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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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하러 온 자, 스나이퍼 [산 자와 죽은 자]

 

얼마 전, 고3 수험생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간 이식을 해 주고 그 해 수능은 포기했지만, 다음해에 도전하여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는 뉴스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두들, 착한 일도 하고 공부도 잘 하는 아들을 둔 그 아버지를 부러워했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도 해 주었다.

부모 자식간, 친족간에라도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좋은 일이고,다행인 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기가 십상이다.

영화에서 보면 장기밀매의 어두운 부분이 마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인 것 마냥 표현되기도 하며, 조선족이나 뒷골목 깡패의 생계유지가 이 일에 연루되는 것이 공식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심장을 이식해 주고 죽은 사람의 마음이 이식받은 이에게 연결되어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달달한 내용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아름답기도 혹은 추악하기도 한 장기이식.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이었으나 생명유지를 위해 오로지 과학적 견해에 의해 장기를 이식하기도 하지만 윤리, 도의상 정착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더군다나 장기이식이 기부자 또는 환자의 확실한 기부의사가 있은 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면...위독한 환자를 둔 부모와 병원의사간 모종의 암약에 의해 돈거래가 개입된다면...이것은 하나의 "사건"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거기다 장기이식에 임하는 의사의 관념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과는 무한대로 동떨어진 곳에 있다면...그것이야말로 후덜덜한 일이 아닐 것인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산 자와 죽은 자]는 환자의 생명 유지에 있어서는 밝고 희망적으로만 보이던'장기이식'의 또다른 면을 가감없이 해부한다.

자, 보아라. 이것이 장기이식의 진짜 모습이고 현주소다!

남의 일이어서, 내게 닥친 일이 아니어서 장기기부나 이식에 대해 다소 동떨어진 위치에서 바라보는 위치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사회의 섬뜩한 이면을 살짝 엿보게 된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든다.

 

 

"베니는 전혀 죽은 것 같지 않았거든요. 베니가 깨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날 구워삶았어요. (...)

그 사람들은 1분 1초가 급하다면서 지칠 줄 모르고 졸라댔습니다. 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결국 동의하고 말았습니다."

 "그건 더이상 우리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희멀건 껍데기에 불과했죠. 얼굴은 삐뚤빼뚤하고 눈은 꿰매어져 있고...각막까지 떼어냈더라고요."

"내 아들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수술대 위에서 죽었습니다."-368

 

스나이퍼라 불리는 사나이가 연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처음에 피해자들에게선 어떤 공통점도 발견할 수 없었으나 보덴슈타인과 피아 팀은 곧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가족을 죽임으로써 복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번째 희생자는 키르스텐 슈타틀러가 쓰러져 있을 때 도와주지 않은 이웃 여자의 어머니, 그리고 곧이어 술기운이 남은 채 구급차 운전을 하다가 키르스텐 슈타틀러를 태운 채 도랑에 빠진 남자의 아내가 죽었고, 수술에 관여한 루돌프 교수의 부인, 심장을 이식받은 프리드리히 게르케의 아들, 장기이식 상담자의 남편이 차례차례 죽었다.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의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스나이퍼"는 제대로 복수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걸까?

경찰은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아들 에릭, 딸 헬렌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아들 에릭은 알리바이가 있었고, 딸 헬렌은 자살했다. 신문 과정에서 슈타틀러 가족이 아내와 어머니를 잃은 후 얼마나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는지도 드러나,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덧씌워진 트라우마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잘 알게 된다.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사후, 장피모에 가입한 식구들은 장피모 활동에 열중했다는데, 장피모 회장인 마르크 톰슨은 국경경찰대에 있었으며 헬렌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헬렌의 약혼자였던 옌스 우베는 전직 의사였으며 통제광이었다는 증언도 나와 이들 또한 중요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된다. 어느 모로 보나 동기는 충분히 있음직한데 이들 중 "스나이퍼"에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있는 걸까?

사건에 프로파일러와 심리학자가 개입하면서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더욱 혼란만을 느끼는데...

 

큰 불의가 발생했다. 죄 지은 자들은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그들이 무관심, 욕망, 허영, 부주의를 통해 초래한 것과 똑같은 고통을. 나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러 왔으니 죄를 짊어진 자들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217

 

심적 고통이 너무나 커서 죄지은 자들을 직접 처벌하려 나선 "스나이퍼"의 편지 부분이다.

과연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것이 통용되는 사회인가?

용인되지 않는 심판임에도 불구하고, 끝이 어딘지 조차 이미  알고 저벅저벅 걸어들어가는 스나이퍼의 뒷모습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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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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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통쾌해도 되는 걸까?[나오미와 가나코]

 

 

 

 

브래드 피트의 탄탄한 뒤태와 그랜드 캐년을 향해 뛰어드는 마지막 명장면으로 유명한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친구 사이인 두 여자가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이 되었지만...마지막 장면의 카타르시스만은 아직도 여전히 잊을 수 없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조차 결말을 어떻게 쓸지 많이 고민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저 조마조마,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말이 주문처럼 나를 옭아매서인지

정말이지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심장 쫄깃한 기분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책의 전반부는 나오미가 서술하고 후반부는 가나코가 서술해 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자연스레 두 여자의 입장을 골고루 경험하게 되면서 나오미가 되었다가, 가나코가 되었다가 하게 된다.

 

백화점 외판부에서 근무하는 나오미는 감기로 약속을 취소한 오랜 친구 가나코가 걱정되어 들렀다가 남편 다쓰로에게 폭행당한 가나코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폭행이 꽤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나 쉽게 이혼할 결심을 하지 못하는 가나코의 모습에 나오미는 아버지에게 맞고 살았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가나코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신도 개운치 않을 것이란 생각에 나오미는 우울해진다. 백화점 일 때문에 화교 리아케미를 찾아 갔다가 가나코의 남편 다쓰로와 똑같이 생긴 남자를 보게 된 나오미는 본격적으로 다쓰로 "제거" 작전을 세운다.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던 가나코도 계획을 세우고 예행연습을 하는 동안 마음을 다져먹는다.

계획부터 실행까지 완벽하게 해치운 뒤, 잠시 사태의 추이를 살피는 동안 나오미와 가나코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태평'하다.

아침에 일어나 환한 햇살을 만끽하고 독점하게 된 더블베드의 스프링과 새 시트의 냄새에 코를 파묻는 가나코의 모습 .

심지어 둘은 온천 여행을 떠나 호화로운 일본식 정식 풀코스를 즐기기도 한다.

 

이들의 마음 상태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범죄자라면 범죄라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살인을 태연히 저지르고 일상을 저렇게 즐겨도 되는 것인가?

마침, 함께 읽고 있던 책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내가 범인이 아닌 이상 완전히 그들의 상황에 동화되기는 어려웠기에 이 찜찜한 마음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이 한 구절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상과 정상으로 나눈다면, 정신상태가 가장 이상해지는 것은 실행하고 있을 때보다도 오히려 범행 직후일 거라고 생각해요. 찾아왔던 것이 완전히 떠난 후-다시 말해 죽이고 난 후

 

네-그것이 찾아온 순간은, 물론 정상은 아니겠지만 범행 중에는 의외로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고 행동하는 거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을 때-범인은 자신이 무시무시하게 비일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예요. 시체가 누워 있지요. 그리고 범인은 자신이고요. 그래서 대개 착란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 결과 범인은 후회하거나 반성하거나 자수함으로써 비일상을 일상으로 교정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길은 한 가지 더 있는데, 이것은 사회에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함으로써 일상을 되찾으려고 하는 길이에요. 요컨대 발각되지만 않으면 된다, 다시 말해 범행을 감추려고 하는 거지요. .-<망량의 상자, 상, 138

 

 과연 이들의 범죄는 완벽하게 발각되지 않게 될 것인가?

나오미와 가나코의 은폐 노력은 눈물겹게 계속되지만 가나코의 시누이가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CCTV를 확인하는 등 이들이 둘러쳐 놓은 방어막을 점차 조여오면서 사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게 변해간다.

 

어찌 보면 속 시원한 이들의 범행을 응원하는 마음이 반이었고,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또 절반의 절반, 나머지는 어떤 결말로 끝날 것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끝까지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무지무지 '달려라 달려!'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통쾌해도 되는 걸까"라는 죄의식을 심어주는 소설.

평범한 여자들의 일상에 "푹" 하고 먼지폭탄을 터뜨리고 가는 오쿠다 히데오식 하드보일드!

잔뜩 흩뿌려진 먼지를 처리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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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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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나를 찾아서... [파리 빌라]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 진득거리고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훌훌 벗어나고 싶다.

내 현재의 삶은 너무나도 평온하여 굴곡이 없지만 진득거린다거나 구질구질하다는 말만은 좀 어울리지 않나, 싶다. ^^ 

 

가볍게 툭툭 건드리는 듯한 문체의 [파리 빌라]를 읽었더니 "여행"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제목에 '파리'라는 단어가 있어서였는지, 프랑스로 떠나고 싶어졌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느 곳으로 트렁크를 끌고 가도 내 마음 속 짐들을 훌훌 벗어놓고 올 때만이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인데....

[파리 빌라]를 읽으면서 "나"라 일컬어진 주인공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미련을 벗어던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이제 그만 나를 얽어매는 속박의 정체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디로든 떠나서 정리를 해야되지 않나, 싶어

괜히 마음 속에 조바심이 생겼다.

 

하지만 잔잔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을 뿐인 이 단조로운 나의 삶에는 갈등이란 없다.

다만, 언제고 덮칠지 모르는 파도나 태풍을 기다리고 있을 뿐.

 

훗..

너무 심심한 삶이 아닌가.

 

당장 어딘가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일을 풀어야 할 당위를 느끼는 것도 아니고

이 일이 끝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이 숨막히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파리 빌라]를 읽으니 트렁크에 이것저것 쑤셔 넣고

훌쩍,,,떠나야 할것만 같다.

그랬더니 '너랑은 어울리지 않는, 전~ 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거든', 하고 사악한 악마의 속삭임이 재잘거린다.

'너는 너무 편안하잖아, 지금...'

그래서 결국, 악마의 속삭임과 타협하여 트렁크를 싸지는 않았고, 여행을 떠나려고 내게 없는 갈등을 조장하지도 않았다.

나는 나의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는 중이다.

무지 다행한 일인데, [파리 빌라]의 "나"가 떠나는 여행이 괜히 부러운 게 약이 오른단 말이다.

훌쩍 떠나 쿨내 진동하게시리 '여행자'로 행세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의 비밀을 하나 둘 담아오는 과정을 못 견디게 경험해 보고 싶어졌단 말이다.

 

 

분명 소설 속 "나"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마음이 어지러운 여자인데

이상하게도 서늘한 감정을 가진 여자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해결하려는 너무나 쿨~ 한 여자인 것 아닌가.

지지고 볶고 소리치고 할퀴고 닦달하는.

흔한 신파의 한 장면을 한순간에 너무나도 쉽게 소화해 내고는

그 이후로는 영화 속 무심한 눈빛을 가진 여자가 되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여행에 대한 기록이라는 편이 더 어울릴 것만 같은 [파리 빌라]

 

몇 몇 구절이 심금을 울리기에 적어 놓는다.

 

"있잖아, 만약에 네가 누군가에게 실연을 주었다면 아마도 그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었을 거야. 네가 당했던 실연만이 진짜 사랑이었을 거야. 이유를 불문하고 끝까지 곁을 지키지 못한 쪽은 사랑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거야."-55

 

나는 한때 진짜 삶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 적이 있었다.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했던 여인들, 혹은 되기 싫었으나 내 안에 자리잡았던 여인들, 그들은 밤이면 한꺼번에 다가와 입을 벌려 욕망을 드러내곤는 아침이면 다시 내 안의 깊숙한 곳 어딘가로 도망쳤다.-82

 

나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바랄 뿐이다. 부디 나의 삶에 사랑이 넘치기를.-193

 

[파리 빌라]에 부제를 붙인다면,

여행을 떠나요, 나를 찾아서...

라고 하고 싶다.

 

깔끔하고 단정한 글들의 여백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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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6월에 쓰는 5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벌써 6월이다.

한 것도 없이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5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들은 어떤 것이 있나.

습관처럼 둘러 본다.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글을 써 낸 이들이 이렇게 많구나.

 

 

돌풍과 소강

장 자크 상뻬 (지은이), 이원희 (옮긴이) | 열린책들 | 2015년 5월

 

 

그림 한 장과 촌철살인의 한 마디만으로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프랑스의 천재 그림 작가 장 자끄 상뻬의 화집이다. 99점의 그림이 들어 있으며, 인간이 사건과 맞닥뜨렸을 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의 동요와 그 직후의 평안을 그려 낸다.

 

 

상뻬의 그림은 언제 봐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그림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 테지..

 

 

 

 

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은이) | 교유서가 | 2015년 5월

 

 

소설가 손홍규가 지난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이다. 당시에 썼던 180여 편의 글 중에서 138편을 가려 엮었다.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우직하고 따뜻한 애정,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진실한 주장을...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배워 보고 싶다. 그저 지나쳐 버릴 뿐인 세상사에 어떻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는지, 글쓰는 사람들은 무엇이 특별한지...알아내고 싶다.  

    

 

 

당신의 사물들 -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김행숙, 문정희, 성미정, 신현림, 정끝별, 최문자, 허수경, 조용미, 김소연, 김경후, 김해자, 이수명, 김수우, 이규리, 김민정, 이성미, 유형진, 김이듬, 박서영, 이근화, 함순례, 하재연, 이용임, 이혜미, 박연준, 권선희, 이은규, 천수호, 강성은, 김지녀, 조민, 손미, 주하림, 김선재, 정한아, 박경희, 김은경, 황혜경, 백은선, 유현아, 임승유, 임유리, 권민경, 배수연, 안미옥, 안희연, 석지연, 장수진, 김소형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5년 5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여자 시인 49명이 마음이 닿은 사물에 대해 쓴 산문집. 각자가 편애하는 '사물'의 안과 밖을 서성이며 그 안에 고여 있는 말을 꺼내어 사물과 마주했던 사소하지만 각별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들이 말을 꺼내는 방식은 조금은 특별하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이란 부제 때문에  못 견디게 궁금해진다. 시인들의 감각이란 무엇이 어떻단 말이지?

 

 

 

 

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지은이), 박명숙 (옮긴이) | 문학동네 | 2015년 5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레딩 감옥에서 동성의 연인 앨프리드 더글러스(1870~1945)에게 쓴 편지다. 와일드의 전기를 쓴 비평가 리처드 엘먼은 이 글을 가리켜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하고 긴 러브레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른 것 없다. 그냥 호기심이다. 미소년의 인상을 풍기는 오스카 와일드의 러브레터 속 글들에 대한 호기심.

후훗~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 권정생 (지은이) | 양철북 | 2015년 5월

 

1973년 1월, 이오덕은 권정생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에는 삶과 만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약값, 연탄값 걱정부터 읽고 있는 책 이야기, 혼자 잠 못 드는 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고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깨에 잔뜩 들었던 힘을 다시 빼게 만드는 그 이름, 권정생.

아름다운 편지글을 읽고 내 마음에 낀 때들을 한 겹, 두 겹 벗겨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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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설레는 집 도감 -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공간 배치 아이디어 123 집도감 마음이 설레는 집 도감 시리즈 1
X-Knowledge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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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고 싶은 집 찾기 [마음이 설레는 집 도감]

 

 

 

내 손바닥을 쫙 펼치면 가로 세로 쭉 다 닿는 크기의 책인데 꽤 두툼하다.

이 작은 책 속에 뭐가 얼마나 들어 있을까...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집들이 담겨 있다.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택해 살고는 있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나만의 집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마당이 넓은 집, 부엌이 세련된 집, 거실로 찾아오는 이들이 마음을 확 사로잡는 집..

나는 그저 한적한 시골 생활을 꿈꾸는 중년일 뿐이라 운치 있고 마당 넓은 시골집 정도의 아웃라인만 잡고 있을 뿐

내 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나이 더 들면 집에 대한 애착이 생겨 이것저것 '내 집'에 대한 욕심이 생길까, 막연히 바라고만 있을 뿐.

그래, 작정하고 집을 디자인해 보면 뭔가 더 끄집어낼 게 있겠지...

했지만 웬걸, 집에 대한 디자인이라면 이사 올  벽지, 씽크대 형태, 블라인드 등 그야말로 자잘한 인테리어를 골랐던 게 다일 뿐이라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그 형태가 그려지지 않았다.

아파트의 정방형이 아니라면 우선 내 집은 뾰족한 삼각 지붕이 좋을지, 아니면 사각형의 형태가 좋을지조차 구상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집 도감]을 보면 정말 꿈에도 그리던 집들이 매 장마다 펼쳐져서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총 11장으로 나누어진 콘텐츠들은 구체적으로

 

조망 좋은 방을 갖고 싶다,

자연 가까이 살고 싶다,

목재가 어우러진 집에 살고 싶다,

깔끔하게 수납하고 싶다,

주방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고 싶다,

한 집에 오래 살고 싶다,

자연친화적으로 살고 싶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적어도 11장 중 한 장 정도는 눈길이 머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우선은 주부인지라 수납에 관한 부분을 펼쳐 보았더니

삼면이 구두로 둘러싸인 슈즈룸을 디자인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우와~~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계단실의 벽면 수납장이 위아래 층을 연결하는 특이한 구조에서 안방과 미닫이문으로 나뉜 서재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서재는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문을 닫았을 때는 외부와 차단되어 완벽한 비밀의 방이 된다.

나, 이런 서재를 갖고 싶었던가? 자문하게 된다.

흔히들 확 트인 공간에 벽면 가득 책을 채워 놓는 서재를 꿈꾸지만 이런 아늑한 공간 또한 충분히 탐낼 만한 서재가 된다.

 

 

제목이 [집 도감]이니만큼 사진과 평면도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인기 건축가들의 집짓기 노하우를 소개한 도감이라고 한다.

총 123 곳 주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공간 배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어느 곳을 펼쳐도 당장 내 집을 만들 때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공간 배치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볼 때마다 혀를 빼물고 황홀경에 빠져 든다.

작지만 강한 책이라고 할까.

 

 

 

 

 

설계에 앞서 건축주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족의 생활 방식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공간을 구분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은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아이들이 좀 더 크고 스스로의 미래를 계획할 때쯤이 되면 서서히 우리 가족이 원하는 공간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유형의 삶을 선택할지에 따라 공간이 달라지는 것이니만큼, 우리 가족을 좀 더 자세히 알아내는 것이 당면한 큰 과제라 하겠다.

지금 당장 멋진 집들을 보고 "와~ 멋있다."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게, 이 주택들의 장점을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언젠가는 활용해 볼 생각이다.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갈 때, 남편과 내가 꿈꾸는 최소한의 공간에 대한 꿈은 이렇다.

한옥을 기반으로 하여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힌 작고 심플한 공간.

이제 차근차근 그 겉과 안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매일매일 설계해 보고 인테리어 해보는 재미가 생길 것 같다.

이 책에서 얻게 된 공간 배치 포인트는 거기에 "놀라운 점" 하나를 덧붙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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