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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쓰는 3월의 에세이 주목 신간페이퍼

 

 

 

 

1. 여자의 문장

 - 책 속의 한 문장이 여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다
한귀은 (지은이) | 홍익출판사 | 2016년 3월


"내가 누구지?"라는 질문에 답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책. 삶의 결정적 순간 치유와 성장을 갈망하는 여자들을 위해 소설, 시, 영화 등에서 도움이 될 문장을 선별하여 그들의 삶에 녹아들 수 있게 한 인문학자 한귀은 교수의 고품격 에세이이다.
 
 
 

 

 

여자이니까...이 책의 제목에 이끌렸다.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도 들어 있을까. 여자의 문장이 궁금하다.

 
 

 

2. 외롭지 않은 말

- 시인의 일상어사전
권혁웅 (지은이), 김수옥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3월


백과전서파임을 공공연히 자인하진 않으나 시인 권혁웅에겐 모든 범속한 것들마저 시의 자장 안에 있고, 모든 게 그의 언어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 <외롭지 않은 말>은 상투어, 신조어, 유행어, 은어 등 우리가 관습처럼 사용하는 일상어들을 통해 세상의 이면과 표면을 함께 읽는 책이다
 
 

 

 

 

시인의 언어는 언제나 궁금하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시인들이 써내려간 그 무늬를 훑어보는 일은 좋아한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내가 그저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다시금 물끄러미 쳐다보게 한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언어들을 시인의 눈으로 걸러낸 것들을 읽어보고 싶다.
 

 

3. 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지은이), 조찬희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 다나베 세이코는 국내 독자들에게 주로 연애소설 끝내주게 잘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소설 작품 수에 버금가는 다수의 뛰어난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여자는 허벅지>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다.
 
 

 
 

 오호~~신선한 제목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꽤 신선했다.

연애소설에서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작가다.

그런 그녀의 에세이...우훗우훗.

 
 

 

4. 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은이), 송은주 (옮긴이) | 열린책들 | 2016년 3월
13,800원 → 12,420원 (10%할인), 마일리지 690점 (5% 적립)


도회적이고 세련된 감수성,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 놀라운 상상력을 갖춘 작품들을 발표해 온 폴 오스터. <내면 보고서>는 폴 오스터가 자신의 유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기억들을 탐사하며 그의 내면이 성장해 온 궤적들을 특유의 아름다운 산문으로 복원해 낸 회고록이다
 

 

 

 

 

폴 오스터를 언제나 제대로 읽어보게 될까.

앞부분을 읽어내리다가 지레 포기하고 말았던 그의 작품들에 도전할 용기를 주시길...

그의 [내면 보고서]를 먼저 보고 나면...아름다운 문장이 눈에 들어 올까?
 

 

5. 백미진수

- 맛의 사계를 요리하다
단 가즈오 (지은이), 심정명 (옮긴이) | 한빛비즈 | 2016년 3월


일본 문단 최고의 미식가로 알려진 단 가즈오. 음식에 대한 그의 조예를 엿볼 수 있는 음식 에세이다. 익숙한 음식과 희귀 음식에 대한 미식 철학, 음식과 얽힌 역사와 정치 그리고 문화와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전한다
 

 

 

 

 

너무 굶었다. 음식 에세이에..

한 번쯤 읽어줄 때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의 향연에 빠져 오감으로 음식을 맛보기.

희귀한 음식에 철학, 역사, 정치, 문화, 예술...

오! 이건 꼭 읽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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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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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으로 훅 떠나게 만드는 고양이 [후와 후와]

 

 

꽃이 너무 예뻐서 이렇게 책을 얹어서 찍고 싶어졌답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온갖 봄꽃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통에 어느 곳을 먼저 찍어둘까...고민이 될 정도지요.

목련은 코끝을 찡하게 스치는 화려한 향기를 남기고 하얀 꽃잎을 툭툭 떨구었지만

라일락과 벚꽃은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봄의 포근함을 닮은 '늙고 커다란 암코양이'를 동백에 살포시 얹고 보니 다른 나무에 얹은 그림도 욕심이 나네요.

 

하루키가 가장 좋아한다는 고양이는 늙고 커다란 암코양이라지요.

[후와 후와]를 읽으면 왜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하루키의 추억도 살짝 엿볼 수 있지요.

 

비가 내려서 꽃잎이 다 덜어지기 전에 벚꽃도 담아볼까 해서

[후와 후와]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편집 아닙니다. 이상하게 짜깁기 한 것처럼 어색하게 나왔네요. 워낙 사진 찍는 솜씨가 꽝이라~

봄을 담고 싶었지만 이렇게밖에 ...이게 최선...

고양이 눈이 저를 째려보는 듯...움찔움찔...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고양이가 부디 노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봄이야. 봄이니까 느긋하게 즐겨 주렴.

살살 달래가며 사진에 담아 봅니다.

 

 

해가 많이 기울었어요.

바람마저 살풋 불지만 그다지 차갑지 않으니 봄은 봄인가 보아요.

고양이도 비록 뒤돌아 앉아 있지만  가슬가슬한 털 위로 기우는 볕에 남아 있는 잔열을 듬뿍 담아보았으면 좋겠네요.

왠지 기분 좋아 가르랑거리는 것 같지 않나요?^^

 

하루키가 처음 만든 고양이 동화책.

작고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 때문인지, 폭신폭신한 표지 느낌 때문인지 손에서 놓기가 싫어지네요.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벌써 여러 번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읽을 때마다 고양이의 눈을 쳐다보게 되는데요 항상 다른 말을 건네는 것 같아 보여요.

고양이는 표정이 풍부하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그림인데도요.

 

간결하지만 섬세하고 신비스러운 고양이 그림에

하루키의 글을 얹어 읽으니

금세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

다른 차원의 세계로 훅 떠나는 느낌이 드네요.

 

고양이의 털을 어루만져 본 게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 속에서 그 느낌을 끄집어 내는 게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요

비슷한 느낌을 떠올려 보라면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갓 목욕을 끝낸 후, 양 볼이 복숭아처럼 익어 있는 아이와 눈마주치며 수건의 올이 아직도 부드럽게 살아 있는 폭신한 수건에 싸서 들어올렸을 때의 기억이 겹쳐지네요.

눈앞에 아이의 귀에 서 있는 솜털이 삐죽삐죽 서 있는 것을 보고 숨죽여가며 손가락 끝으로 조심조심 쓸어보았었죠.

아기목욕 비누의 청결하고 산뜻한 냄새에 섞여 날아드는 비릿한 우유향. 세상 어느 것보다 가녀리고 약해 보이는 아이를 촘촘히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 같았던 솜털들.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시리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동으로 발동되게 했던 존재의 유약함이 작은 아기에게서도, 야옹거리는 고양이게서도  느껴지는 것이죠.

 

고양이와 뒤엉켜 뒹굴던 기억을 소환하면서

하루키는

"그런 오후에는 우리 세계를 움직이는

시간과는 또 다른

특별한 시간이

고양이 몸 안에서 몰래 흘러간다."

라고 기록했습니다.

 

고양이의 털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금세 다른 시공간을 만나게 된 듯.

새롭고도 황홀한 기분에 빠지게 만드는 고양이는

요~ 물?^^

 

나이 먹어 하루키네 집으로 오게 된 늙고 커다란 암코양이 '단쓰'와의 이야기에

잊고 있었던 '나와 고양이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봄과 고양이는 많이 닮았어요.

따사로운 봄볕처럼 포근한 기억을 담고 있으니까요.

올 봄 내내 [후와 후와]를 곁에 두고 자주 꺼내 보게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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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0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책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지난주에 벚꽃 구경하러 갔을 때 벤치에 앉아서 책 읽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어제 하루 비가 내리니까 벚꽃잎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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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40, 세 소녀 이야기 [몽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노란 리본이 온 천지를 뒤덮었던 시절을 우리는 벌써 잊어가고 있다.

개나리가 피면 노란색을 보며 마냥 새로 태어난 병아리들이 삐약거리는 봄을 생각하다가도 문득문득 서러운 그날의 일을 떠올려야 할 것이거늘.

비극적인 일들을 오래 간직하고 있어 뭐하겠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는 않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

국가가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힘없고 약한 자, 국민의 한 사람임에도 보호받지 못했던 일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용서하고 잊어가는 건 아닌가.

그 날의 일들은 그저 세월따라 바람따라 흘러흘러갈지라도 한 때나마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을 굽어보면서 가슴 한구석 차지하고 있는 그늘을 어루만지며 잠시나마 고개 떨굴지니.

 

[몽화]는 1940년, 그 즈음 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작가" 권비영이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을 펴냈다.

일본의 폐탄광을 살펴 보다 그 앞에서 무심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꽃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속 씨앗에도 꽃을 피운 저자는 일제강점기로 돌아가 꺾이고 짓밟혀도 희망을 꿈꾸는, 세 소녀의 삶을 그린 [몽화]를 썼다.

 

조금만 더 참으면 광복이 올 것이라고 지금의 우리는 소리높여 말해주고 싶지만 1940년의 소녀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암담한 현실에 발담그고 있었다.

주재소 순사를 두들겨 패고 야반도주하듯 만주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마저 떠나고 소녀 영실은 이모네 집에 맡겨진다.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당부를 가슴에 새긴 소녀 영실은 국밥집 하는 이모네 집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기와집에 사는 갈래머리 소녀 정인은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아버지에게 환멸을 품고 있었고, 은화는 어려서 기생집에 맡겨진 이후 기생이 되는 일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 처지였다.

이들은 동굴을 아지트 삼아 자주 만나며 열여섯 소녀들이 마주한 불안한 현재를 서로서로 보듬어 안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정인은 불란서 유학, 은화는 일본으로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유학을 떠나게 되고, 은화는 기생이 되기 싫어 도망쳤다가 위안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지만 이들 앞에 펼쳐진 길들은 서로 달랐다.

짓밟힌 꽃이 되어버린 은화의 이야기는 그저 아리고 쓰라렸다.

그나마 셋 중 나은 편이라는 영실도 만주로 갔다던 아버지와 일본에서 재회하긴 하지만 위에서 찍어내리누르는 일본의 거대한 힘 앞에 스러져 가는 개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더한다.

멋쟁이 모던 보이 태일, 힘 깨나 쓰는 일본군 앞잡이를 아버지로 둔 정태 대신 강제징용을 떠나온 머슴 칠복, 영실의 이모 을순과 살림을 차렸던 나카무라 등 세 명의 여주인공 외에도 다채로운 인물들이 그 시절의 모습을 대변하며 살아 움직인다.

 

결국 광복을 맞이하지만 이들은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필요와 당위를 찾지 못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고향의 봄을 그리워하며 광복이 되면 당연히 고향으로 향할 것이라는 독자의 바람은

이들이 겪은 참담한 삶을 지켜보면서 한 풀 꺾이고 만다.

짓밟힌 땅, 짓밟힌 몸, 짓밟힌 꿈.

모든 것을 다시 예전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꽃이 되기를 꿈꾸었던 소녀들은 꽃망울을 활짝 피우기도 전에 너무도 거센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들의 지나간 세월을 그 누가 기억해 줄까.

위안부 할머니들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에 겹겹이 쌓아둔 이야기들을 풀고자 하면 너무 늦다.

지금, 바로 지금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그들의 이야기를 펼치기 가장 빠른 때이다.

흰 저고리, 까만 치마.

단정한 단발머리를 하고 얌전하게 두 손 모은 채 앉아 있는 소녀여!

그 눈망울에 원망의 눈빛을 담지 말지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당신들을 추억하는 이들이 다음 세대에, 또 다음 세대에까지

당신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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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비에트 '문명'의 흔적을 기록하다 [세컨드핸드 타임]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친숙했는데, 지금은 그 말을 쓰기가 어색하다.

러시아로 대체된 그 지역은 한때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여 있는 곳이었지만 자유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 듯 하다.

러시아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연관 관계도 없는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러시아는 붉은 궁전과 발랄라이카, 사모바르의 나라. 관광지로 조금은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뉴스를 통해 지도자가 바뀌었다, 자유가 침투했다, 같은 단편적인 내용으로는 그 나라의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비정상회담]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러시아 출신 인물이 나와 자신의 나라를 알리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러시아를 속속들이 알기란 불가능하다.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나라의 정서와 역사와 문화를 아우를 수가 있겠는가.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소련이 붕괴되고 20년 후 '붉은 인간'이라 명명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히 정권교체와 변화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실망과 상실감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단히 어둡고 침체되어 있다.

한 장 넘기고 한숨 쉬고, 또 한 장 넘기고 더 깊은 한숨을 푹~ 내쉬는 자세로 책을 읽어나가야 했다.

소비에트 시절 사회주의에 길들여졌던 인물들을 찾아가 소중한 이야기를 끌어내서 기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인터뷰 형식으로 이어진 이 책은 비극적인 인간상인 '호모 소비에티쿠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저자의 지인, 친구,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저자는 스스로를 '가담자'라고 일컫는다.

사회주의 출신자만의 언어, 선과 악에 대한 가치관, 그들만의 영웅과 순교자가 있으며 심지어는 죽음과도 특별한 관계로 얽혀 있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드러내기 꺼려지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소비에트의 일상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렸지만 세상이 변한 지금에는 모두가 그 때 그 시절 그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가정 속에 나타난 사회주의 또는 내부적으로 나타난 사회주의의 역사적 파편과 부스러기를 모아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역사 속에 감정을 들이지 않기 위해, 재앙과도 같은 그 시절을 드러내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가 아닌 사랑, 질투, 유년기, 노년기에 대해 그리고 음악, 춤, 헤어스타일에 대해, 사라ㅏ진 삶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소비에트 문명의 흔적을, 소비에트의 익숙한 얼굴을 기록하는 장대한 여정을 떠난 저자는 그리하여 자유에 대한 서로 다른 대답도 얻어냈다.

 

"지금의 학생들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불평등, 가난, 뻔뻔한 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고 뼈저리게 느낀 아이들이에요. 학생들의 눈에 약탈당한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한 부모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비친 거에요. 그래서 학생들은 극단적인 사상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자신들만의 혁명을 꿈꾸는 거죠. 레닌이나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붉은 티를 입고 다니면서요."-18

 

저자는 구시대적 발상이 부활하고 공산당을 재현한 것 같은 집권당이 활동하고 있는 지금, 세컨드핸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바리케이드 쳐진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인문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건너온 세월의 강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떠다니고 있다. 뜰채로 하나씩 하나씩 건져서 쭉 늘어놓으니 그럴듯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다. 수백 만의 생명이 스러지는 것을 목도한 뒤에 찾아온 자유라는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역사의 한 장면, 장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나서야 깨닫게 되리라. 일상이었던 사회주의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 속에 살고 있었는지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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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0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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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0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개츠비> 열성팬의 <개츠비> 파헤치기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2013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나올 즈음, 개츠비 다시 읽기가 절정에 달했다.

가장 미국적인 소설이라며 중고등학생 시절 필독서 목록에 올랐던 <개츠비>는 여전히 고전 중의 고전이라 손꼽히며 많은 이들이 읽고 있는 중이다.

개츠비 열풍이 불었던 그 해에 나는 <개츠비>를 다시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긴 했지만 남들 다 하면 나도 한다는 식으로 휩쓸려 가기는 싫어서, (아니, 사실은 귀찮음병 때문^^) 찾아 읽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이듬해 2014년, 유명한 <개츠비>대신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를 읽었다.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가 잘 만들어진 걸작이라면 [밤은 부드러워] 에는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피츠제럴드는 처녀작의 성공으로 결별을 선언했던 약혼자 젤다와 결혼에 골인. 경제적 여유와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호화로운 사교계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고 평단의 폭발적인 찬사를 얻으며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9년 후, 17번의 개고를 통해 [밤은 부드러워]를 발표했으나 이 작품마저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작가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 아내의 조현병, 어마어마한 빚에 짓눌리면서 절망에 빠진 1936년 즈음의 피츠제럴드는 동시대를 풍미했던 헤밍웨이의 경멸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잔물결조차 일지 않도다, 꼬르륵 꾸르륵 끄르륵 꺄르륵 가라앉을 때."

-에덴 록에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불알을 바다로 던져버릴 때 읽을 시,헤밍웨이-

 

피츠제럴드는 마흔 넷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단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읽을수록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덧입고 새로운 맛과 숙성된 향을 풍기는 책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나에게 그런 책으로 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저자 모린 코리건에게는 다르다. 그녀는  피츠제럴드의 딸 스코티, 피츠제럴드 연구가 브루컬리 못지 않은 <개츠비> 열성팬이다.

닉은 평범하고 개츠비는 속을 알 수 없으며, 잘 나가는 데이지에게도 공감할 수 없었던 고등학생 시절의 여학생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대학의 영문학 교수이고 서평가가 되었다.

개츠비를 자진해 쉰 번도 더 읽고,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개츠비>를 강의하고, 전국을 돌며 독자들 앞에서 <개츠비>에 대해 열렬하게 이야기한다.

<개츠비>의 마력은 시와 같은 힘찬 문체에 있으며 지금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소망이 넘쳐흐르기에 미국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고 말한다.

분량도 짧고, 어긋난 사랑 이야기에다 '광란의 20년대'와 비슷한 분위기로 범벅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모든 평가를 뒤로 하고 [위대한 개츠비]는 어쩌다 미국 고등학생의 필독서가 되었는가? 적어도 두 번 이상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미국소설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엄청나게 초고를 고쳐 쓴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모두들 이 소설을 "잘못" 읽었고 그의 사후에도 거의 사장된 처지였는데 지금은 42개국에서 약 2천 5백만 부가 팔렸다.

<개츠비>는 어떻게 부활한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들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면서도."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전무후무한 열정과 헤아릴 길 없는 공허함 사이를 떠도는 개츠비를 놓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미국적인 캐릭터라며 우리랑은 달라, 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이미 너무나도 친숙한 인간으로 다가와 버린 개츠비를 저자는 색다르게 해부한다.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와 그의 인생)에 흐르는 위대한 주제는,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물 밖으로 머리를 계속 내밀고 있기 위해 노력하는 일의 고귀함이다. 그가 창조한 최고의 인물들은 들뜬 채로 인생이라는 물에 대책 없이 뛰어들고, 그다음엔 떠 있기 위해 싸워야 한다.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개츠비는 광란의 파티를 열고 집을 다시 꾸미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위로 올라간 것은 결국 내려오게 마련이다. -50

 

저자는 <개츠비>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물, 야망과 성공의 땅 뉴욕, 하드보일드 장르에 어울리는 부패 등을 든다.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인생에 찾아온 균열을 <개츠비>와 연결지으며 흠집 투성이의 인간이 써낸 ,거의 흠결 없는, 그러나 아주아주 이상한 (217 페이지)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찾아낸 이상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개츠비>는 캐릭터로 움직이는 소설도 아니고, 플롯으로 움직이는 소설도 아니다. 목소리로 움직이는 소설이다.

2. 낭독을 하면 희극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3.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꼼꼼히 설계되어 있고, 페이지마다 패턴이 정교하다.

4. <개츠비>의 파멸을 통해 파국이 철저하게 황폐할 것임을 예언한다.

5.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쓴 단 하나의 위대한 소설이다.

 

<개츠비> 열성팬인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극단 엘리베이터 리페어 서비스의 7시간 분량 작품 <개츠>에서 닉 캐러웨이 역할을 맡은 스콧 셰퍼드를 만난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 챔피언이고 책 전문을 다 외웠다.

 

셰퍼드는 닉이 어떤 때는 "다른 화자들의 목소리 안에서 몰래 움직인다"고 한다.예를 들어 닉이 개츠비와 데이지의 첫 키스를 묘사한 부분에서 닉은 평소보다 감상적이고 고결하게 말한다. 개츠비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371

 

셜록 덕후들이 모여 셜록의 대사 하나를 말하면 어떤 책의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이지를 맞히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셜록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뜻일 텐데, 이번에 보니 "개츠비"의 열성팬들 또한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책을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50번 이상 읽거나 심지어 책을 통째로 외우기까지 한다니.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더 읽을 것이 남아 있다고 한다.

소설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약 하나의 소설이 마음에 든다면,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훅 찔러들어오는 뭔가가 있다면 여러 번 읽어 집요함의 끝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이런 관심은 사장된 책을 다시 되살려내기도 하고 빈틈없이 책을 읽게 하면서 나의 빈틈을 채우게도 만들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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