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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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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인생의 조감도 [조지프 앤턴]

 

"종교와 문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더 타임스

 

밋밋한 인생이라면 자서전에 굳이 새겨넣을 필요는 없으리라.

살만 루슈디라는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인상 깊은 삶을 거쳐 왔던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조감"하는 형식으로 남겼다.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나"로 서술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서전은 한 편의 거대 서사를 읽는 느낌을 선사한다.

루슈디의 인생을 녹여낸 이 자서전은 쓰고도 걸쭉한 진액 한 사발을 마신 듯한 뒷맛을 남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대한 비판 등을 신랄한 말투로 여과 없이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피렌체의 여마법사]를 읽으며 알게 되었는데, 역사를 자유자재로 부리면서 환상적인 이야기를 지어내는, 천상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천일야화] 같은 동양의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 때문인지 루슈디는 이야기에 제대로 생명을 불어넣고 그 대가로 생명을 얻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고, 그 결과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소설가 반열에 들게 된 것이다. 진정한 이슬람학자이면서도 신앙심은 전혀 없었다는 그의 아버지는 이슬람 문자주의에 반기를 든 합리주의적 논증의 선봉에 섰던 이븐루시드를 존경하여 "루슈디"라는 성을 스스로 지어 가졌다.

 

무덤에 계신 아버지가 물려준 깃발, 이븐루시드의 깃발 아래서 그는 기꺼이 싸울 각오를 다졌다. 이 깃발은 지성과 논증과 분석과 진보를, 신학의 굴레를 벗어난 철학과 배움의 자유를, 인간의 이성을, 그리고 맹목적 신앙이나 순종이나 수용이나 정체에 대한 저항을 상징했다. -41

 

 

조지프 앤턴과 살만 루슈디는 동일 인물인데 어찌하여 그의 인생에는 이 두 개의 이름이 교차하는가.

‘조지프 앤턴’은 루슈디가 도피생활을 시작하며 지은 가명이다. 존경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루슈디는 작품을 발표하거나 기고할 때는 여전히 ‘루슈디’였지만 은신처에서 신분을 감추고 지낼 때는 ‘앤턴 씨’ 또는 ‘조’로 불리는 이중생활을 했다.

 

2002년 ‘조지프 앤턴’에서 ‘살만 루슈디’로 돌아온 작가는 한동안 [악마의 시]라는 한 편의 소설이 부른 그 엄청난 사건을 극화하려는 상업적 시도에 끊임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영국 정부의 신변보호를 받은 기간 10년. 10년의 침묵 끝에 회고록 『조지프 앤턴』을 발표했다.

 

루슈디는 1947년 인도의 뭄바이에서 태어났지만 14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중학교를 다니게 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 과정에서 가족은 파키스탄에 정착하였지만 마음은 인도에 등을 돌리지 못하는 심리적 무국적 상태를 겪는다. 깊은 외로움, 슬픔의 학창 시절을 거치는 동안 젊고 고집 센 청년으로 성장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킹스 칼리지를 졸업하고 방송국, 광고회사 등에서 일했다. 28세에 [그리머스]라는 첫 소설을 낸 루슈디는 [한밤의 아이들]로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 오브 부커스'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쭉쭉 뻗어나가던 그는 무신론자를 자처했지만 자꾸 신앙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주제에 천착한 그는 [악마의 시]를 내놓았고, 이 작품으로 인해 이슬람 세계로부터 '종교모독'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이란 정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호메이니 사망 후에야 사면을 받았다.

 

자유로운 창작의 전제 조건은 자유롭다는 믿음이다.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작품을 진정성의 산물로 인정해주리라는 믿음이다.-161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루슈디'라는 성에 기대어 용기를 한껏 끌어올린 그는 칩거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창작활동을 했다.

스스로는 "하찮은 싸움"이라 명명했지만 문학의 세계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하는 작가에게 닥친 "억압"이라는 시련은 절대 "하찮은 "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루슈디의 가족, 학창시절, 작가로서의 삶,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랑, 등 인간 살만 루슈디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자서전을 읽으며 모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한 사람을 만났다.

종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역사적 사건의 하나로 본다는 것이 가능한 시기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살만 루슈디가 스스로 감옥 같은 삶을 이어가면서까지 지켜낸 "항거" 하나로 작은 초석이 놓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정치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늘 원칙에 따른 주장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정작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은 닫힌 문 너머였고 그곳에서 원칙이 정책에 반영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힘겨운 싸움이었다.  개인으로서도 작가로서도 더 자유로운 삶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으니 더욱더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전선에서 동시에 치러야 하는 싸움이었다. -451

 

홀로 힘겨운 싸움을 치러낸 그는 드디어 입을 열었고, 우리는 지금 그가 얘기하는 "싸움"의 진상을 읽어내는 중이다.

살만 루슈디가 조감해낸 그의 문학, 그의 인생을 읽는 동안 우리의 자세는 바뀌게 될 것이다.

남의 것인 양, 저만치 높은 위에서 내려다 보다가 한 층, 또 한 층 내려오게 되고 결국에는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끈적끈적한 진창같은 우리의 현실을 느끼고 어서 빨리 이 늪에서 빠져나오게 되기를 고대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유" 그 하나를 향한 갈망은 루슈디와 같이 호흡하는 동안 곧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은 우리를 성나게 한 자들의 노예가 되는 일, 그들에게 너무 큰 권력을 쥐여주는 일이다. 분노는 이성을 무너뜨린다. 광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성을 굳건히 지켜야 하는 시기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고 인간의 권리와 윤리와 자유의 보편성을 믿기로 했다. -80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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