는 거기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살아 있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아픈 기억이 새겨지기 때문이다.

아버지 앙투안, 딸 조세핀.

그들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전쟁들, 기름이 들끓는 지옥불과도 같은 고통을 수반한 그 전쟁들이 너무나도 아프게 그려진다.

아프게 그려진다고 느끼는 이유는, 작가가 그려내는 그 사고 이후 그들의 일상이 생생하고 세밀하기 때문이다.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소한 갈등들은 상처를 만들었다. 상처는 서서히 곪아서 드디어 터져 버렸다. 터져 버린 자리는 언젠가는 아물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앙투안의 삶을 읽으면 어느새 내게 씌워진 굴레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된다.

정신과 상담의 형식을 빌어 진행되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속마음이 하나씩 드러날 때면, 낱말 하나 하나를 파내서 내 주머니 속에 털어넣어 버리고 싶어진다.

"바로 그거야. 내가 느꼈던 감정이 바로 그거라고."라며 금세 주먹을 부르쥐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며 자라고, 아들의 자식들은 또 그들의 부모에게 이를 갈고...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흔한 운명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계기는 누가 만들어야 하는 걸까.

내 스스로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묻고 또 물어보았다.

 

이 소설의 마지막이 선사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하나의 대답이 되어 주었다.

이해와 공감의 따스한 눈물로 감사함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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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0~2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3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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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까르르 까르르~ 이렇게 놀아줬어야지. [장유경의 아이놀이백과]

 

 

 

아이들은 4세 이전의 기억을 못한다고 한다.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

하지만 기억을 못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일어나는 발달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니 부모는 부지런히 발달 시기에 맞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교의 중요성 못지 않게 아이가 태어난 이후, 발달에 관한 모든 것은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책의 저자 장유경은 아동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실생활에 접목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정작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그녀.

수많은 초보 엄마들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제대로 짚어주는 책을 만나 반갑다.

 

'아이에게 놀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내 아이 키우던 때를 자꾸만  회상하게 된다.

나는 온몸으로 놀아주는 엄마였던가?

그 때에는 밤낮으로 울어대는 아이, 항상 보채는 것만 같던 아이, 집안일도 힘든데 육아까지 하려니 이중 삼중의 고충이 더해져 항상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첫 아이 때는 누구의 충고를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닥치는 대로 하루하루 넘기는 것이 중요했을 뿐.

육아 서적을 참고해도 책은 책, 실제 부딪치는 내 생활은 현실.

월령에 맞게 놀아주는 일조차 머릿속에 입력만 되어 있었지 실제로 해줄라 치면 너무나 준비할 게 많아서 당장 해야 할 의욕이 생기질 않는 것이었다.

맨몸으로 아이랑 놀아주되,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들.

겨우 생각해 낸 것이랬자, 떴다 떴다 비행기 놀이라든지 종이 찢기 정도가 다였을 것이다.

책 읽어주기는 좀 열의를 가지고 진행하긴 했었던 것도 같다.

 

첫 아이든 둘째든 갓 태어난 아이를 맞이할 엄마들이라면 보다 실생활에 잘 활용할 수 있는 이 책을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는 각 발달 시기별로 아이들의 발달에 적합한 놀이들이 실려 있다.

각 챕터의 끝에는 <장 박사의 Q&A 고민상담소>

 

<발달 키워드>

 

등의 코너가 있어 초보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정작 아이들을 다 키운 내가 보기에 흥미로운 것은 

놀이 중간중간에 들어 있는 <발달 이야기>였다.

각 시기의 아기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들, 시사적인 주제들이 소개되었는데 이를 통해 현재의 우리 아이에게도 미루어 적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린 시절 양손을 쓰는 것을 보고 분명 천재라고 기뻐했던 둘째 놈은 이제 오른손 잡이로 판명되어 실망을 금치 못했었는데...

아기들은 2-3세가 되기 전까지는 모두 양손을 잘 사용하며 그 이후부터 어느 손잡이인지 결정된다고 한다. 내 아들은...그저 평범했을 뿐이었다!!

책을 읽어줄 때 대화식 책 읽기가 어휘 발달을 돕는다는 부분에서는 씨익~ 웃음이 절로 났다.

나름, 재미있게 책 읽어주려 다양한 기법들을 많이 사용했던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에 간만에 엄마 역할 제대로 한 것 같아서다.

스마트폰 시대인 요즘 아기들 앞에 총천연색의 움직이는 화면을 들이대주는 부모들에게 따끔한 소리도 있다. 3세 이전에 '세서미 스트리트'를 본 아동들의 언어 발달이 더 느렸고, 아기용 비디오가 아기들의 발달에 해를 준다는 주장에 따라 월트 다즈니사는 '베이비 아인슈타인' 비디오에 대해 환불을 실시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그 외에도 남녀 장난감의 선호도가 다른 것은 후천적인 교육보다 성 호르몬과 관계가 있으며 진화적으로 프로그램화 된 것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칭찬 방법이 아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어린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에게도 통하는 내용이라서 꽤 신경 써서 읽은 부분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놀이의 중요성을 깨달은 엄마라면 다양한 놀이의 방법들을 이 책을 통해서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중간 중간의 팁들 또한 유용하니 엄마 공부라 생각하고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까르르 까르르~ 집안에서 아이와 엄마, 아빠의 웃음 소리가 떠날 날이 없으면 행복한 육아 중인 걸로...

진작에 이렇게 놀아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지만 먼 훗날~~ 내 손자들을 키울 때 당당하게 써먹어야겠다. (이건 너~ 무 먼 훗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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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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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인생의 조감도 [조지프 앤턴]

 

"종교와 문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더 타임스

 

밋밋한 인생이라면 자서전에 굳이 새겨넣을 필요는 없으리라.

살만 루슈디라는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인상 깊은 삶을 거쳐 왔던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조감"하는 형식으로 남겼다.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나"로 서술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서전은 한 편의 거대 서사를 읽는 느낌을 선사한다.

루슈디의 인생을 녹여낸 이 자서전은 쓰고도 걸쭉한 진액 한 사발을 마신 듯한 뒷맛을 남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대한 비판 등을 신랄한 말투로 여과 없이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피렌체의 여마법사]를 읽으며 알게 되었는데, 역사를 자유자재로 부리면서 환상적인 이야기를 지어내는, 천상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천일야화] 같은 동양의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 때문인지 루슈디는 이야기에 제대로 생명을 불어넣고 그 대가로 생명을 얻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고, 그 결과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소설가 반열에 들게 된 것이다. 진정한 이슬람학자이면서도 신앙심은 전혀 없었다는 그의 아버지는 이슬람 문자주의에 반기를 든 합리주의적 논증의 선봉에 섰던 이븐루시드를 존경하여 "루슈디"라는 성을 스스로 지어 가졌다.

 

무덤에 계신 아버지가 물려준 깃발, 이븐루시드의 깃발 아래서 그는 기꺼이 싸울 각오를 다졌다. 이 깃발은 지성과 논증과 분석과 진보를, 신학의 굴레를 벗어난 철학과 배움의 자유를, 인간의 이성을, 그리고 맹목적 신앙이나 순종이나 수용이나 정체에 대한 저항을 상징했다. -41

 

 

조지프 앤턴과 살만 루슈디는 동일 인물인데 어찌하여 그의 인생에는 이 두 개의 이름이 교차하는가.

‘조지프 앤턴’은 루슈디가 도피생활을 시작하며 지은 가명이다. 존경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루슈디는 작품을 발표하거나 기고할 때는 여전히 ‘루슈디’였지만 은신처에서 신분을 감추고 지낼 때는 ‘앤턴 씨’ 또는 ‘조’로 불리는 이중생활을 했다.

 

2002년 ‘조지프 앤턴’에서 ‘살만 루슈디’로 돌아온 작가는 한동안 [악마의 시]라는 한 편의 소설이 부른 그 엄청난 사건을 극화하려는 상업적 시도에 끊임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영국 정부의 신변보호를 받은 기간 10년. 10년의 침묵 끝에 회고록 『조지프 앤턴』을 발표했다.

 

루슈디는 1947년 인도의 뭄바이에서 태어났지만 14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중학교를 다니게 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 과정에서 가족은 파키스탄에 정착하였지만 마음은 인도에 등을 돌리지 못하는 심리적 무국적 상태를 겪는다. 깊은 외로움, 슬픔의 학창 시절을 거치는 동안 젊고 고집 센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킹스 칼리지를 졸업하고 방송국, 광고회사 등에서 일했다. 28세에 [그리머스]라는 첫 소설을 낸 루슈디는 [한밤의 아이들]로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 오브 부커스'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쭉쭉 뻗어나가던 그는 무신론자를 자처했지만 자꾸 신앙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주제에 천착한 그는 [악마의 시]를 내놓았고, 이 작품으로 인해 이슬람 세계로부터 '종교모독'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이란 정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호메이니 사망 후에야 사면을 받았다.

 

자유로운 창작의 전제 조건은 자유롭다는 믿음이다.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작품을 진정성의 산물로 인정해주리라는 믿음이다.-161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루슈디'라는 성에 기대어 용기를 한껏 끌어올린 그는 칩거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창작활동을 했다.

스스로는 "하찮은 싸움"이라 명명했지만 문학의 세계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하는 작가에게 닥친 "억압"이라는 시련은 절대 "하찮은 "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루슈디의 가족, 학창시절, 작가로서의 삶,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랑, 등 인간 살만 루슈디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자서전을 읽으며 모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한 사람을 만났다.

종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역사적 사건의 하나로 본다는 것이 가능한 시기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살만 루슈디가 스스로 감옥 같은 삶을 이어가면서까지 지켜낸 "항거" 하나로 작은 초석이 놓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정치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늘 원칙에 따른 주장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정작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은 닫힌 문 너머였고 그곳에서 원칙이 정책에 반영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힘겨운 싸움이었다.  개인으로서도 작가로서도 더 자유로운 삶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으니 더욱더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전선에서 동시에 치러야 하는 싸움이었다. -451

 

홀로 힘겨운 싸움을 치러낸 그는 드디어 입을 열었고, 우리는 지금 그가 얘기하는 "싸움"의 진상을 읽어내는 중이다.

살만 루슈디가 조감해낸 그의 문학, 그의 인생을 읽는 동안 우리의 자세는 바뀌게 될 것이다.

남의 것인 양, 저만치 높은 위에서 내려다 보다가 한 층, 또 한 층 내려오게 되고 결국에는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끈적끈적한 진창같은 우리의 현실을 느끼고 어서 빨리 이 늪에서 빠져나오게 되기를 고대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유" 그 하나를 향한 갈망은 루슈디와 같이 호흡하는 동안 곧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은 우리를 성나게 한 자들의 노예가 되는 일, 그들에게 너무 큰 권력을 쥐여주는 일이다. 분노는 이성을 무너뜨린다. 광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성을 굳건히 지켜야 하는 시기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고 인간의 권리와 윤리와 자유의 보편성을 믿기로 했다. -80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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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안 괜찮은 날 위로가 되는 베니 [그래도 괜찮은 하루]

 

 

 

소리를 잃고 빛을 잃어도 나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어!

"앞으로 더 잘 부탁해"

 

안 그래도 잔인한 달 4월에

작년 세월호의 기억까지 더해져

노란 색만 보아도 왠지 울컥 해지는데..

노란 표지의 어여쁜 책이 "잘 부탁해" 하고 말하고 있다.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구작가.

노란 색에 둘러 싸여 있으니 더욱 흰 빛이 두드러지는 토끼 "베니".

구작과와 베니는 동격이라고 보아도 상관없겠지.

 

 

 

그림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애써 용감한 척 하는 모습이 더욱 보듬어 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녀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지만 겨우 용기를 내어 자기 대신 잘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베니"라는 귀가 큰 토끼 캐릭터를 창조했다.

적은 보수를 받으며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일하는 동안 지쳐갔던 그녀는 <다 귀찮아>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이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마음 가득 따뜻한 빨간 하트로 채운 그녀는 그림으로 나눔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곧 그녀에게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이 찾아왔고 그녀는 이제 실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세상이 잿빛으로 변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그저 놓아버리고 싶을 것도 같은데.

구작가는 필리핀 선교 프로그램을 떠나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아이를 만나 그림 한 장을 그려줬다고 한다.

밥도 먹지 않고 한참을 보더니 소중하게 자신의 품에 그림을 감싸안던 소년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마음에 가득했던 빨간 덩어리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나.

 

가슴 가득한 울분과 세상에 대한 원망. 부글부글 끓어서 그 무엇으로도 끌 수 없을 것만 같은 분노를 기적같이 승화시켰다.

자신의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잡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그녀는 웃으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

봉숭아 물들이기

나의 목소리 녹음하기

볼로냐 동화상에 도전하기

등등...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므로.

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다지도 슬픈 일인지.

 

 

 

소리를 잃고 시각을 잃어도

냄새는 맡을 수 있잖아요.

아직 기분 좋은 향기가 남아 있어요. -258

 

꽃에 파묻힌 베니는 아직 향기가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지닌 것에 감사할 줄 알았던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버킷 리스트 따위 쓸 날은 눈송이처럼 많이도 남았다고 뒤로 미루기만 한 건 아닌가.

무지개가 끝나는 곳 그 너머에 묻혀 있을 행복의 단지를 꿈꾸며 "행복"해지고 싶다고 중얼거리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라도 기분이 안 괜찮은 날.

이 말 한 마디를 곱씹어 보련다.

"앞으로 더 잘 부탁해."

기적같은 하루 하루를 거미줄 잣듯이 정성껏 자아내고 있는 구작가를 보며 힘을 내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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