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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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잇다.[쓰가루 백년식당]

 

쓰가루 백년식당이 전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왠지 콧날이 찡해져 오면서 눈물이 또르르 코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저 이제 곧 가게가 생긴 지 백년이 되는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의 이야기가 4대손인 오모리 요이치를 주인공으로 해서 죽 펼쳐지는 이야기일 뿐인데...

 

이 책에는 흔히들 말하는 폭풍 감동은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다. 그런데 이 잔잔한 감동이 꽤 오래 간다.

내 경험상, 확 밀어닥친 폭풍우 같은 감동을 느낀 책은 그 순간이 지나면 책을 덮고 난 이후로 다시 넘겨보기가 힘들다.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들은 삶의 순간순간에 불쑥 읽고 싶은 생각이 올라와서 책장에서 빼내 펼쳐보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런 책들은 내 책장의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지, 몇 겹씩 겹쳐 쌓아놓거나 제목이 안 보이게 옆으로 세워 둔 자리에는 들어 있지 않아서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다시 또 한 번 더 보게 될 책이라고 자동적으로 분류를 해 놓는 듯하다.

신기하게도...^^

 

현재의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 드라마나 책들을 보면 대대로 가게를 이어받는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하다. 무슨 가게든 자부심을 가지고 대물림을 해오면서 장인의 솜씨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더 넓은 세계를 보고 배우기 위해 도시로 나와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가도 부모님이 은퇴할 시기가 되면 가업을 잇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이 꽤 많다. 그러나 과연 젊은이들은 자기만의 인생을 잘 꾸려가다가 가업을 이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갈등을 하지 않을까?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을 한 뒤 실패했을 때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피난처이자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훌륭한 대비책이 되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 책에 나오는 오모리 요이치의 경우,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러 갈래의 인생길에서 지혜롭게 앞날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숙명이라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텐데, 이 책은 많은 해답 중에서 하나를 제시하는 셈이라고 보면 되겠다.

 

도쿄에서 “삐에로”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요이치는 운명적으로 나나미라는 사진작가 지망생을 만나게 된다. 알고보니 나나미는 고향 후배. 모든 것이 응축된 듯한 낯선 공간 도쿄에서 똑같은 아픔과 공포를 맛본 사람끼리라는 의식 때문인지, 아오모리 현의 히로사키라는 마을 출신이라는 공통점에 쓰가루 사투리가 통한다는 반가움 때문인지, 둘은 곧바로 의기투합하게 되었고 연인 사이가 된다. 그러나 나나미는 사진 수업을 받고 있는 작가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선생의 건강 문제가 악화되자 곧바로 “후계자” 대우를 받게 되면서 이제 막 꿈을 향해 한발 내딛고 있는 때였고, 요이치는 “삐에로”일 뿐인가...하며 혼자 자괴감에 열등감으로 시달리고 있는 참이었다. 요이치는 때마침 고향의 누나로부터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곧 있으면 시작되는 벚꽃축제에 요이치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자 감추고 있었던 메밀국수집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골든위크 때 나나미와 여행을 가기로 했으나 고향으로 내려가 오모리 국수집 일을 도와야 한다는 핑계로 여행 약속을 못 지키게 된 요이치. 도쿄에 남아 사진작가의 길을 가고 싶기도 하고 요이치와의 미래를 꿈꾸고 싶기도 한 나나미는 갈라지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요이치와 싸움을 한 채 골든위크를 맞이하게 되는데...

 

달콤하지만 약간은 숨막히도록 가슴을 꽉 조르는 듯한 “고향의 냄새”

고향으로 돌아온 요이치는 옛 친구들을 만나고 옆집 아주머니를 만나면서 옛 추억에 젖어 들었고, 벚꽃 축제 준비를 도우는 동안 도쿄 국수와 맛내기 방법이 다른 쓰가루 국수를 비하하는 손님의 말에 욱하기도 하면서 결국은 자신이 오래도록 바래왔던 것은 메밀국수를 만드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한다. 그걸 주먹 크기로 둥글게 빚어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우물물에 담가둔다. 물에서 꺼낸 반죽에 콩즙과 콩가루를 섞어서 얇게 펴고 자른다. 그 면을 삶아 국물에 넣고 바로 먹으면 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삶아서 바로 먹지 않고 일단 식힌 다음, 면을 1인분씩 사리로 만들어 다시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놔뒀다가, 먹을 때 다시 재빨리 데쳐서 국물에 말아 먹는 방법이다. 후자가 바로 전통 Tm가루 메밀국수이다.-199

 

신선한 정어리만 골라서 머리와 내장을 하나하나 손으로 제거한 후 물로 정성껏 씻어서 꼬챙이에 끼우고 숯불에 천천히 구워 바람에 말리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구워 말린 정어리로 국물을 낸다. -199

 

 

고교 졸업문집에서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기어코 찾아낸 요이치는 자신의 꿈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내 꿈이었다. 정말로.

이 식당을 이어받는 것이......-217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발가락이 없어서 느릿느릿 걸어야 했던 오모리 겐지는 느리모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매사 느렸으나 아내가 될 인연의 여인 도요를 기적적으로 만나 청혼을 했고, 구운 정어리로 국물맛을 내는 메밀국수집 “쓰가루 식당”을 만든다. 건어물 행상을 했던 도요는 구운 정어리로 국물맛을 내는 전통을 만들어 아내는 국물을, 남편은 메밀 국수를 만드는 식으로 일을 분담하여 가게를 일으켜 세우기에 이른다. 오모리 식당의 2대 주인은 방탕한 주정뱅이여서 3대째인 데쓰오는 아버지의 뒤를 잇느라 여섯 살때부터 가게 일을 도와야 했다. 아들 요이치에게는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100주년이 되는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대에서 오모리 식당을 접으려 했다.

 

 

벚꽃축제가 시작되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날 저녁, 바람이 심하게 불어 행사장의 텐트가 날아가지 않을까 염려하던 요이치와 아버지는 폭풍이 몰아치는 한밤중에 텐트로 향하고...빗소리가 큰 탓에 묘하게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침묵 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으며 바야흐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려 한다.

 

“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긴데.”

“네...”

“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그렇게 배웠단다.”-279

 

 

사랑을 지킬 것이냐, 100 년 식당을 이을 것이냐 고민이 많던 4대손 요이치는 폭풍우 치는 밤에 텐트 안에서 아버지로부터 “요이치,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그만 눈물을 후두둑 흘리고 만다.

100년 동안 오모리 식당을 배경으로 초대 주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에서부터 4대인 요이치의 고민에 이르기까지 잔잔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식당 앞의 벚꽃 나무는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를 간직한 쓰가루 백년식당 오모리 식당.

 

잊고 있었던 나의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사과 과수원을 배경으로 가족이 나란히 서서 활짝 웃는 사진 한 장이 소중한 무엇을 담고 있을수도 있으니 나나미처럼 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면, 나중에 되돌아 보았을 때 그 시절의 소중함을 끄집어 내볼 수 있으려나...

초대부터 물려받았다는 쓰가루 칠기 자개 서랍장 맨 위칸 서랍에는, 똑같은 부위가 똑같이 닳아서 해진, 수가 예쁘게 놓인 천이 다섯 장 정도 들어 있다. 거기에 요이치의 꿈이 들어 있는 봉투까지 곱게 넣어져서 칠기 자개는 또 대를 이어 물려질 것이다. 여러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눈에 보이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마음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광경. 이제 책장 한 가운데 얌전히 들어 앉아 있는 [쓰가루 백년식당]을 눈으로 스쳐지날 때마다 그 광경이 떠오르며 슬며시 웃음 짓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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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 삼백수 : 7언절구 편 우리 한시 삼백수
정민 엮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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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지금인 옛날-[우리 한시 삼백수]

 

괜히 시를 멀리 하고 살았다. 짧게 함축된 언어 속에서는 도무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그냥 이해되는 것이 없어서 시가 어려웠다. 예전에는 그저 짧기라도 했지, 요즘의 시는 점점 장문화되어 가고 있으면서 더 말을 뱅뱅 꼬아놓아서 이건, 이해해달라는 말인지 그저 눈으로 감상하라는 말인지...점점 화가 날 뿐이어서 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한자로 된 시가 아닌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농도 짙은 방-이혜미

 

재채기 하기 직전 너의 부푼 가슴에서 벼려진 바람을 본다

몇 움큼의 공기와 뼈를 스친 액체들과 안으로 뻗은 촉수로

제 속을 잘게 잡아뜯는 패각의 오랜 습관을 안다

열쇠없는 몸을 가져 온몸으로 한 방이 된

손을 넣어, 불안한 가장자리를 만지며,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오랜 면벽 뒤에 남는 아름다운 껍질들이 있다

숨을 크게 내쉬면 하늘을 뒤덮는 나 아닌 것들

모든 스킨십은 뼈를 향한다 예의를 모르는 손님처럼

 

그저 분위기만을 감지해낼 수 있을 뿐, 언어는 둥둥 떠나녔다.

시가 점점 멀어져갔다.

그런데도 오래된 유행가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마음에 살포시 들어오는 구절을 한 번 따라 읊어보거나 종이에 옮겨 적어보면 그것이 그대로 시가 된다.

신기하다...신기하다.

 

시라는 것은 형이상학적이고 뭔가 문학을 심오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이 거르고 걸러낸 언어로 함축적인 상징과 비유를 쏟아내어 종이 위에 구불구불 하게 늘어서 있는 글자들의 조합인줄로만 알았는데,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참으로 오묘하다, 했다. 시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번에 정민 선생님이 우리 한시 삼백수를 가려 뽑아 책으로 냈는데, 왜 하필 삼백수인가 했더니 <詩經, 시경> 3백편의 남은 뜻을 따르려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삼백은 동양 문화권에서 최고의 앤솔러지란 뜻과 같다. 최고의 걸작만 망라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전문가의 눈으로 걸러낸 최고의 시들을 감상하는 것 뿐.

우리 한시는 형식이 다양했는데, 이번 삼백 편은 그 중에서도 7언 절구만을 뽑은 것이다.

절구이니 그다지 길지 않은 압축적인 형식이긴 한데, 그래도 7언이라 또 그렇게 짧지만도 않은 것이...

우선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이...어라, 어렵지 않네? 였다.

무엇보다 시의 구성이 기존 한시가 소개된 책과는 달리, 한글로 완전하게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경>의 시가 아무리 그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의 정신을 반영한 최고의 시라 한들, 그것이 인구에 회자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의 사람들이 거의 쓰지 않는 한자가 종이에 도배된 책을 누가 펼쳐나 보겠는가.

일전에 정민 선생님이 <한시미학산책>이나 아이들을 위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을 펴내 한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때가 있었다.

지금의 이 책은 그 때보다 더 현실에 걸맞는 구성과 형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일단은 “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어려운 한자에 눈살을 찌푸리며 곧바로 덮어버리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경 삼백편의 뜻을 고스란히 살린 우리 한시 삼백편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溫故知新 ,옛 것을 오늘에 호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동하여 눈앞에 현실화시킨 위대한 저작물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그때의 지금인 옛날.

옛날 사람들의 감정을 녹여낸 7언절구가 한자가 아닌 한글로 눈앞에 놓여 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고만 있었더니 감이 굴러떨어졌다.

3,4조의 가락으로 운율을 제대로 살리고 말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한시가 한 상 잘 차려져 있다.

 

한시의 어려운 제목 대신 아름답고 쉬운 한글 제목으로 다시 태어난 7언절구 앞에서 한 젓가락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감사합니다가 되뇌어졌다.

7언 절구의 한시가 한글 입말로 마음 속에 살포시 걸어들어왔다.

 

 

 

정민 선생님의 한시 미학산책을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우리 한시 삼백수를 그 위에 살포시 놓았다. 한 눈에도 대비가 된다.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한시제목이 한글 제목으로 탈바꿈했고, 시의 해석도 좀 더 자연스럽다. 부지런한 정민 선생님이시다.

 

 

정민 선생님의 해석이라도 조금씩 분위기가 다르다.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지금이나 옛날이나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움직임은 예서 거기일 테지만, 옛시를 다시 읊으니 마음이 청신해지는 느낌이 든다.

 

개인의 취향일 테지만, 한시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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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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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목적어는 바나나?^^[내 인생의 목적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이제는 작가로 불러도 무방할, 정철의 에세이.

카피라이터로서의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카피라이터 정철이라 써 놓은 걸 보니 꽤 인지도가 있는 사람인가 보았다. 

 

죽는 날까지 가져갈 당신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바꿔 말해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 책에는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개가 들어 있다.

 

 

 

설문을 해서 얻게 된 1위에서 44위까지 그리고 순위 밖 여섯 단어를 합쳐 총 50개의 인생의 목적어가 이 책에 실려 있다. 가족, 사랑, 너, 나, 우리, 엄마, 아버지 외에 열정, 도전, 자유 그리고 돈 등등에다가 순위 밖의 여섯 단어 그러나, 굳은살, 자식, 술, 스무 살, 그냥 까지...

 

이 단어들을 거울로 놓고 나를 비춰 본 다음, 나만의 목적어를 찾는 것이 이 책을 덮기 전에 할 일이라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아직 찾지 못했다.

한 번 쓰윽 보아 넘기기만 해도 되는 것들이지 않아? 하고, 대충 보면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되짚어 보면 하나만 가지고 생각하는데도 여러 날, 혹은 여러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저자는 특히나 언어의 구사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므로 저자의 말을 따라 술술 읽어가다 보면 훅~ 하고 홀리고 만다.

 

죽는 날까지 가져갈 당신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바꿔 말해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같은 말도 이렇게 잘도 뒤집어 다른 말로 바꾸는 재주.

 

 

애초에 그 단어 하나에 내가 기대하고 있던 생각들을 훨씬 뛰어넘어 가버리는 그의 말에 내 단어의 가치는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저자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리뷰는 50개의 단어에 대한 나만의 의미를 적어두는 것이 될 테지만, 저자의 언설을 뒤집을 만큼 반짝반짝한 뒤집어 보기가 안 떠올라서 책을 덮었는데도, 그저 표지의 고릴라가 바나나를 들여다보듯이 멍하니 책만 들여다보게 된다.

^^

내인생의 목적어가 바야흐로 바나나로 정해지는 순간이다.

 

그럼, 진짜 내 꾸을 만날 때까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없다. 그냥 공부하고 친구 만나고 영화 보러 가고, 늘 하던 일 그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늘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또 그렇게 하면 된다. 세상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 많지 않다.

그러다 운명의 어느 날이 온다. (...)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이거였어! 바로 이거였어! 하는 탄식이 나오는 그 순간, 호흡이 빨라지고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39

 

지금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책입니다. 책은 말을 거는 물건입니다. 문학이라 분류되는 책은 조금 돌려서 멋있게 말을 걸고, 실용이라 분류되는 책은 직선으로 말을 겁니다. 인문이라 분류되는 책은 조금 어려운 말로 말을 걸고, 어린이라 분류되는 책은 가장 쉬운 말로 말을 겁니다. 책 한 권을 산다는 것은 그 책이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당신이 허락한다는 뜻입니다. -98

 

스무 살

264페이지에서 말하는 스무 살에 해야 할 스무 가지 일은, 나도 시간을 두고 20가지를 작성해서 내 딸에게, 내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목록들로 가득하다.

사랑, 실연, 인생의 첫 번째 책 선정, 멘토 만나기, 논쟁하기, 무대에 오르기...

당신이 이미 서른이나 마흔이라면? 스무 살에 하지 못하고 지나 온 것들이 몇 개나 되는지 헤어 보라. 아직 늦지 않았다. -271

 

아직 늦지 않았다고 위무해 주는 말. 이 말이 고팠다.

 

생각

 

책상 위에서 저지른 생각

 책상 위에 있는 용구들도 생각의 싹이 되어줄 수 있다. 그들을 한데 싹 엮은 글 하나를 써 내려가는 저자.

 

 

 

 

 

A4 용지 위에 커피를 흘렸다. 나이가 들수록 실수가 잦다. 휴지를 드는데 전화가 왔다. 잘못 걸려온 전화다. 세상 여기저기에서 실수가 벌어지고 있다. 액자사진을 본다. 젊었다. 이번엔 거울을 본다...340

 

단어들로부터 길어 올린 깊은 생각들이 책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순간순간 놀라고 순간순간 뜨끔한다. 고여 있는 내 생각들에 돌멩이를 사정 없이 던진다. 찰방찰방...출렁출렁. 내 생각들은 이 단어들로 인해서 깨어나 한동안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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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 샘터어린이문고 42
정옥 지음, 정은희 그림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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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필수품 빗자루를 원해요! [우리 마녀 축제에 가자]

꼬마 마녀 송송 3

 

 

 

꼬마 마녀 송송의 세계는 신 난다.

우선 송송의 엄마부터도 쿨하고 자유롭다.

만화책을 보며 뒹굴거리고, 시험에서 동그라미를 많이 맞아오면 한숨을 쉰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 송송이와 밖에 나가 놀아주기는 싫은가 보다.

반찬 집어먹던 젓가락으로 만화책 책장을 넘기는 엄마의 무관심 속에 겨울 방학식을 맞은 송송이는, 꼬리가 잘린 까만 고양이 오디를 만나고 전봇대의 광고지 속에서 "마녀 축제" 전단지를 발견한다.

동짓날 열리는 마녀 축제에서는 마고할미가 수수께끼 대회를 열고,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

송송이는 방학식 날,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같이 마녀 축제에 가자고 말하는데,수수께끼 학원을 다닌 다음에야 수수께끼 대회에 갈 수 있다는 친구, 영어 학원 가야해서 바쁘다는 친구...등등...결국 송송이는 까만 고양이 오디와 함께 마녀 축제가 열리는 달빛 언덕으로 가는 달팽이 기차에 오르게 된다.

 

팥죽 끓이는 할머니를 도와 주고 팥죽까지 얻어먹은 송송이는 수수께끼 풀이에 큰 도움이 될 힌트를 세 가지 얻는다. 달빛 언덕 꼭대기의 계수나무가 서 있는 시계광장에서 수수께끼 문제를 받게 된 송송이는 오는 길에 만났던 쌍둥이 피노와 키오, 해리 등 여러 친구들의 도움과 팥죽 할머니의 힌트 덕분에 소원 씨앗을 얻게 된다.

모두들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씨앗을 받고 흙에다 심었더니 쑥쑥 자라서 각자의 소원을 이루어줄 마법의 알약, 오디의 무지갯빛 꼬리 등이 나타났지만 마법의 빗자루를 소원을 빌었던 송송이의 씨앗은 조그맣게 자라 있을 뿐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다녀야지. 하지만 송송, 마녀의 빗자루는 그저 탈것이 아니라 마녀의 친구란다. 친구를 얻는 데는 마법 외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한데...."

 

 

기쁜 마음으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송송이.

 

 

 

멋진 마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송송이를 따라 한바탕 꿈과 환상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더니 마음이 한결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우리 전래동화에 나오는 팥죽할멈이 마고할미도 되고, 서양의 마녀가 되기도 하는 상상 속의 세상.

동심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이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현실 세계가 새삼 갑각하게 느껴진다.

학교에서도 성적으로 평가받는 아이들, 밖에 나가 같이  놀고 싶어도 학원 다니느라 바쁜 아이들은 골목 사이 사이에 흔적조차 없다.

공부와 스트레스로 일그러진 아이들의 얼굴은 꼬마 마녀 송송이의 웃는 얼굴과 무척 대조적이다.

어른들의 꿈이 아닌, 아이들의 꿈이 영글고 자랄 수 있도록 맑고 밝은 세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방학을 같이 뛰어놀아 보자.

아이들이 크게 소리지르고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함께 놀아주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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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고 우공비 초등 사회 3-1 - 2014년 초등 신사고 우공비 시리즈 2014년
신사고초등콘텐츠연구회 지음 / 좋은책신사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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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 새학기 사회가 걱정된다면~ 우공비로!

 

초등 3학년이 되면 새로운 과목이 생긴다.

바로 사회, 과학, 영어가 그것인데...

 

사회라는 과목에서는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4단 변신 교재, 우공비!!

 

권두부록으로 들어 있는 부분을 똑~ 떼어서 반으로 접으면 미니 북이 된다.

비법+ 더하기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그림으로 보는 교과서 핵심 62가 들어 있다.

사실, 국, 과, 사 3권 세트 속에 들어 있는 교재는 모두 미니북을 품고 있고,

미니북은 아주 똘똘하게 각 과목에서 필요한 것들만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아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다.

 

뒤쪽에는 시험 비법책과

비법 풀이책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사회 과목에 지레 겁을 먹고 두려워할 것 같은 우리 아이에게 이 미니북을 먼저 보여주어야겠다. 아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교과서의 핵심만을 요약해 놓고 있어서, 아직 교과서를 접해 보지 않은 방학 기간의 아이들에게 유용하다.

"이런 내용이 있으니, 겁 먹을 것 없다. "

미리 목차를 보고 관련 동화책이나 초등 저학년용 책들을 찾아 읽히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아무 사전 설명 없이 그냥 맞닥뜨려 보라고 혼자 풀어보게 했다.

 

 

 

 

결과는 참담~

 

과학을 개념 정리 없이 풀어보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듯이,

사회도 무작정 풀게 했더니...

비님이 왕림하셨다.

 

사는 곳에 대해 알아보는 내용이 들어 있는 1단원. 지도와 고장의 모습, 환경을 알아보는 것인데,

평소 여행을 가거나 가족 나들이를 가더라도 교과서 내용에 들어 있는 것들을 한 번씩 건드려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주소 쓰는 법만 제대로 알았어도, 도, 시, 구, 동의 흐름을 알았을 텐데...

엄마의 불찰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안하다, 딸아ㅠㅠ

 

 

 

다행히 엄마의 불찰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친절한 비법 풀이책이 있어서 혼자서도 거뜬히 틀린 이유를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빨간 줄은 아이가 틀린 문제를 표시해 둔 답지인데, 혼자 읽어보더니 왜 틀렸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든든한 교재가 있으니 엄마 마음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진다.

 

교과서와 교재 뿐만이 아니라 평소의 체험 활동이 유난히 빛을 많이 발하는 과목이 "사회"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방학 동안 교과서의 목차를 미리 봐두고, 학기 중에 갈 수 없는 먼 곳의 체험 활동을 미리 해볼까 계획하게 된다.

직접 못 가면 책으로라도 부족한 부분의 지식을 채워줘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사회라는 것은 직접 부딪치면서 배워야하는 것이 맞으니까...

 

 

 

 



저는 본 도서를 추천하면서 좋은책신사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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