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던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9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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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령이 휘두르는 세발작살과의 대결 [트라이던트] 

 

 

 

프레드 바르가스의 작품은 '성난 군대'의 전설을 모티프로 쓴 [죽은 자의 심판]으로 먼저 접했는데, 이야기의 시기상 [트라이던트]가 앞선다.

[파란 동그라미의 사나이]가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고, [트라이던트]는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바르가스는 소설을 쓸 때 제목을 정하지 않고 먼저 집필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쓴다. 소설 머리말에 'ROMAN PLICIER(추리소설)'을 줄여서 'ROMPOL1','ROMPOL2'등으로 적기 시작하면서 '롱폴'은 믿고 읽는 프랑스 스릴러, 바르가스의 추리소설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중세 전공의 고고학자 출신으로 프랑스 국립 과학원 연구원으로 일했던 경험 덕에  중세의 전설에서부터  과학 수사 연구의 세부 내용까지를 넘나드는 믿기지 않는 조화가 가능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중후한 멋을 중화시켜주는 것은 인물들의 독특한 화법과 성격, 그리고 유머이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라도 대사 한 두마디를 나누면서 어색한 유머를 선보이고 나면 공간 안에 흐르던 답답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왠지 모르게 이 사람, 저 사람이 섞여들고 만다.

다소 장황해 보이는 문체에 익숙해지고 나면 바르가스가 자아내는 상황이 재미있어 질 것이다.

 

아담스베르그  파리 13구 강력계 책임자. 엉뚱하고 몽상가적 기질이 다분함. 상대의 긴장을 풀고 일종의 평안함 혹은 마비 상태를 가져오는 독특한 목소리를 지녔다. 애매한 직관으로 주위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지만 스스로의 믿음에 의해 사건을 해결하고야 만다. 동생과 관련한 어두운 과거의 사건을 잊지 못하며 '세발작살' 사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가 지목한 용의자 퓔장스 판사는 벌써 16년 전에 죽은 사람이다. 쉴티가임에서 어린 소녀가 칼로 세 번 찔린 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아담스베르그는 퓔장스 판사가 부활했다고 말하는데, 그를 제정신으로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그는 캐나다 퀘벡으로 출장을 갔다가 노엘라라는 여자의 살인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세발작살의 유령이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인지, 정말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주변인의 도움을 얻어 무죄를 입증하려 애쓴다. 자신이 차버린 여자 카미유가 강력계 동료 형사 당글라르가 엮이는 상황이 아주 불편하기도 하다. 그런데 카미유가 아기를...?

 

당글라르 아담스베르그가 인정하는 실력 있는 강력계 형사. 먹여 살릴 아이가 다섯이나 됨. 아담스베르그의 특별 배려로 비행기를 무서워함에도 퀘벡 출장을 가게 됨.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입 속에 문 담배 때문에 배가 터져 죽는 두꺼비 이야기 같은 해괴한 것에도 흥미를 보임. 아담스베르그로부터 삼십 년 전 동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발작살'의 실체를 듣게 됨. 독사처럼 차갑고 늙었지만 악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퓔장스 판사에게 복수하려는 아담스베르그를 멈추게 하려함.  '서장님은 정말로 얼빠진 놈입니다' 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 당글라르는 아담스베르그와 카미유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맡은 것일까...'

 

르탕쿠르 형사  아담스베르그는 르탕쿠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담스베르그의 듬직한 엄호를 맡아주는 여형사. 안마 솜씨, 이발 솜씨,곳곳에 친구를 심어두는 친화력이 뛰어남. 스스로는 거대한 덩치 덕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림자 되기를 자처하고 있지만...아담스베르그가 살인 용의자가 되었을 때 캐나다에서 프랑스로 도주하는 데 도움을 줌. 아마 [트라이던트]가 선사한 가장 재미있는 한 장면이 될 작전-욕실에서 '한 몸 되기' 라는 어마어마한 작전을 쉽게 성공시킴.

 

조제트 클레망틴과 함께 아담스베르그의 도주기간 동안 그를 보호함. 한때 부르주아로 살았으나 지금은 네트워크상에서 균등한 부의 분배를 실현 중임. 자그마하고 가냘픈 몸매에 손을 덜덜 떠는 할머니 해커.

 

상스카르티에 아담스베르크가 퀘벡 연수를 갔을 때 만난 동료. 선한 미소의 사람으로 당글라르와 협력하여 아담스베르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함. 악마의 머리카락 채집에 성공함.

 

쉴티가임의 소녀가 배에 구멍이 세 개 뚫린 채 발견되었다. 아담스베르그는 그 사건에 '세발작살 9호 사건'이라고 이름붙인다. 하지만 용의자였던 퓔장스 판사는 이미 16년 전에 죽었지 않은가? 그의 유령이 살아서 돌아다니기라도 한단 말인가? 유령처럼 벽을 넘어 모습을 드러낸 세발작살은 부활하고 만 것인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귀환을 설명하는 연결고리가 채 완성되기도 전에 아담스베르그는 살인용의자가 된다. 아담스베르그는 동료형사들에게 쫓기면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악연을 끝내야 하는데...

무시무시한 권위를 가졌지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녔던 퓔장스 판사의 집착은 아담스베르그의 끈질긴 추적 앞에서 무너져버릴 것인가. 9건의 세발작살 사건에서 끝나지 않고 14번째 희생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단서는 무엇일까. 청룡, 적룡, 백룡, 동풍, 서풍, 남풍, 북풍...상징과 어원에 관한 지적 추리가 사건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담스베르그를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상징과 어원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춘 당글라르의 도움과 스스로의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경이로웠다. 늙었지만 오랜 시간 악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유령 퓔장스 판사도 악인의 전형으로서 관심이 가지만 사실은 [트라이던트]에서 가장 집중해서 보게 되는 인물은 뭐니뭐니 해도 아담스베르그다. 아니 이번만은 "태양의 후예" 못지 않은 브로맨스를 선사하는 아담스베르그와 당글라르의 호흡에 초점을 맞춰볼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간결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사건 중간중간에 활력소가 되어준다.

평소 리뷰를 쓸 때에는 제목을 먼저 쓰고 그에 맞춰 내용을 써내려가는데, 이번엔 바르가스의 습관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쉽게 제목을 정할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 소개만으로 리뷰를 쓰려는 컨셉만 잡았을 뿐.

거기에 아담스베르그, 당글라르의 찰떡호흡을 진두지휘한 프레드 바르가스의 공을 얹어 써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역부족이다.

유령이 휘두르는 세발작살과의 대결, 흥미진진하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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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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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초콜릿처럼 부드럽게 녹아든다 [초콜릿 우체국]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해결할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고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없는 일.-95, <DOLL'S BAR > 중

 

[초콜릿 우체국]의 짧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바로 내 옆집의 사연, 너와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까닭이 밝혀지는 것만 같다.

뭐지, 이건? 하면서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마는 것은 왜일까?

분명 낯선 세상을 보는 것 같은데도 우리의 자질구레한 일상에서 겪는 일과 한쪽 끝이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감미로운 초콜릿이 혀에 닿을 때쯤엔 형체도 없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처럼 이야기의 각 장면이 품고 있는 불가해함이 사라져버린다.

초콜릿 제딴엔 아무리 단단하게 제자신을 똑바로 붙잡고 있는다 해도 입 속의 침과 열기를 당해낼 수는 없는 법이다. 황경신의 펜끝은 그렇게 날카로우면서도 짐짓 무딘 척하며 다가와 톡 쏘고 숨어버린다. 흔적도 없이.

 

[초콜릿 우체국] 속에 담긴 수많은 작은 초콜릿들은 제각기 다른 맛을 선사한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는 곰스크행 기차표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던 남자가 어쩔 수없이 현실에 발이 묶인 이야기가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남자는 일을 하고 팁을 모으며 기차표를 살 돈을 모았지만

여자는 여행가방을 풀고 옷을 옷장에 넣고, 소파를 들이고 의자와 테이블을 얻어오고 하면서 마을에 정착하려고 한다. 결국 아이를 가졌다는 여자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서 마을 학교에 눌러 앉은 남자에게 퇴직한 교장이 말한다.
"나도 곰스크로 가고 싶었다네. 결국 이 곳에서 삶을 마치게 되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을 내일들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은 곰스크로 가는 기차인가.

 

<오 분쯤 느린 시계>

원하는 날씨를 파는 여자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사월 사일 오후 네 시. 눈부시게 맑은 날만 아니었으면 합니다. 그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

이별을 예고한 남자의 주문이 남자의 아픈 추억을 건드리는 것만 같아서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이런 젠장, 역시 이별은 눈이 부신 날엔 안되는가봐. R.E.F 의 노래가사처럼 말이야.

피식. 통속적인 노래가사는 진리라며 쓴웃음 지어본다.

 

다음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계속 살아가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동화인가 싶다가도 아니, 이건 어른들의 일이야 싶은 깨달음이 매단편의 끝마다 찾아온다.

스윽, 스르륵, 감겨드는 초콜릿의 달콤함에 이끌려 [초콜릿 우체국]을 읽다 보니 인생의 다양한 맛이 밀려든다.

바람이 밀어주는 파도에 놀라 밑단 적시지 않으려고 팔딱팔딱 뛰는 명랑함이 있는가 하면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뒤에 남는 우스꽝스런 하얀 수염거품처럼 터무니없이 너털웃음 짓게 하는 실없음도 있고

먼지 쌓인 책을 더듬다  책갈피에 적힌 글 한 구절에 가슴 철렁하는 당혹스러움도 있다.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이 말처럼 한없이 긍정하고 싶어지는 기분에 빠져 하는 일 없이 씨익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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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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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보다 무서운 인간의 악의 [말벌]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책이라 빨리 읽은 것도 있지만 뒤의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서 속도를 낸 탓도 열 중 일곱은 차지한다.

[말벌]은 속도감 읽게 읽히고 뒷여운도 강하다.

 

눈 내리는 산 속의 산장에 갇힌 것은 주인공인데도 내가 오히려 숨죽이게 되고 주변의 소리에 신경 쓰게 되고 더불어 주인공의 강박적 신경증에 반응하게 된다.

이렇게 독자를 분위기에 한껏 취하게 하고 독특한 스릴감에 몸서리치게 만드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초반부터 남다른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에 즉각 반응하면서 저절로 책 속 내용에 일체감을 느낀다.

 

주인공은 안자이 도모야. 음울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소설가다.

통나무로 지은 산장에 레인지로버를 끌고 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순간적으로 여기가 어딘지 생각나지 않다가 잠시 후 상황파악이 된다.

 

목욕가운에 와인의 얼룩이 져 있는 걸 보니 어제 와인을 마셨는데,,,신작 <어둠의 여인>의 5쇄를 축하하기 위해 건배했었지. 아내 유메코가 지하실의 와인셀러에 가서 좋은 와인을 골라오겠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 어디에 간 것일까? 평소 섬세하고 강박적 성격을 지닌 아내가 가운을 아무렇게나 벗어 두고 간 것이 이상하다.

그 때 안자이의 귀를 자극하는 작은 소리들. 안자이는 즉각 신경을 곤두세우며 긴장을 한다. 벌 독 알레르기 때문에 처방을 받은 뒤 의사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호흡 곤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벌에 쏘이지 않게 주의하라고 당부한 것이 기억나서였다.

 

헬맷처럼 생긴 오렌지색 머리, 치켜 올라간 겹눈과 미간에 있는 세 개의 홑눈,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기의 냄새를 확인하듯 더듬이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229

 

아내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주변에서 노랑말벌이 날아다니는 통에 혼비백산한 주인공은 머릿속의 혼란을 정리해보려 한다. 분명 아내 유메코가 동창이라던가 하는 미사와와 바람을 피우던 중 걸리적거리는 나를 처치하려는 것이다, 평소 벌에 민감한 내 약점을 잡아 벌에 쏘여 죽은 것으로 위장하려고 산장에 벌을 둔 것이다, 차 열쇠는 사라지고 외부와 연락도 두절되었으며 도움을 줄 사람도 언제 올지 모르니 나는 여기서 죽어갈 것이다...

 

산장에 찾아와 주인공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 편집자는 지하실 계단에서 미끄러져 죽은 것 같고, 뒤이어 차를 타고 도착한 아내와 미사와는 지하실에 가두어버렸다.

자신이 아내의 계략에 빠졌다는 위험한 상상 덕에 세 사람의 목숨을 위험에 빠지게 만든 주인공은 결국, 방심한 사이 벌의 침에 찔려 쇼크를 일으킨다.

숨을 쉬어야 해, 기도를 확보해야해...주변에 있던 볼펜으로 스스로의 목을 찌른다.

그 때 들이닥친 경찰과 아내...아내? 유메코는 아까 지하실에 가두지 않았던가?

 

수수께끼 풀이는 지금부터...

 

1인칭 주인공 시점이어서 얻을 수 있었던 기막힌 반전에 놀랄 준비를 하시라.

말벌은 그냥 보아도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지만 알레르기로 쇼크를 일으킬 사람이라면 목숨과 직결된 만큼 생명의 위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악의는 말벌까지도 교묘히 이용할 만큼 냄새나고 추악하다.

누가 무엇을 위해 말벌을 이용했는가는 차치하고, 말벌보다 무서운 인간의 악의를 이용해서 사람들 마음 속 깊숙이 숨겨진 더러운 욕망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더불어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 울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림자같은 사람과 또다른 <말벌>의 접점 또한 소름끼치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끝까지 읽고 나서 프롤로그로 돌아가 보면 말벌의 형상을 한 범인의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모든 선의는 짓밟히고, 모든 선인은 질서를 지키고, 사회는 견고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불행의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희망은 절망으로 새카맣게 덧칠된다. 거대한 악과 악의 싸움 앞에서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잡초처럼 뽑힐 운명에 처해 있으니까. -220

 

음울하고 무거운 미스터리을 쓰는 주인공, 작가 안자이처럼 기시 유스케의 작품도 두 번 들여다보기 싫을 정도로 어둡지만 책을 덮으며 그래도 희망 하나 잡아 보려 애쓴다. 나는 살아나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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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연장통 - 당신을 지키고 버티게 하는 힘
신인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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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들이여, 중용을 사용하라! [중용의 연장통]

 

모든 것이 다 채워져 있는 만족스런 삶을 산다고 자신있게 말할 자 그 누구인가?

채워도 채워도 어딘가 모자라고 지금보다 높은 곳의 뭔가를 항상 갈구하고 남과 비교해볼 때는 더없이 초라해 보이는...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외부에서 찔러 들어오는 날카로운 단 한 번의 공격에도 훅 허리가 꺾이고,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지리멸렬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이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면의 힘을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독서 게을리하지 않기'를 실천 중인데

요즘 들어서는 공자가 제시한 '나이 사십에 불혹'해야한다에 은근 마음이 동한 것인지

동양고전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동양고전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사서오경, 제자백가를 들 수 있을 것인데

아무리 지금 현재의 상황이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해당하는 '난세'라고는 해도

내 자신이 우뚝 서지 않았는데 주변에까지 눈길을 돌릴 여유는 없어 사서오경, 그 중에서도 '사서'에 관한 책을 조금씩 들춰보는 중이다.

 

사서오경을 일찌기 '재야의 고수'로부터 사사받은 저자는 나와 같이 미욱한 독자에게 '중용'을 권한다.

논어도 맹자도 동양고전에 입문하기 제격인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중용'을 권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는  불과 3천 5백 자 남짓한 분량의, 33개의 글로 이루어진  짧은 책이기 때문에 삶의 가장 가까운 곁에 둘 수 있고

두 번째로는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책이라 공감의 여백이 많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 스스로도 인생이 휘청이던 순간에 [중용]이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하면서 목수가 연장통에서 비장의 도구를 꺼내 수리하고, 연마하고, 손질하듯이 [중용]을 거침없이 꺼내 사용하라고 말한다.

 

수많은 미생들이 겪는 고충들이 [중용]을 만났을 때, 어떤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은가?
[중용]을 송두리째 원문으로 읊어대고 뜻을 새기며 통찰하는 시간을 갖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는 미생들을 위해, 저자는 '장윤석'과 '신율교'라는 두 회사원을 통해 [중용] 서른 세 장의 내용을 풀어간다.

 

낡은 사고를 깨트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자르고 삶을 정돈할 때, 느슨해진 자신을 다잡고 싶을 때,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앞일을 준비할 때...

미생들은 중용의 연장통을 사용할 수 있다.

 

날카롭기가 이를 데 없는 하얗게 선 칼날도 어떻게든 밟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다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중용은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중용을 지키는 삶을 산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중용 9장

불가능하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라, 지극히 어려우니 결코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정진해 나아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어] <학이> 편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와도 상통하는 말이다.

 

[중용]을 읽고 익히며 미생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나의 현재를 살포시 포개 얹어 본다.

지금 당장 [중용]의 구절을 읽고 중용의 연장통을 사용하는 과정을 보았다고 해서 단숨에 사물을 꿰뚫는 통찰력이 생기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쉼 없이 정진해나가는 중에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 그 또한 보람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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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3월에 쓰는 2월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3월이 되었다고 이렇게 날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나~

봄바람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훈훈한 미풍이 스쳐 기분이 좋아졌다.

3월에는 아이들도 새학기를 맞이하고

봄기운도 완연하니

나도 좀 더 기운을 내야겠다.

 

 

1.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7
엘러리 퀸 (지은이), 박진세 (옮긴이) | 북스피어 | 2016년 2월

 

박람강기 프로젝트 7권. 탐정소설에 40년간 헌신한 엘러리 퀸의 탐정소설 수집과 연구의 결정체다. 1945년 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 가의 살인'으로 인류 역사상 첫 탐정인 C. 오귀스트 뒤팽을 소개한 이후 1967년까지, 세상에 등장한 명탐정들과 그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벌써 7권째~~

내가 알고 있는 탐정은 몇이나 될까~~맞춰가며 읽는 재미가 있겠다.

 

 

 

 


2.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은이), 이빈 (옮긴이) | 박하 | 2016년 2월


한국에서는 2001년 소개되어, "두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고 국가와 제도를 이용하여 자신마저 살해한 사람의 이야기! 동생의 눈을 통해 그리는 살인자의 처절한 자화상."라고 추천한 표창원 교수를 비롯하여 가수 이적, 시인 장석주, 소설가 이신조 등이 극찬을 보낸 작품이다.
 

 

 

강렬한 제목!

실화를 다룬 이야기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에 언제나 가슴 뛰고 설렌다.

비록 비극이며 무참한 진실을 담고 있을지라도...

살인자의 동생이 쓴 이야기는 무엇을 이야기할지.

 


 

3.

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choice
신영복 (지은이) | 돌베개 | 2016년 2월


신영복의 서화 에세이. 이 책은 신영복의 사상이 압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제 '신영복의 언약'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신영복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과 약속이다. 늘 처음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따듯한 격려를 보내는 신영복의 글과 그림을 한자리에 모았다.
 

 

 

부끄럽게도 아직 신영복의 글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동안 뭘 읽고 살았는지...모두들 큰스승이라고들 하는 그의 글을 이제는 읽어야 할 때...
 

 
 

4.

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 법정 (지은이) | 책읽는섬 | 2016년 2월


성철과 법정이 나눈 대화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인연의 흔적들을 발굴하여 책으로 엮었다. '성철 불교'의 본질을 끌어낸 법정의 지혜로운 질문과 거기에 화답하여 인간 존재와 현상의 심층을 드러내는 성철의 대답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선문답같은 글들을 보며 마음을 다스려보고 싶다.

맑은 향기가 스며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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