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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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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이해하게 된다 [남자를 위하여]

 

 

여자들은 불평불만이 생기면 대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발산해내고 풀어낸다. 뭐, 성격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남자들은 대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요즘 파릇파릇한 신세대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3040의 강을 건너가는 사람들 혹은 그보다 더 윗세대의 어른들은 그러하리라 미루어 짐작된다 .

우선 부모로부터 특히 아버지 세대로부터 자유롭게 터놓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외롭고 심심하고 속상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자 하면 떠올리게 되는 무뚝뚝함, 남성다움, 과묵함 들이 그들에게 그대로 무게 혹은 짐이 되어 마음을 터놓을 수 없게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사회 속에서 남자답게 살려고 노력했던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심리 이야기에 움찔하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들 들추기를 꺼려하며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자답게 폼 잡고 살기에 익숙한 남성들이 과연 이 책을 어떠한 시선으로 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나는 여자이니까.

그렇지만 우리 집에는 남자가 둘이고 여자가 둘이라 남자 반 여자 반. 딱 알맞은 비율로 생활하고 있고, 반이 남자인 관계로 남자의 일상 혹은 심리에 관해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조그맣던 아들 녀석이 7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고, 남편이 팔팔하던 30대에서 40대에 진입하는 해이기도 하니까...

이제는 남자들에게도 관심을 좀 기울여야 되지 ...싶은 때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려고 펼쳐 드니 내가 읽은 책에 무관심하고 도통 아는 척을 안 하던 무뚝뚝한 남편이 보기 드물게 반색을 한다. “남자를 위하여?”

아내가 이런 제목의 책을 읽고 있으니, 자기를 좀 위해주려는 마음이 생겨서인가 해서 기뻤을까, 혹은 자신이 남자라는 것에 지쳐있던 순간 [남자를 위하여]라는 제목이 찌르르 하고 가슴에 와 닿아서였을까...

남편의 기쁜 어조가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이게 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이 미묘한 순간...어쩔 것이여...

 

모두 네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을 잠깐 살펴보자.

첫 장, ‘남자의 관계 맺기’는 남자들이 어린 시절 부모 환경에서 만들어 가지는 성격과 성향에 대한 내용이다.

특히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경쟁심의 근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둘째 장, ‘남자의 열정 사용법’은 남자들이 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다. 여자와 많이 다른 부분이라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게 많았다.

셋째 장 ‘남자의 위험한 감정’은 남자들이 내면에 억압해 둔 부정적 감정 영역들에 대한 내용이다.

넷째, ‘남자의 삶과 변화’는 남자들의 심리에 대한 질문이자 해답 같은 내용을 담았다.

 

 

첫째 장의 내용을 읽으면서 완전 공감되는 내용이 나온다. 남편은 아니라고 딱 잡아뗄 테지만, 이건 완전 100퍼센트 맞는 말이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사춘기 때의 그녀가 아니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바로 그들의 엄마이다. 모든 남자에게 ‘최초의 여자’는 엄마다. -19

 

나에게 나를 낳아준 엄마가 중요하듯이 남편에게도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일순위로 놓는 것은 이해해야 할 일이다. 시어머님은 성격이 쿨하신 건지, 아직 며느리를 꺼리시는 건지, 좀처럼 우리 집 안으로 발을 들이시지 않는다. 그래서 으레 집 앞까지 오셨다가 전해줄 것만 전해주고 가시는데, 나는 입에 발린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빈말이라도 집에 들어왔다 가시라고...그 말을 죽어도 못하는(좀 과장해서) 경상도 아줌마다.

바로 어제 일이다.

경상도 중의 경상도 할머니인 시어머니는 나보다 한 술 더 뜨시기에 집 앞에서 만나 간단하게 볼 일을 보고 그냥 보내드리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었건만, 어머님께서 택시를 타고 집 앞에 오셔서 물건을 내려놓으시고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바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남편에게 전했더니, 그날따라 불같이 화를 내는 남편. 뭐가 잘못된 것일까...“집에 왔다 가시라는 그 말 한 마디가 그렇게 힘드냐?” ‘아~ 그거였구나.’

그저 해답은 남자의 첫사랑이 엄마라는 것 뿐. 그 말이 정답이라 생각하며 “미안하다, 앞으론 꼭 집으로 모실게”라고 사과하며 잘하겠다고 다짐하자 남편은 사실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며 그 날 일은 그렇게 넘어갔다.

그 일로 나는 단단히 명심하게 되었다. 남자의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

 

이 책에는 신화, 영화, 심리학 사례들이 들어 있는 책들에서 뽑아 온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자연히 내 남자들(남편과 아들)에게 하나하나 대입해보며 읽어가게 되는데, 다행히도 첫 장의 이야기 말고는 크게 해당되는 내용이 없어 뒤로 넘어갈수록 마음의 짐은 한결 덜어졌다. 매 장마다 내 남자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나왔더라면 나는 아마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갔을 것이다! 모든 이야기에 다 걸리는 남자와 살아야 한다면 그 여잔 아마 먼지가 되어야 할 걸...

 

대프니 로즈 킹마의 <우리가 몰랐던 남성>에서 인용한 구절 중

“나의 아버지는 프로 테니스 선수였다. 내가 어릴 때 테니스 시합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나를 이겼다. 내가 그를 처음으로 이기자 그는 나와의 테니스를 영원히 그만두었다. -26세의 건축가

 

모든 아버지들은 아들이 자라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실은 자신이 늙고 힘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그리하여 아버지들은 아들의 성장기에 자주 약속을 어기고, 거칠고 난폭하게 군림하고, 아버지 마음에 들어보려는 아들의 노력을 비웃는다.-39

 

그렇다. 이 일은 우리 집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상하게도 딸에게 냉랭한 나 대신 남편은 딸을 예뻐하고, 아들을 괴롭히는 남편에 대응해서 나는 아들의 편을 들어주게 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저자는 풀이하면서 ‘좋은 아버지’역할 모델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읽은 공경희의 북 에세이에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번역한 역자 공경희는 이 책에서 ‘인생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모리는 강하고 고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를 위하여] 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을 이야기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모리교수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불편한 몸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해주면서 남자들이 꿈꾸는 ‘좋은 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지내려면 아버지가 죽어가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남자에게 남자는 기본적으로 경쟁자이고, 딸과 경쟁하는 어머니의 언어 중 가장 강력한 문장은 “너는 네 아버지 첩년 같구나.”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작가에게 좀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그 말은 그것대로 효과를 발휘한 듯하다. 남자는 여자든 자녀에게 관대하게 대할 수 있으면 진정한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니 말이다.

 

남녀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각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숙한 생존법, 성격의 왜곡된 측면을 알아차려 각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의 불편이 해소되고 관계가 개선된다.-326

 

내가 함께 살고 있는 두 남자.

아버지와 아들이면서 남편과 아들이기도 한 두 남자.

기본적으로 남녀가 같이 살아내야만 하는 이 공간에서 부디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하루빨리 터득해서 가정에서 화목한 법을 배우고, 나아가서 사회 생활도 무난히 해나가기를 빌어본다.

남자와 여자.

일직선으로 뻗어나가기만 하는 평행선을 이룰 게 아니라 완만한 곡선으로 서로를 보듬어 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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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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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로 속에서 찾은 아돌피나 프로이트의 일생 [프로이트의 여동생]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화려한 그림을 표지로 한 이 책은 <Death and life> 라는 제목답게 삶과 죽음의 이중주를 솜씨 있게 버무려 놓는다.

책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그림으로 표지도 훌륭하지만, 각 장이 시작하는 곳마다 보게 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멜랑콜리아> 또한 압도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우울증을 형상화한 인물의 얼굴은 그늘 속에 들어가 있고, 두 눈의 흰자위가 그늘 속에서 반짝인다. 그녀의 시선은 아무도 없는 어딘가에 꽂혀 있다.

소설 속 중요한 장소인 정신병원 <둥지>에서 생활하는 아돌피나의 표정이 꼭 저러하리라 상상하게 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인물인 그에 대해 학문적 호기심 이외에는 품어 본 적이 없었지만, 프로이트가 아니라 프로이트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실존 인물이 주인공이 된 소설을 읽자니,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유명 인물에다 석학이라면 도덕적 삶에 있어서도 남다른 철저함이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지만, 거기에 부합하는 완벽한 인물은 거의 없다.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은 “사실”임을 전제로 하고 내용을 전개하기에, 무작정 허구려니 하고 넘길 수만은 없는 진지함을 기저에 깔고 있다. 프로이트가 쌓아올린 학자로서의 이미지에 금이 갈 것을 각오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리라...

프로이트의 편지에는 아돌피나가 어머니에게 학대당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돌봐주었고, 평생 외롭게 살았다는 점이 명기되어 있다. ‘누이 동생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착한 동생’이라고 불렀으나 프로이트의 가족들은 아돌피나를 무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쌍히 여긴 느낌도 든다. 여기까지가 사실이고, 히틀러 정권을 피해 런던으로 망명한 프로이트 일가가 끝내 누이동생들을 저버린 이후의 이야기는 역사에 남아 있지 않다.

 

그 공백 상태의 아돌피나가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는 바, 아돌피나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손주까지 있었던 늙은 양털장수 야곱을 아비로. 늙은이에게 시집오자 곧바로 현실에 적응해 꿈도 접고 눈물도 잊은 채 살았던 아멜리에 나탄존을 어미로 하여 지그문트, 안나, 로자, 마리, 아돌피나, 파울리나, 알렉산더는 차례차례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아돌피나는 엄마로부터 “널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녀의 삶이 시작하는 순간에 사랑과 미움이 있었고, 그녀의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둘의 감정의 교차를 시시때때로 느껴야 했다. 몸이 약해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오빠 지그문트로부터 공부를 배우며, 오랜 시간 붙어있었던 그녀는 지그문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기도 했다. 엄마들이 딸들에게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가르치던 그 시절, 그녀는 첫사랑 라이너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그녀의 아기는 태어나지 못한 채 그녀의 방 벽에 핏자국으로 남았다. 생명을 낳지 못한 여자가 되었다는 자책감은 그녀를 정신병원 <둥지> 속으로 숨어들게 만들었고, 클림트의 누나 클라라와 함께 하는 <둥지>에서의 생활 속에 적응하게 만들었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광기에 시달리던 많은 이들 가운데, 새 생명을 낳고 싶은 기분 좋은 고통과 강렬한 갈망에 괴로워하던 아돌피나가 있었고,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누나로, 시대를 앞서갔던, 성의 평등에 앞장서고 최초로 바지를 입었던 선구적 여인 클라라가 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필코 우리 젊은 여자들은 세상과 시대가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는 권리를 스스로 쟁취해야 합니다.”

 -81

 

정신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며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마련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의 여동생 역시 정신병원 <둥지>에서 광기에 시달리며 살았다. 개인적인 심약함과 나약함에 자기 자신을 붙들지 못했던 아돌피나가 프로이트의 여동생이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클라라 또한 시대를 잘못 만나 한 개인이 싸우기엔 너무나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가 일찌감치 좌초당한 셈이다. 아돌프 히틀러의 그늘이 드리운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암울했을 터이지만, 프로이트의 힘을 빌어 런던으로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음에도 비엔나에 남겨진 아돌피나와 자매들은 더더욱 힘이 빠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테레진 수용소에서 우연히 프란츠 카프카의 여동생을 만나게 한 시대적 상황보다도, 아돌피나의 개인적 삶은 같은 여자로서 깊은 동정을 자아내게 만든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한 여인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작가의 힘을 빌어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랑과 미움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다 정신병원을 들락거린 인생이란 참으로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프로이트의 여동생이란 이름이 있었지만,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아돌피나를 미로의 삶 속에서 건져내어 빛을 발하게 한 작가의 노력에 새삼 감사한다.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살다가 한 번은 부딪치게 될 이 질문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여인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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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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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향한 험난한 여정 [솔로몬의 위증]

 

 

 

가파르지 않은 벼랑은 없다.

 

아침마다 “다녀 오겠습니다.”하고 집을 나서서 열 네댓 살 또래의 아이들이 곧장 향하는 곳은 학교다. 맑고 싱그런 웃음을 머금은 아이들이 가방을 단단히 고쳐 메고 이보다 가벼울 수 없는 발걸음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학문을 연마하고 자기계발을 도모하며 우정을 다져나가야 하는 곳.

학생은 학생의 역할을, 교사는 교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 때에는 아무런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틈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틈이 작은 선의의 거짓말과 미봉책들로도 막을 수 없게 될 무렵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난다.

아직 세상에 부딪칠 용기가 시나브로 단련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 혼란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게 되는 판도라의 상자는 아찔하게 무섭지 않겠는가.

세상에 가파르지 않은 벼랑은 없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곳에서 언제 어느 곳에서 맞닥뜨릴지 모를 벼랑을 대면해야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며, 꾸준히 담금질해서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을 마음 속에 하나씩 품었을 때에야 비로소 세상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갈 수 있다.

 

도쿄의 평온한 서민가에 위치한 조토 제 3중학교에서  놀랄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1990년 겨울 어느 날, 가시와기 다쿠야 군이 눈에 묻혀 꽁꽁 언 채로 발견된 것이다.

가시와기는 등교 거부를 하고 있던 상태였고, 평소 행적이 언제 자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불안함을 품고 있었기에 경찰에서든, 학교에서든 입을 모아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오이데 슈운지와 일당 두 명을 합해 오이데 패거리라 불리는 아이들과 가시와기가 과학실에서 사소한 다툼을 일으켰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그것을 이유로 타살 당한 것은 아닐 거라는 얘기가 얼핏 나오긴 했다.

장례식장에서 가시와기의 부모가 자살임을 인정하고, 이로써 일단락된 것 같아 보이던 그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될 사건들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오이데 슈운지 패거리가 가시와기를 학교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는 고발장 이 전달된 것이다. 사태는 이제 학교폭력이 얽힌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커지게 되었고 그 소동 중에 아사이 마쓰코라는 여학생이 교통사고로 죽고, 오이데 패거리 중 하나인 이구치 미쓰루도 크게 다쳤다. 고발장 중의 하나가 언론에 흘러들게 되면서 <뉴스어드벤처>의 보도로 3 중학교 전체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기도 했다.

 

 

나를 구해줘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고발장을 쓴 인물인 미야케 주리 홀로 지옥을 맛보아야 했다. “나는 진짜로 보았는데...”라는 말을 하며 오이데 패거리가 가시와기를 밀어 떨어뜨렸다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관철시키려 하는 미야케 주리는, 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잘 봐줘도 친해지기 어려운 아이, 고집 세고 자의식이 강해 누구나 싫어하는 아이. 그런 그녀에게 단 하나의 친구가 되어줬던 아사이 마쓰코만은 바보같이 미야케 주리의 말을 한사코 따라주며 그녀 곁에서 떠나지 않았었는데...그랬던 마쓰코마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거기다 유일한 친구였던 마쓰코의 교통사고마저 미야케 주리 때문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을 때는 그녀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집단 따돌림과 왕따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다면, 오이데 패거리와의 갈등은, 죽은 가시와기 군보다는 미야케 주리에게 해당되는 것이 더 많다고 할 것이다. 여드름이 너무 심해 오이데 패거리에게 얼굴을 짓밟힌 적도 있었고, 비웃음과 경멸의 말들은 수시로 그녀에게 날아들어 그녀의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에 짓밟힌 자존심은 그녀가 세상에 한 발조차 내디딜 수 없게 만들었다. 마쓰코의 죽음 이후 등교거부를 하며 집에 칩거하던 그녀는 실어증에 걸렸고, 대화할 상대조차 잃은 그녀는 어긋난 길로 나꾸만 나아가려 한다. 그녀의 행동은 제발, 제발 “나를 구해줘” 하고 말하는데...그것은 잠꼬대를 하면서 허공에 대고 손짓하는 것처럼,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허공으로 긴 계단이 놓이고 있는데, 그 계단은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고 배경은 온통 암흑천지이다. 심장은 오그라들고, 계단을 오르는 미야케 주리의 그림자도 점점 오그라든다. 오이데 패거리를 향한 증오와 분노는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급기야 미야케 주리의 몸을 서서히 태운다. 고통 받고 있는 그녀를 이끌어줄 따스한 손 하나가 절실한데, 주위를 둘러봐도 도움의 손길은 쉽사리 닿지 않는다. 따끔 따끔할 것만 같은 가시에 둘러쳐진 미야케 주리에게 “이해”의 손길을 건넬 사람은 누구일까...“나를 구해줘”라는 외침에 대답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법정을 열다

 

학교는 사회의 필요악이야. 하지만 지금 같으면, 그리고 이대로 두면 미래에는 ‘필요’가 빠지고 그저 ‘악’으로 전락할 거야. 사회악으로.

 

가시와기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은 반장인 후지노 료코의 건의로 가시와기 사건에 대한 재판을 열기로 한다.

 

열네 살이야. 겨우 열네 살밖에 안 된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고. 누군가가 그 억울함을 파헤쳐서 대변해주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정의는 사라질 거야. 학교 측은 골치 아픈 일을 무조건 덮어버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니까.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무조건 덮으려는 학교 측에 맞서 무모하게나마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했던<뉴스 어드벤처>의 모기 기자와 후지노 료코의 생각이 어렵사리 맞닿는 부분이다.

이대로라면 중학교 3학년으로 진급해서도 과거의 꺼림칙한 일들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재판을 열어 진실을 알아내려는 후지노 료코.

아이들과 뜻을 모아 모의법정을 열기로 하고, 각각의 인물들에게 역할을 분담한다.

피고 오이데 슈운지, 원고는 사망한 가시와기. 판사 이노우에 야스오, 검사 후지노 료코. 여기에 오이데 슈운지를 변호할 변호사로 간바라 가즈히코가 선임되어 5일간 열릴 재판을 준비해나간다.

여기서, 뜬금없이 나타난 도토대 부속중학교의 간바라 가즈히코. 가시와기와는 한 때 학원에서 친분을 쌓게 되었다나.

그를 처음 본 순간, 가시와기의 최초 발견자이자 이 재판에서 변호인 조수를 맡게 된 노다 켄이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강 건너편을 보고 온 눈빛이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간바라 가즈히코는 정말로 강 건너편을 보고 온 소년이었다.

“오이데 아버지가 어떤지는 몰라도 내 부모님은 아니까 무섭지 않아. 난 입양됐어. 지금 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니지. 친부모는 없어. 둘 다 죽었으니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거든. 술 때문이었지. 자기가 저지른 일을 깨닫고 두려워졌겠지. 병원 화장실에서 청소도구함에 있던 걸레를 묶어서 에어컨 도관에 걸고, 목을 매 자살했어.

같은 변호인측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노다와 오이데에게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은 간바라. 오이데는 “거짓말이지?”하며 펄펄 뛰었지만, 노다는 그의 눈빛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자신도 하마터면 강 건너의 세계를 보고 올 수도 있었던 기로에 서서 갈팡질팡해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체계가 잡혀가고, 속속 증인과 증거물들을 모으는 동안,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학생들로만 이루어진 배심원과 방청객들이 보는 앞에서 재판은 시작되었다.

 

법정에서 드러난 서슬 퍼런 진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재판의 과정 속에서 고발장이 언론에 흘러 들어가게 된 것은 담임이었던 모리린의 무관심 때문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법정은 한 번 술렁였고, 미야케 주리가 고발장의 내용을 사실이라고 증언했을 때 또 한 번 술렁였으며, 그녀의 말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증인의 증언이 나왔을 때 이미 사건은 서슬 퍼런 진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검사와 변호인은 사건 당일 있었던 가시와기 집전화의 통화 기록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그날의 행적을 재구성하다, 결국 사건의 진실을 손에 쥐고 있는 단 한사람. “그”의 결정적인 증언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길고도 긴 과정이었지만, 아이들이 물어 나르고 캐물었던 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제단 앞에 놓인 진실에 다다르기 위한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마침내 “그”의 입을 빌어 “가시와기”라는 인간, 고집스럽고 냉혹한 에고이스트의 전형이었던 가시와기를 되살려내는 순간, 나의 멈추고 있던 호흡이 드디어 숨 쉴 길을 찾아 드나들 수 있었다.

 

-나는 표적을 잃은 킬러다.

나는 고독하다. 그러나 많은 것을 짊어졌다. 스스로는 내려놓을 수 없는, 누가 내려줄지도 알 수 없는 짐을.

내가 나를 잃자, 어깨의 짐도 사라졌다.

 

가시와기가 남긴 노트에 적힌 글의 일부이다.

 

열네 살이란 본래 그런 나이가 아닐까. 누구나 자의식이 과도하고, 끊임없이 주위와 부딪치고, 마음은 우월감과 콤플렉스가 뒤섞여 불안정하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그 시기를 빠져나온다.

재판이 끝나고 누구도 법정을 웃으며 나갈 순 없었으리라. 이성이 지배하는 법정에서 미숙한 중학생임을 빌어, 감정에 호소하는 그들만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학교라는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의 안에 틀어박힌 가시와기는 끝내 죽음으로써 마지막 일침을 가한 셈이다.

 

“자, 똑똑히 보라고. 지금의 학교라는 곳을. 내가 보여 줄 테다.”

가시와기가 날카로운 칼을 들어 허공을 가르자, 단칼에 베어진 공간 속에서 일그러진 열 네댓 살 어린 그들의 자화상이 꿈틀꿈틀 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빠져나오려 하는 듯했다. 눈빛을 번뜩이며 와하하 웃어젖히는 가시와기. “난 그런 곳에서 빠져 나온 거라고. 너희들은 아직 거기서 그렇게 헤매고 있지. 교사에게는 획일교육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평가받고 선별되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외모나 신체적 능력, 사교성 등으로 또다시 추려져 배척당하거나 공격당한다. 거기에는 엄연한 ‘악’이 존재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악이라고 지적하지 않는다. 누구도 감히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반문하지 않는다. 난 그게 싫었다고...”

 

미야베 미유키는 학교라는 곳을 지나치게 냉혹하게 파헤쳤다. 보통은 학교에서 부당함을 느끼더라도 대충 그런 곳이지, 뭐 하고 몇 년 적응한 뒤 곧바로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그런 체제를 옹호하는 어른이 되어버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그 곳으로 밀어 넣는다. 어른이 되고서 다시 흐물흐물해져 어른들의 입장에서 학교를 보는 데 물들어 있던 나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행동이 껄끄럽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이란, 학교란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은폐하고 책임을 뒤로하는 어른들이 부각되는 한편으로, 세상의 악을 자신들의 손으로 척결하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너무도 새파래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작가가 미워지기조차 했다.

선명한 선악의 대립을 원하며 간결한 끝맺음에 길들여져 있던 내게, 악인으로 비춰졌던 오이데 슈운지가 살인의 허물을 벗는 것은 좋았으나, 강도치상의 전과를 아버지의 합의로 덮어버리고 가정의 소리 없는 폭력에 속수무책 당하는 무기력한 아이로 그려진 것이 영 마뜩지 않았다. 거짓 고발장을 언론에 보내고 거짓 증언을 했던 미야케 주리를 따돌림과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이유로 그렇게 너그럽게 “이해”할만한 것은 또 아니지 않나...가시와기를 마지막으로 지켜 본 "그"가 '나 때문에 가시와기가 죽었다'며 죄의식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의 손을 잡아준 이가 미야케 주리라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미야케 주리의 눈물과 절규로 얼룩진 증언이 "솔로몬의 위증"인가...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진행한 재판은 형사 혹은 민사상의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오직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는 것을 무섭도록 강조하는 판사 이노우에 야스오의 말에 나의 항의는 묵살되어야 했다.

 

 

진실을 향해 흐르는 강물의 흐름을 읽어라.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 움푹 꺼진 눈자위...책장을 넘겨야하는데, 자꾸만 멈칫거려 졌었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들의 슬픔을 생각한다. 감고 있는 눈을 뜬다. 냉소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가시와기를 이해해야 할까, 자기도 모르게 모나고 사나와진 미야케 주리를 동정해야 할까, 강 건너의 세계를 보고 왔으나 반듯하게 이 세상에 정착한 간바라를 어른스럽다고 칭찬해야 할까.

열 네 살 아이들의 법정 치고는 꽤 어른스러웠고, 정말 저만한 역량이 충분할까? 하며 소설의 억지 구성에 아이들이 끼워맞춰진 것은 아닐까...의아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은 충분히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들었고, 꽤 효과가 있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무섭도록 순수한 “진실”에 대한 집착이, 현실에 안주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두려워 덮어두려는 어른들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사막은 이제 없을 거라고. 모래는 내 안에도 충분하다고. 애써 자위하며 세상을 어른답게 살아가고 있던 나는, 다시 한 번 사회체제의 부조리에 맞닥뜨리자 흔들렸다.

잔혹했고 지겨웠던 학교가 생각이 나버렸다. 그 때는 애써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견뎠었는데...부당하다 여겨도 입을 막고 버텼었는데...

 

그러나, 이렇게라도 이 책을 읽어준다면...

아주 옛날부터 썩어가는 중이었다 해도

그 강물의 흐름을 읽는 이 가 있다면.

겹겹의 강물을 읽어주는 이가 있다면 , 물길이 바뀔 날도 오리라...

 

"진실"을 향한 험난한 여정이 도도한 강물로 흐르게 되었고,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흐름을 읽어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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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고 우공비 초등 국사과 세트 3-1 - 전3권 - 국어,사회,과학, 2014년 초등 신사고 우공비 시리즈 2014년
신사고초등콘텐츠연구회 지음 / 좋은책신사고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3학년이 되는 우리 딸!

 

교과서가 개정되는 바람에 방학이 시작되어도 한동안 서점에서 참고서나 자습서, 문제집 등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얼마 전에야 드디어 입고된 우공비 초등 3-1 국사과 세트.

우리 딸은 거기에 더해 "쎈 수학"을  업어왔답니다.

 

 

쎈 수학~엔 과목별 단원평가와 계산 비법책이 부록으로 따라나옵니다.

책보다 부록이 더 알짜배기일 것 같은 묘한 느낌!!

 

 

2학년때까지 이렇다할 자습서를 사 준 적이 없어서 이렇게 많은 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놀랄 노자일 우리 아이!!

양손 무겁게 들고 보니, 3학년이 된다는 게 실감이 나는 모양입니다.

 

 

 

우공비 3권 세트에는 국어, 사회, 과학이 들어있고요...

우공비 4권 세트에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이 들어 있습니다. 우공비 공부달력 또한 들어 있는 게 살짝 보이네요.

 

공부달력 구경하실래요?

 

 

 

탐나실 겁니다.

주간, 일간 계획 세울 수 있고, 체크 칸까지 있어서 너무너무 효율적인 플래너랍니다.

맨 뒤에는 알록달록한 스티커 보이시죠?

아이가 이 스티커를 가장 좋아했다는 사실~~

 

 

 

 

 

자, 이제 3학년 1학기 구체적인 준비, 뭘로 했는지 한 번 보실까요.

우공비 국어, 사회, 과학 3종 세트

그리고 쎈 수학까지.

이 정도면 3학년 1학기를 거뜬히 날 것 같지 않습니까?

 

아직, 제대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대강의 내용을 보시죠.

 

 

국어 첫 장을 넘겼더니, 국어활동 비법 더하기라고 작은 책이 딸려 있네요.

떼어서 반으로 접으면 작은 책이 되는~

 

 

이미지 연상 학습법을 적용한 책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역시~~이미지들이 화려하게 안을 장식하고 있군요. 아이들이 지루할 틈이 없겠는데요.

 

 

 

비법 풀이책도 요렇게 쏙 빠져 나오게 구성되어 있답니다. 저는 이런 거 아주 좋아해요. 책에 칼 안대고 쓰윽 빠져나오면 다음에 끼워놓기도 좋고...얼마나 편하답니까...^^

 

 

 

우리들의 공부 비법. 우공비

 

구성은 이렇습니다.

book1 진도비법책

1. 개념 잡는 비법

2. 교과서 잡는 비법

3. 핵심 잡는 비법

4. 시험 잡는 비법

더하기 교과서 논술 특강

 

 

 

book2 시험비법책

 

개념 + 확인 문제

단원 평가 문제

서술형 정복 문제

 

아래 사진은 국어교과서에 실린 작품 표입니다.

이만하면 물샐틈 없는 방비가 될까요...

 

앞으로 방학동안 체험해보고..

부지런히 경과를 올려보겠습니다.

 

 

울 딸 화이팅!!

 

 

저는 본 도서를 추천하면서 좋은책신사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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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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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디 맑은 진짜 음식 [녹색 고전]

 

오지 그릇 안에 가득 담긴 꽃, 무순, 파릇파릇한 녹색 채소, 그 위로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를 보자 새싹 채소 비빔밥을 버무려 한 입 가득 퍼넣은 듯한 기분이 든다. 누가 뭐래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싱그러워지는 데는 녹색을 당할 자 없다. ‘환경 시대의 바이블’이란 작은 제목이 아니라면 음식에 관한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색감을 자랑하는 책이다.

 

녹색 고전이란 어떤 책일까?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지구의 몰락’을 말하는 때. 비관적으로 말하는 학자들은 2050년이면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학을 연구하는 저자 김욱동은 일찌감치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학과 환경운동을 접목시켜 활발한 저작활동을 한 바 있고, 다섯 권이나 환경 문제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그래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음에도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이상기후 등의 이변을 목도하며 다시 한 번 생태주의 주제를 꺼내 들어 <녹색 고전> 한국편, 동양편, 서양편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그 중, 한국편이며 생태주의와 관련한 보석 같은 글들 즉 고전이라 불릴 만한 글들을 한데 모으고 그의 해석을 단 책이다.

 

학창 시절, 어지간히도 소재, 주제 달달 외며 단락 구분하고 핵심 내용 파악하기 등에 주력하며 텍스트 분석에만 골몰했던 시기에 배웠던 이양하의 <나무>, <신록예찬> 같은 명수필은 “녹색” 이라는 키워드를 던지자 곧바로 떠오를 만큼 유명한 수필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낳은 폐해라 하면, 지긋지긋하게 달달 외우듯이 머릿속에 집어넣어 꼭꼭 씹었던 유명한 고전들이 시험 후, 한겨울 강추위에 내뱉는 하얀 입김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이 기억에서 지워진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는데, 그래서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시며, 소설이며, 수필들이 한가득인데...이상하게도 이양하의 <나무>, <신록예찬>은 푸르름이란 말과 함께 고향의 그리움이 알싸하게 퍼지듯이 입 안 가득 그 싱그러움을 머금게 하며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보면 명수필은 명수필인가 보았다.

그래서, 김욱동 교수도 이 책을 꼽았을까...하며 목록을 보니, 있다. 있었다!!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고독하다.

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의자요, 고독의 철인이요, 안분지족의 현인이다.

불교의 소위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으련다.

  <나무>, 이양하

 

저자가 생태주의 고전으로 꼽은 작품은 실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한 시간과 장르들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서사무가 <성조 풀이>, 고려가요 <청산별곡>, 강령탈춤 한 토막, 이규보의 <슬견설>, 박지원의 <호질>, 최시형의 <해월신사 법설>중 <대인접물>, 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법정 스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김성동의 단편소설<산란> 등등. 저자의 박학다식함이 유감없이 드러나서 하나의 텍스트에도 다양한 해설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러나 넓고 넓은 스펙트럼을 한바퀴 순례하고서 결국은 “자연”을 소중히 하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이양하의 <나무>를 다루면서 미국의 생태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언급하기도 하고 탈무드를 인용하기도 하며 숭례문과 금강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집어넣기도 한다. 장자의 <소요유>까지 끌어들이고 서구 관념론의 대표격인 헤겔의 견해까지 인용하기도 하는 등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다가

생태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하나같이 옳고 소중합니다. 생태계의 집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구들이기 때문입니다.

로 결론내고 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는 도중 마음이 저절로 누그러지며 동심의 세계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심’이라 하면 아이의 깨끗한 마음을 이르는 것이 아닌가. 물질 세계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때가 덕지덕지 묻은 것이 절로 부끄러워 지고, 자연에서 빌려 쓸 따름인 모든 환경을 마음대로 훼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면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졌다. 마치 꾸중 듣는 작은 아이인 양...몸을 옹송그리게 되고 많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다, 아이들의 세계를 너무도 순수하게 그려낸 미야자와 겐지의 글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는 얼음사탕을 원하는 만큼 가지지 못해도 깨끗하게 맑은 바람을 먹고 복숭앗빛 아름다운 아침 햇빛을 마실 수가 있습니다. (...)

제 이야기들은 그런 수풀과 들판이나 철도 선로 같은 곳에서 무지개와 달빛에게서 받아온 것입니다. 정말로, 떡갈나무 숲의 푸른 저녁을 혼자 지나가거나 11월의 산바람 속에서 떨면서 서 있다 보면 정말 아무래도 이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은 이야기들의 몇 조각이 끝나고 나서 당신의 투명한 ‘맑디 맑은 진짜 음식’ 음이 되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모릅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의 서문, 미야자와 겐지.

 

미야자와 겐지의 투명한 언어들 못지않게 저자의 <녹색 고전>도 나에게 ‘맑디 맑은 진짜 음식’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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