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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개츠비> 열성팬의 <개츠비> 파헤치기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2013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나올 즈음, 개츠비 다시 읽기가 절정에 달했다.

가장 미국적인 소설이라며 중고등학생 시절 필독서 목록에 올랐던 <개츠비>는 여전히 고전 중의 고전이라 손꼽히며 많은 이들이 읽고 있는 중이다.

개츠비 열풍이 불었던 그 해에 나는 <개츠비>를 다시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긴 했지만 남들 다 하면 나도 한다는 식으로 휩쓸려 가기는 싫어서, (아니, 사실은 귀찮음병 때문^^) 찾아 읽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이듬해 2014년, 유명한 <개츠비>대신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를 읽었다.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가 잘 만들어진 걸작이라면 [밤은 부드러워] 에는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피츠제럴드는 처녀작의 성공으로 결별을 선언했던 약혼자 젤다와 결혼에 골인. 경제적 여유와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호화로운 사교계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고 평단의 폭발적인 찬사를 얻으며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9년 후, 17번의 개고를 통해 [밤은 부드러워]를 발표했으나 이 작품마저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작가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 아내의 조현병, 어마어마한 빚에 짓눌리면서 절망에 빠진 1936년 즈음의 피츠제럴드는 동시대를 풍미했던 헤밍웨이의 경멸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잔물결조차 일지 않도다, 꼬르륵 꾸르륵 끄르륵 꺄르륵 가라앉을 때."

-에덴 록에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불알을 바다로 던져버릴 때 읽을 시,헤밍웨이-

 

피츠제럴드는 마흔 넷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단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읽을수록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덧입고 새로운 맛과 숙성된 향을 풍기는 책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나에게 그런 책으로 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저자 모린 코리건에게는 다르다. 그녀는  피츠제럴드의 딸 스코티, 피츠제럴드 연구가 브루컬리 못지 않은 <개츠비> 열성팬이다.

닉은 평범하고 개츠비는 속을 알 수 없으며, 잘 나가는 데이지에게도 공감할 수 없었던 고등학생 시절의 여학생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대학의 영문학 교수이고 서평가가 되었다.

개츠비를 자진해 쉰 번도 더 읽고,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개츠비>를 강의하고, 전국을 돌며 독자들 앞에서 <개츠비>에 대해 열렬하게 이야기한다.

<개츠비>의 마력은 시와 같은 힘찬 문체에 있으며 지금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소망이 넘쳐흐르기에 미국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고 말한다.

분량도 짧고, 어긋난 사랑 이야기에다 '광란의 20년대'와 비슷한 분위기로 범벅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모든 평가를 뒤로 하고 [위대한 개츠비]는 어쩌다 미국 고등학생의 필독서가 되었는가? 적어도 두 번 이상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미국소설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엄청나게 초고를 고쳐 쓴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모두들 이 소설을 "잘못" 읽었고 그의 사후에도 거의 사장된 처지였는데 지금은 42개국에서 약 2천 5백만 부가 팔렸다.

<개츠비>는 어떻게 부활한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들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면서도."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전무후무한 열정과 헤아릴 길 없는 공허함 사이를 떠도는 개츠비를 놓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미국적인 캐릭터라며 우리랑은 달라, 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이미 너무나도 친숙한 인간으로 다가와 버린 개츠비를 저자는 색다르게 해부한다.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와 그의 인생)에 흐르는 위대한 주제는,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물 밖으로 머리를 계속 내밀고 있기 위해 노력하는 일의 고귀함이다. 그가 창조한 최고의 인물들은 들뜬 채로 인생이라는 물에 대책 없이 뛰어들고, 그다음엔 떠 있기 위해 싸워야 한다.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개츠비는 광란의 파티를 열고 집을 다시 꾸미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위로 올라간 것은 결국 내려오게 마련이다. -50

 

저자는 <개츠비>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물, 야망과 성공의 땅 뉴욕, 하드보일드 장르에 어울리는 부패 등을 든다.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인생에 찾아온 균열을 <개츠비>와 연결지으며 흠집 투성이의 인간이 써낸 ,거의 흠결 없는, 그러나 아주아주 이상한 (217 페이지)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찾아낸 이상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개츠비>는 캐릭터로 움직이는 소설도 아니고, 플롯으로 움직이는 소설도 아니다. 목소리로 움직이는 소설이다.

2. 낭독을 하면 희극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3.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꼼꼼히 설계되어 있고, 페이지마다 패턴이 정교하다.

4. <개츠비>의 파멸을 통해 파국이 철저하게 황폐할 것임을 예언한다.

5.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쓴 단 하나의 위대한 소설이다.

 

<개츠비> 열성팬인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극단 엘리베이터 리페어 서비스의 7시간 분량 작품 <개츠>에서 닉 캐러웨이 역할을 맡은 스콧 셰퍼드를 만난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 챔피언이고 책 전문을 다 외웠다.

 

셰퍼드는 닉이 어떤 때는 "다른 화자들의 목소리 안에서 몰래 움직인다"고 한다.예를 들어 닉이 개츠비와 데이지의 첫 키스를 묘사한 부분에서 닉은 평소보다 감상적이고 고결하게 말한다. 개츠비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371

 

셜록 덕후들이 모여 셜록의 대사 하나를 말하면 어떤 책의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이지를 맞히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셜록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뜻일 텐데, 이번에 보니 "개츠비"의 열성팬들 또한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책을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50번 이상 읽거나 심지어 책을 통째로 외우기까지 한다니.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더 읽을 것이 남아 있다고 한다.

소설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약 하나의 소설이 마음에 든다면,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훅 찔러들어오는 뭔가가 있다면 여러 번 읽어 집요함의 끝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이런 관심은 사장된 책을 다시 되살려내기도 하고 빈틈없이 책을 읽게 하면서 나의 빈틈을 채우게도 만들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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